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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09 09:23:48
Name Joker_
Subject [일반] 간단하고 재미있는 반려동물 이야기 (3) - 개의 시각과 후각능력
우선 제 글에 관심을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궁금해하셨던 것에 대해 시원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직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시원치 않은 대답을 드리지 못해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ㅠ_ㅠ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전공이 동물과학 전공 중에서도 반려동물 특화전공이기도 해서 제목을 '동물과학' 에서 '반려동물' 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개의 시각과 후각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개념은 초점 혹은 양안시(binocular vision)와 시야(visual field)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양안시는 양쪽 눈을 이용해서 보는 범위를 (양쪽 눈의 시각이 겹치는 범위) 뜻하고, 시야는 무언가를 주시할 때 눈을 움직이지 않고 볼 수 있는 범위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경우 양안시의 범위는 120도이고, 시야의 범위는 210도입니다.

고양이는 양안시의 범위가 130도, 시야범위가 285도로 사람과 비슷한 양안시의 범위를 가지고 있지만 시야는 훨씬 넓습니다. 이처럼 넓은 시야는 다른 고양이과 동물들이 먹잇감을 사냥할 때 효과적인 역할을 합니다.

개의 경우는 머리와 코가 짧은 단두형(brachycephalic)과 이와 반대로 머리와 코가 긴 장두형(dolichocephalic)의 범위가 다릅니다.

단두형 개로는 불독, 퍼그, 시츄 등이 있고, 장두형 개로는 콜리, 하운드 계열, 허스키 등이 있습니다.

단두형 개는 코가 짧기 때문에 장두형 개보다 상대적으로 양안시의 범위가 넓지만 (110도), 눈이 가운데로 몰려있기 때문에 시야의 범위는 작습니다 (250도). 장두형 개는 코가 길기 때문에 양쪽 눈이 오버랩되는 범위가 작고 (80도), 대신 눈이 상대적으로 양 옆으로 퍼져있기 때문에 시야가 넓습니다 (290도). 이처럼 같은 개지만 머리와 코의 구조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개과 동물인 늑대와 코요테 등도 장두형 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넓은 시야로 인한 메리트가 사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구요.

위에서도 아시다시피, 눈의 위치도 시각능력에 영향을 줍니다. 눈의 위치가 얼굴 가운데에 있으면 양쪽 눈의 거리가 좁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양안시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하고 초점도 더 정확해지는 유리함이 있지만 시야가 좁아지는 불리함도 있습니다. 반대로, 눈의 위치가 양 옆으로 쏠리는 경우에는 양안시의 범위가 좁아지고 초점도 정확해지지 않지만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구요.

그렇다면 색깔 분별능력은 어떨까요?

눈의 구조는 크게 망막(retina)과 추상체(혹은 원뿔체: cone) 그리고 망막 내부의 간상체(rod)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 사람의 추상체는 빨강, 파랑, 그리고 초록색을 분별하는 역할을 하고, 간상체는 어두운 밤에 보이는 빛을 분별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색깔을 분별하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개는 무슨 색깔을 분별할 수 있을까요?

실험에 의하면 개가 구별할 수 있는 색은 파란색 계열의 색깔(파랑, 보라, 남색)과 하얀색인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개의 경우 하얀색을 청록색으로 구별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구름은 개에게 청록색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하지만 개의 추상체는 이 외에 대부분의 색깔(빨강, 주황, 노랑, 초록)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 말씀드리자면, 새의 색깔 분별능력은 아주 뛰어나서 5개의 색깔까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추상체가 개나 고양이의 망막을 차지하는 부분은 10% 아래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망막은 간상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낮보다 오히려 밤에 빛을 찾아내고 분별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답니다. 고양이가 야행성 동물로 밤에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는 간상체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상식으로 알고있는 개의 가장 뛰어난 능력인 후각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개의 후각이 뛰어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후각 수용기관(olfactory receptor)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들이 실종한 사람이나 탈옥자를 추격할 때나, 없어진 물건을 수색할 때 널리 쓰이는 개인 블러드 하운드(Bloodhound)의 후각 수용기관은 몇개나 될까요? 자그마치 2억3천만개입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500만개의 후각 수용기관과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1900만개의 후각 수용기관을 가진 것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용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개의 코는 굉장히 넓은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종류의 냄새를 식별할 수도 있고 멀리있는 냄새까지도 쉽게 맡을 수 있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덧붙여서 개를 비롯한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의 비강(nasal cavity)에는 많은 수의 비개골(turbinate bones)이 있는데 이것은 비단 개 뿐만이 아니라 많은 야생동물들이 뛰어난 후각능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비강이 넓을수록 많은 비개골이 있고 더 좋은 후각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또한 개의 뇌에 있는 후각 골수기관 혹은 후각 연수기관(olfactory bulb)은 사람보다 월등하게 큰 것이 특징인데, 이것 또한 개가 예민한 후각능력을 가진 이유입니다.

위의 이유들은 신체와 세포의 내부구조에 대한 것이고, 그렇다면 코 자체는 무슨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개의 콧구멍은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말랑말랑한 것이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개가 냄새를 맡을 때 킁킁거리는 행동을 보시면 알 것입니다.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개의 코는 상대적으로 후각범위를 넓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후각 수용기관의 수가 2억개인 개의 경우 아주 작은 코의 움직임이라도 더 넓은 범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거기에 항상 젖어있는 코는 공기 중에 있는 미세한 분자들이 코와 더욱 쉽고 빠르게 접촉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 개를 구입하시는 분들은 처음에 개의 건강을 확인하시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코를 만져보시기 바랍니다. 항상 젖어있는 코는 건강한 개의 상징 중 하나입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혹시라도 개의 후각능력을 부러워하시는 분들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개는 뛰어난 후각능력을 지녔지만 그것이 습관화(habituation)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악취가 나는 쓰레기장이나 화장실에 들어가면 처음 몇분간은 지독한 냄새를 맡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 공기 중의 분자들이 더이상 후각 수용기관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지독한 냄새에 익숙해지거나 혹은 냄새가 더이상 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후각 수용기관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후각이 습관화가 아닌 굉장히 특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은 같은 냄새라도 오랫동안 맡는다고 익숙해질 수가 없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요. 여러분이 어느날 자고 일어났는데 개와 똑같은 후각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출근 길이나 등교 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탔는데, 옆사람이 방귀를 껴서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냄새가 사라지기는 커녕 더욱 선명해집니다. 오우, 지쟈쓰. 그래서 무엇이든 과한 것은 좋지 않은 것입니다.

혹시 해부학이나 인체학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은 위에서 말씀드린 비강, 비개골, 연수기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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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D.루피
10/02/09 10:16
수정 아이콘
개들도 안좋은 냄새를 맡았을 때 인간들이 느끼는 불쾌함을 똑같이 느낄까요? 진짜 오,지쟈스면 아무리 개라도 못 살거 같은데요.
10/02/09 10:30
수정 아이콘
몽키.D.루피님// 인간의 사고를 가진 상태에서 개의 후각을 가졌을 때의 일어날만한 상황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개의 사고와 기분을 인간이 알 수 있을리가 없죠. 그렇다고 개가 쓰레기나 분뇨냄새를 맡고 유쾌함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
KnightBaran.K
10/02/09 10:43
수정 아이콘
몽키.D.루피님// 제가 아는 어떤 개는 버섯 냄새 맡으믄 싫어하고 양고기 냄새를 맡으믄 헛구역질 하더라구요.
나, 유키호..
10/02/09 11:26
수정 아이콘
아기개는 냄새를 잘 못 맏나요?
소리는 잘듣는지 안볼때 먹는걸 멀리 던지면 그쪽으로 막 뛰어가긴하는데
구석으로 들어가면 못 찾더군요..
10/02/09 11:29
수정 아이콘
1.
허걱..... 여태까지 개들에겐 색의 구별이 없고 오로지 흑백으로만 보인다고 알고 있었습니다.(어디선가 그렇게 봤는데..)
더 세밀하게 얘기하자면 그 흑백의 진함의 차이 정도는 구별 가능하다고 하고요. 아닌가 보죠?

2. 가끔 이불 속에서 강아지랑 놀다가 제가 재미삼아 괴롭히려고 gas를 분출해도
저만 괴로워하는 것 같고 이 녀석은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말을 못하니 텔레파시로 욕하고 있는 건가요?
더블인페르노
10/02/09 15:00
수정 아이콘
개와는 다르겟지만 얼마전 스펀지에서 흰쥐와 프랑스산 치즈를 가지고 실험한게 갑자기 떠올라 좀 킥킥되네요
10/02/09 17:29
수정 아이콘
Utopia님//

1. 위에서 말씀드린 것이 맞습니다. 흑백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닌 색맹이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운 의미입니다. 사람이 보는 파란색 계열의 색깔은 개도 구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빼먹은 부분이 있는데 개는 초록, 빨강, 주황을 전부 노랑으로 구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랑을 개가 구별할 수 없는 카테고리에 들어가있는 것입니다.

2. 성숙하지 않은 상태의 강아지라면 아직 수용기관의 발달도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혹은 아직 작은 비강과 적은 비개골, 아직 작은 코나, 코를 항상 젖게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이유로 인한 건조한 코의 상태 등 여러가지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유키호님의 질문에도 답변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는 개가 받아들이는 후각과 사람이 받아들이는 후각의 차이가 있는 경우입니다. 바꿔말하면, 사람이 맡는 지독한 냄새가 개에게는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을 수 있거나 혹은 사람에게 좋은 냄새의 향수나 스프레이 등이 개에게는 자극적인 냄새가 될 수 있는 것처럼요. 아직 배운 것은 아니지만 제 생각으로 비추어볼 때 연수기관을 통해 냄새를 받아들이는 뇌의 역할과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세한 답변을 드릴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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