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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18 22:00:24
Name 산양
Subject [일반] 민중가요에 대한 짧은 생각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대학가를 휩쓴 2013년, 우리 대학교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행사가 있었다. 한겨울 어느 추운 날 옷깃을 꽁꽁 여미고 모여든 사람들과 그들을 향해 토해내는 발표자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은 꽤나 격정적으로 느껴질 만큼 억눌려있던 에너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졸업’을 부르며, 그들의 감정을 공유했다. 나는 너무나 당혹스럽고 씁쓸했다. 왜 민중가요가 아니라 ‘졸업’이란 노래, 아니 대중가요였을까? 그리고 나는 이런 자리라면 당연히 민중가요를 불러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새내기였던 나는 어느 선배의 권유로 민중가요를 하는 소모임에 들어갔다. 노래라고는 원더걸스, 소녀시대, 빅뱅 등 아이돌의 것밖에 모르고 그마저도 잘 부르지 못했지만, 나는 소모임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던 그들이 좋았고 그들이 입을 모아 부르던 노래가 좋았다.

내가 새내기였던 해, 그러니까 2009년은 광우병 논란으로 인한 촛불시위가 있던 해의 바로 다음 해였으며 용산참사가 발생했던 해였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에 대해 정확히 비켜서 있었으며 무관심했었다. 그런 점에서 내가 부르던 노래는 굳이 민중가요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성질의 것이 되어버렸고, 나는 민중가요를 부르고 있음에도 민중가요가 가진 그 함의와 동력에 대해서 무감각했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민중가요를 들을 수 있던 사이트가 흔들리고, 혹시 모를 폐쇄에 대비해 그 자료들을 감상하며 추리는 작업 속에서 이런 나의 무감각함은 어느새 내 마음속에서 ‘민중가요’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가 민중가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부르면서 또 다른 누군가와 연대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민중가요가 무엇인지 모르고 되려 그런 게 있었냐고 되묻는 사람들과 <응답하라 1994>에 나온 노래 ‘바위처럼’을 이미 먼 과거의 일처럼 느끼는 사람들의 존재는 내 고민의 끝보다 그것의 사멸이 더 이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생기게 한다.


   이러한 민중가요의 퇴조 원인을 두고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 강화된 자기검열, 거대담론의 해소로 인한 민중가요의 향유공간 축소 등 여러 가지 거창한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런다고 흐르는 장강의 물을 어찌 막을 수 있으며 어찌 되돌릴 수 있을까. 민중가요를 주도적으로 소비하던 대학의 노래패들은 이미 공중분해 되었거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며, ‘꽃다지’·‘우리나라’·‘윤미진’·‘천지인’·‘조국과 청춘’ 등 민중가요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던 이들 역시 그것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지만 힘겹게 자가복제를 이뤄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저런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자조적 정서는 그저 생각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당장 실제로 눈 앞에 닥친 슬픔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네들이 생산하고 소비했던 그 곡들 속에는 그것들이 사멸하고 있음에도, 안치환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통해 그것이 살아있음을 알린 것처럼 여전히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 ‘누군가의 가슴을 안고 태어나 아무도 찾지 않을 때까지 살아가며, 그들의 삶에 걸쳐진 고민과 기쁨, 그리고 슬픔’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의인화한 꽃다지의 ‘노래의 꿈’은 민중가요의 역사와 함께한 꽃다지의 다짐일 것이며, 동시에 민중가요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들의 노래가 사라지고 민중가요를 듣던 사람들이 제각기 떠나가더라도 ‘우리에겐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기에, 서러워도 말고 후회도 말라는’ 꽃다지의 ‘당부’의 노래가사는 민중가요라는 문화가 사멸하더라도 그것이 갖고 있던 속성-우리의 삶을 뒤흔들며, 다시금 치열하게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존속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지게 한다.


   이러한 사고의 흐름은 민중가요의 퇴조가 되돌릴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에서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라는 주제의식과 그 정수를 유지한 채 변화할 수 있다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게 한다. 물론, 이러한 희망은 기존의 민중가요가 그것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담론이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기에 현재에도 유효하며, 또 유효한 것이라는 점에서 진한 씁쓸함을 남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의 민중가요의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나는 가끔씩 ‘안녕들하십니까’의 열풍 속에서 들렸던 노래와 그로 말미암은 당혹감을 곱씹어본다. 분명 그 노래는 민중가요는 아니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 역시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래에는 민중가요가 품고 있던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것을 위해 너와 나는 어떻게든 행복해야 한다는 슬픈 바람이 있다. 사멸해가는 민중가요 문화의 향유자 중 하나로서 나는 민중가요는 비록 그것이 기존의 형태가 아닐지라도 본질을 유지한 채 변모하는 과정에 있으며, 이 지점에서 그들의 노래를 당혹감에서 벗어나 안타까움과 기쁨의 마음을 담아 민중가요의 변화한 형태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이 노래를 통해 시리도록 아픈 삶의 고민을 공유하며,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었으니까.


...


피지알 자게에 처음 글을 쓰는 산양입니다.


며칠 전 올라왔던 '바위처럼'님의 글을 읽고 문득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을 써보았습니다.


민중가요..라는 것을 알게 된지 꼬박 6년이 된 것 같습니다. 따지고보면 이 민중가요와 함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용산참사 당시 신용산역사 계단을 꽉꽉채웠던 경찰들을 보고 느꼈던 두려움, 타 대학의 노래패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느낀 충만함, 피엘송이라는 민중가요 사이트가 폭파되고(요 근래 다시 열렸지만, 꽤나 오래 폭파된채로 있어서 솔직히 망한줄 알았습니다ㅠㅠ) 민가패 우리나라의 사이트마저 사라졌을 때의 황망함, 그리고 어쩌면 내가 이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하는 씁쓸함,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해보기도 하고 까였던 경험까지. 크크크크크. 다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p.s) 이렇게 글을 마무리 하기에는 아쉬워서 제가 좋아하는 곡 중 꽃다지의 세 곡을 첨부합니다. 부디 여러분들도 좋아하길 바랍니다 :)

기존에 민중가요를 아셨던 분이라도, 첨부한 곡들 대부분 비교적 최근의 곡들이라 못들어 본 곡이 있으실 겁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각각은 순서대로 '노래의 꿈', '당부', '이 얼음같은 세상을 깨고'입니다.








p.s 2) 댓글에서 청계천 8가를 말씀해주셔서 이 역시 첨부해봅니다. 동아리 공연에서 고학번 선배가 이 곡을 담담하면서도 그 쓸쓸한 감정을 잘 살려서 불렀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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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처럼
15/05/18 22:01
수정 아이콘
plsong은 아직 살아있어요! ㅠㅠ
15/05/18 22:05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서버 터진 뒤 다시 살아났더라구요.
서버 터지기 직전 피엘송이 굉장히 오늘내일하는 상태라서, 제가 아는 노래 음원과 악보를 죄다 백업해놓고 한동안 관심을 안가져서 그런지 저렇게 써놨네요 크크크크크크.

수정했습니다.
15/05/18 22:09
수정 아이콘
추억의 plsong이 아직도 살아있나보네요
퍼킹 유에스에이때 지대로 전성기였는데..
크로스게이트
15/05/19 02:26
수정 아이콘
아직 남아있었나요 크크
북마크 추가해놔야겠네요.
피터티엘
15/05/18 22:03
수정 아이콘
천지인 <청계천 8가>도 가능하시다면 첨부 요청드립니다... 흐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서... 염치 불구하고 댓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15/05/18 22:09
수정 아이콘
첨부했습니다 흐흐.
피터티엘
15/05/18 22: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크로스게이트
15/05/19 02:25
수정 아이콘
이노래 정말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ㅠㅠ
PolarBear
15/05/18 22:04
수정 아이콘
저도 대학 첫 입학했던 2007년에 민중가요를 들으면서 대학교 1학년을 살아었네요. 단순히 문선이 좋아서 그리고 민중가요의 함의와 민중가요가 좋아서, FTA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서... 등등... 물론 그 동아리는 어느새 군대갔다오니 없어지면서, 다시는 듣기 힘들어 졌는데.. 오랜만에 들으니 그 때 생각이 나네요. 개인적으로 벗들이 있기에를 정말로 좋아했었습니다.
바위처럼
15/05/18 22:43
수정 아이콘
벗들이 있기에 투쟁도 더욱 아름다운법~ 크 좋죠..
단지날드
15/05/19 00:42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좋아하는 민중가요시네요(?) 크크크
15/05/18 22:55
수정 아이콘
1학년들 몸짓 알려준다고 덩달아 배운터라 후렴 부분 몸짓은 언뜻언뜻생각나네요 흐흐.
15/05/18 22:10
수정 아이콘
꽃다지 희망 생각나네요
참 연습 많이 하고 좋아했던 노랜데..
15/05/18 23:06
수정 아이콘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믿고듣는 꽃다지 노래 아니겠나요.
15/05/18 22:42
수정 아이콘
제 형이 81학번이었고 노래패였는데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에서 만든 노래집을 구해서 노래하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가 청아하고 참 좋아 중고등학교 시절, 의미도 모르면서 따라 부르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노래를 배우게 됐습니다. 형은 한 번 잡혀갔다 오더니 신경질적으로 민중가요를 듣고 있던 저에게 화를 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무언가를 하기 위해 희생이나 모험을 할 필요가 없을 때, 저항 정신은 사라지지요. 민중가요를 숨어서 부르지 않게 된 이후로도 과연 그것이 민중가요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래도... http://plsong.com/xe/music 가끔 가서 듣곤 합니다.
15/05/18 23:05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민중가요의 의미를 정의하는 작업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민중가요는 투쟁하는 노래다'라 이야기한다손 쳐도, 그 투쟁이 현재에도 유효한가도 밝혀야 할 것이며, 방법론적 차원에서도 유효한지 밝혀야 하겠지요. 그 점에서, 민중가요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시대는 민중가요가 내걸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들이 도전받고 있지만, 이미 그것을 밝히는 활동은 민중가요가 아니어도 가능하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제 20대의 절반을 민중가요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고민해서, 그것이 여전히 존속해도 괜찮다고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하, 부끄럽네요. :)
즐겁게삽시다
15/05/18 22:43
수정 아이콘
민가가 죽어가는 이유는 점점 자작곡 신곡이 줄어들어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군가풍, 옛날 노래풍을 벗어나는 지금 세대에 맞는 노래들이 끊임없이 나와야 할텐데 그러지를 못한 거죠. 물론 그런 시도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던 민가는 제목과 밴드가 기억 안나네요.

언젠나 당신에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 커지고 맑아져 그대 좋은 벗 될 수 있도록

이 노래 하시는 분들이 참 좋았어요.
15/05/18 22:52
수정 아이콘
유정고 밴드 - 이 길의 전부지요. 제가 젤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즐겁게삽시다
15/05/18 22:58
수정 아이콘
아 그러네요. 유정고 밴드!
좋은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의 전부
노련한곰탱이
15/05/18 22:57
수정 아이콘
그렇게 되는 이유는 일단 민중가요에 대한 수요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또한 그 줄어든 수요가 그런 쪽으로 밖에 창출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대중의 문예에 대한 보수성은 강합니다.
집회나 행사에서 공연 외에는 '민중가요'를 통한 수익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문예활동가들에게는 일정한 벽이죠.

시장이 이렇게 작으니 결국엔 이름난 몇몇 노래패나 가수 외에는 수요가 없어지고
따라서 새로운 아티스트가 유입될 여지는 없다시피하고, 그게 결국 장르의 폐쇄성으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물론 이 현상을 극복해보려고 노력한 이들 또한 많았습니다만, 결국에는 현실의 벽에 부딫히게 되죠.

말씀하신 가사는 본문에 소개된 꽃다지의 이 길의 전부라는 곡입니다.
즐겁게삽시다
15/05/18 23:02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적으며
운동이 약해짐 -> 민가에 대한 수요가 약해짐
이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운동이 뿜어져 나올 때
거기에 걸맞는 문화가 같이 생성될텐데
그러질 못했죠....
15/05/18 22:59
수정 아이콘
그 즈음에 대학 노래패들의 조직력이 약화되고, 동시에 홍대 인디씬이 대안문화로 확 떴죠. 그게 민중가요 퇴조에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어쨌든 민중가요를 부르던 사람들은 꾸준히 음반을 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걸 들어줄 사람은 점점 적어지니까요. 씁쓸하죠.
푸른봄
15/05/18 22:45
수정 아이콘
저는 민중가요 율동패를 하느라 율동 있는 민중가요를 많이 접했었네요. 그래서 아무래도 가사보다는 멜로디와 율동이 좋은 노래들이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제일 좋아했던 가사는 <청년>의 '채우기 위해 비울 수 있는 그런 용기를 가진 그대 푸르디 푸른 이 땅의 청년이여'네요. 졸업하고 나서도 저 구절은 종종 생각나더라고요.
15/05/18 23:08
수정 아이콘
저도 청년의 그 가사는 참 좋아합니다. 예전 노래패 술자리에서 저 가사를 읊조리며 서로를 술맥이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크크크크크.
15/05/18 22:49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쪽은 [새물] 입니다.
민중가요 활동을 한 적은 없고 단순히 노래 자체로 접근한 편이었는데 만화주제가 가사랑 대단히 비슷해요
15/05/18 23:09
수정 아이콘
발랄한 노래죠. 1학년때 몸짓도 배워서 참 좋아합니다? 크크크크크
다시한번말해봐
15/05/19 17:54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좋아하는 곡이라서 반가운 마음에 덧글을..
제 졸업공연곡이었어요. 정말 좋아서 4년동안 아껴두다가 부른 노래.
15/05/18 22:50
수정 아이콘
아직도 제 플레이 리스트 most 1부터 30은 대부분 민중가요네요. 졸업을 하고, 노조도, 당도, 그 어떤 조직도 아닌 일반 기업에 들어가 생활인으로 살고 있지만 민중가요를 들을 때면 나도 뜨거웠던 때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참 이상합니다.
별마을사람들
15/05/18 22:52
수정 아이콘
저는 노래마을 2집을 제일 좋아해요.
운동권이나 뭐 그런건 아니었지만 그냥 그 앨범에 있는 노래들 자체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 지금도 자주 듣고 있는 편입니다.
재문의
15/05/18 22:56
수정 아이콘
이번 세월호 참사 1주년 집회하는데
아주 지내들끼리 신나서 춤추고 웃고 떠들면서 공연하는거 보고
저는 문선대를 극혐오하고 있습니다.

물론 취지는 유가족 힘내라고 한거 일수도 있지만;; 앗싸앗싸앗싸 이러는데 참
PolarBear
15/05/19 00:21
수정 아이콘
저도 그영상보고... 진짜.. 괜히 저런 행동들로 폄하하려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제공하는지... 제가 대학교 1,2학년때 강성으로 했던 선배들이 떠올라서 더 몸서리 쳐지더라구요..
Cazellnu
15/05/18 23:00
수정 아이콘
이 글 보다가 다시 떠오른 십몇여년쯤전에 불렀던 노래가 지금 참 와닿네요

수백개의 명함을 읽으며 일일이 얼굴들을 기억할 순 없지
*alchemist*
15/05/18 23:02
수정 아이콘
음....
민가라는 이름으로 남지는 않지만 브콜너의 '졸업' 같은 경우는..

예전 민가는 정치적인 영역에서 민주화의 열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민주화에 대한 의욕,생각등을 고취시켜주는 역할을 했었다면
브콜너의 '졸업'같은 노래는 현재 경제적인 영역에서 극도로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사상을 지배하고 그 결과로 사람이 소외되어 가는 상황에서
그런 사람들에 대한 토닥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중가요라는 것이 민주화 라는 것에만 목표를 두지 않고 좀 더 넓게 '사람'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졸업 같은 경우도 충분히 좋은 민중가요가 되겠지요

음.. 표현이 잘 안되네요
tannenbaum
15/05/18 23:08
수정 아이콘
저는 직녀에게를 제일 좋아합니다.

93년 봄 새내기 시절 이런저런 민중가요를 접하게 되었을 때 처음 든 느낌은 '왜 다들 노래가 소비에트연방공화국풍인거지?'였습니다. 초중고 12년 동안 데모하는 것들은 다 빨갱이다, 민중가요는 빨갱이 노래다. 라고 세뇌되었으니 그런 느낌이 드는게 당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활비 벌기위해 하루하루 과외 뛰기 빠벘던 시절이라 학회실은 가본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저혼자 수업-과외-공부-자취방을 벗어나지 않은 생활이었죠. 그러다 학교에 축제가 있었고 친하게 지내던 동기가 같이 술한잔 하자길래 나갔습니다. 어느 과에서 운영하는 주점 잔디에 앉아 막걸리와 부실한 안주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때 운동장 무대에서 노래패가 부르던 직녀에게를 처음 들었습니다.
와....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을 쥐어짠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시인 문병란님의 유명한 시에 곡을 붙인거였더군요.
여러 버전들이 있지만 전 그때 들었던 대학 동아리 노래패가 불렀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5/05/18 23:11
수정 아이콘
민중들의 마음에 와닿는 무언가가 있고 사람들을 힘나게 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민중가요인 거겠죠

투쟁을 하는 자리에서 익숙한 가락이 들리지 않는다는건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일이지만 그만큼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도 변하는 게 아닐까 하네요

민중가요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색채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있을 테고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뭐, 의경으로 군생활한 입장에선 듣기만 해도 본능적으로 발끈하긴 합니다만 크크
눈뜬세르피코
15/05/18 23:18
수정 아이콘
조국과청춘의 '전사'는 "깨어나라~ 전사여~"하는 노래인데 유튜브에 없나보네요...
'장산곶매'
https://www.youtube.com/watch?v=_GmCts2is4c

천지인의 '열사가 전사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ccLz0SxuPD4

새벽(?)의 '민중의 아버지'
http://egloos.zum.com/phdzz/v/2561942

최도은의 '불나비'
https://www.youtube.com/watch?v=5J9mEldeMIc

안치환의 '잠들지 않는 남도'
https://www.youtube.com/watch?v=ZgpRH03QNYM

사랑합니다.
본문과 댓글에도 감사합니다. 좋은 노래 많이 알고 갑니다.
점박이멍멍이
15/05/18 23:20
수정 아이콘
민가도 개방적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게 제 의견입니다.
사랑에 대한 소재가 주가 되는 대중가요와 달리 삶, 사람, 사회, 정치 등의 분야에 대해 노래한다면 누가 부르는가를 떠나서 민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5/05/18 23:29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담론이 바뀌었다면 그것에 대응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겠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점에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들은 민중가요가 나가야 할 길의 한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노래패 활동을 할 수록 기존 민중가요의 형태에 대한 거부감들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실 민가라고 다른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음악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그걸 실증할 수 있는 근래의 음악들은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기에 더욱 어렵죠.
ridewitme
15/05/18 23:25
수정 아이콘
요새는 뭐 안 부르는게 당연하죠. 운동세력이 구태 그대로다 보니 참. 메이데이같은 팀을 자본주의 음악한다고 욕하고, 아직도 80년대인양 코카콜라 안 마시고 맥도날드 안 먹어서 애국하자고 하고.. 그 때 그 사람들이 아직 눈 시퍼렇게 뜨고 정치권에 있고 학생들 재교육 시키고 있으니 속 터집니다. 좌파가 멋지기는 커녕 구리기만 하니까요.

어떤 펑크록들은 민중가요로서의 맹아로 충분했는데 말이죠. 저도 [전화카드 한 장]을 정말 좋아하는데, 전화카드 사라진지 오래인 지금 말해 뭐하겠어요.
눈뜬세르피코
15/05/18 23:31
수정 아이콘
조국과청춘한테 자본주의 음악인 록한다고 욕하던 사람들인 걸요 뭐... 그중에서도 장산곶매에 대한 매도는 정말;;
이젠 노브레인도, 차차도 그런 음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청춘 98과 이땅 어디엔들 역시 이미 훌륭한 민중가요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세력이 외면했을 뿐...
15/05/18 23:34
수정 아이콘
정말 록한다고 욕하던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애초에 민중가요는 외국 음악에 가사만 덧입혀 부르던 것에서부터 알음알음 생겨났던걸 생각하면, 때로는 그저 자신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이미 갖고 있던 지리멸렬한 그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던걸까하고 생각합니다.
바위처럼
15/05/18 23:26
수정 아이콘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곡은 임정현 테너님의 후대에게 와 정태춘씨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입니다.

이 땅 위에 내게 주어진 나의 시대는 그렇게 가버렸다..
NoAnswer
15/05/18 23:28
수정 아이콘
본문에 소개해주신 세 곡은 정말 명곡입니다 크크 당부는 정말... 눈물 나는 곡이죠. 2000년대 후반부터 민중가요 씬(이라고 부를 것도 없지만)에서는 꽃다지만 남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지금은 더 그렇겠지요.
아케미
15/05/18 23:33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학번이시네요. 반가워요.

제가 제일 많이 듣고 부른 노래는 비정규직철폐연대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노래여 날아가라'네요. 그 외에도 참 많지만.
그리고 저도 민중가요의 폭을 통념보다 더 넓게 잡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달빛요정의 '절룩거리네' 같은 곡은 정말 처절한 민가예요...
15/05/18 23:42
수정 아이콘
노래여 날아가라... 좋죠. 제가 하자고 해서 무진 연습해서 공연했던 기억이 나네요.
눈뜬세르피코
15/05/19 00:12
수정 아이콘
내 손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코리아
내 발모가지 분지르고 박찬호 20승
세상은 날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오오 절룩거리네

민가 그 자체죠.
완전히 잊고 살고 있다가 뜬금없이 드림하이에 이 노래가 나와서 전율했던 기억이 나네요.
361 타고 집에 간다,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참 아까운 뮤지션이었어요.
jjohny=쿠마
15/05/18 23:40
수정 아이콘
CCM의 침체와 겹쳐 보이는 측면이 있네요. 디테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일지 흥미롭습니다.
15/05/18 23:44
수정 아이콘
제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지라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CCM 역시 향유 대상의 축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CCM 쪽에는 전체적으로 어떤 정황인지 궁금합니다.
jjohny=쿠마
15/05/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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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저는 민중가요쪽 정확한 사정을 잘 몰라서 비교/대조가 어렵네요. 헣헣

CCM의 침체는, 단순히 향유 대상이 축소되었다기보다는... 향유 대상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매체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크지 싶습니다. 그래서 결국 향유 대상이 축소되었다면 결국 같은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음 아직은 정리가 안되네요. 헣헣
15/05/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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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의 침체에 대해서는 위에서 많이 언급을 해주셔서,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 같습니다.

1. 6월 항쟁 이후 청년문화의 주요 담론이었던 '민주화'가 사라지면서 거시적 주제보다 미시적인 주제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짐. 또한, 한대련-각 대학 노래패로 긴밀하게 이루어지던 관계가 느슨해짐. 이로 인해 민중가요 향유공간이 축소됨.

2. 00년대 중후반 들어 대안문화로 제시된 홍대 인디씬이 민가씬의 대체재로 기능함에 따라 실제 향유자 감소.

3. 사회 전반에 걸친 보수화와 강화된 자기검열

이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소위 '운동권'으로 빡세게 활동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실제 그네들이 생각하는 요인과는 다를 수 있겠습니다.
jjohny=쿠마
15/05/1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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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본문과 위에 댓글들은 다 읽었습니다. 흐흐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정확한 정황과 디테일을 잘 몰라서 아무래도 제 시야에서 적당히 해석하면서 읽어야 하다 보니... 이게 CCM의 상황을 완벽하게 동일하게 대입하면서 읽을 수 있긴 한데, 그게 또 끼워맞추기인가 싶기도 해서 제대로 된 독해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흐흐
15/05/1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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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크크크. 이해했습니다.
ShiningBlue
15/05/1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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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8가 오랫만에 들으니 감정이 북받쳐 오르네요~ 덕분에 추억에 잠기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크템플러
15/05/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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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학번입니다. 과 동아리로 마임패(문선,몸짓...)를 하고 있는데..확실히 점점 민가의 입지가 좁아지더군요.

무엇보다 새터에서도 원래 다같이 이런저런 마임을 추곤했는데 점점 민가 구절하나하나 따지면서 정치적이다 색깔이강하다의 이유 등으로 제외하는 일이 많아서 씁쓸합니다.
개인적으론 꿈찾기.. 정말 좋아합니다. 그다음으론 달려달려, 우리하나되어, 날개, 새물, 날자2, 바위처럼.. 민가 문화가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꼭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
15/05/1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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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아직 노래패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는 입장이라, 아직 활동하는 저희 노래패 후배들이 어떤 노래를 부를지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 학번대가 주축이 되어 활동할 때도 꽤나 언쟁이 오고갔었구요.

그래서 그러한 고민들이 이해가 됩니다. 한편으로는 새내기들을 이끌기 위한 눈물겨운 행동일 수도 있으며, 현실적으로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을테니까요. 이 문제는 구성원 개개인들이 나에게 민중가요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 이상 개선하기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민가를 위시한 이 청년문화는 기본적으로 문예'선동'을 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 목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테니까요. 따라서, 그 지점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 없이 그 기준을 외부에서 찾아온다면 소위 '정치적이다', '색깔이 강하다'란 자기검열 속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요.
유리한
15/05/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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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형이 노래패 출신이었습니다. pd였죠.
근데 저는 nl입니다...크크

어쨌든 조청의 우산 추천합니다 크크
http://youtu.be/2qYexThFCpw
15/05/1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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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참 좋은 곡이죠. 정말 공연해보고 싶었는데, 저만큼 카피할 기타도 키보드도 심지어 여자 보컬도 없어서 지금은 감상만 하고있습니다. 크크크
노련한곰탱이
15/05/1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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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곡을 추천하는 분이 없어 올릴까 했는데..
과거의 민가의 역사에서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를 찾으라면 저는 이 노래를 꼽거든요.

무엇보다 이 노래는 당시로서나 지금으로서나 다른 민가들과는 상당히 다른 궤를 갖고 있습니다.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함의된 내용을 가지면서, 동시에 서정적인 가사
그리고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보사노바 풍의 장르를 택하면서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세션
(솔직히 당시 민가들의 투박한 미디 사운드는 지금 그대로 틀기에는 무리가 있죠. 물론 이 곡에서도 보컬(아마 윤미진 씨로 기억합니다)의 창법은 소위 '민가식'이기는 하지만..)
만약 요새 많이 나오는 오디션 프로에서 누군가가 민가를 부른다면 이 노래일 것이다라고 늘 생각하거든요.

민중가요의 역사에서 아마 조청(을 비롯한 각 지역총련 노래패들)이 활약하던 시절이 사실 민중가요의 최전성기(운동은 도리어 동구권 몰락이후 최전성기에서 한풀 꺾인 시기)였고, 문예적 역량이 가장 크게 보존된 시기(성장했던 역량이 사그러들기 시작하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 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수준높은 곡들이 많이 나왔으며, 장르적 다양성도 그나마 보장이 됐었죠.

물론 그게 내리막의 시작이었지만..
감정과잉
15/05/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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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0여년 전 학교에서 청계천8가, 청년시대, 꿈찾기 등의 노래는 종종 들을 수 있었고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율동패, 노래패가 아니더라도 학교를 다니면 가끔 민중가요를 접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네요..
Love&Hate
15/05/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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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를 향유 소비하던 계층이 대학가 주류에서 비켜나면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봅니다.
민중가요를 향유, 소비하던 계층이 대학가에서는 권력의 또다른 모습이었거든요.
오히려 글쓴님 학번은 민중가요를 '일종의 전통문화'로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학번이고
그 이전이 더 민중가요와는 멀어져있었죠.

'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꾸나~' 라는 노래를
신입생 하나하나에게 가르치며 문선을 주입시키던 사람들이
국민의례시키는거 보고 혀를 끌끌 차는 기묘한 광경을 볼수 있던 학번대에서는 민중가요에 대한 반감이 엄청 심했습니다.
오히려 이천년 후반에서 요즘이 민중가요와 문선에 대한 인식이 좋은편입니다.
그런거보면 글쓴님 걱정만큼 쉽게 사라지진 않을거에요.
눈뜬세르피코
15/05/1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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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올 복지세상으로 가사 바뀐 걸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15/05/1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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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말하긴 그렇지만 민중가요를 향유하던 일부(?) 그치들의 집단화 과정에 학을 떼고 손을 털고 나온 입장에서, 그 반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의 높은 도덕적 수준이 언제나 집단의 높은 도덕적 수준을 증명할 수는 없다지만, 개인과 집단을 동치시키고 그를 위해 더러운 짓도 불사하는 그네들의 행위들은 반감을 자아낼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가요를 여전히 버리지 않는 이유는 민중가요는 중립적이며, 그것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때 또 다른 나아갈 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가지 슬픈 점은, 댓글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민중가요는 보존하고 지켜야 하는 일종의 '박제되고 도태된 문화'가 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래도 이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것이 지나간 시대의 문화로 간주되는 것은 퍽 섭섭한 일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민중가요가 여전히 생동하는 문화이길 바라지만 너무 요원합니다 엏헣헣헣.
아무로나미에
15/05/19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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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궁금해서 묻습니다 몇학번이세요?? 이천년대 후반에관심을 가진게 신기해서요
바위처럼
15/05/19 12:21
수정 아이콘
저는 08학번입학인데 (재수) 저 때가 그런 운동권 문화는 많이 사라졌는데 정작 굵직한 이슈들은 몇년간 계속 터졌어서 알음알음으로 조직화대신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알게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미FTA, 용산, 쌍용차, 명동성당 등.. 관심가질 이슈가 많았어요. 지금 세월호처럼,..
유리한
15/05/19 00:44
수정 아이콘
추가로 제가 좋아하던 노래 한곡 더 추천해봅니다.
사랑과 혁명에 대하여 2
(윤민석 작사 작곡 / 노래 오지총)
http://youtu.be/_5MmvjVttWw
15/05/19 07:09
수정 아이콘
저도 새물, 꿈찾기, 바위처럼 좋아합니다. 가사가 아름답잖아요? 크크 문예패를 했던 입장에서는 민중가요의 몰락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똑한 역사의 흐름이겠죠.
열혈운동권도, 일반학생도 아닌 경계인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부 어휘들이 안타까워요. '동지'라든지 바위처럼의 '해방세상' 이라든지, 요즘 세대에는 거부감을 주는 단어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15/05/19 08:05
수정 아이콘
민가 좋죠. 몇몇 민가는 너무 공격적이라 껄끄럽지만, 청계천8가나 전화카드 한장이나 그런 노래들은 지금도 듣다보면 짠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간만에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WeakandPowerless
15/05/19 08:24
수정 아이콘
민중가요팀 '우리나라'의 일원이자 지금은 솔로활동을 하는 백자씨를 다룬 [걸음의 이유]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는데요, 거기서 보니 딱 이 글과 댓글에 나온 상황이 다 나와 있더군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 의하면) 가장 잘 나가는 양대 민중가요팀인 '꽃다지'와 '우리나라' 마저도 별로 공연할 곳을 (정확히는 돈 받고 공연할 곳이겠죠?) 찾지 못하고 소위 음악을 팔지 못해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 그러면서도 어쨌든 뮤지션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계속해서 음악적인 새로운 시도를 포함한 신곡을 발표하지만 어차피 수요는 협소하고, 그 마저도 예전의 노래만을 찾는 상황이 반복됨에 '민중가요그룹'의 일원들은 지쳐가고 있더군요.
그 와중에 '백자씨'는 아프리카에서 개인방송을 하기도하고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홍대에서 꾸준히 공연을 하기도 하며 '민중가요인이라기보다는 뮤지션'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윗 분들 말씀대로 지금의 민중가요를 대변하는 것 처럼 느껴지더군요. 나름 여러 음악을 많이 들어봤다고 생각하는데 그 신곡들은 소위 촌스럽지 않고 꽤나 대중적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안 되더군요. 문화 향유라는 게 퍽이나 보수적인 성격이 있어서 그런지 기존 소비를 답습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 민중가요 뮤지션에게 기존 수요층은 새로운 것을 너무 요구하지 않고 새로운 수요층은 그들 자체를 원하지 않는... 괴리가 심한 모습이었습니다.

현재의 그런 백자씨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음악을 민중가요라고 불러야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신곡은 사실 딱히 사용하는 단어나 내용면에서 투쟁적이지도 않고 그냥 그야말로 팝적이고 마일드 하거든요. (오히려 가사적인 측면에서는 요새 나오는 몇몇 인디밴드의 노래가 훨씬 더 민중가요에 가깝지 않나 싶기도...) 그렇지만 어쨌든 영화를 보고 과거의 민중가요 뮤지션들도 나름 대중적 뮤지션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건 확인 할 수 있었네요.

[걸음의 이유]에 나온 백자씨의 이야기가 모든 민중가요뮤지션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얼추 비슷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써봅니다 허허; 아 참고로 저는 민중가요는 몇곡을 들어보긴 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고, 20대가 되기 전부터 주로 홍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음악에 심취해 살던 2천년대 후반 학번입니다. 때문에 민중가요에 대해 잘못알고 이 댓글을 쓰는 걸 수도 있습니다 ^^;;
파란아게하
15/05/19 09:25
수정 아이콘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날~
켈로그김
15/05/19 09:35
수정 아이콘
민중가요의 "가요" 로서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꼬꼬마일때는 사계,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사~아랑도 명예도~ 하는 노래들이 순수하게 노래로서 퀄리티가 훌륭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갈 수록 상대적인 퀄리티가 떨어지는거죠.

샤이니나 아이유가 민중가요 앨범을 내 준다면 참 좋겠지만.. 수요가 그만큼 없으니 ㅡㅡ;;
Dr.Pepper
15/05/19 09:54
수정 아이콘
이미지도 한 몫하지 않나 싶긴합니다.
가자~ 행동하자는 행동주의적 트렌드가 그래 괜찮아 잘 될거야하는 감정주의적 트렌드로 변화한 것도 있고..

오랜만에 피엘송에서 노래 좀 들어봐야겠어요 -
Polaris_NEO
15/05/19 11:41
수정 아이콘
아 간만에 가슴떨리네요.. 웃음도 나고, 찡하기도 하고..
열전사니, 소나기, 불나비 등 몸짓패도 하고 연대도 다니고 그랬었는데..

점심먹고서 다시 한 번 찾아서 들어봐야겠네요..

아직 몸이 기억하고 있나도 궁금하네요 흐흐흐
15/05/19 13:53
수정 아이콘
어찌보면.... 인디록이, 힙합이...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지요.
'민중가요' 라는 장르 자체는 퇴색되었을지라도, 저항정신은 사라지지 않거든요.

의외로, 사라져버린 음악 장르는 많습니다. 샹송, 레그타임, 하드록, 포크, 컨트리... 등등은 이제 더이상 작곡되지 않는다고 봐야하지만,
그 명맥을 이어가는 음악들은 여전히 존재하듯이 말이죠.
바위처럼
15/05/20 00:11
수정 아이콘
힙합씬에 저항정신이 아직 남아있나요? 옛적에 사라지고 지금은 거의 민중이라기보단 퇴폐뽕짝 자본주의만만세 이정도 노래들이 잘 나가는거같던데..
15/05/20 01:54
수정 아이콘
제리케이 정도면 아직 민중과 저항이라는 말을 내세울 정도가 되지 않나 합니다.
저글링아빠
15/05/19 14:01
수정 아이콘
제가 신입생이던 시절만 해도 뒷풀이라는 건 으레 집회, 혹은 사회과학동아리에서 '커리'를 들고 하는 '세미나' 이후에 관습적으로 가지는 술자리를 의미했습니다. 그 자리에 가면 또 으레 자리에 둘러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늘 집회에서 있었던 소감 혹은 오늘 학습에서 느낀 점을 한 명씩 일어나 말하고, 선배들은 어떻게 후배에게 있어보이는 말을 할 지, 그리고 후배들은 어떻게 선배들처럼 보이는 말을 할 지 머리들을 굴리는 가운데 단결 투쟁을 외치며 자리에 앉곤 했지요. 그리고 술이 거나하게 오른 자리는 선배의 '아지'에 이어지는 쟁가 몇 곡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되게 마련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뒷풀이에서 금기시되는 일이 몇 가지 있었는데, 호프집을 가서 맥주를 마시는 일이라든가(선배들은 웃으며 반 농담처럼 맥주는 부르조아지의 술이라고 했지만 정말 농담처럼 들리지만은 않았어요) 연애나 연예에 관한 사사로운 이야기를 화제에 올리는 것, 그리고 아마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을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이 그것이었죠.

지나고 보니 어차피 하늘같아보였던 선배들도 다 자라나는 아이들이었기에 그 때의 치기어린 결연함에 대해 특별히 의미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때를 지나 소위 '쟁가'나 '쟁가 풍 가요'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을 보면서, 결국은 문화가 시대를 초월할 수 있을만한 내재적 가치를 확보하지 못하면(=클래식, 오해를 부르지 않기 위해 덧붙이자면 서양 고전음악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그 문화를 담았던 시대와 운명을 함께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대중가요를 부르지 못하게 했던 그 은밀한 관습은 (제가 학교에 입학하고 3년도 지나지 않아 이런 금기도 이내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졌습니다만) 당시 시점, 장소에서조차 쟁가가 가진 문화적 값어치가 한갓 대중가요에도 미치지 못함을 사실은 다들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던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싶어집니다.
WeakandPowerless
15/05/19 16:21
수정 아이콘
우와 그런 시절도 있었군요. 뭐랄까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생생한 증언을 들으니 더 와닿네요 흐흐 제가 다녔던 2천년대 후반 학번에서는 이런문화가 사라져서 그나마 느낄 수 있었던건 간혹 들을 수 있는 민중가요와 사회과학에 대한 학술회 정도네요.
아마 그다지 오래전이 아니시겠죠 지금은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상상도 안 되는데 이글 본문이 그나마 그 실마리를 또 주네요 흐흐 여러세대 체험이 참 오묘하군요
15/05/19 16:47
수정 아이콘
[좌]안녕하십니까-[우]저는-[좌]민족-[우]사학-[좌]XX학번-[우]김-[좌]XX-[우]입니다! 로 시작하곤 했죠. 크크...
- 괄호 안은, 고개를 돌리는 방향입니다. 반대로 하셔도 무방합니다.
15/05/20 01:50
수정 아이콘
한 대학교의 30년이 다 되어가는 노래패의 최후를 마지막으로 옆에서 지켜봤던 기억, 퇴조해가는 투쟁문화의 끝자락을 잡아끌며 동맹휴교에 참여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무리 우리의 당위성을 외쳐도 같은 학교 같은 과 학생들마저 아르바이트와 과외가 급해서 참여조차 하지않고 외면받고, 우리가 돈 내서 우리가 하고 배우던 사회과학동아리가 우리 과 다른 학생들에게 그저 과 학생회 내부의 친목질 취급받으며 손가락질 받아서 좌절하던 씁쓸한 기억도 떠오르고요. 한 이불 덮고 사는 사람은 그 때 같은 학교에 있으면서도 한 번도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학교 가서는 그렇게 부조리한 걸 못 참고 따지고 있고, 4년간 투쟁이란 투쟁은 다 갔던 저는 오히려 이렇게 얌전하게 학교 다니는 거 보면 참 인생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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