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사무실인 헤르페스 빌딩 앞 풍경.
특별검사 이광범이라고 쓰여 있는 명패가 보입니다.
특검이 있을 경우 각 방송국의 취재진들은 말그대로 매일 나와서 하루종일 특검 앞에서 대기합니다. 아침에 특별검사
출근하면 찍고 물어보고, 퇴근하면 찍고 물어보고, 누군가가 소환되거나, 귀가하거나 모두 따라붙어서 영상취재팀은
모습을 찍고 기자들은 뭐 하나라도 얻어내려고 질문 공세를 해댑니다.
헤르페스빌딩 지하 1층에서 매일 오전 10시 30분에 특검측의 간단한 브리핑이 있습니다. 꼭 해야할 이유는 없지만 특검
측에서도 기자들에게 어느정도 취재 협조를 하는편이 좀더 편하죠(안하면 출근길, 퇴근길때 자기 앞을 가로막으면서
까지 질문을 해대려는 수많은 기자들을 뚫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뭐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말 안해줍니다. 아주 간략
한 정황보고와 소환 일정(지금은 언제 누구가 소환될 예정이다) 정도만 말해줍니다. QA시간에 기자들이 여러 민감한
사항들을 계속 물어보지만 특검측에서는 그냥 허허 웃으면서 말씀하기 곤란하다는 말만 반복하죠
브리핑 중. 특검에 따라 기자들에게 협조하는 정도가 다르고 이번 내곡동 특검사무실의 경우 꽤 협조적인 편입니다. 어떤
특검의 경우 아예 출근길, 퇴근길때도 마주치기를 싫어해서 뒷문을 통해 출퇴근하고 소환 일정이나 정보도 거의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취재진측은 내일 몇시쯤 누가 소환될것이다, 도 알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특검 앞에서
뻗치는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죠.(검찰에 누가 소환되서 귀가를 기다리기 위해 카메라 들고 문앞에서 대기하는 걸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뻗친다'고 합니다)
이시형 씨 소환 전날 한 방송국의 기자가 스탠딩을 찍고 있습니다. 그 전날 농협 청와대 지점장, 몇 일 전에는 부동산
관련 업자들 등 여러 인사들이 소환됐으나 이시형 씨의 소환은 가장 큰 빅뉴스입니다. 특검 사무실 앞에는 전날부터 수많
은 취재진들이 몰렸고 여러 방송국의 중계팀이 와서 생중계 준비를 하고 테이블을 깔았습니다.
이시형 씨 소환 전날에 이번 소환에는 청와대 경호팀이 직접 와서 경호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장에는 전날 저녁
까지 방송국별로 취재진 명단을 취합해서 경호팀측에 전달하라는 요구가 들어왔고 저녁9시경 청와대 경호팀 담당자급 인사
들이 먼저 와서 방송국 취재진들과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경호팀측에서는 안전을 위해 펜스를 설치하고 양쪽 교통을 통제하겠다고 밝혀왔고 이날 취재진들과 경호팀측은 펜스를 설치
할 라인을 확정한 후 대략적인 취재 사항을 협의했습니다. 경호팀이 돌아간 후에도 여러 취재진들이 모여 자리를 배분하느라
분주했고 결국 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어느정도 자리가 정해졌습니다.
이시형 씨 소환 당일 새벽 4,5시부터 취재진들이 도착했습니다. 청와대 경호팀은 7시경 와서 펜스를 설치했고 각종 방송국의
사다리와 트라이포드가 펜스 뒤에 쫙 깔렸습니다. 이날 취재를 신청한 취재진의 총 수가 380여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빌딩 맞은편 주차장에 여러 방송국의 생중계를 위한 테이블이 줄줄히 깔려 있습니다. 이시형 씨가 소환될 때 중계 예정인 것은
물론이고, 방송국마다 편차는 있지만 하루종일 거의 두세시간 간격으로 생중계를 해야했던 방송국도 있었습니다. 그 방송국은
이시형 씨 귀가 장면까지 생중계한 후 새벽1시 마무리 생중계까지 하고서야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도로 양쪽에서 청와대 경호팀과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했고, 전날 취재를 신청한 명단에 있는 취재진들만이 비표를 받고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MBC의 생중계 테이블입니다.
이날 MBC는 매너없는 취재 태도로 다른 취재진들의 공분을 샀는데, 원래 저 자리는 KBS에서 전날 오전에 먼저 맡아둔 자리였
습니다. 그 이후 각 방송국의 취재기자들이 모여 테이블을 아무렇게나 설치하기보다는 어느정도 공간을 정해 설치하기로 의견이
모여졌고 빌딩에서 1,20미터정도 떨어진 주차장과 공터에 각각 종편, 공중파가 테이블을 설치하기로 합의를 봤었는데 MBC측에서
전날 오후에 자기들은 식당 주인과 이미 협의했다며 마음대로 KBS의자를 치워두고 저 자리에 테이블을 설치한 것이죠. 타 방
송국 취재진들이 항의해도 MBC측은 난 모른다, 위에다가 말해라, 등등으로 씹으면서 설치를 계속했고(사실 이러면 뭐 물리
적으로 막을 수도 없고 배째라식으로 나오면 방법이 없습니다) 설치 후에는 그냥 장비를 놔두고 집에 가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MBC취재진들이 왔을 때 다른 취재진들의 항의를 했지만 역시 MBC측에서는 난 못들었다, 취재기자랑 협의한
건 나랑 상관없다(?) 등으로 배째기를 시전했고 한때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는데, 결국은 MBC가 자리를 먹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냥 설치해두고 배째면 방법 없습니다)
몇몇 방송국에서는 크레인까지 가지고와서 설치했습니다
이시형 씨가 오전10시경 소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10시가 가까워지자 대부분의 취재진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시형 씨가 흰색 승용차를 타고 등장. 정해진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별다른 언급은 없이 특검에 소환
될때 의례 하는 상투적인 멘트만을 남긴 후 특검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이시형 씨가 사무실로 들어간 후 이제서야 취재진들은 긴장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날의 브리핑은 예의적으로 오후3시에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당연히 기자들은 대부분 이시형 씨에 대한 질문 공세
를 던져댔으나 특검측에서는 그런 식으로 한 사람만 집중적으로 대답하기는 곤란하며, 오늘 브리핑은 그냥 항상 있던 정례
브리핑일 뿐 이시형 씨만 특별히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도 답하며 역시 대부분의 질문은 넘어갔습니다.
기자들의 질문 중에는 수사에 관련된 질문도 많았지만 이시형씨와 차 한잔 드셨나, 점심으로는 뭐 먹었나 등등의 질문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것도 모두 보도 멘트에 넣을만한 것들입니다. 이날 저녁에 중국집 배달부가 빌딩으로 배달 오는 것
도 찍어서 저녁 멘트에 넣었으니까요
이시형 씨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있나,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계획도 있나, 청와대 압수수색 계획은 있나,
등등의 질문에 특검측은 말하기 어렵다며 넘어갔으나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가장 바라는 이런 구체적인 사항들을 두루
뭉술하게 넘어가면 기사가 안 되죠. 브리핑 이후 기자들의 리포트 멘트에서는 방송국마다 특검측에서 답변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갔습니다.('이시형 씨는 적극적으로 변호 중인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측에서는 대통령 부부
에 대한 조사도 고려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등등) 이날 브리핑에서는 특검측에서 전날 기사들을 봤는데 몇몇 기사들에
서 이러한 부분들은 우리가 답변한 적 없고, 오보다 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날 특검측은 '가급적 오늘 내로 끝내겠다'라고 말했고 밤12시가 가까워지자 곧 이시형 씨가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
졌습니다. 흰색 승용차도 도착했고 청와대 경호팀들이 곳곳에 자리했습니다. 이렇게 밤12시 내외로 귀가하는 건 굉장히
양호한 편으로 이전 LIG 구자원 회장 소환때는 새벽4시가 넘어서야 조사가 끝났고 물론 수많은 취재진들은 그때까지
대기를 했어야 했습니다.
이시형 씨가 조사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역시 의례적인 멘트만 남긴 후 자리를 떴습니다.
이시형 씨는 귀가했지만 얼마간은 바쁩니다. 기자들은 기사를 쓰고 영상취재팀들은 찍은 영상을 본사에 보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내곡동 특검 기간 중 가장 컸던 취재는 끝났지만 아직 특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 취재진들중 대부분은 다음날
낮에 다시 나왔고요. 주말이나 다음주 초에는 이상은 다스 회장이 소환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