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본 글은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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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학기가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전 3주 후에 연말시험이 있네요. 떨어지면....덜덜덜....여름방학중에 재시험...
시험공부만큼 중요한 미션은, 살빼기 입니다.
시험볼 때 양복을 풀로 갖추어입고 가운까지 입는게 학교 규칙이랍니다.
문제는 제 양복은 먼 옛날 군 전역하면서 맞춘 거라는 겁니다.
제 인생사에서 가장 몸이 건강했던 시절 산 놈이라
지금의 제 뱃살을 격하게 거부하네요.
3주간 제 몸을 양복에 맞추는데 실패한다면
이번 시험 때 저는 몰래 양복 바지 단추를 풀고 시험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
필요에 밀려, 리X파X액X님의 다이어트 글에 자극받아 저도 살빼기에 돌입했습니다.
목표는 75-->71
3주전 낮 최고기온 75KG을 찍었던 제 몸은 그간의 노력으로 이제 아침 최저기온 73KG을 기록중입니다.
낮 최고기온도 73.6KG 정도로, 나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제 3주간 좀 더 노력해서 71까지 밀어붙이는게 목표입니다.
3.
속보산책과 식사조절, 푸시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식사는 양을 줄이기보다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가능하면 베지터리안 메뉴를 먹는 것.
다행히 영국은 식당마다 꼭 베지터리안 메뉴가 있습니다.
4.
남성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남성을 만나면 상대방의 물리력을 측정합니다. 유사시 날 때려죽일 수 있는 놈인지, 아니면 내가 때려죽일 수 있는 놈인지 판단하는 거지요.
그래서 실제로 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무리 내에서 누가 제일 싸움을 잘할지 대충 서로들 짐작하고 대략의 서열을 정할 수 있습니다.
주로 중고등학교 때 벌어지는 일이지요.
푸시업의 효과는 정말 놀랍더군요.
별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 안했는데 확실히 상반신 체형이 각이 잡혀갑니다.
평생 구부정하게 기울이고 살았는데
가슴근육발달==>어깨가 벌어짐==>목이 섬==> 고개를 들고다니게 됨
이야... 놀랍습니다. 키가 약간 커진 기분이 들고 제 몸의 물리력에 자신감이 생기니 사회생활에도 덩달아 자신감이 생깁니다.
다른 수컷들에 그닥 밀릴 게 없다는 자신감이 이렇게 중요한 건지 몰랐습니다.
제 나이 서른에 드디어 몸이 똑바로 일어서갑니다 (而立)!
5.
오늘은 산책삼아 점심식사 후 2km 밖에 있는 동네 박물관에 가보았습니다.
자연사 박물관과 인류학 박물관이 붙어있는 형태인데요
토요일을 맞아 초딩떼의 습격을 받아 유난히 북적거리더군요.
거대한 공룡 뼈들 + 선사시대 거대 육지동물 뼈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뼈들을 놓고 보니 인간 뼈의 뼈대는 이미 진작에 완성되어있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골반뼈가 곡선으로 휘어나가는 모양, 척추를 중심으로 나머지 뼈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형태, 주요장기를 보호하는 갈비뼈, 팔 둘 다리 둘의 4족형태, 두개골에는 여지없이 안구가 둘, 콧구녕 둘, 입술, 이, 발달한 아래턱 등등.
골격상의 중요한 대격변은 그렇게 이미 거기 있었습니다.
6.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과정을 순서대로 전시해두었는데, 피지알러 한 분도 계시더군요 (네안데르탈...)
최종형태 쪽에 가보니 크게 유러피언/아프리칸/아시안으로 나누어놓고 두개골을 전시해두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누가봐도 아시안 두개골이 훨씬 크더군요.
유심히 보고 있는데 옆에 백인 할망구가 제 머리를 슬쩍 보는 걸 느꼈습니다.
할매요... 할매는 본인이 사토라레인걸 모르지요? 방금 그 마음의 소리 다 들렸어요.
[워매...크구마잉...]7.
이제 인류학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의복, 인형, 배, 담배파이프, 탈, 각종 도구들, 장식품들, 종교상징들 등등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아이 깜짝이야, 미라도 세 구나 있네요.
레플리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진짜였어요.
영키들은 대체 이집트를 얼마나 털어먹은거야.... 이런 소도시 박물관에도 진짜가 있네요.
8.
세계 무역사를 보면 중독성 물질들이 늘 무역을 주도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편/담배/커피/차 처럼 대놓고 중독물질들은 말 할 것도 없고,
한 번도 안해봤으면 모를까 한 번만 하고 마는 경우는 없는 것들,
예컨대 고급 직물 (비단이라든지), 후추, 귀금속, 설탕, 카카오, 탄산음료 같은 것들 역시 무역 루트를 장악했습니다.
9.
같은 의미에서 전 게임이야말로 21세기의 담배요 커피요 후추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반대론자들이 혐오하는 그 중독성이야말로 실은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요 가능성이지요.
카카오 하니 다음-카카오 합병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질 좋은 플랫폼을 통해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10.
여태까지 관람한 유물들도 다 재밌게 봤는데
3층에 올라가자마자 제가 본 건 정말이지
[심쿵!]으아아, 한 층 전체가 무기고라니 ㅠㅠ
클럽(둔기), 창, 활, 칼, 투척무기, 블로우파이프(퓩!), 각종 총기류가 가지런히 전시되어있더군요.
투-핸디드-브로드-소드는 정말 거대했습니다.
바바리안은 저걸 한 손에 들고 훨윈드를 돈다니... 말도 안됩니다.
일본도는 생각보다 짧더군요.
도검류 중에선 레이피어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펜싱검처럼 아주 가느다랗고 출렁거릴 줄 알았는데
아주 좁고 단단하고 긴, 제대로 된 칼이더군요.
생긴것도 아주 예쁘구요.
창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도 느꼈습니다. 할버드의 위용은 정말이지...우와
저걸로 맞으면 찔려죽는 걸 면한다 하더라도 몸이 으스러지겠다 싶더군요.
아! 초기 라이플들
엄청 이쁘네요 ㅠㅠ
2차대전 이후 개량된 총들은 너무 투박해서 저런 이쁜 맛이 없어요.
11.
왜 그런 순간이 있지요.
그냥 길을 걷는데, 어느덧 정신차리고보니 아까부터 계속 입으로 뭔가 흥얼거리고 있는 걸 깨닫는 순간이요.
언제부터인진 모르겠는데 문득 보니 제가 계속
[바바 예투]를 흥얼거리고 있더군요.
무역....무기....미이라...
박물관을 가는 게 아니었어 ㅠㅠ
12.
도저히 못참겠다.
문명을 안지우고 뒀던 것 같은데 어디있더라.
조금만 하고 시험공부 해야지.
조금만....
한 턴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