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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13 22:18:41
Name 최강희남편
Subject [일반] 5년 넘게 같은 이불 쓰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작은 바램이 하나 있었습니다..

'강아지 키우고 싶다..'

집안이 지저분한 꼴을 못보는 어머니가 계셨기에..

집에서 개를 키우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꿨습니다..

개털 날리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하셨거든요..

자취 시작 전까지 2년을 제외하곤 마당이 있는 집에서만 살아왔기에..

아버지가 가끔 강아지를 얻어오실 때가 두어번 있었는데..

어머니가 싫어하셔서 1년을 못채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낼 수 밖에 없었죠..

..

 

 

그러다.. 자취를 시작한지 2년 정도 되었었나..

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혹시 강아지 분양받을 생각 있는지 물어보더군요..

자기네 집 개가 새끼를 뱄는데.. 주변에 분양받을 사람은 없고..

그러다 제가 강아지 좋아하는게 기억났다더군요..

예전에 가족들이 다 같이 살던 집에서 혼자 살던 때였고..

여자친구한테도 차인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잘 키울 수 있을지 겁도 나긴 했지만

혼자인 것 보다는 강아지랑 같이 있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분양 받겠다고 했죠..

대신 태어난 녀석이 남자녀석일 때만 분양 받기로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솔로지만 강아지만이라도 암컷이었으면 좋겠어..'

라는 내용이 들어간 유머를 본 지 얼마 안 된 탓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2006년 3월 15일.. 후배한테 축하한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두 마리 낳았는데 두 마리 다 사내녀석이라고..

이름이나 빨리 지어서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강아지 부를 때 제가 지은 이름으로 부르려고 한다나요..

그래서 그 날 열심히 생각해봤습니다.. 흰둥이는 너무 평범하고.. 뭐 좋은 이름이 없을까..

그런데 다음날 후배에게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미안하다고..

저한테 분양해 줄 강아지 말고 다른 강아지 이름을 삼식이라고 지었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제 강아지 이름은 다니엘이 됐다고요..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냥 다니엘이라고 부르라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름은 다니엘로 하게 됐네요..

제 동생은 강아지 이름이 안어울린다고 가끔 만날 때마다 담요라고 부르지만요..

..

 

벌써 5년 넘게 같은 이불 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 봐도 짖을 줄도 모르고.. 누구건 간에 사람만 나타나면 꼬리 흔들면서 좋아하는 녀석이죠..

특히나 친구나 후배들 데려오면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새로 온 사람 뒤만 졸졸 쫓아다닙니다..

하지만 가끔 바쁜 일이 있어서 후배들 자취방에 잠깐 맡기면

제가 다시 데리러 올 때까지 잘 놀지도 않고 문만 멍하니 쳐다본다더군요.. (츠.. 츤데레..?)

출근할 때가 되면 가지 말라고 가끔 끙끙대는데..

놀아주다가 아슬아슬하게 출근할 때도 많았네요..

잘 때가 되면 항상 배 위에 뛰어올라와서 제가 잘 때까지 멍하니 쳐다보기도 합니다..

덕분에 밖에 나가서 잘 때는 배 위가 허전해서 잠이 잘 안 올 정도더군요..

..

벌써 사람 나이로 치면 30대 후반인 녀석입니다..

어느새 제 나이를 역전했군요..

이 녀석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즐거웠고..

앞으로도 그 시간이 계속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가끔씩은 불안한 생각도 들어요..

장 그르니에가 쓴 '어느 개의 죽음'을 읽다가..

다니엘이 생각나서 안 어울리게 펑펑 울기도 했거든요..

이 녀석이 떠나면 얼마나 허전할까..

항상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

유게에서 개 중성화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불연듯 글을 쓰게 됐습니다..

어머니 일 도와드리느라 왔다갔다 하면서 쓰다보니.. 좀 두서없이 반 일기처럼 쓰게 되었는데요..

강아지 이야기 핑계삼아 중성화 수술에 대한 변명을 쓰고 싶었어요..

물론.. 강아지한테 수술 받을 것인지 안 받을 것인지.. 못 물어봤습니다..

제가 생각했고 제가 결정했죠..

짝지워주고 싶지만.. 이 쪽 세계에서도 남자는 여자 찾기가 힘들더군요..

(강아지도 암놈이 괜히 더 비싼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고.. 그러다 일찍 떠나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분양 받은지 얼마 안 되서 중성화 수술을 하게 됐어요..

뭐.. 제 이기심이라면 이기심이겠지만..

이런 마음에서 중성화 수술을 하게 됐다.. 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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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siteita
11/10/13 22:20
수정 아이콘
사진이 한장 빼고 엑박인데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럽네요. 행복하시겠어요^^
코뿔소러쉬
11/10/13 22:21
수정 아이콘
이쁘네요. 제 사견으로는 개는 새끼를 낳아도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어차피 생이별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평생 다시 못 보는 경우도 수두룩 할거구요.
중성화 수술에 너무 죄책감 안 느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11/10/13 22:22
수정 아이콘
윽 귀엽다 우리집 망이 보고 있나...-_-; 같은 말티즈인데 ㅜㅜ 심지어 옷도 똑같구나...
11/10/13 22:23
수정 아이콘
강아지 참 곱네요. 수컷인데 곱다는 표현을 쓰다니...

동생이 365일 개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정말 개키우고 싶어 죽겠네요.
하지만 아직은 생명을 책임치고 사랑해줄 수 있는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함부로 손대기가 어렵네요.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고 계시는 느낌이네요.
11/10/13 22:24
수정 아이콘
강아지가 무지 귀엽네요
winnerCJ
11/10/13 22:33
수정 아이콘
강아지 너무 귀엽네요
특히 쫑긋 세운 귀가...^^;;
나나는 진짜야
11/10/13 22:49
수정 아이콘
대상이 누구든 사랑을 하는건 아름다운거 같아요.
견권이니 뭐니...이런 복잡한거 머리로 따지지 말고 그럴 시간에 누군가(그게 사람이든 개든)와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면 장땡 아닐까요.하핫
유게글 논쟁 보고 머리 아팠는데, 다니엘(보단 담요가 더 귀엽네요!)의 귀요미 사진 보니깐 머리가 정화되는 기분이네요.
까만콩 세 개만 보면 괜히 미소가....
담요랑 건강하게 오래오래 많은 추억 만드시길^-^
11/10/13 23:01
수정 아이콘
아 너무 귀엽네요. 저도 언젠간 키우고 싶습니다.
11/10/13 23:27
수정 아이콘
하이고 귀여워 죽겠네요 ^.^
승리의기쁨이
11/10/13 23:35
수정 아이콘
우왕 너무 귀엽당 어쩜 이리 귀여워용
파페포포
11/10/13 23:54
수정 아이콘
우와 부러워요...
멍멍이털+멍멍이냄새를 절때 용납 못하시분이 저희집에서 실권력자셔서
키우고 싶어도 침만 흘리고 있답니다...
얼른 독립해서 저도 멍멍이랑 한이불덮고 자고싶어요~!
FantaSyStaR
11/10/14 00:12
수정 아이콘
강아지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고양이 중성화 수술시킨 애가 하는 말이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해주는게 낫다며..
같은 동물이니 마찬가지겠죠?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그만큼 잘해주면 되구요

저희 집 부모님도 개를 엄청 싫어했는데 어느새 정이 들어서 자연스레 몽실이 엄마, 아빠가 되었고 같이 잠도 자고 그러네요^^
저희 몽실이는 올해로 14살 곧 15살인데(제가 중2였는데 지금 28살이니ㅠㅠ) 많이 살긴했지만 올해들어 부쩍 아픕니다..ㅠㅠ
갑자기 앞다리에 마비가 왔는지 잘 못 걷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화장실에 볼 일 본 흔적이 있는데 그래도 아픈 몸을 끌고 배변습관 지키는 모습이 고맙기도하고 짠하고..요즘은 현관문 열기 전에 무사하기를 기도할정도로 상황이 많이 안좋네요..ㅠㅠ

최강희 남편님도 귀여운 다니엘이랑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11/10/14 00:47
수정 아이콘
닉네임대로라면 저 개 이름이 최강희여야 하는데...
귀여운 사진 잘 봤습니다. 자취할 때 꼭 한 번 키워보고 싶었는데 혼자 사는 남정네 자취방에 반려동물 들여놓는 거 자체가 유기인 거 같아서 -_-;;
룰루랄라
11/10/14 03:12
수정 아이콘
마음아프고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더 많이 예뻐해주시고 잘 해주세요!
저도 암컷 말티즈를 12년째 키우고 있는데요,
발정기 때마다 얘가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4년 전 쯤에 병원에 데리고 갔었어요.
병원에서 중성화수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4년 전이니까 강아지가 8살 때인데 그 때도 이미 좀 늦었다고, 그렇지만 해주는 게 강아지에게 더 좋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 때 고민 정말 많이 했었는데, 결국 수술 안 하기로 결정했어요. 만약 이 녀석에게 우리와 대화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다면, 자기 자궁을 적출해내는 것에 대해서 기꺼이 그러겠다고 할까? 이런 감상적인 생각도 물론 들었고, 어찌됐든 나중에 병이들어 어쩔 수 없게 된다면 모를까 지금 멀쩡한 장기를 나 편하겠다고 맘대로 들어내는 일이 너무 미안하게 느껴졌었거든요.
그 뒤로도 이 녀석은 발정기 때마다 좀 고생을 했어요.
그리고 얼마전에, 우려했던 일이 정말 벌어졌습니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자궁 축농증이라고, 난소와 자궁을 모두 들어내야한다더라구요. 수술비와 입원비로 100만원 넘게 들었습니다. 요새 반려동물 치료비 부과세가 생겨서 더 비싸졌어요. 게다가 수술 후에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낮다고 당분간 매일 생쇠고기를 먹이라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먹이고 있어요. 사람도 쉽게 못 먹는 육회를;
돈도 돈인데,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어차피 이렇게 결국은 들어냈어야했는데, 진작 수술시켜주었으면 발정기 때 고생도 안 했을 거고 이렇게 늙어서 고생할 일도 없었을텐데.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지만, 어쨌든 글쓴분도 마음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수컷도 암컷만큼은 아니지만 나중에 전립선염 등등으로 고생 많이 한다더라구요.
대신 중성화수술 시켰다는 건 녀석에게 "평생 나만 바라보고 살아라"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끝까지 진심으로 사랑해주시고 보살펴주시길..
유리별
11/10/15 02:38
수정 아이콘
으어~ 너무너무 예뻐요!!
우리집 개는 몽이에요 _ 무려 13kg을 넘는...(-_-;;;;;;) 코카스파니엘입니다.
3대 지랄견이니 악마견의 오른팔이니.. 그런소리 엄청 듣는 코카 주인이지만, 쟨 사실 격하게 기뻐하고 격하게 행복해해서 격하게 흔들어대는것 뿐인데 덩치가 좀 커서(... 좀.. 좀 많이 커서..;;) 사고치는 수준이 약간 더 클 뿐입니다. 이빨 날 때쯤이나 이갈이 할 때쯤엔 잇몸이 간지러우니까 이것저것 물어뜯을 뿐이고, 간수 잘 못한 주인탓도 있기는 있는거죠...
전 어머니의 막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애를 구해왔습니다. 저에게 오기 전에 고딩여자애가 데리고 있었나본데, 태어난지 두달 되서 한창 미친듯이 먹어야 할 때 하루 퍼피사료 23알만 먹였다더군요. 병원에 데려갔더니, 무슨 어린개를 이렇게 말려서 데려왔냐며 불쌍하지도 않냐고 개 학대라면서 그자리에서 사료를 한주먹 퍼주시더군요. 허겁지겁 먹는걸 보시더니 체한다고 진료대에 흩뿌려 한알씩 주워먹게 하시는거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몽이는 지금도 배에 거지가 든 듯이 먹을것에 환장하고 덤비지만.. 저의 엄격한 관리덕에 살은 전혀 찌지 않아 완벽한 몸매를 자랑...(쿨럭.. 네. 오늘도 불출산 정상에 등극했습니다.)
4년을 함께 살았지만 지금도 엄마님께서는 개털날린다고 하루 두번은 저 개 당장 어떻게 하라고 난리를 치시고, 저는 그소리 들으면서 하루 두번씩 청소기를 돌리고 있습니다만. 우리 몽이 일어서기, 일어서서 돌기, 던져주는 음식 받아먹기 등등은 모두 엄마님이 가르치셨습니다. 맨날 구박하셔도 잊지않고 몽이 챙기시고 저나 동생이 없을때 몰래 주방에 앉아서 이뻐해주시는거 다 알아요. 살면서 엄마님말씀 거른건 개 데리고 와서 산것밖에 없습니다.
만일 우리 몽이가, 여기저기 스프레이 하고 엄마님 붙잡고 붕가붕가라도 하는 날에는 당장이라도 개 내다 던지실 분이시라는거 너무도 잘 알아서, 아직 어린 녀석 팔에 암처럼 자라는 무언가를 수술해 줄 때 얼른 같이 중성화 해주었습니다.
어린 코카를 보신다면 그 막강한 귀염에 눈이 뺏기실겁니다. 글쎄요, 제가 코카를 키워서가 아니라 아가 비글이나 아가 코카사진 보면 진심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그런데 자라고 나면 너무 커지죠... 그래서 정말 많이 버려지기도 합니다. 늘 제가 아니라 코카를 사랑하는, 예뻐해주는 부잣집으로 갔다면 지금보다 더 호강하고 살지 않았을까.. 사람 좋아하는 녀석이라 아무리 싫어하는 엄마님 곁에라도 털자락 하나라도 붙이고 앉는 녀석인데 한침대에서 이불덮고 자고 날마다 산책하고.. 그러고 살지 않았을까.. 하면서 미안해하지만 그렇게 버려져 심지어 보..그집에 가서 먹.. 그런 일도 겪는 코카가 수도 없이 많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버려져 제 마음에 뭍혀살게 하기보다 차라리 중성화해줘서 함께 사는게 나아! 하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기는 하지만.. (가끔 아빠님이 엄청 불쌍하다는듯이 쳐다보며 에효... 고자냐... 하고 말씀하시기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병에도 덜 걸린다고 하구요. 더 오래오래 저와 함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때려도 웃으며 달려오고, 그 큰 몸뚱이 제 품안에 다 안기지 못해 흘러 내려도 저한테 걸쳐져있기라도 한 걸 행복해하는 녀석이니까.. 미안하지만, 그리고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제가 그렇게 했으니까 평생 저녀석 책임 지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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