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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6 17:41:32
Name 알킬칼켈콜
Subject [일반] 나는 내가 역겹다.
[1]

무협지를 읽어본 적 있는지.

6, 70년대 대만의 와룡생의 작품이 뿌리 내린 이후로 한국 무협의 세계관 속에서는 반드시 [정파와 사파] 세력이 등장 한다.  
표객이나 호위무사, 혹은 상단과의 연수를 통한 정정당당한 일로 돈을 벌며, 칼과 창 같은 정면승부용 무술과 명상에 가까운 심신 수련으로 내공을 닦는 이들은 정파(正派)이다.  정파는 정도(正道)를 표방하기에 세간에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올바른 길들, 이를테면 전통사상이나 예의범절, 국가의 법규를 모두 중시한다.

사파(邪派)는 정반대다.  성매매나 도박 등을 알선하고 관리하는 불법 사업으로 밑천을 벌며, 독이나 암기처럼 비겁해 보이는 수단과 사이비 종교 의식 같은 행위를 통해 내공을 쌓으려 한다. 사파는 근본적으로 조직 폭력단 같은 생리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규율과 원칙을 내세우지만 비교적 자유분방하고 막 되먹었다.

두 집단은 서로를 혐오하고 비난한다.   정파가 사파를 비난하는 명분은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사파가 '나쁜 놈들' 이기 때문이다. 범법 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하며, 무례한 행동과 욕설로 민간에 피해를 주고, 비열한 방법으로 상대를 짓밟아 분쟁을 해결하는 악하고 더럽고 무식한 무리들.

그럼 사파가 정파를  비난할 때는 무슨 이유를 동원할까?  재미있게도 정파가 '더 나쁜 놈들' 이기 때문이다. 사파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이렇다. 정파는 올바른 길을 걷겠답시고 상인들과 고관대작들을 호위한다. 그들이 악덕 업자요, 부패한 벼슬아치인 것은 무시한 채.  칼로 죽이나 암기로 죽이나 사람을 죽이는 건 똑같은데, 백주대낮에 당당히 걸어가서 일검으로 사람 목을 따오는 것이 한밤 중에 독과 암기로 기습하는 것보다 나은 행동인냥 포장하며, 그런 주제에 진짜 악당이 눈 앞에 있을 때는 절차와 명분을 따지며 쉽게 칼을 뽑지 않는 더러운 위선자들이다. 사파들이 일상처럼 내뱉는 욕지기나 음담패설을 손가락질 하지만,  군자연(君子然) 하면서 세치 혀로 교묘하게 다른 이를 깎아내리거나 호박씨를 까는 것이 훨씬 더 역겨운 일이다.

정파는 항변한다. 물론 우리도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하지만, 대놓고 악행을 일삼는 사파보다는 낫다고. 사파는 다시 물고 늘어진다. 그게 위선적인 거지 낫기는 뭐가 더 낫냐고. 차라리 솔직한 사파가 더 낫다고.

[2]

A성향의 커뮤니티와 B성향의 커뮤니티가 있다고 치자.  나는 A의 편을 들었다.  A에는 빡빡한 규칙이 있었으며 통신예절을 중요시 했고 심한 조롱이나 반사회적인 유머 코드가 터부시되었다. 나는 호기심에 B에도 들렀지만 오래 있지는 않았다.  B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솔직하고 원색적이기까지 한 글이 아무렇지 않게 올라왔다.  반말이 찍찍 오가고 욕설이 난무하는 '자유분방함' 은 도저히 나랑 맞지 않았다.

B는 종종 A를 비난했다. 따박따박 존댓말로 날이 선 말싸움을 벌이거나 비꼬는 댓글을 남기는 주제에 [그래도 예의는 지켰으니 우리는 깨끗하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너무나 위선적이고 견딜 수 없는 '선비질' 이라면서.    

나는 B의 주장을 귓등으로 흘렸다. B는 자신들이 자유분방할 뿐이라고 하지만, 그 잘난 자유분방함을 익명성에 숨지 않고 얼굴을 마주한 채 저지를 수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본다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방귀를 참는 것은 위선이 아니다.  타인의 불쾌함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려이며 자기수양이다.  비록 방귀를 평생 뀌어본 적이 없는 척 시침을 떼다가 가끔 참지 못할 때 도둑 방귀를 흘리는 조야한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식사 시간에 참아볼 노력도 하지 않고 대놓고 방귀를 뀌는 사람보다는 훨씬 나은 인간이다.  

[3]

그러나 요즘,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참다참다가 어쩔 수없이 도둑방귀가 새어나오는 사람은 괜찮은 인간이다.  참다참다가 화가 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날카로운 댓글을 남기는 사람은 괜찮은 인간이다.  참지도 않고 아무데서나 방귀를 뀌는 사람은 더러운 인간이다. 참지도 않고 내키는데로 욕플, 악플을 다는 사람은 더러운 인간이다.

그러면, 참지도 [않고], [도둑] 방귀를, [내키는데로], 뀌는 사람은 어떤 인간인가?
그러면, 참지도 [않고], [날카로운] 댓글을, [내키는데로], 남기는 사람은 어떤 인간인가?

참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 욕플 악플을 아무데나 싸지르는 작자들처럼 배려 없고 더러운 사람일까.   욕설이나 대놓고 하는 모욕이 아니니 그래도 괜찮은 사람일까.    

[4]

나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PGR이 아닌 다른 커뮤니티에서 허구언날 언쟁을 벌였으나 욕설을 한 적이 없고 인신공격을 한 적이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 언쟁을 벌이다가도 유머글에는 아무 뒷끝 없이 천연덕스러운 맞장구를 치면서 내가 '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데 나는 쿨한 사람이 아니었다.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둔감]하고 [비열]했을 뿐이다.  

[4 上]

둔감(鈍感).    
인간은 자신이 전혀 겪지 않거나 극복해버린 종류의 고통에 대해 매우 둔감하다.  타인이 이러한 고통을 겪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지독한 가난을 겪은 자수성가형 부자 중 일부는 빈민 복지에 극렬히 반대한다고 한다.  스스로가 가난을 극복했듯이 다른 이들도 가난을 극복할 수 있으며, 그러지 못한 것은 오로지 빈민들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한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은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을 비웃는다.  나도 처음 올라섰을 땐 무서웠지만 별 거 아니라고, 네가 겁쟁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프라모델 세계를 모르는 사람은 남의 프라모델을 부숴놓고 그럴 수도 있지 않냐고 한다.  장난감인데 뭘 그러냐고 한다.
  
설전에 익숙한 사람은 적수의 날카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긴다.  그리고 자신이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리고 쉽게 잊는다.  격투기 선수들이 링 위에서 오고간 주먹질로 앙심을 품지 않는 것처럼.  여기까지는 괜찮다.
허나 평균적으로 사람은 욕설이나 모욕이 아니더라도 쉽게  불쾌해지고 상처를 받는다.  그것은 그 사람이 특별하게 소심하거나 연약해서가 아니라 원래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또한 설전에 익숙한 사람들 역시 광견병 걸린 개과 짐승이 아니다.  링 위에서 주먹을 주고 받는 것에 상처 받지 않는 진정한 파이터라 하더라도, 아무데서나 링을 만들고 아무데서나 싸워대는 것은 불쾌하고 피곤하기 그지 없다.

나는 둔감하고 멍청한 놈이었다.  
내가 괜찮으니 남들에게도 괜찮은 수준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공격적인 댓글을] [내키는대로] 싸질렀다.


[4 下]

비열(卑劣)
본의 아니게, 우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금전적 피해를 안긴 경우를 '실수' 라고 한다.
살인 강도 협박으로 대놓고 돈을 뺏는 놈들을 '범죄자'라고 한다.
법에 걸리지 않는 교묘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돈을 등처먹는 놈들을 '비열하다' 고 한다.
이 둘을 한 데 묶어 '나쁜 놈' 이라고 하는 것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완벽한 수단을 앞세워 남을 등처먹었다고 해도, 나쁜 놈은 나쁜 놈이다

본의 아니게, 말을 주고받다 보니 열이 올라서 공격적인 댓글을 남기게 된 경우를 '실수' 라고 한다.
욕설 인신공격 반사회적 행위로 대놓고 사람을 모욕하는 놈들은 통틀어  '악플러' 라고 하자.
게시원칙에 걸리지 않는 표준어와 존댓말로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놈을 뭐라고 해야할까? 비열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이 둘을 한 데 묶어 '나쁜 놈' 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쉽게 반박할 수 없는 논리와 말솜씨를 지녔다고 해도,  나쁜 놈은 나쁜 놈이다.  

잘난 말솜씨가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무례한 태도를 정당화 시키지는 못한다.  무례하고 공격적인 태도가 정당화 되는 경우는 단 한가지,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를 깨부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뿐이다.  비리 고발이라도 한다든가, 심각한 부조리를 지적한다든가 하는.  나의 숱한 언쟁 중에 과연 그러한 이유로 상대를 물어뜯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참다참다 '실수' 로 도둑 방귀를 뀐 것이 아니었다.  '실수'로 공격적인 댓글을 남긴 게 아니었다.  나와 댓글 싸움을 벌인 사람들이 불쾌해하고 기분이 나빴음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그걸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을만큼 둔감했을 뿐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꼭 말솜씨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내 무례한 태도에 흥분하고 말려들어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했거나 상종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그걸 모를만큼 멍청했다.

나는 나쁜 놈이었다.

[5]

나는 내가 정파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착각했었다.  지금도 사파와는 쉽게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인 건 확실하다.  반말도 싫고 욕설도 싫다. 그러나 무협 세계 속에서 사파가 정파에게 지적하듯이, 정파의 길을 걸으면서도 충분히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다.  

B사이트를 거부할 때 했던 질문을 A사이트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나를 상대로 묻는다. [익명성에 숨지 않고 얼굴을 마주한 채 저지를 수 있는지]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니라 실제 오프라인 모임이라면,  나는 입을 열 때마다 다른 사람과 싸우고, 불쾌함을 일으키며,  너무 자주 싸운 나머지 가벼운 징계를 받기도 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모임 내에 부지기수로 존재하며,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별 거 아닌 이유로 말싸움을 벌이고, 그런 짓이 하도 잦아서 내 이름이 유명해질만큼 공격적이 될 수 있을까?  그래도 될까? 욕설도 아니고 인신공격도 아니니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한다면 인격파탄자로 낙인 찍힐만한 짓거리다.  

나는 오프라인에 할 수 없는 짓을 [배설] 하고 있던 것이다.  욕설이나 인신공격이 아닌 그저 다른 [방식] 으로.  위선적인 정파의 이름으로.  사파 세력에 가서 이런 짓을 하면 당장 목이 달아난다. 존댓말 꼬박꼬박 썼으니 난 잘못 한 거 없다는 식의 생각은 이빨도 안 먹혔을 거다. 신상정보가 까발려지고 쪽지로 부모욕이 날라오고 댓글에는 쌍욕이 달렸을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그럴 걱정은 없는 만만한 정파 세력에 안주하면서 위군자 놀음을 한 셈이다.  

[문명인들은 예의없는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야만인보다 더 무례하다.]

나는 결국 A에서 쫓겨났다.  A 커뮤니티의 빡빡한 규칙대로라면 나처럼 쫓겨날 사람,  B커뮤니티였다면 테러를 당했을 사람, 야만인이었다면 머리가 쪼개질 사람이 PGR에서도 종종보인다.  여러분은 나처럼 역겨운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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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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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4/03/06 17:48
수정 아이콘
A,B에서 둘다 잘 사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요. 가만.. 둘다 못사는건가?
저높은곳을향하여
14/03/06 19:31
수정 아이콘
이리님은 이를테면 개방의 장로급 무공의 소유자시라, 정파나 사파 모두 무시하지 못하죠.

개방이 엄연히 정파인데 사파 마교가 득세해서 힘을 합칠 때 빼고는 정파내에서도 별로 환영받지는 않는 것 같지만요. 흠흠.
잭윌셔
14/03/06 23:35
수정 아이콘
예를들면 스타 세계관의 다크템플러와 비슷한 포지셔닝일까요?
알킬칼켈콜
14/03/12 11:55
수정 아이콘
물론 그러시겠죠! 크크크

이게 B를 무조건 나쁜 곳이라고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글을 쓰다보니까 A에 상주하던 제 입장에서만 글을 쓰게 된지라..;;
사티레브
14/03/06 17:56
수정 아이콘
피지알같은데만 살아서 잘 모르겠지만
무협지 같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Kanimato
14/03/0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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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형식만 존댓말을 할뿐 "내앞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저런 모욕적인 말을 할수있을까" 싶은 경우도 생각보다 많은것 같아요.
가끔은 원색적인 욕보다 뒤에서 빙빙 돌리는 기만적인 말들이 더 열받을 때도 있죠.
본문에서 참지도 않고라고 되어있는데, [처음에 좀 참았다고 해서] 날카로운 댓글을 내키는대로 쓰는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신이 공격적인 댓글을 쓰는데, 처음부터 참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아 난 좀 참았는데 상대방이 어쩌고 블라블라,
나도 참았었는데 니가 그런말을 블라블라 / 마치 내가 이러한건 미안한데 너가 어떻게 이럴수있냐, 그럼 너는? 식의 무한 치킨게임 같기도 하고..
충분히 참았다고 생각한 이후에 (이것도 본인기준이지만) 날카로운 댓글을 내키는대로 쓰는 수준만 도달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쾌적할것 같아요
물론 우리에게는 그런거는 있을수가 엄써..
알킬칼켈콜
14/03/06 18:14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스스로 '못 참고' '안 참아보니' 처음에 좀 참는 것 이상을 바라는 건 너무 머나먼 이상 같더라고요. pgr에 몇몇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고 냉정하게 논쟁을 벌이시는 분들도 있는데 존경합니다. 뭐랄까 이런 경지는 성격이나 예의를 떠나서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 말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을만큼 자존감이 높아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니가 감히 나를 건드려?] 라는 감정에서 벗어나야 하니..
페스티
14/03/06 19:05
수정 아이콘
상대방의 비열한 도발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정파 고수의 풍모겠죠 껄껄... 표현은 안하지만 그런 분들의 글은 늘 눈여겨 보게 됩니다. 동의하지는 않는 의견이라 할지라도 그 의견을 곱씹어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고나 할까요.
달콤한삼류인생
14/03/06 18:17
수정 아이콘
자기검열을 외부의 시선에 둘수도 있고 자기 내부에 둘수도 있는데 양쪽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겠죠.
평균적인 사람들은 어떤 특정값에 영향을 받지만 정규분포의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고

[문명인들은 예의없는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야만인보다 더 무례하다.]는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요런 생각이 며칠 머리에서 맴돌았는데 표현이 안되었는데 무릎을 탁치고 갑니다.
알킬칼켈콜
14/03/06 19:17
수정 아이콘
국내판 [야만인 코난] 에 나오는 코난의 말이라고 합니다. 저도 읽었을 때 무릎을 탁 쳤습니다 !
레지엔
14/03/06 18:27
수정 아이콘
뭐 사람 나름이지 싶습니다. 예컨대 상사 앞에서의 저는 당연히 존대를 쓰고 훨씬 더 정제된 언어를 씁니다. 친구한테는 그럴 이유가 없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을때, 이 사람이 뭐 어디 세미나가서 만난 사람이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존대하겠죠. 친구랑 술자리에 있는데 친구의 친구가 왔다, 좀 지나면 말까고 욕설도 하고 음담패설도 할 겁니다. 그런다고 제 본질이 역겨운 무언가가 되진 않을 것 같네요. 요는 풀어내는 방식과 소재 선택, 수위 조절의 문제이고 어느 쪽이건 저는 항상 상대방을 직면하려고 합니다(잘되냐면 그런 건 아닌데). 그래서 '남'이라면 위선적인 악인과 직설적인 악인으로 구분될지언정, 저 자신이 저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언제나 머리 속에 두고 피드백하려고 노력은 하지만요.
알킬칼켈콜
14/03/06 19:09
수정 아이콘
어...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네요 상사냐 친구냐 사람에 따라 말투나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건데 그런다고 본질이 역겨운 무언가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해가 되는 말씀인데 그게 제 글과 연결되는 과정을 잘 모르겠어요. 무언가 정돈된 의견을 주장한다기보다는 저를 돌이켜보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격적이고 싸움질하려는 태도로 분란을 일으켰던게 악플러들이나 어그로종자들이 욕설로 분란 일으키는 거랑 뭐가 달랐냐 논쟁은 할 수 있지만 논쟁은 논쟁이고 무례하고 불쾌한 태도랑은 별개의 문제다 욕설 안한다고 무례하지 않은 게 아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 같네요.
레지엔님이 댓글 달거나 논쟁에 종종 참여하는 모습도 많이 봐왔지만 역겨운 무언가를 느껴본 적도 없고요 오히려..음 알랑방구 같아서 여기까지요 크크크
레지엔
14/03/06 19:16
수정 아이콘
욕설이 허용되건 아니건 자신이 납득한(동시에 사회적으로 납득받을 수 있는) 선을 지키냐 아니냐의 문제지 내가 지금 활동하는 곳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외부적 요소(타인들의 행동 방식)에 비추어서 나를 볼 필요가 없지 않겠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백도가 위선적이건 흑도가 막장이건, 나는 협객이면 되는 거죠. 그게 백도제일협으로 불리는 것이건 사마대협으로 불리는 것이건. 자아성찰을 엿본다는 점에서 이 글에 추천을 날리고 싶습니다만 좀 더 핀트를 나에게만 국한해서 보는 것이 어떠한가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알킬칼켈콜
14/03/06 19:39
수정 아이콘
백도가 위선적이건 흑도가 막장이건 나는 협객이면 되는거다? 그게 자기만족, 자기중심적인 착각이나 합리화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상대방을 마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요? 제가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모르겠네요
페스티
14/03/06 19:49
수정 아이콘
괜히 끼어드는 것 같긴 하지만... 첫번째는 그냥 '가슴에 손을 얹고 돌이켜보니 난 나쁜놈이었더라 나쁜놈 되지맙시다' 라는 고해성사 겸 충고에 대해 '난 나쁜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라는 댓글로 읽었는데 제가 너무 단순한건가요? 레지엔님이 두번째 다신 댓글은 아마 자유분방하고 무질서한 커뮤니티에 가더라도 본인의 중심이 확고하다면 상관없지 않겠나.. 확대 해석하면 즉, 그런 곳에도 가서 환경적 변화를 겪었을 때 진정 어떤 인격인지 시험받을 수 있다.. 라고 이해됩니다. 저는 커뮤니티 선택은 전적으로 취향문제라고 생각하고 활동하는 커뮤니티 환경이 인격도야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꽤 회의적입니다만...
캡슐유산균
14/03/0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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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A나 B나 같은게 아닌가요?

저같은 엉뚱종자면 정파 사파 외에 빙궁 라마교 녹림 등 세외무림이라 볼 수 있네요.

'으휴 정파 사파놈들 허구헌날 되도 않은 정의론으로 칼부림 하네. 먹고 살기도 빡센데 뭔 짓거리들이야!'
페스티
14/03/06 19:00
수정 아이콘
최대급의 존중은 침묵으로. 추천만 드리고 물러날까 했으나 모처럼 로그인 한 김에 댓글 남깁니다.
글 정말 쉽게 읽히네요. 그리고 꽤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피지알에서 활발히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별 이유없이 발끈해서 독설을 날렸던 적이 있는데 돌이켜보니 그 상대분께 죄송스럽고 그러네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잊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요즘 잘 안보이시던데 글이나 댓글 올리시는거 보이면 사과 쪽지를 드려야 겠습니다. 그분도 저도 본질은 껍데기만 정파인 역겨운 인간이 아닐거라 믿으니까요. 아무튼 별 위험이랄것도 없는 커뮤니티 활동에서 난감한 건 만약 역겨운 인간이 역겨운 방식으로 시비를 걸어오면 어쩌느냐 인데, 합이 맞아야 싸움도 난다고 되도 않는 패기로 고수흉내 내느니... 그럴 때는 역시 삼십육계 줄행랑 밖에 답이 없겠죠!
알킬칼켈콜
14/03/06 19:16
수정 아이콘
댓글 감사합니다 맨 마지막에 말씀하신 문제 때문에 제가 바바리안 코난을 좋아합니다. 머리통을 쪼개면 되거든요. 현실에서는 말씀하신 방법 말고는 떠오르지 않네요. 줄행랑을 PGR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식으로 옮기자면, 게시물 상종을 안하거나 차단해버리는 방법이겠죠...

제가 차단당할 법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지 PGR에서는 항상 조심하고 있습니다. A커뮤니티 시절 제 꼴 나지 않게요
페스티
14/03/06 19:35
수정 아이콘
'폭력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라는 대사를 저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코난이 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럽네요. 음.. 그리고 게시물 외면이나 차단은 줄행랑이라고 보기엔 스타일을 구기는 단점이 없다는 점에서 약간 차이가 있지않나 싶습니다. 저는 피지알 자게에서 스타일 구김 디버프가 없는 세련된 줄행랑 스킬을 시전하는 분들이 보일 때마다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막상 줄행랑을 시전해야할 시점이 왔을 때 부들부들 떨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텐데 걱정이네요 크크
알킬칼켈콜
14/03/06 19:44
수정 아이콘
물론 저도 현실에서 코난의 해결방식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줄행랑 스킬 뿐만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태도 전체가 인격적인 부분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느끼고 있는데 그래서 더 어렵네요. 꼭 선하고 고상해야한다는게 아니라 위에서 말씀드린 자존감 이라든지, 여유라든지... 인격은 졸렬한데 말만 우아하고 세련되게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YoungDuck
14/03/0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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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요즘 생각했던 주제네요. 저도 좀 제가 역겹다고 생각했구요.
예전에 비폭력대화를 읽었던 적이 기억나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책서문을 보니 제대로 다시 읽어보고 싶어라구요.
예전에 분명 사뒀는데 찾아보니 없더라구요
드러나든 안드러나는 기저에 깔린 부정적태도를 긍정적으로 돌리는 방법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스카이
14/03/06 20:58
수정 아이콘
이런 생각 들기 시작하시면 점점 댓글과 글이 줄게 될 겁니다. 달아도 논쟁이 생길 것 같은 댓글은 웬만하면 안 달게 되고요.
오프라인에서는 말이 많지만 온라인에서는 갈수록 침묵이 금이다를 실천하고 있네요.
문명인은 무례한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야만인보다 무례하고, 온라인은 얼굴 팔리거나 주먹다짐 할 일 없기에 더욱 무례해지는 것 같습니다.
김성수
14/03/06 22:14
수정 아이콘
상대방이 참든, 내가 참든 누군가가 이미 싸우자는 기세라면, 그 대화의 균형은 이미 많이 무너진거 아닌가 합니다.

생각해보면, 일단 저는 대화를 욕구해소를 위해 한것 같습니다. 제 자신은 그나마 실천적인 기질이 조금은 있어서인지, 대화자체를 좀 본능적으로 혐오하게 될 때가 있더군요. 이렇게 대화하는것보다, 내가 무언가에 이바지하기위해 준비할 때가 되서야 대화를 하고 실천을 할 수 있는것 아니냐? 하는 느낌으로 말이죠. 물론 저에게 하는 소리입니다. 걷잡을 수 없이 시간을 흘러가고 무언가를 하기위해도 제 생각과 말들은 그냥 아둥바둥.. 그런 상태라고 생각되니 마음이 진정이 안 되더군요.

그렇다보니 사실 대화자체가 마실나가서 동네사람들과 유희를 즐기기위한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곤합니다. 아마 그래서 말이 좀 유해진것도 있는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두 같은 사람이고, 동네 사람들이니 먼저 자리를 내주는거죠. 그런데도 가끔 본능적으로 발끈하면 휙 갈귀기도 하지만, 다시 꾹꾹 참다보면 좀 한심할 때가 있더군요. 그냥 그렇습니다.. 나름 의식있는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혐오하게 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한 발자국씩 물러서주는 습관을 갖다보니,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많아집니다.

저도 자존심이 강하고, 승부욕도 강해서 스트라이커가 되고 싶을 때는 늘 존재합니다. 승리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근데 그게 인터넷에서는 참 웃긴일이 됩니다. 누군가와 생각을 공유할 명분이 없는거죠. 그렇다보니 억지로 전장을 만들게되곤 합니다. 그런 느낌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다보니 그 때서야 조금 느껴지는게 사람들에게 도움이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은 안 보이는곳에 있겠구나.. 그래서 차라리 내가 우월감을 느끼지 않고 이런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부드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중재자같은 역할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살다보면 어느새 주위사람들이 편해집니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인정받으려 하지 않아도 그냥 좋은거지요. 근데 특유의 본성들이 간혹가다 나오기도 합니다. 아무리 혼자 생각하고 만족할 때가 많더라도 간혹 이기고 싶고 우월해지고 싶고... 이러면서 성장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괜스레 긴 댓글을 남기게 됐네요.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많은 생각을 넓혀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추천!!
오리마루
14/03/07 07:23
수정 아이콘
인터넷 커뮤니티에 집중해서 말해보자면, 사실 인터넷 하는 인구는 정해져있고 그 인구가 여러 커뮤니티를 하는 거 아니었나요? 크크
각각의 상황에서 어울리는 말투와 예의가 있고 다른 커뮤니티에서 다른 인격을 가지게 되는 건 저에겐 자연스럽네요.
가끔 다른 커뮤니티에서 피지알에서 말하듯이 쓰다가 어색해서 글쓰기를 포기한 적이 있는 걸로 보아,
커뮤니티마다 다른 인격이 사실상 딱 하나의 저라는 인격에서 나왔다는 건 사실이지만요.
키배 관련해서는, 의견이 교환되는 인터넷 공간에서 말싸움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도 한두번 말다툼을 해본적이 있구요.
그렇다고 실생활에서 그렇지는 않는게, 제 의견을 표현하고 싶을만큼의 심도 깊은 대화를 자주 하지 않고 하더라도 제 의견을 숨기는 편이예요.
저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제 현실 세계에서 저의 강한 의견을 표현했을 때의 후폭풍이 너무 크더라고요.
아무튼 글 잘 읽었습니다.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하게 되는 좋은 글이네요!
14/03/07 08:42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이글은 자기 반성의 글처럼 보이지만 매우 예의 있고 세련된 형태의 저격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저격 대상이신 분이 반응을 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글쓰신 분이 스스로 역겹다고 하고는 있으나..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의 본성은 똑같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면 온오프 가리지 않고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반면에 온오프의 대화 형태가 다른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조심스러운 대화를 하는 것은 섣부른 대화에 이은 후폭풍을 두려워 해서이지, 인성의 발현이 달라서가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태도가 다르다고 해서 그 자체가 비열하거나 역겨운 행태라고 보지 않습니다.

수시로 논쟁을 벌이고 남을 불쾌하게 하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역겨울 수도 있으나,
실생활과 온라인의 차이는 익명성 보장 여부와 대화 형태가 다를 뿐이고 각자는 거기에 맞게 대화를 하는 것 뿐입니다.
공격을 하는 자는 익명이라서 좀 더 공격적인 댓글이 달 수 있고, 공격을 받는 자도 익명이라서 그 공격에 대한 내상이 덜 한 것이죠. 물론 대부분은 한쪽이 공격하는 형태가 아니라 서로 치고 받고 하는 상황이지만..
The Special One
14/03/07 08:47
수정 아이콘
한달음에 읽었습니다.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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