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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9 14:05
글쓴이에게 군대라는 장소와 시간이 이제는 웃으면서 회고할 수 있는 추억같은 형태로 남아있다면 만나셔도 될 것이고,
아직까지 삶 속에 새겨진 쓰라린 상처와 트라우마를 여전히 상기시키는 과거라면 그냥 계속 묻어두시는게 낫습니다.
24/11/29 14:53
저도 그런 고참이 있습니다 분명 나를 괴롭혔는데 지나고보니 용서가 되는 수준의 인간.. 사람은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저도 끝까지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공감을 크게 했네요 환경이란 인간에게 참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알게되는 곳이 군대가 아닐까요
24/11/29 15:10
저 몇 개월 윗 선임도 내무실에서 그렇게나 저를 갈구고 사납게 굴었는데, 둘이서 초소 근무만 나가면 엄청 다정하고 노래도 불러주고 낭만적인 대학 선배 같더라구요. 반면에 내무실에서는 본체 만체인데 근무나가면 기분 나쁘게 계속 긁는 선임도 있었죠. 지나고 보니 둘만 있을 때 잘해주는 선임이 진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내무실에서는 자기도 선임들 눈치보면서 군기 반장 역할을 한 거였죠.
24/11/29 15:19
몇 년도 군번이시길래 구타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00년대 군번인데 구타는 없었거든요. 대신 진짜 성격 이상하게 냉탕온탕 심한 사람 있었는데 나중에 전역할 때 아무도 위병소에 나가지 않았던 사람은 있었네요.
그리고 반대로 저 재대할 때는 위병소에서 후임들이 축하한다고 전역빵 때려줬는데 너무 심하게 달려와서 때린 놈 기억납니다. 우리 소대도 아니었고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세게 맞아서 기억납니다. 물론 그 이후로는 만난적 없지만 진짜 왜그랬는지 궁금해요.
24/11/29 15:29
저는 05년 군번이었는데 구타 있었긴했습니다. 슬슬 사라지는 분위기긴 했어요.
저희 중대 기준으로 03~04년 상반기 군번 정도까지가 툭하면 애들 때리던 선임들이었고, 04년 하반기 군번 선임들부터는 거의 애들 안때렸던거 같네요. 전 친구들 중에서 군대를 좀 일찍 간 편이었는데, 군 생활동안 제일 많이 맞은 기억이... 신병휴가도 가기 전에 친구들이 군인들은 맥심을 좋아한다더라를 어디서 듣고 소포로 저한테 맥심을 보냈었어요. 당직사관이 행정반에서 소포 뜯고 저랑 분대장 불러서 분대장한테 개지랄하고... 그날밤 위병소 근무서는 한시간 반 내내 처맞았었네요 크크크크
24/11/29 16:35
저는 선임중에는 기억이 나긴해도 굳이 다시 만나고픈 사람은 한명도 없네요. 동기나 후임중에는 한번 만나고싶은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24/11/29 17:10
저는 군대를 늦게 가서 동기보다 3~4살 많았습니다. 제대하고 한참 후에 동기 녀석이 전화를 했는데 반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니 친구냐?"라고 쏘아 붙였더니 이후 전화를 안하더군요.
24/11/29 20:25
9x년대에는 구타가혹행위가 하루라도 없으면 뭔가 이상한 시절이긴했습니다. 군대에서 수많은 인간군상을 만나는데 그중에는 인간적으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다들 비슷한 나이대였지만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이 하는 욕이나 구타행위는 나름의 위계가 있어 미움보다 받아들이고 이끌려가는 면이 있었던것 같아요. 때리더라도 이유와 선을 잘지키기도 하고 구타가 두려울지언정 인간이 싫어지는 수순은 아니었습니다. 반면에 깝죽거리며 괴롭히는 부류도 있고 인간적으로도 별로인게 계급믿고 구타하면 최대한 두려워하지 않거나 순응하지 않는,통증을 표현하지 않는 반응을 내보였습니다. 지도 그런걸 느끼는지 열등감에 히스테리는 점점 심해지고 괴팍해지는거죠. 또한 아무리 잘해줘도 그런 인간적인 카리스마가 없는 부류는 한번 삐끗하면 또 불쾌한티 팍팍받는 대상이 되버리죠. (결국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느정도의 폭력은 일상이 되버리는거죠) 이런게 남자들만 모여 물리적인 원초성이 지배하는 사회라 마치 동물의 왕국같은 아우라에 지배되는 집단이라서 그런것같기도 합니다.
24/11/29 21:27
2317로 시작되는 306보충대 군번이지만, 3살 형인 후임을 개인적으로 구타했다면 매너가 없는 사람이니 상종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때도 대학졸업하고 온 후임자는 단체집합이 아니라면 따로 불러내서 구타하거나 얼차려는 하지 않았어요.
24/11/29 21:57
좀 다른 결의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89년 6월 입대인데, 이등병 때 병장들 제대할 때 상병 계급까지 울면서 보내주었죠. 계급상 제대하는 병장들이 상병일 때 제일 많이 맞고 군기잡힐 짬들이 울면서 보내더라구요. 이등병인 저로서는 '뭐지? 저 정신병자들은? 맨날 갈구고 패더니만 왜 울고 난리야?'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제가 계급이 올라갈수록 울면서 보내는 일은 점점 사라지더군요. 제가 병장이 될 무렵엔 다들 웃으며 축하하고 웃으면서 위병소를 나갔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정든 이들과 헤어진다는 섭섭함보다 이 지긋지긋한 감옥 생활을(전방 GOP 지역에서만 군생활 30개월 중 27개월 정도 했습니다. 여자만 못보는게 아니라 민간인 보는게 희귀한 일이었어요.) 만기 출소(?)한다는 감정에 너무나 기쁘고 신이 났거든요. 그 와중에 그냥 체험으로 느낀건 울면서 나가는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영내 구타도 함께 줄었다는 점이죠. 물론 완벽히 없어진건 아니지만 이등병 때보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확연히 줄어든 건 체감이 되었거든요. 육체적 고통을 주고받는 사이 속에, 그리고 집합이 끝나고 담배 한 대 태우며 *같은 군대라서 때릴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잘 좀 하자. 라며 풀어주는 고참 쫄다구 사이가 없어지면서 끈끈한 정이 줄어든 탓일까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구타가 없는게 당연한거지 때려놓고 미안하다 *같은 군대니까 좀 이해해주라 라는 변태같은 관계가 끈끈한 정이고 울면서 헤어지는 사이라면 나는 사양하겠다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니 사람 감정이 미묘한거구요. 지금도 그때 울던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웃으면서든 울면서든 헤어짐 자체가 인생의 한 과정이었음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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