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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15 14:48:15
Name 최연발
Subject [일반] (세상읽기)공정한 사회, 신정환을 위한 변명
기사 전문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39779.html

기사 내용을 요약하다가 좋은 시를 올려주신 분을 보았습니다. 시로 대신하겠습니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에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 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 해도 조금쯤 옆에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들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년 김수영이 쓴 시입니다.
술 먹고 mc몽, 신정환, 태진아 등의 가십거리 기사에만 열을 내면서 열변을 토하던 제 모습이
오늘 이 칼럼을 보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이 많이 드네요.
한국 연예인의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국회의원, 대통령보다 높은 곳에 있는 곳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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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15 14:57
수정 아이콘
아....정말 많은게 느껴지네요 '어느날 고궁에서 나오면서' 라는시는 중학교때 공부한거 같은데 그때 공부하면서는 무슨소리야..라고 만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많은 생각이 드네요..
10/09/15 15:05
수정 아이콘
저는 시를 싫어하는데 어느 순간 확 ~ 와닿는 때가 있죠.
아나키
10/09/15 15:07
수정 아이콘
피천득 선생님의 생전 인터뷰에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활활 타봤어야 되는데.. 그러질 못했어... 그저 젖은 짚더미에 불붙인 것 마냥 살았지... 활활 타봤어야 했는데...'
김수영 시인과 비슷한 맥락에서 하신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늘의왕자
10/09/15 15:10
수정 아이콘
큰 허물에 대해서는 후환이 두렵고 어려운 주제라는 이유로 회피하고.
작은 허물에 대해서는 죽일듯이 달려드는........
그리 유쾌하지 못한 한 '사회의 단면'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셨는데.

논점 흐리고 있다고 왠지 네티즌들에게 까일것 같기도 하고..
10/09/15 15:17
수정 아이콘
큰 허물이 무엇이고 작은 허물이 무엇이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죠.

상대적 약자의 작은 허물에 대해 과도한 비판을 가함으로써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의 행태야 뭐라 옹호해줄 마음이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연예인의 그릇된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 양심적 신념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물론 그 방법적 정당성의 문제는 따로 논해야 하겠지요.)
환경 운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누구는 갯벌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고
누구는 쓰레기 매립장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럽니다. 사실 어떤 측면을 선택하느냐는
상당히 자의적이고 우연적이거든요. 개인사적 측면에 많이 좌우되고요.

서로 그 점을 인정하는 점에서 접근해나간다면 큰 무리없이 소통이 가능할테고 공동의 연대도 꾀해 볼 수 있겠죠.
10/09/15 15:32
수정 아이콘
신정환씨 문제보다야 정부 쪽 일이 백배 천배 심각하긴 일이긴 한데~ 일단 움직일 수 없는 '팩트'들이 확실하게 세상에 터져나와 주셔야 화끈하게 까도 깔텐데 말이죠. 워낙 막는 물이 막아서 새기도 많이 새지만 어쨌든 제일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선 워낙 확실하게들 숨겨놓으신지라 어떻게 열불내기도 힘드네요. 끌끌
10/09/15 16:38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본문에 상관없지만..
예전에 테스터님이 쓰시던 세상읽기가 생각나네요 ~.~;
써니티파니
10/09/15 18:12
수정 아이콘
저는 왜 신정환씨 개인사에 온국민이 관심을 기울이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물론 그는 유명한 개그맨에 가수에 좋은 예능이였습니다만 해외 카지노에서 도박하는것쯤 많은 분들이 하지않나요? 불법은 아닌걸로 이해하는데요.
두유매니아
10/09/15 18:44
수정 아이콘
갑자기 확 와닿네요....
진짜 이거야말로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다가 화풀이 하는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요즘은 힌강도 그냥 불쌍하고 종로는 그냥 체념해서 더 문제인것같구요,,
츄츄호랑이
10/09/15 19:36
수정 아이콘
아 참 좋아하는 시에요.
고등학교 때 김수영 시인을 정말 좋아했는데.
지금도 물론 좋아하지만 시집을 자주 찾아 읽지는 않게 되네요.

그저 조그마한 허물이 당장 눈 앞에 보인다고 거기에 매달려 큰 허물을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현실은 그러기 힘든 것 같아요. 저도 많이 반성해야 할테죠.
abrasax_:JW
10/09/15 19:58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때 배운 시네요. 느낌이 새롭습니다.
만만한 상대를 골라 화풀이하는 것이, 참. 그렇네요.
담배피는씨
10/09/15 20:30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지만 사람이라..
아는 것만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것만 이야기 하려는 그런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먼 소리지 하면서 소외된 기분 안 느끼려고요..
모르는 것도 이해 할 수 없는 것도 자주 봐서.. 이해 하려고.. 알려고 해야 하는데..
당장 돈이라도 생기는 것도 아니니 쉽지 않습니다..
10/09/15 20:48
수정 아이콘
기대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예인에게, 공인보다 더 가혹한 잣대를 대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은 아닙니다만,
애초에 정치인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으니까요.
"저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반면, 연예인은 그래도 우리가 사랑하고, 관심을 주던 존재들인데 뒷통수를 쳐버리니 더 분개하는 것이지요.
진정 겨냥해야하는 곳은 저 높은 곳이건만, 감정이라는 게 또 다르지 않습니까?
대학 총장이 공금을 횡령한 것 보다, 내가 존경하던 대학 선배가 알고보니 허풍쟁이였다는 게 더 화가나는 것처럼요.
사악군
10/09/16 00:49
수정 아이콘
이분은 우리 형법에 도박죄가 있다는 걸 모르시는 거 같군요.. 도박은 정부에서 허락한 행위도 아니고 합법도 아닙니다. 그것이 일시오락에 불과한 정도가 아닌 한에는요. 외국 카지노에서 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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