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하루를 경험해야 한다면? 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출발하는 SF 영화입니다.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게 어렵거나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파고든 설정은 아닙니다. 오히려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액션 영화로서의 설정이 더 크게 다가오는데,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겠더군요. 세이브 했다가 그 부분에서 다시 로드해서 게임을 시작하는 건 모든 게임 플레이어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영화는 타임루프의 설정을 영리하게 활용합니다. 액션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반복되는 씬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기묘한 감각을 부여하면서도 이를 나름 유머로 잘 채워넣습니다. 액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부터는 타임루프의 설정을 주인공의 성장을 설명해주는 일종의 합리적 도구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점점 주인공이 변모해가는 모습과 하나하나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모습에서는 슈퍼히어로물에서 나오는 성장과 각성의 쾌감도 느낄 수 있죠. 마치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점차 레벨업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이머처럼 말이죠.
여름용 블록버스터로서 이 영화는 액션영화로서의 미덕이 온전히 살아있습니다. 일단 전장의 치열함이 생생하게 묻어나와요. 다른 전쟁영화처럼 피가 튀고 사지가 날아다니는 잔인함은 없지만 상황의 급박함과 위기감이 잘 느껴집니다. 주인공인 빌 케이지 옆에서 뭔가가 끊임없이 터지고 날아들거든요. 또한 지구를 침범한 외계인 ‘미믹’(원작명 기타이) 의 외양이 굉장합니다. 움직이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가만히 있어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성의 육체 구성은 언제 덮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주거든요. 이 영화의 스릴은 괴물의 디자인이 거의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후반부에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네요. 톰 크루즈의 이미지에 너무 기대는 캐릭터 묘사도 좀 걸리는 부분입니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계속해서 죽음을 맞이하고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지루함을 겪는 인간치고는 너무 달콤하고 영웅적이에요. 톰 크루즈의 나르시스즘도 너무 진하게 묻어나오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액션 역시도 헐리우드의 바보 같은 영웅주의에 함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에밀리 블런트의 강인한 캐릭터는 상당히 좋네요.
결론을 내자면 여름에 보기에 전혀 부담없는, 오히려 만족 이상의 자극을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액션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몰입하기는 오랜만이군요. 3D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으니 화면 큰 2D상영관에 가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스포일러 포함해서 자세한 리뷰 쓰겠습니다. 영화 리뷰 너무 밀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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