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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9 22:49
부르디외를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생각하시는 바로 그 부분을 정교하면서도 비교적 (비교적입니다 ㅡㅡ; 쉽다쉽다해도 불란서 코쟁이들은 기본적으로 말을 쓸데 없이 어렵게 해요...) 덜 난해한 방식으로 표현한 사회학자입니다. 특히 당시 사회과학계를 풍미했던 합리적 주체 이론 (rational agent theory)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각각의 행위 주체에 누적된 역사/문화/개인사가 그 주체의 습관(habitus)을 형성해서 해당 주체의 행동과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는 반성능력의 유무에 따라 이 습관에서 벗어난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모델을 만들어서 제시했지요.
또 기존의 막시스트 이론에서 자본 (capital)을 경제 자본으로 한정함으로 인해 발생한 많은 설명 불가능한 낭비행위들 (성대한 결혼식이라든가)을 자본의 종류를 무한정 늘림으로써 멋지게 해소했습니다. 예컨대 부르디외식으로 표현하자면 성대한 결혼식은 그저 무책임한 돈낭비가 아니라 경제 자본을 상징 자본(symbolic capital)로 [환전]하는 행위입니다. 이게 왜 환전인가 하면 실제로 그런 성대한 결혼식을 수백명, 나아가 천명이 넘는 이들에게 공공연하게 과시함으로써 축적한 위신 (prestige)이 나중에 결국 다시 경제 자본으로 재환전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결혼식을 한 번 보여주고 나면, 예컨대, 사업을 벌여 친지들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거나 할 때 훨씬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거나 (경제자본), 상류 사회 인사들과 교류할 때 그 쪽에서 나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줄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다거나 (사회자본) 등등. 외제차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소유 금융 자본의 한계를 넘어서서 굳이 외제차를 타려는 이유 중 하나는 타는 차가 외제차인가 현기차인가가 계급 표식 (status marker)이자 상징자본이기 때문이지요. 현기차 몰고 다닐 때 사귈 수 없던 여자사람을 외제차 몰고 다닐 때 사귈 수 있다든가, 아니면 현기차 몰고 다닐 때 감히 낄 수 없었던 부유층 엄마 모임에 외제차 몰고 다닐 때는 낄 수 있다든가 하는 식으루요. 게임 사이트이니만큼 요즘 게임 게시판에서 유행하는 크루세이더 킹즈 2라는 게임으로 비유해보자면, 단순히 돈 만 많아서는 왕국 유지가 어렵고 신앙, 위신, 명예 같은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축적해야만 왕국이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종교가 다른 옆나라를 침공해서 재정에 큰 타격이 오는 게 얼핏 보기에 어이 없는 낭비처럼 보여도 실제로 그런 낭비성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신앙이나 명예가 크게 상승하여 그걸 통해 국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종교개혁을 이룩할 수 있고, 그렇게 강화된 정치/종교적 지배력을 통해 더 많은 세금이 들어온다면 그건 결코 낭비가 아닌 셈이지요. 그저 [돈]을 [명예]로 환전한 뒤 그게 다시 [돈]으로 환전된 것일 뿐입니다.
15/04/30 02:07
경제 자본->상징 자본->경제 자본 으로의 순환이 항상 일어나는 것이면 문제 될 것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까요. 결혼식으로 사회적 과시를 보여줬는데 온 사람들이 다 사회적 하층민들이고 자신은 상징 자본을 경제 자본으로 만들 능력은 없고요. 또한 빚때문에 겉모습보다 실제 생활은 더 아래 하류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
15/04/30 04:52
투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지요...^^;
부르디외가 상징 돈 (symbolic money), 상징 자원 (symbolic resource), 상징 자산(symbolic asset) 같은 말 대신 하필 자본(capital)이라고 이름한 데에는 그런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자본은 투자되고, 그 투자는 늘 위험을 동반하고, 하이 리스크는 하이 리턴으로, 로우 리스크는 로우 리턴으로 보답하고, 때로 운이 없거든 다 날리기도 하니까요. 그가 처음 상징자본 개념을 떠올린 곳이 알제리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인류학 연구를 하던 때였는데, 그 때 관찰한 현상이 다음과 같았습니다. 추수가 끝남-->소 필요 없음-->그런데 어디서 소를 사옴(대체 왜!?)--> 쓸 데도 없는데 소를 사서 돈은 돈대로 쓰고 게다가 그 소는 어디 전혀 생산적인 일에 쓰이지도 않으면서 밥만 축냄 --> 다음해에 농번기가 슬슬 다가올 적에 결국 소를 더이상 유지할 유지비가 딸려서 샀던 값보다 더 할인된 가격에 팜--> 정작 농번기엔 써먹지도 못함. 이런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낭비성 거래를 하는 꼴을 보고 저거 대체 왜 저럴까 하고 유심히 관찰해봤는데, 이런 행태가 그 집안의 부 (뭐, 계좌를 서로 까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냥 겉으로 보이는 행동으로부터 서로의 부를 측정해야 하니까요)에 대한 과대평가가 발생하고, 결국 그 평가에 힘입어 진짜로 본인들보다 조금 더 부유한 집과 혼사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부잣집과의 혼사가 몹시 [성대]하게 이루어지고 그 성대함을 참석자들이 다들 보게 되면 그게 결국은 하나의 상징 자본으로 다시 축적되어서 둘째 녀석 혼처를 정할 때 유리하게 작동하더라는 거지요. [낭비, 결혼, 성공적] 게다가 더 놀라웠던 건 이런 행위가 그냥 되는 대로 벌인 행위가 아니라 자식들의 혼기가 찼다는 걸 감암하고 벌인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겁니다. 음... 우리 세태와 비교하자면 자식들의 교육 뿐 아니라 결혼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굳이 자가 소유 주택은 전세주고 비싸고 좁은 강남에 월세나 전세로 들어가 실거주 하는 것과 같달까요. 물론, 위의 사례야 성공적이었지만 말씀하신대로 실패의 가능성이 늘 열려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5/04/29 22:51
번역투는 이미 너무 깊게 뿌리내렸죠.
국립국어원에서 애쓰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미 공식 인사로 자리잡은 '좋은 아침!'도 굿모닝을 직역한 것으로 순화대상입니다. 자리하고 있다, 모임을 가졌다, 생각되어진다, ~를 통하여, 필요로 한다 등등..
15/04/29 23:01
개인적으로 외래어건 번역투이건 그것이 의미가 정확하게 대중에게 이해되고 순화만 된다면 전 그렇게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년 전부터 제 신경을 건들이는 표현이 있는데요, 십년이르다 라고 인터넷에서는 자주 쓰이더군요, 십년이르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짐작도 안갔다가 혹시나 해서 일본어 쥬넨하야이에서 왔나 했더니 사실이더군요 쥬넨하야이는 누군가 그 자리에 올라오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하는데 순리에 거슬러 그 자리에 앉았다거나 네가 나한테 도전하려면 아직 멀었다, 혹은 시건망지다 등등의 뜻이거든요, 헌데 그걸 일본어 한자 그대로 쥬넨이 십년에 해당하는 일본어발음이고 하야이가 빠르다, 이르다 이런 뜻이거든요 참고로 십년이르다의 일본어 표현은 十年(じゅうねん)早(はや)い입니다, 직역하면 십년이르다, 십년빠르다가 되지요 십년이르다, 이거 일상에서 쓰면 어떻게 인식될까요? 아직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쓰이는 것 같습니다만
15/04/29 23:35
저는 어릴때부터 본거 같은데요 인터넷이 아니라 활자매체에서...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않다는 오월의 고사가 유래인줄 알았습니다...
15/04/29 23:54
그래요? 그래도 일반적인 표현은 아니죠, 일단 카롱카롱님부터도 그본래의 뜻조차 혼동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십년이르다 써도 좋은데요, 과연 우리나라 대중들이 저 표현을 들었을 때 과연 통일된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에 대한 검증과 논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
15/04/30 03:27
애니 쪽은 잘 안 봐서 모르겠고 게임에선 일본어로 많이 들었습니다. 국내에선 버추어 파이터의 아키라의 승리 대사로 유명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락실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RSB0lbjdHlw&hd=1 52초에 나옵니다.
15/04/30 11:59
버파의 아키라 대사로 유명하고 또 덕후들에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달빠들에게는 멜티블러드의 아리마 미야코가 아키라를 패러디한 대사로 유명합니다. 근데 정작 덕후 커뮤니티를 줄창 다녀도 십년이르다 라는 표현을 본적이 없는데...
15/04/30 12:27
피지알 댓글에서 몇번 봤고, 일부 남초사이트에서 간혹 봤습니다
암튼 쓰건 말건 순화되면 상관이 없는데 십년이르다는 너무 한자 그대로 직역한 것이라 대체할 다른 표현은 없을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15/04/30 00:28
시대와 지역, 시간과 공간.. 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기도 합니다.
뭐.. 예를 하나 들자면 나라 따라, 혹은 가족 전통에 따라 개인위생의식은 천차만별이니까요. 옛 시절에는 본문에서 말씀하신 이런 것들이 '전통'으로 분류되었었다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유행'쪽으로 조금 옮겨온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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