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를 보다보면 조지 클루니와 산드라 블록이 국제우주정거장(ISS)로 접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전히 서로 줄로 연결된 상태로 말이죠. 그런데 둘 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접근할 때 무언가 붙잡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여러 가지 공중곡예를 하다가 조지 클루니는 국제우주정거장 밖으로 밀려나가고 산드라 블록은 어찌하다가 펼쳐진 낙하산 줄에 다리가 걸리면서 멈추게 되지요. 조지 클루니는 우주 공간에 떠(?)있게 되고 산드라 블록은 낙하산 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상태가 됩니다. 낙하산 줄은 둘의 무게에 의해서 점점 풀려나가게 되고 조지 클루니는 비장한 어투로 “너라도 살아야 돼”를 외치면 자신과 산드라 블록을 연결하고 있던 줄을 풀어버리고 우주 공간으로 밀려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보기에는 감동적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러한 일이 지구상에서 암벽 등반을 하면서 발생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위에 있는 사람(산드라 블록)은 밑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조지 클루니)의 무게를 모두 떠받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중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조지 클루니가 비장한 각오로 자신과 산드라 블록과 연결된 줄을 끊은 것은 숭고한 희생정신의 발로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버티컬 리미트]라고 하는 영화에서 이와 똑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아버지가 딸과 아들을 위해 희생을 하지요.)

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일단 산드라 블록의 다리에 낙하산 줄이 걸리면서 그 둘이 우주 공간에서 멈추게 된 상태에서 그 둘과 국제우주정거장과의 상대적인 속도는 0이 됩니다. 거기다가 중력이 작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지 클루니에게 작용되고 있는 힘은 없습니다. 즉 산드라 블록이 그를 붙들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산드라 블록의 다리에 걸린 줄이 풀리는 상황도 아니라는 거지요. 말 그대로 그 둘은 우주 공간에 정지한 채로 떠 있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산드라 블록이 정말로 조지 클루니를 살리고 싶었다면 그냥 자기 쪽으로 줄만 한 번 당겼더라도 조지 클루니는 국제우주정거장 쪽으로 딸려 왔을 겁니다. 이 장면은 결국 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지상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을 우주로 끌어다가 이용한 셈이 되지요.

결국 영화상에서는 생략이 되었지만 조지 클루니가 본인과 산드라 블록과의 줄을 풀어버린 이유는 계속 산드라 블록쪽으로 자신을 끌어달라고 하는데도 미션이 수행되는 내내 자신한테 시답잖은 추파를 던진 조지 클루니가 맘에 들지 않았던 산드라 블록이 말을 듣지 않자 열 받은 조지 클루니가 그냥 연결 고리를 풀어버린 것이다 라고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나중에 감독판 블루레이에 이 삭제된 장면이 복원될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