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1/24 17:48:33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스킬.
학창시절 내가 그렇게 수학에 열광해서 공부한 이유는 암기량이 적어서 였다. 수학은 늘 암기보다는 논리로 풀어나가는 문제들로 가득했고 난 늘 수학을 풀때는 즐거웠다. 공부하는 방법은 굉장히 간단했다. 모든 수학문제의 풀이는 논리적이다. 그렇기때문에 새로운 단원을 배우면 그 단원에 나오는 모든 공식과 내용들의 논리를 흡수했다. 때로는 내스스로 증명을 통해서 때로는 설명을 통해서. 그리고 지극히 논리적인 수학이기에 풀이는 논리의 허점만 없다면 어떤 방법이든 관계 없었고 내가 문제를 틀리는 이유는 논리상 허점, 맹점이 있기 때문이고 모든 틀린 풀이법에서 나의 허점을 찾았다. 그것만 없다면 해답지의 풀이가 어떻든지 끝까지 풀었다. 좀 극단적일 경우에는 나의 풀이와 논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 웬종일 연습장 한권을 다쓸정도로 계산만 한적도 있다. 그리고 결론 냈다. 나의 풀이법은 맞고 답을 도출할수 있지만 계산이 조금 복잡해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 였다.




수학문제도 속칭 스킬이 있다. 빨리 푸는 법. 보통 그걸 위해서 공부를 하고 유형화를 하고 패턴화를 하는데 나 역시 그런 스킬들을 등한시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현재 내가 공부를 하고 있는데 무슨 스킬이 필요하냐 라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이 시험이라면 그런 스킬을 쓰겠지만 단순히 공부를 하면서 스킬을 써서 답을 내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스킬은 새로운 시도와 발상에 대한 참신함과 호기심의 영역이었지 내가 사용하는 영역은 아니었다. 수학 풀이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논리 였기 때문이다. 스킬, 별해 등 풀이법이 이제까지의 논리와 다소 거리가 떨어져있는 것들을 암기하기 보다는 단순히 스킬속의 논리를 이해하고 발상을 받아들이고 나만의 논리로 모든 문제의 풀이가 끝난뒤 스킬의 방법으로 한두번 더 풀어보는 정도로만 활용했다. 그정도 훈련은 해야 정작 스킬이 필요한 실전에서 사용할수 있으니깐. 그렇다고 스킬활용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는 필요없다는것이었지.





수학의 핵심은 논리. 스킬은 실전에서의 더 좋은 성과를 다소 받쳐주는 것일뿐. 이라는 나의 생각으로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올리던 나의 수학은 어느새 스킬이 필요없게 되었다. 스킬을 쓰든 안쓰든 시간차도 없고 못푸는 것을 풀게 해주지도 않았다. 많은 친구들이 어떻게 수학을 공부해야 잘 할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대답해 줄 것이 없었다. 그냥 정석책 잡고 나오는 모든 논리를 나의 논리로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다 책덮은 상태에서 증명하고 있어 라고 이야기 하면 모두가 혀를 내두르며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따라 하진 않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성과이지 수학실력이 아니었고 그렇게 오래걸리는 방법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꼬셨어???우와 능력있네??"
나이차 나는 여친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오래(?)동안 기다려서 좋은 일을 만들어가는 나의 일은 어딜가나 이슈였다. 몇몇 친구들은 정말 도대체 어떻게 해야 라고 진심으로 어떤 기술이 있는지를 물었다. 늘 나의 대답은 똑같았다.





"상대에게 진심을 다했어."
이렇게 이야기하면 뭐냐고 우...라고 하면서 자기도 진심을 다한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그런거 말고 좋은 방법 없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진심을 내보이면 오히려 받아주지 않는다고 이야기도 하고 정작 엑기스는 아무도 안알려준다며 농담하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내가 남녀가 서로 이렇게 하면 배려라고 느낀다는 익스큐즈된 행동양식을 따른 것도 아니었고, 뭐든 그녀를 위해주려고 진심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어떻게 꼬셨냐고 물어볼때마다 난감한건 난 꼬신적이 없기때문에 어떻게 꼬셨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연애를 하고 싶었던게 아니라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을뿐이고 그녀의 행복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되었을때부터 우린 함께하게 되었을 뿐이다.






스킬이 없는게 스킬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01/24 17:52
수정 아이콘
뭔가 제 최근의 고민에 도움이 되는 대답같네요. 깊이 느끼고 갑니다. 저기
"상대에게 진심을 다했어" 부분부터 그 밑에 부분까지 제 개인공간에 복사해서 보관해도 될가요?
쓸데없는 생각 들때마다 정신 차리게 말입니다.
감성소년
11/01/24 18:43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수학과 여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잘 풀어보면 해답이 보일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맘에 드는 여자가 있는건 아니지만서도.. 크크
11/01/24 18:51
수정 아이콘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성급하게 답을 적은 종이를 그녀의 우편함에 넣어 두었다가, 돌아오지 않는 통지표만 기다리고 있습죠.
저는 정말 진심을 다 했던 것일까요?
켈로그김
11/01/24 18:55
수정 아이콘
진심을 어긋나지 않게 전하는 것도 스킬이고,
어긋난 진심을 가지지 않는 눈치도 스킬입니다.

그것도 고급 패시브 스킬이지요.

몇몇 액티브 스킬에 비해 스킬효과가 다소 미흡하다고 하여도 상대가 넘어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HP가 충분하다면, 믿고 쓸 수 있습니다.
용의철권
11/01/24 19:13
수정 아이콘
추게 버튼 꾸욱 누릅니다~ 좋은글 대단히 잘 읽었습니다~

저도 부족하나마 수학 전공하는데 참 반갑습니다~^^

제 싸이에 퍼갈께요^^
김새벽
11/01/24 19:36
수정 아이콘
아!하고 뭔가 깨달음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네요.
공부랑 비교하니까 확 와닿는군요.
코뿔소러쉬
11/01/24 20:32
수정 아이콘
진심은 그것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전달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심을 착각하고 오해하는 것 같아요.
자기 진심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리아
11/01/24 21:15
수정 아이콘
진심을 다해도 중요한건 진심이 아니더군요
루크레티아
11/01/25 03:26
수정 아이콘
중요한 것은 내가 진심을 다해도 그런 내 진심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결국엔 될 사람들끼리 되는 법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인간 관계에서는 애초에 맞지 않는 사람은 그냥 맞지 않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안 맞아 보이더라도 이어질 사람은 그 계기가 뭐가 되었든지 결국에는 이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연'이라는 옛 말이 허황된 말은 아닌 것 같네요.
OnlyJustForYou
11/01/25 09:32
수정 아이콘
옛날에도 Love&Hate님 글을 재밌게 읽었지만 요즘들어선 더 집중해서 읽게되네요. 흐흐..

잠깐 제 얘기를 해보자면..
어제 그녀에게 "이젠 내 핸드폰은 너로 가득차있어."이 말을 듣고 좀 오그라든다고 말했지만 오늘 아침 출근하는 내내 이 말이 생각나 미친놈처럼 기분좋게 웃고 있던 저를 보니 요즘 참 행복해하는 거 같습니다.
이젠 슬슬 제가 그동안 제 진심을 얘기해왔던 게 열매를 맺는 거 같아 참 행복합니다.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928 [일반] 한일전이 종료되었습니다. [36] 감사요3932 11/01/26 3932 1
26927 [일반] [아시안컵]호주VS우즈벡 불판 [44] 아나이스2745 11/01/26 2745 1
26926 [일반] [아시안컵]한일전 불판 -경기 종료- [380] 쌀이없어요5925 11/01/26 5925 1
26924 [일반] [아시안컵]한일전 불판 -연장전종료- [472] 쌀이없어요4807 11/01/26 4807 1
26923 [일반] [아시안컵]한일전 불판 -후반종료- [513] 쌀이없어요4924 11/01/25 4924 1
26922 [일반] [아시안컵]한일전 불판 -전반종료- [345] 쌀이없어요4262 11/01/25 4262 1
26921 [일반] KBL 경기에서 희대의 오심이 나왔습니다. [20] Special.One5560 11/01/25 5560 1
26919 [일반] [야구] BK 라쿠텐 입단......계약조건 1년 3300만엔 [12] 독수리의습격4385 11/01/25 4385 1
26917 [일반] MBC 위대한 탄생 출연자 김혜리, 사기 행각 사실로 드러나 [32] 케빈제이11092 11/01/25 11092 1
26916 [일반]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및 간략한 예상 (2011년 올해의 음반 정리) [36] 흑태자만세6575 11/01/25 6575 1
26915 [일반] 영어 초보자를 위해(2) [6] 졸린쿠키5975 11/01/25 5975 11
26914 [일반] 오늘 10시 한일전이 열립니다. [37] 감사요4944 11/01/25 4944 1
26913 [일반] <영화감상> 뒤늦은 킥애스 감상평 (부제: 뒤늦게 힛걸을 외치다!!) [7] Anti-MAGE4438 11/01/25 4438 1
26912 [일반] 소녀시대 Run Devil Run의 일본어 버전이 공개되었습니다. [20] 세우실5181 11/01/25 5181 1
26911 [일반] 새로운 휴대폰 디자인 - Flip Phone [37] 삭제됨7299 11/01/25 7299 1
26910 [일반] [기사링크] 우리 안의 장발장, 누가 이 청년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7] Thanatos.OIOF7I3758 11/01/25 3758 1
26908 [일반] 결혼하고 싶은 여자. [19] 완성형토스5509 11/01/25 5509 1
26907 [일반] [정보] 롯데리아 새우버거세트가 반값에 풀렸습니다 [11] 타나토노트6044 11/01/25 6044 1
26906 [일반] 미디어오늘은 참 담 없는 신문이군요 [60] 불타는부채꼴5075 11/01/25 5075 1
26904 [일반] 으아.. 대형사고 .. 눈길조심하세요 흑흑.. [14] ChiKano4980 11/01/24 4980 1
26902 [일반] 책방 골목... [5] 김치찌개4273 11/01/24 4273 1
26901 [일반] 스킬. [18] Love&Hate8445 11/01/24 8445 5
26900 [일반] 네티즌 여러분 도와주세요(오늘 아침에 당한 대물뺑소니) [7] 별을쏘다4676 11/01/24 4676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