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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13 04:13:37
Name 루미큐브
Subject [일반] 최후의 만찬
만화 : 대사관저의 요리사(대사각하의 요리사)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월남전에 참전하였다가 베트남에 포로로 붙잡힌 어떤 미국 파일럿이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죽으려하다가, 집안의 예물까지 팔아가면서
어렵사리 고기를 구해와 사진으로만 봤던 햄버거를 그럴듯 하게 만들어
자신에게 바친 베트남 여인의 정성에 감동하여 죽기를 포기하고
현실에 저항해 보겠다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결국 긴 세월이 지나고 그 미국 파일럿은 자신을 6년이나 구금하고
고문했던 괴로운 추억의 베트남 땅에 '미국 대사' 가 되어 다시 돌아오게 되지요
그 햄버거의 맛을 잊지 못해 한 동안 베트남 음식에 적응을 못하지만
결국 만화 주인공의 노력으로 그 여인과 그 때까지 미혼이었던 미국 대사님은
다시 한 번 더 그 추억 속의 햄버거를 맛본 뒤 결혼에 성공하게 됩니다.

픽션이긴 하지만 이 부분은 정말 짧은 감동이었지요, 특히나 현실에서도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좀 접해본 것 같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나.. 가쉽거리 해외토픽에서도요~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추억 속의 음식을 먹기 위해 십 수년 동안 미국 전역을 방황했다던 어떤 사람도 있었는데
그 사람이 결국 찾아낸 음식은 마이애미 지역의 애플파이였습니다. 물론 애플파이가 꼭 마이애미
지역의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에게 깃든 추억의 음식이란 정말로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요

최상의 재료와 일류 요리사의 손길에 의해 탄생된 값비싼 요리는 물론 맛있겠지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매번 그런 요리를 먹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엔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호음식이 최고이겠지요?

이런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만들기 간편하고, 접근성도 좋은데다 꽤나 대중적이면서도 재료를 타지 않는...

최후의 만찬

성서 속의 이야기가 아닌 사형수들에 국한시켜 보면 개인이 원하는 추억의 음식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알 수 있습니다. 요리와 사형이라.. 문득 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사형을 앞둔 사람에게 50달러 내에서 8시간 안에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써서
사형수들이 원하는 마지막 만찬을 제공한다고 하지요?

그러면 정말 다채로운 음식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대부분은 치킨, 감자튀김, 햄버거, 쵸컬릿 케이크, 오렌지 쥬스, 파스타, 푸딩, 요거트
정도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콜라만을 한도까지 왕창 주문해서 먹은 자도 있었죠

바바라 카뱅이라는 스위스 작가는 이에 대한 별도의 테마 전시회까지 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식사의 8가지 의미' 라는 테마로 지난 2009년에 초청 전시회를 가졌었다지요



먹을 수만 있다면 허리띠 풀고 정말로 먹고 싶은 음식은 어떤게 있으신지?
한 번은 생각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원래 질문을 던지기 전에 제 자신의 허리띠 부터 풀어서 마당을 깔아보자면
<참치비빔밥> 이 존재합니다. 이것을 선택하는 기준은 제 자신의 기준으로 보면
꽤 까다롭습니다.

밥은 갓 지은 밥으로 뜨거워야 하고 이것을 냉면 그릇에 담는데 그 다음으로는
일단 참치는 기름기를 빼고 살이 깔끔하게 부서지는 "동후워우어우워우웡 참치" 를 써야 합니다.
아니면 살이 꽤 단단하고 선명한 참치인데, 스타킹은 아니고 스타키이이어쩌구인데 아놔
진짜 맛있는 참치인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눼...

암튼 -_- 아무 생각없이 작은 캔 한 통을 그냥 엎어 넣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상추잎을 가위로 촘촘하게 썰어서 넣습니다. 대신 상추 외의 다른 야채는 넣지 말아야 합니다

Home Made 참치비빔밥에 열광하게 된 것이 고추장 때문일 수도 있는데
사실 어머님이 서울 이태원 쪽에서 냉면집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여동생이 한 번씩 다녀오면 냉면팩과 육수와 나름의 매운 고추장 비법이
듬뿍 들어간 엄청나게 매콤한 고추장을 들고 오는데

그 고추장에 비벼야 뜨끈하면서도 매콤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술술 넘어가는
진정한 참치비빔밥이 완성되더군요, 그 이후로 참치에 밥을 비벼먹는 것이
반찬이 없어서가 아니라 진짜 맛있어서 그렇게 자주 먹고는 합니다.
고추장이 없으면 열무김치 국물만 넣어서 참치에 비벼먹어도 참 맛있더군요

사형수의 입장까지 취할 것은 아니지만 만일 내일 지구가 두 쪽이 난다고 하더라도
저는 사과나무 따위 보다는 한 대접 두둑하게 먹고 가겠습니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저만의 최후(?) 아니 최고의 만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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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너
11/04/13 04:22
수정 아이콘
내...냉면 자주드실수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저는 참치비빔밥 집에있는 고추장으론 맛이 좀 안나서 마트에서파는 양념고추장사다가 해먹는데
그 양념고추장 가격이 비싸서 슬퍼요...
최후의 만찬은 음... 그래도 비싸고 맛있는걸로, 해먹는건 귀찮으니 회나 종류별로 다 먹고싶네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11/04/13 04:37
수정 아이콘
참치 비빔밥른 어머니가 만드신 된장과 고추창을 넣고 비벼막어야 맛있더라구요 크크크 [m]
아이유
11/04/13 06:25
수정 아이콘
전 죽기 전에 딱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우리 어머니가 끓여주신 '돼지고기 순두부 찌개'를 뽑겠습니다.
예전 방학때 어머니께서 일 나가시기 전에 돼지고기 갈은거, 김치, 순두부, 계란 넣고 끓여주신 그 찌개가 한냄비 떡하니 있으면 일어나서 하루종일 행복했었죠. ^^
직접 만든 음식과 참치 요리로 한정한다면 '참치 미역국'입니다.
제가 끓인거에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이건 뭐 마약이 들었나 할 정도로 맛있어요. ^^
혼자 살면서 몸이 안 좋을때 이거 끓여서 먹으면 몸이 좋아지는 느낌도 든답니다.
아케르나르
11/04/13 07:34
수정 아이콘
제가 사형수 입장에서 딱 한가지 음식만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 고르기 난감하군요. 일단 글을 읽으며 처음 떠올린 음식은 떡볶이/순대/튀김 세트 였습니다만, 본문의 참치비빔밥도 맛나보이고.. 덧글의 순두부찌게도 그렇고.. 다른 음식들이 마구마구 떠오릅니다. 버.버틸 수가 없다.

그래도 젤 처음 떠올린 음식이 제가 가장 먹고픈 음식일테지요. 떡볶이는 사먹기도, 해먹기도 자주 하는 음식입니다. 팬을 달궈서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좀 넣고 살짝 볶지요. 그다음엔 떡과 고추장/설탕 등을 넣고 또 볶은 후 물을 약간 붓고 끓입니다. 여기에 추가 재료들을 넣는데, 제가 이것저것 넣어먹는 걸 좋아해서 해먹을 때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게 넣습니다. 어묵은 물론이고 깻잎, 삶은계란, 라면사리, 만두 기타 등등.
순대에 찍어먹는 양념은 지역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한테는 오직 떡볶이 국물이 진리입니다. 소금이든 쌈장이든 떡볶이국물을 따라올 자 없습니다. 튀김도 마찬가지에요. 살짝 졸아들어서 걸쭉한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는 게 최고지요.

뭐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제 입맛이 좀 저렴하다 싶기도 하지만, 맛있는 걸 어떡합니까.
PoeticWolf
11/04/13 09:10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주제네요. 땅에서의 마지막 물리적 섭취라면 영양이나 맛보다는 아무래도 추억을 포식하고 싶겠고, 그렇다보니 진귀한 먹을거리보다는 대중 음식이 더 선호되는 것 같아 육개장을 떠올린 제게 큰 위로가됩니다.
11/04/13 10:18
수정 아이콘
외국에서 유학중이거든요... 그냥 집밥.. 너무 간절합니다. 아 눈물나겟네 ㅠㅠ
11/04/13 10:26
수정 아이콘
울 어머니가 내키면 아주 가끔 해주시는 닭 볶음(닭도리탕?)을 먹고 싶네요.
이제까지 밖에서 사먹은 닭 볶음 요리중에 울 어머니가 해주시는것보다 맛있는걸 먹어본적이 없습니다. (비슷비슷 했던적은 딱 한번)

주제와는 좀 벗어난걸 쓰는것 같아서 좀 뭐한데..
개인적으로 다른곳과는 맛이 확 차이날 정도로 좋아서 '내가 먹어본 가장 맛있는 XX요리' 라는 타이틀로 꼽을 수 있는게 몇가지 있는데요.
닭 볶음 요리 - 울 어머니표
갈비탕 - 1999~2000년에 먹었었던 강원도 양양 '녹원갈비' 음식점의 갈비탕
라면 - 1997~2000에 먹었었던 관동대학교 학교식당 라면.. 단, 반드시 사람없는 타이밍을 봐서 한번에 한개만 끓이실때 주문해야함
김치볶음밥 - 제 친구녀석이 해줬었던 다른재료없이 밥과 김치만 넣어서 만들어줬던 김치볶음밥
슈퍼컴비네이션
11/04/13 11:27
수정 아이콘
어린시절, 어머니가 월간 '까치'를 보고 그대로 해주신 호프집용 감자튀김!(나중에 알고보니 호프집용이란걸 암...)

어머니가 손수 빵가루 묻혀서 해주신 통닭(그땐 그게 그렇게 맛있는건줄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손수 해주신 짜장면(국수면발이라 투덜댔지만...지금은 너무 먹고 싶습니다.)

등등이 생각나네요. 지금은 음식점 하고 계셔서 예전 그 맛은 안나올것 같아요 ㅠㅠ
켈로그김
11/04/13 11:34
수정 아이콘
우유 한 대접에 켈로그 콘푸로스트를 무한리필해서 먹는게 어린 시절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꼭 한번 해보고 싶네요.

마지막 남은 우유는 얼마나 달콤할까..
11/04/13 12:31
수정 아이콘
제가 사형수라고하고 만약 최후의 만찬을 준비해준다면 저는 반반무많이와 족발을 먹을겁니다. 그리고 음료는 술이 허용된다면 맥주를 먹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코X 콜라를 2/3, 칠X 사이다를 1/3을 준비해서 먹을겁니다.
복타르
11/04/13 17:50
수정 아이콘
냉면집이 이태원 어디인가요? 제가 이태원에 살고 있어서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한남동쪽에 있는 동x냉면에 가서 먹고 있습니다.
쪽지로라도 알려주신다면 냉면집에 가서 먹어보고싶네요. 제가 워낙
냉면을 좋아하는지라...후후 - _-);;;
스바루
11/04/13 18:00
수정 아이콘
전 그냥 어머니가 해주시는 모든 음식이 아닐까 하내요..
예전에는 외식좋아 했지만 타지생활하면서 느끼는게.. 집밥이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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