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하셔서, 이제 되찾을 명예도 허망해진 그 이름을 잠시 불러봅니다.

운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맞춤법 준수 및 10줄, 15줄 등이 규정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쳐 여러분들의 글쓰기를 힘들게 만든 사람이 바로 저이지요. 어줍잖게도 우리말을 좀 더 존중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고, 그 마음은 많은 국어학자와 더 많은 아름다운 작가들로 부터 출발합니다.

여느 학자들처럼, 약간은 자유롭고 약간은 엉뚱한 감각을 가진 한 명의 글쓴이로서 그는 재미있는 글도 많이 썼습니다. 참새 시리즈 등 학원가의 유머를 정리하는 학원별곡,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은 이바구 별곡 등.

하지만 무엇보다 세상이 그를 기억하는 이름은 "어원"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교수님의 어원에 대한 연구를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http://www.mirinae1967.net/glist.php?subject=%BE%EE%BF%F8%20%C0%CC%BE%DF%B1%E2&code=1 )
스펀지에도 종종 나오셔서 무속신앙, 사투리 등 다양한 방향으로부터의 어원을 들려주시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우고 우리말을 풍요롭게 하셨죠.

제가 고등학교 때, 그네에 관한 글을 썼다가 면박을 당하고 찾아보게 되었던 그네의 어원을 잠시 소개합니다.

   그네

  ´글기, 글레, 글리, 그늬, 근데´ 등의 사투리가 있다. 근데의 ´근´의 말음 ㄴ은
개입음이고 ´그데´가 원형이다. 어근은 ´귿´이다. ´글기, 글레, 글레´의 어근도 ´귿´
이고 ´귿´에서 변한 말이다. ´그네´의 어근은 ´근´인데 본디말은 ´귿´이다. ´귿´의 말
음 ㄷ이 ㄴ로 변한 말이 ´그네´다. 눈(眼)이라고 하는 말의 조어(祖語)는 ´눋´
에서 변한 말이다. ´그네´의 자료는 하나의 끈(紐)이다.
  몽고어에서 구도롤(gudorool,紐)이 있는데 어근은 굳(gut)이다. 그러니까 그
네의 어원은 ´끈´이 라고 하겠다.

- 서정범 교수님의 어원연구 중에서.



하지만 작고하시기 전, 이분에게는 참으로 씻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존경받아야 할 모교에서 제자들이 거짓에 속아 노교수의 명예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에 목소리를 높여 앞장서고 말았죠.

아래에 어느 글에 관련 코멘트가 올라왔었습니다. 그 일을 벌였던 학생들 역시 과도한 인신공격에 시달린 모양입니다만, 이제 흙이 된 고인에게 바친 사과를 발견할 수 없다는게 제게는 더 슬픈 일입니다.

글쎄요. 저라면 사과를 위해서 혹여 "지나친 보여주기"라 불릴 만한 일들이라도 했을 법 한데요.

..

그저 그 업적에 덕을 보며 사는 한 사람(그 연구에 감사하는 마음을 달리 표현 할 길이 없군요.)으로서는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기억시키려 애쓰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서정범 교수님의 홈페이지
http://www.mirinae1967.net/index.html


당신이 천번 닦으신 아름다운 말이 수놓는 꿈을 꾸고 계시길 바랍니다.



덧 1. 해당 학생들 및 단체(여총)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마음, 많습니다. 그러나 인신 공격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덧 2. 해당 학생들 및 단체가 충분히 사과했다면 제가 잘못안 것이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 3. Pgr 서버 이전에 관해서는 곧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