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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31 01:57
피케티의 자본론은 확실히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더군요. 정치학이 개입되지 않는 경제학이 어디있겠습니다만, 오랫만에 정치경제학분야에서 논의해볼 만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번역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4/05/31 02:08
사실 그 사람 책 말미에 나온다는 '글로벌 누진 부유세' 뭐 이런 것들은 강경한 편이란 평을 들어도 무방할 건 같습니다.
다만 책 자체는 통계에 통계로 점철된 부류의 책이 아니겠는가...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14/05/31 02:05
그러고 보면 피케티도 잘 몰라서 그랬던 거겠지만, 이른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는 마르크스의 독창적 주장이었다기보단 19세기 초 경제학계(당시엔 이 학문 이름이 '정치경제학'이었지만)의 정설이었고 마르크스는 새로 만든 자신의 이론을 베이스로 이 현상을 포섭했던 것이었죠. '이윤율 저하'가 자본주의 패망의 철칙으로까지 격상된건 마르크스가 죽은 다음 이른바 '정통파 마르크스주의'가 생기고 난 뒤의 일.
그러니 굳이 따지면 이 문제에 관한 한 19세기 사람들이 잘 몰랐던 걸 우리가 알게 되었다는 정도가 더 진실에 가까운 평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14/05/31 02:46
저도 요새 시간날 때 조금씩 피케티의 책을 보고는 있는데, 단순히 데이터만 나열한 책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이제 20페이지 봤지만..). 특히 요새 경제학에서 워낙 불평등에 관심이 많은데, 시기도 잘 맞았거니와 데이터의 집대성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다만 대충 보니 주로 논란이 되는 점은 1. r (쉽게 말해 이자율) > g (경제 성장률) 관계가 성립하는 지와 2. 피케티가 내놓은 해법이 실현 가능한지인 거 같네요. 아무래도 이 책이 전통적인 거시 이론을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한 책은 아니라 이견의 여지가 분분한 것 같구요. 그래도 정말 오랜 시간 데이터를 찾고, 정리한 것 자체로도 훌륭한 연구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밌는건 맨큐는 시간날 때마다 피케티를 까는 글들을 거의 계속 링크하고 폴 크루그먼은 피케티를 옹호하고.. 자신들의 시각에 따라서 평가의 기준이 달라지더라구요. 물론 저는 맨큐를 굉장히 싫어하는 데다가 불평등의 증대 및 그 중요성이 더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14/05/31 03:00
사실 저런 모습이 경제학이란 학문엔 상당히 도움이 되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임스 토빈이 늘그막에 했던 인터뷰에서 '댁은 케인지언임?' 이라는 질문에 대해 '내가 한창 젊었을 땐 난 그냥 연구를 하는 사람이지 무슨 파당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을 것 같은데, 이제 돌이켜보니 내가 케인지언이 맞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던게 있었죠. 젊은 토빈과 늙은 토빈 사이에 있었던 건 주로 프리드먼을 상대로 했던 무시무시한 논쟁들이었고, 그리고 그런 논쟁이 종종 탁상공론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분명히 몇가지 첨예한 논점들을 발굴하는데 기여했으니까요. 거시경제학 분야만 한정해서 보면 글로벌 위기 전 십 수년은 '밖에서나 우파네 좌파네 떠들이 사실 우리끼리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는 식의 생각이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되는데, 그게 한편으론 집대성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고인 물이 썩는 거였죠. 여러모로 좋은 발전의 계기가 되는 싸움인 것 같습니다.
14/05/31 12:08
네, 당연히 활발한 토론은 중요하긴 한데, 개인적으로 맨큐나 존 테일러 (테일러 준칙의 그 테일러)같은 사람들을 별로 안좋아하는게 상당히 자주 사실을 왜곡해서 자기들 주장을 하더라구요. (반대쪽에서는 크루그먼이 그렇다고 하겠죠..) 맨큐같은 경우 (개인적으로는 더이상 맨큐를 경제학자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는 최근에 상위 1퍼센트를 옹호하는데 말그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테일러 같은 경우는 자신의 책에서 경제 불황은 정부 때문에 왔다는 주장을 (제가 책을 열심히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프 몇 개에 의존해서 주장을 하기도 하고.. 시카고대의 케이시 뮬리건 같은 경우는 정말 황당한 주장까지 하고 있으니, 제대로된 토론이 될까 싶기도 합니다.
endogeneity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거시학자들이 "오 우리는 전반적인 합의 (synthesis)에 이름!" 이러면서 80년대 이후의 'great moderation (적당한 한국어를 모르겠네요)'을 이야기하면서 "오 이제 경기 변동은 끝임." (아마 루카스의 연설인지, 버냉키의 연설인지였을 겁니다..) 이랬던 것이 채 10년도 안되었는데 대공황 이후 처음 이렇게 심각한 경기 불황이 왔으니 참 재밌다고 해야할까요. 하하
14/05/31 12:59
위에 버냉키 책에선 '대안정기'라고 번역했고 그런 번역이 통상 쓰이는 것 같았습니다.
'경기변동은 끝났다'는 무지 센 역성지는 루카스의 작품; (당시로서는 1987년, 1994년, 1997년, 2001년의 큰 거시경제적 충격을 '잘 다스렸다'고 생각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긴 했지만...)
14/05/31 13:07
오 그렇군요. 적절한 번역같네요. 감사합니다.
아 루카스님하의 작품이었군요!! 기억이 가물가물했어서...흐흐 또 한 번 감사드립니다.
14/05/31 03:03
1번에 "The Federal Reserve and the Financial Crisis"은 한 번 다시 확인해주시겠어요?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수업을 했을 때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 때 그 수업을 들었던 학생인데.. 전 프린스턴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05/31 11:42
피케티 책은 경우에 따라 인문학과 사회 전반을 바꿀 파급력이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서 읽어 보고 싶긴 한데...
경제학 지식이 원론 수준이라, 포기해야 겠습니다.
14/05/31 12:15
중요한 책이기는 한데, 사실 경제학을 바꿀만한 책이냐..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부 (혹은 소득)의 불평등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관심은 요 몇년간 증대했고, 피케티는 그 불평등이 최근 3-40년간 증대되어 왔음을 데이터들을 수집해서 보인 것이거든요. 그 불평등이 1. 앞으로 어찌될 지와 2.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피케티의 주장도 중요하긴 한데,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아서 (기본적으로 피케티가 주장한 것들이 기존의 거시경제학 이론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되고 있어서요.) 제 생각엔 이 책을 둘러싼 제반 논의의 진행을 따라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14/05/31 12:25
피케티 자본론 번역이 좀 시간이 걸리네요. 이대로라면 읽을만한 사람은 영문판으로 이미 읽어버린 상태에서 출간되는 상황이 일어날거 같은데..
14/05/31 12:34
피케티 Capital 번역본 나오면 읽어볼 생각입니다.
자본이 돈을 벌어들이는 속도와 노동이 돈을 벌어들이는 격차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경제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사실 판단을 할 수 있는데 뉴스를 보니까 주류경제학자들이 여기에 반론을 펼치고 있다는데 이해가 가지 않네요.
14/06/02 09:20
네, 요새 핫이슈로 왠만한 유명 경제 블로거들은 다 피케티에 대해서 찬반 의사 표명을 하고 학자들도 피케티의 연구가 맞느니 틀리느니 계속 글을 써나가고 있더라구요. 뭔가 피케티를 기준으로 싸운다고 해야할까요..
14/06/01 01:00
저는 참여하는 학술세미나에서 보는 책으로 클라이먼의 자본주의 생산의 실패 라는 책을 읽고있는데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것 같습니다. 피케티의 책은 읽은 이의 리뷰만 봤는데 원서를 볼 깜냥이 안되서.. 번역본이 나오면 언젠가 보고 싶네요. 본문에 나온 책 중 몇 권이 흥미로워서 메모해 두었습니다. 종종 이렇게 소개해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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