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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16 16:58:28
Name 타츠야
Subject [일반] 이직 이야기(약간의 외국계 기업 취업 이야기)

1999년부터 2002년까지 SI 업체에서 일하고 마지막 학기 복학한 후에는 대학원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느냐는 대학원 친구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취업.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토익 시험은 본적도 없고 당연히 성적표도 없었습니다.
잘 모르던 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삼성은 갑자기 영어 점수 제출이 의무가 되어 지원도 하지 못 했고(그 전까지는 공인 점수가 없는 경우, 시험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영어 시험을 보게 해주는 SK텔레텍(예전 SKY 만들던)에 입사를 하게 됩니다.
정말 보람있고 즐겁게 다니던 회사는 회사를 그룹의 주력으로 키우겠다던 철썩같던 약속과 달리 하루 아침에 팬택에 팔리게 되면서
회사 자체에 실망이 컸습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택한 회사가 일본 회사의 한국 지사. 같은 시기에 다른 규모 있는 회사에 더 많은 연봉을 제시받으며 합격을 했으나 뭐랄까 한국 지사의 사장님이라든가 몇 명밖에 없다는 점이 오히려 저에게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6년 중반에 이 7명이던 지사에 합류를 하게 됩니다.

합류 시점에 개발부는 저를 포함해서 3명.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좋았고 규모가 작았던지라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단합대회를 가는(사이판) 행운도 누렸지요.(물론 넘치는 일에 저와 다른 분은 사이판에서 며칠 동안 안 한국의 고객과 통화하면 밤을 샜었습니다만)
이후에 사업이 잘 풀려 국내 대기업과 계속 일을 키워가고 회사 규모도 커졌습니다. 덕분에 나이에 맞지 않게 승진도 빨리하고 연봉도 꽤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성장과 직급, 연봉 등의 달콤함과 함께 제가 생각했던 회사의 방향이나 제가 정작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 못함에 따른 괴리감이 다가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사에서는 윗분들과 마찰도 많아졌고 독선적이다, 열정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이직.

처음에는 싫어하는 대기업지만 집에서 정말 가깝고 가족을 위한다는 생각에 삼성전자에 지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의 고집이 뭔지, 기술면접에서 평범하게 답변하면 되었을 것을 제가 평소에 하고 싶던 일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보니 불합격 통보가 오더군요.
다음으로는 예전에 좋아하며 모셨던 팀장님이 계시던 모 회사. 거의 가기로 정하고 이전 회사에서 환송회도 했는데 할 일에 대해 나중에 팀장님이 솔직히 이야기하시는데 음...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내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고맙게도 저를 지지해주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까지 쉬라고 해주더군요.
태어난지 7개월이 된 둘째와 4살된 첫째 육아를 도우면서 일을 열심히 찾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2006년과는 다르더군요. 헤드헌터 분들이 3분이나 도와주셨음에도 불구하고(각기 다른 회사) 일자리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즘 인기있는 개발자는 반도체 칩쪽인데 저는 모바일 SW쪽만 계속 해왔던지라 인터뷰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니 처음의 자신감과 달리 점차 초조해지고 제 자신이 무기력해졌습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한 것인가라는 자괴감도 들었고 내가 해온게 그렇게 인기없는 일이었나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데 2주 전에 헌터분에게 독일 회사 소개가 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지원했던 영국 회사에서도 연락이 와서 둘다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회사는 최종 떨어졌습니다만 독일 회사는 2번의 면접 끝에 이번 주 월요일에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Offer letter에 사인을 하고 팩스를 보내는데 뭉쿨하더군요.
한 달반 정도 시간 동안 어려운 시기에도 남편을 지지해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아빠가 집에서 쉬는거 알면서도 어린이집 잘 다녀와서 아빠 오늘 일 어땠냐며 물어보는 큰딸, 언니보다 웃음 많음 둘째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추석 지나고 27일에 첫 출근인데 출근이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퇴사를 계획하고 나온 것임에도 직장이 구해지지 않아 많이 괴로웠는데, 하루 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으시는 분들은 정말 어떤 마음일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제가 나중에 그런 위치까지 간다면 해고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pgr에도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헤드헌터분과 나눈 이야기 중에 서로 공감한 부분이 있어 남깁니다. 국내에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외국계 기업이 있습니다. 구글, IBM, ARM, NVidia, Intel 등과 같은 익숙한 이름 외에도 각 분야에서 명성있는 업체들이 한국에 있습니다. 그런 회사들에서 한번쯤 일해보고 싶은 꿈을 가지면 어떨까 합니다. 높은 연봉이 아니라 그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회사 문화 및 체계는 어떤지, 그런 곳에 일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평소에 준비하면 어떨까요?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의 전문성입니다만 영어 공부를 매일 꾸준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 주위에 저보다 개발자로서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이 많습니다만 단지 영어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외국계 기업에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도 한국어와 같은 언어일 뿐입니다. 매일 3 시간씩 잊지말고 3년만 하시면 충분합니다.(출퇴근 시간 각각 1시간 및 추가로 집에서 1시간. 중요한 점은 절대 며칠 거르지 않는 것.)
그리고 외국계 기업의 홈페이지에는 career 혹은 job 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따로 있습니다. 목표로 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 올라오는 job requirements를 잘 읽어보세요.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나와 있습니다.

서투른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도 신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 혹시 외국계 IT 기업 취업에 관심 있으신 분 중 궁금하신 사항을 댓글이나 쪽지로 주시면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요령, resume, cover letter 작성법 혹은 제가 봤던 회사의 인터뷰 방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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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切唯心造
10/09/16 17:0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원하시는 일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이루시길 ^^

그리고 외국계회사에 궁금한거는
전공지식을 영어로 얘기할 정도가 되어야 하나요??
10/09/16 17:12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나중에 그 회사 문화이야기도 부탁드리겠습니다~~^^
10/09/16 17:15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스웨덴 회사에서 1년정도 근무했었는데, 국내회사보다는 확실히 문화가 좋습니다.
외국계 노리고 준비해본다하면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전 영어 인터뷰, 토익시험 모두 안보고 입사했었습니다. 흐흐
업무로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들어가니 자연스레 공부하면 좋겠다 싶어 영어공부 시작하게 되더라구요.
Hibernate
10/09/16 17:14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봤습니다.
궁금한게 있는데요, 외국계 기업에 가려면 회화 인가요 아니면 그냥 토익 점수인가요?
도나카렌
10/09/16 17:43
수정 아이콘
글쓴분 말씀대로, 외국계 회사로 눈을 넓히면, 정말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리고 꼭 국내에 거주해야 한다! 라는 분이 아니시라면,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지구요. 어차피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평생직업의 개념으로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강조하고 싶은게...영어 공부입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영어공부해야 한다는 말씀에 적극 동의하며, 3년이면 충분하다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저도 신입때 전화받고 저쪽에서 헬로하면 당황해서 한마디도 못하던 수준이었습니다.) 생활회화에 연연하지 마시고, 본인이 하는 업무와 관련된 분야의 읽기/듣기부터 시작하시고, 차차 말하기/쓰기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최종목표는 프리젠테이션 및 디스커션 완벽 마스터!) 어느정도 자신이 있으신분은 말하기부터 시작하는게 젤 좋구요.
감전주의
10/09/16 18:07
수정 아이콘
전 모바일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된 레퍼런스 읽을려면 그나마 대충은 알아 먹겠는데 역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리죠..

단기간에 빠른 노하우 습득을 위해선 역시 영어가 필수가 되어야 하나 봅니다..ㅜㅜ
시간이 지나면 영어가 필요 없을줄 알았건만 살면 살수록 영어가 더 필요하게 되네요..
이세상은말야
10/09/16 19:28
수정 아이콘
외국계 기업 한 10년 넘게 다닌것 같습니다만, 영어를 짧은 시간내에 프리젠테이션 할 정도로 공부할 자신이 없으면, 오지 않는게...
왜냐, 어느정도 직급이 올라가면,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다보면 짧은 시간안에 회의를 주도하고, 정리하여서, 결론으로 이끄는 능력이
중요시 됩니다. 이 때 글로벌 기업 임원입장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것은 영어실력입니다. 실력보다...매니저로서
테크니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도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보장하지만, 매니저로 나가야 더 클수 있는 길이

그리고 한국에서와 같이 얌전하게, 자기일만 하는 엔지니어보다, 토론하고 자기영역에 대해 좀 과시하는 성격으로 변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글로벌 기업(외국계 기업)의 특성에 맞게 업무를 조율하는 능력도 많이 요구됩니다.

좀 더 큰 글로벌 회사 일수록 표준문서가 많습니다. 디자인 경우, 체크해야할 항목, 고려해야할 항목, 개발 단계..
자기 테크닉보다, 회사의 표준을 먼저 습득해야, 제대로 된 일이 됩니다. 그들은 너무나 당연히 통용되는 지식, 용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면, 혼자서 다른 방향을 보고 달려가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과 글로벌 회사에서 생각하는 디자인의 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독일이나 미국같은 곳에서
엔지니어링은 자기 생각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설계 개념 혹은 다른 설계 구상을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르지..

구현 단계에서 회로를 꾸민다던지,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그냥 기술 용역이고, 구지 어떤 부분은 왜 비싼 인건비의 고급인력이
그것을 하느냐는 인식이 있을 수 있읍니다. 그런 부분을 잘 파악해서, 대체해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나는대로 적습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글로벌 기업이라면 본사쪽이나 다른 나라로 자리가 생기다면 옮기는게 좋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사내게시판을 통해서 job posting이 뜹니다. 각국마다 거기에 지원하고 갈 기회만 된다면, 좀더 나은 외국계 회사 생활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경력들이 쌓이면 매니저나 단기간에서 좀 더 임원쪽으로 빨리 다가갈 수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샐러리를 근무하는 지역의 동종 업종의 샐러리에 맞추기 때문에, 자리가 있으면 나가시는것이
좋은것 같습니다.
10/09/16 19:45
수정 아이콘
영어에 대한 토익이라는 점수에서 방황하는 취업준비생인 저에게 좋은 글입니다. 다만 영어를 꾸준히 '안'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을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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