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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10 11:46:21
Name Crescent
Subject [일반] [연애]그녀와의 시작과 끝
깔끔하게 사실만 말하면 그녀와 일주일전 헤어졌습니다.(대구청년님의 염장질을 견뎌내는 방어막이었건만)

처음 제가 신입생이 되어 첫 수업을 들었을 때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반했습니다.
아직도 그 갈색 코트와 뒤로 반묶음한 머리가 생각이 나는 군요.  첫사랑이라 정말 많이 좋아하고 대쉬도 많이 했죠.
3번 정도 차이고 깨끗하게 포기하려고 무관심하게 지냈는데 그때부터 저에게 관심이 생겼는지
먼저 사귀자고 하더라구요.

무튼 그렇게 시작하게 된 연애였습니다.
연애 초반에는 모든 게 좋았었습니다. 그녀가 웃는 모습, 공부를 하며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 밥먹고 있는 모습
자는 모습. 모든 모습이 마치 천사같았지요.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가면 갈수록 저와 있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제가 자기를 구속한다고......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처음에는 맘고생을 좀 했었지요.

헤어지기 몇 일전 그녀가 저에게 맛있는 것을 사줬습니다.
그때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직감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일주일전 그녀가 술을 한잔 마신 목소리로 새벽녁에 전화가 왔습니다.
얼굴 좀 볼 수 있냐구요.
그렇게 나가서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제는 자신이 저를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의무감으로 너와 만나고, 의무감으로 너와 사귀고 있는 거 같다고.
현재 저는 백수고, 그녀는 어엿한 직장인이라 제가 그녀에게 방해만 되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말한마디 잘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었지요. 죄책감을 가진 채...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제밤...친구에게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너 여자친구랑 헤어졌냐고. 네 여자친구 다른 남자랑 있다고.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가 5년동안 사귀면서 결국 나온 결과가 이런 것이었다고.
솔직히 그녀가 죽을만큼 밉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그가 만나왔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제가 너무 밉습니다.

어제밤 친구와 술한잔을 걸치고 집에 들어와 막 일어나니 갑자기 커피프린스의 대사가 흐릿하게 생각났습니다.
"내가 예전에 한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이트(?)를 간거야. 나에게 딱걸렸지.
그래서 그녀와 대판 싸우고 집에와 생각을 했어. 얼마나 나와 헤어지기는 싫고, 놀고 싶었으면 나에게 거짓말을 했겠냐고.
그렇게 생각하니깐 화가 풀리는 거야"

그녀가 그를 만나고서도 얼마나 저와 헤어지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니 가슴에 응어리진게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그녀를 용서하고 잊으려고 합니다.
첫사랑이라 쉽지는 않겠지요. 남자의 첫사랑은 남자의 첫사랑이라고 밖에 표현되지 않는다고 하니까요.
그래도 어딘가에 저의 다른 그녀가 있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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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직 술기운이 좀 남아있어서 그런지 글이 두서가 없는 점 사과 드립니다.
     .그녀의 앞길을 축복은 해주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나의 첫사랑, 첫이별이 되어줘서 감사합니다. 그대 덕분에
      저의 다른 그녀에게 더 잘해줄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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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sinyouzi
10/08/10 11:5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토닥토닥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겁니다.
10/08/10 11:55
수정 아이콘
건투를 빕니다~!
10/08/10 11:5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좋아했던 것 만큼 잊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식상하지만 정말로 시간이 약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여자는 많습니다 :)
10/08/10 12:00
수정 아이콘
하아...남자에게 첫사랑이란 너무 힘든 존재같습니다. 물론 대구청년님은 위너시지만, 대부분은 떠나보내고
옛생각에 술한잔 하게 만드는 존재죠. 아침부터 비가 미친듯이 쏟아지더니 지금은 해가 쩅쩅 매미 소리만
우렁차네요. 곧 좋은 날이 올겁니다. 화이팅~!
10/08/10 12:28
수정 아이콘
그러면서...우리는...어른이 되어가는 겁니다...

힘 내세요...
스반힐트
10/08/10 14:13
수정 아이콘
저도 뭐 아직까지 제대로 여자만나본적도 없는 처지인지라-_-

이렇다 조언같은말을 드릴말씀은없네요... 힘내시고 언젠가 또 다른 좋은 인연이 닿겠죠.
감성소년.
10/08/10 14:40
수정 아이콘
담담하게 말씀하신거에 비해서 5년이나 되는 연애기간을 보고 깜짝 놀랐네요;;
5년이면 그렇게 간단하게 축약할만큼 적은 시간은 아닌거 같은데.. 하여튼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대구청년
10/08/10 15:11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더좋은 인연이 나타나실겁니다.
에브게니
10/08/10 17:03
수정 아이콘
더 좋은 사람을 만나시기를.. 저도 캐나다 12학년 2학기때 사귀다가 결국 깨졌는데.. 제대로 사귄것이 그때가 처음이라서 해어지고 나서 공부고 뭐고 그저 방안에서 계속 울었습니다, 거짓말안치고 중학교이후로 울어본적이 없다는 -_-; 그당시에는 정말 헬이지만 시간이 결국 해결해주더군요.. 연애초짜이지만 남자에게 첫사랑은 너무나도 견디기 힘든거 같네요.. 아무튼 힘네세요~
10/08/10 17:44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저같은놈도 사는데요...
swflying
10/08/10 17:52
수정 아이콘
제 첫사랑이랑 비슷한 과정이었네요.
저도 세번이나 고백했고. 결국 제 정성때문인지 그쪽에서 받아줬지만,
결국은 차엿습니다. 사랑하는 감정이 안생긴다면서요.
그리고 제 아는 사람과 얼마안가 곧 사귀더군요;(이것까지 똑같았네요..덜덜)
처음엔 정말 힘들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제게 아주 큰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아픔을 겪으면 사람이 성장한다고 하죠.
저도 그 일로 인해 꽤나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다 훨씬 더 좋은 여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때는 첫사랑만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라고 느꼇는데 말이죠^^;
님도 그렇게 될거라 믿습니다.

지금은 아프시겠지만 생각해보면 인생의 아주 작은 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그런 아픔까지도 어찌보면 긴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한 경험, 추억입니다.
털고 일어나세요.
더 행복한 내일이 있습니다.
cutiekaras
10/08/10 18:14
수정 아이콘
정말 이해심이 넓으신 분 같아요
시간 지나도 생각이 불쑥불쑥 나시겠지만 잘 이겨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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