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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01 13:48:32
Name 스웨트
Subject [일반] [잡담]아니..이게 무슨 소리야.. 내..내가 교사라니!!
는 훼이크고.. 말하자면.. 교사가 아닌 강사..라고 합니다.

스타를 좋아하고, 즐기던 평범하던 제가 우연찮게도 일이 꼬이게 되어(?) 한 학원의 수학선생님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누군가를 제대로 가르쳐 본 적도 없고, 또 꽤나 시간이 지난 후에 보게 되는 수학이라 머리가 지끈지끈 하더군요.
약간은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도 되는건가.. 내가 그런 자격이 되는건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왕에 이렇게 된거 애들이 수학을 재밌게 즐길수 있도록 해주는게 내 일이 되겠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때문에 이번 대한항공 4강을 라이브로 볼 수 없다는건 좀 유감이군요.)

근데.. 이게 모든일이 힘든다는건 알고 있고, 저 나름대로 이런 저런 여러 알바들을 많이 해봤다고 하지만..
이런 몸이 안힘든거 같은데 녹초되는 일은 처음이구나 라고 생각들더군요.
(참.. 선생님들은 대단한 분들이었구나 라고 생각이 들더랍니다.)

제가 보고 이해하는건 참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남이 그것을 이해하게 하는것은 어렵더군요.
게다가 아이들이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하는게 현재의 임무이기 때문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의 멍때리기나 잡담, 대놓고 떠들기는 답이 없더군요. ( 주로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관심좀 끌어볼까 하고 나름 인터넷에서 재밌는 이야기 보고 해주기도 하고, 대학교 얘기도 해주고, 인생조언 식의 약간의 설교(?)도 하면서 공부 외의 이야기들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그닥 그런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가 성격이 오냐오냐 하는 타입이라, 강한 소리 한번 제대로 내는 편도 아닙니다.
(전 아이들 좋아합니다. 물론 학원으로 인해 성격이 변할지도 모릅니다. -_-;;)

그냥 "니네는 떠들어라 난 가르치고 말란다" 라는 마인드로 하면 쉽겠지만 ( 안선생님의 명언 " 포기하면 편해.." 가 떠오르는;;)

그게 또 사람이 위치에 따라 마음이 변한다고, 막상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까 이러한 마인드는 말이 안되더라구요.
이왕 가르치는 애들이 잘 되야 자기도 보람도 있고 만족 하지 않겠습니까..

몇시간 후에 또 이녀석들과 전투를 하러 가야겠군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더 잘 가르쳤으면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그럼 오늘하루도 피지알을 즐기시는 분들 좋은 하루 되세요.

ps. 누군가를 가르치시는 피지알러 분들의 조언,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ㅠ_ㅠ.. 살려주세요;)
ps2. 학원 갔다 와서 피지알을 왔을때 송병구선수가 결승 진출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개인적으로 좋겠습니다. 이제 시기가 우승할시기가 왔죠.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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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
10/09/01 13:53
수정 아이콘
애들이 희한한건 학교교사보다 학원강사말은 잘 듣죠. 애초에 배우려는 목적이 자의건 타의건 있어서 학원오는 거지만 으....크크
내가 어렸을때 이것을 이해한 뇌구조랑 아이들은 다를 수 있다는 게 과외할때 느낀 제일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내가 저나이때 2 X 3 = 6이라고 생각한걸 얘는 2를 세 번 더해서 6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무언가 수학적 인식에 대해 다르게 반응을 합니다. 이런 뇌 구조에서의 이해의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과외할때 매번 답답하네요.
10/09/01 13:56
수정 아이콘
중3 짜리 과외를 하고 있는데요.. 전 개인 대 개인이라 조언이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는데,
제일중요한 건 동기부여 같습니다. 이 나이대 아이들은 성적차이가 나도 동기부여가 되면 순식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전 저의 피폐? 했던 중학교 시절 얘기도 해주고;; 여러가지 공감대도 형성하면서 이제 좀 공부좀 하게 만들었네요.
그리고 이건 학원이시니까 힘들 수도 있는데, 학생이 문제를 설명해보도록 하는 겁니다. 그럼 최소한 그 문제의 내용만큼은 확실히
이해시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higher templar
10/09/01 13:52
수정 아이콘
제 친구녀석이 미대 진학준비하는 고등학생 수학과외를 했는데 2:3 = 4:6이 되는 원리를 아무리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더라구 하더라구요. 갑자기 생각나네요
10/09/01 14:18
수정 아이콘
대체적으로 교사가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교사나 학생 둘 다 피곤해집니다. 그냥 같이 놀라는 말은 아니고요... 학생이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교사가 인정하면 수업이 쉽습니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가르쳤는데 학생이 모를 수 있지? 라고 생각되면 그 때가 진정한 교사의 지옥이죠. 교사가 암만 잘 가르쳐도 학생이 모를 수 있습니다. 아 물론 모르는 학생 내버려두란 말은 아닙니다. 그 학생에게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겠죠. 혹은 더 많은 시간을 들이거나요. [м]
켈로그김
10/09/01 14:44
수정 아이콘
내가 몰랐다가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는지를 생각을 해 보니 나름 괜찮더라고요.
과외도 띄엄띄엄 몇 번 하긴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경우는
고등학교 검정고시 시험 준비를 한다는 친구 동생.. 시험을 3일 앞두고 수학이 깜깜...

결국 인수분해 요령만 어찌어찌 구겨넣어서 시험을 치뤘는데... 합격;
수학선생
10/09/01 15:00
수정 아이콘
누구를 가르친다는건 참 쉬운일 아닌것 같습니다.
아이 수준에 맞게 가르쳐줘야 하는데.. 하다보면 나 편한대로 가르치게 되니 말입니다.
필요없어
10/09/01 15:18
수정 아이콘
가장 중요한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냥 내가 늘 하던대로 생각하던대로 이해하고 설명해주면 당연히 못알아듣습니다. 공대 교수님들이 "아니 이걸 모른단 말이지?"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_-;;
StayAway
10/09/01 15:22
수정 아이콘
최근에 학원선생(수학)을 했었는데요. 다른걸 다 떠나서 말이 통하고 안 통하고가 가장 중요합니다
공통의 화제거리가 있는게 유대감이나 목적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유용하드라구요

덕분에 아이돌 그룹 멤버이름은 거의다 외웠던거 같네요

EX)여집합을 배우는 중1 여자애가 GD와 TOP의 팬이었는데 '여집합이란 빅뱅에서 걔네 둘을 뺀거야' 라던지..
경우의 수 순열 조합할때 '샤이니 멤버가 일렬로 선다면..' '근데 니가 좋아하는 태민이가 무조건 센터에 서야한다면?'
뭐 이런류의 설명이 잘먹히더군요..
맥주귀신
10/09/01 15:23
수정 아이콘
학원은 과외와는 다르게 여러 학생들을 상대해야하는 것이라 뭐랄까...... 개인적인, 인간적인 접근이 힘듭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군다나 조금만 약점 잡혀도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중학교 녀석들을 가르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게 아마 '수업장악력'이지 싶습니다.
그 수업장악력이라는 게 여러가지로부터 비롯될 수 있는데 가령, 수업내용을 정말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난다던가, 학생들이 꼼짝 못하게 할 정도로 무섭게 한다던가, 맺고 끊는 것을 확실하게 해서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님을 보이던가, 윗분 말씀처럼 애들과 공감대 형성을 잘 이룬다던가, 친절함으로 무장을 해버린다던가 하는 것들이 있죠.
글쓴님께서 본인 스타일에 맞게 수업을 장악하는데 좀더 고민을 해보세요. 그렇다고 너무 앞서나가지는 마시구요. 자연스럽게......
타쿠비
10/09/01 15:32
수정 아이콘
저는 지금 수학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로 할려고 교육 받고 있습니다.

근데 교육 이라는게
원장 선생님이랑 1:1로 애들 앞에서 수업 하는 것처럼
연습 하고 있는데 하루에 2시간씩 벌써 4일째 이네요

뭐가 그렇게 부족한지
내일 다시 연습하러 나오라네요

학원 강사 해보신분들
원래 시작할려면 이렇게 해야 되는건지 궁금하네요
우유친구제티
10/09/01 16:06
수정 아이콘
관리하는 애들의 성병이나 숫자에 따라서도 접근방법이 꽤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3년 전에 중학생들 맡아서 잠시 일했었는데 다들 사내녀석이라 버럭거리면서 가르쳤던 기억이 나네요. 기본적으로 무섭게 하다가 가끔 맛있는 거 사주면서 드립 좀 쳐주면 사납지만 그리 싫지는 않은 선생 이미지가 만들어져서 비교적 쉽게 수업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속으론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요.

으잌 성병=>성별입니다. 지적 감사해요. 리플이 안달려서 여기 적습니다.
아우디 사라비
10/09/01 16:53
수정 아이콘
그렇죠... 가르치는것 무지하게 힙듭니다

여기 피지알에서도 한번씩 촌지나 체벌에 관한 이야기 나오면 선생님들 무지하게 욕하는 편이지만
공자님이 아닌 다음에야 매 안들고 애들 가르친다는 게 과연 가능한건가?... 하는 자문을 하곤 합니다
어쩌면 그 고생을 하고 가르치는데 학부모들 약소한 성의 정도 받는게 뭐 그리 큰 죄랴?... 하는 생각도 들고....

교사나 강사... 모든 선생님들에게 경의를 보냅니다
10/09/01 17:13
수정 아이콘
학원 강사 생활 6년 꽉 채워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잠시 짬이 나서 눈팅 왔다가 이 글을 읽게 되었네요.
가르친다는 것...정말 힘들고 또 중요한 일이겠죠.(전 항상 얘기합니다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직업이라고 얘기합니다.)
사람 한명 개개인이 각자가 소중하고 자기 자식이 중요하고 모든걸 바쳐서 키워내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아이들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는 곳에 마이크를 잡고 서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나만 바라보면서 말이죠.
아이들의 머릿속에 하얀 종이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종이의 색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때로는 잠이 오질 않고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고 때로는 뿌듯해서 날아갈 듯 기쁘기도 하고 그런 것이 우리 강사인것 같습니다.
글쓴 분께서는 잘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셨을 텐데
제가 들어왔고 제가 느껴왔고 또 평생 이 직업을 가지고 지켜야 할 딱 한 마디라면...바로 "열정"이겠지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일생에 단 한번 배울 이 단원, 지금의 학년, 그 걸 어떻게 배웠느냐에 따른 그 후의 여파까지 생각을 한다면
함부로 분필 들기가 겁이 날 겁니다.
아이들에 대한 열정...
이 한가지만 항상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 것을 위해서 더욱 알기쉽게 설명하기 위해 밤을 새실테고
또 스스로 공부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여러가지 수업 내적인 혼자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보실테고
때로는 불규칙한 학습습관을 바로 잡기 위해서 착하고도 이쁜 아이들에게 매를 들어야 할 때도 있을테고
.
.
.
정답이 없습니다. 그냥 매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또한 미리 혼자서 연습장 같은데다가 칠판이라고 생각하시고
3등분, 혹은 2등분 하시어 깔끔하고 정리된 스토리가 있는 수업을 미리 가상으로 진행해보시길 권합니다.
학생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기본이고 연애보다 더 힘들고 오묘한 밀고 당기기가 학생들과 필요합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을 위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면 아이들이 금방 눈치 채고 믿을을가지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이정도 하고 대충~ 뭐 이런 생각 잠시라도 생각하시는 순간 역시 바로 눈치채고 실망감과 뒷담화가(봉고차 안에서 특히 그렇겠죠. 심지어 다른 반 다른 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전파되어서 이미지 복구에 큰 어려움이 있을수 있어요)
시작되어 자괴감도 가지는 시기도 겪으실 테구요.

아우. 하고픈 말은 많은데 수업이 가까워 져서 마음이 급하니 글이 산으로 가는군요.
저 역시 중고등부 수학이니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쪽지 주시거나 댓글 달아주세요.
이 신성하고도 중요한 직업에 동지를 뵙게 되니 무진장 반갑습니다요.^^
저보다 선배님들도 많이 계실텐데 어줍잖은 중견이 글 올린거 불편히 생각않으셨으면.

아! 그리고 학원은 교육과 사업이 공존하는 곳이니 원장님이나 중간간부와의 교육과 사업 사이에서의 갈등을 잘 대처하셔야 될듯요.
One Eyed Jack
10/09/02 10:58
수정 아이콘
상급반이 아니라면 뭔가 체계를 잡아서 제대로 가르쳐보겠다. 이런 생각은 버리는게 좋습니다.

난이도 상관없이 섞어놓은 반이라면 10분전에 말한 내용 금방 까먹을수도 있고,

방금 말하고 다시 물어봐도 까먹을 수 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얘네들은 바보다 생각하시고 반복, 반복

같은 내용도 반복해서 여러 번 얘기해야할 겁니다. 인내를 가지고 열댓 번 설명하다 보면 아~하고 알아 먹습니다만,

시험 기간되면 또다시 설명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흐흐

초등은 숙제와 채점만 꼼꼼히 하면 되구요. 중학생은 비슷한 유형의 많은 문제풀이를 통한 반복위주.

고등학생은 자세한 개념 설명에 중점을 두면 될겁니다. 2바퀴 정도 돌리면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게 될겁니다.

위에서도 말씀들 하셨지만, 얘들은 말보다는 매를 무서워하고 잘해주는 강사보다는 무서운 강사의 말을 잘듣습니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나 아이들은 성적으로 강사를 평가합니다. 평소에 잘가르친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백날 얘기들어봐야 성적이 떨어지면 무능한 강사가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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