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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12 10:19:00
Name SperoSpera
Subject [일반] 전차열전 (12) 독일 대전차 자주포/구축전차
구축전차, 전차잡는 야수들.
  

독일의 전차엽병전술과 구축전차의 정의

독일국방군의 구축전차와 대전차 자주포의 운용전술은 전차엽병전술로 알려진 매복 기습사격 후 후퇴하는 식의 방어 전술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설명하자면 먼저 구축전차가 매복지점에서 대기하며 약 2500~3000m 정도의 이른바 '격멸 구역'을 형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사거리 내에 들어온 적 전차에게 일제사격 후, 후퇴 기동중에 재장전을 마친후 다시 정지 사격, 다시 후퇴하며 최대사거리를 유지하는 전술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차엽병전술이 사용된 이유는 당시 구축전차 등장 시점이 독일이 본격적으로 밀리기 시작한 1944년 경이었고, 구축전차 자체가 무포탑 구조라 근접전에 극히 불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파괴된 구축전차의 상당수가 근접전 피격이나 궤도 이상으로 후퇴하지 못하다 격파당한 경우였습니다. 이제 이 전차엽병전술에 사용되었던 구축전차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구축전차란 대전차 자주포의 개념을 잇는 대전차전 상정 차량으로, 이름 그대로 '전차잡는 전차'입니다.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개발되어 제식화된 4종. 즉 4호 구축전차와 헷처, 야크트판터, 야크트티거와 소련적군에서 사용한 SU-85, SU-100 등이 이 기종에 속합니다.

영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도 구축전차 개념의 차량을 개발, 보유했지만 그들의 구축전차, Tank destroyer는 사실 대전차 자주포와 비슷합니다. (이탈리아의 세모반테 시리즈는 구축전차로도 알려져 있지만 사실 자주포로 정의되기 때문에 모호한 감이 있어 제외합니다.)

구축전차는 돌격포와 비슷하게 차체에 그대로 주포와 전투실을 고정 탑재한 형태로, 포탑이 없는지라 야크트티거를 제외하면 극도로 낮아진 실루엣과 극도로 강화된 전면장갑, 앞으로 쏠린 형태의 주포가 특징입니다.

차체 전체가 반동을 소화하는지라 회전포탑을 사용하는 기존의 전차보다 대구경포를 탑재하는 것이 쉽고, 두터운 전면장갑 덕에 정면 전투에서 일반 전차보다 유리합니다.

그리고 가격과 생산속도 또한 전차에 비해 매우 낮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포탑이 없기 때문에 측면, 후방의 적에게 무력하며, 강력한 주포를 일반 전차에도 탑재 가능해졌고 매복전술의 효용성이 떨어진 현대전에서는 그 가치를 잃어 전후 독일연방군의 카노네 구축전차를 마지막으로 사장된 개념입니다.


카노네를 마지막으로 구축전차라는 개념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멸되었습니다.

구데리안의 오리, 4호 구축전차

4호 구축전차는 사실상 구축전차화된 3호 돌격포를 궁극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포신 4호전차의 개장형 차량입니다. 1942년 12월, 독일국방군은 4호전차를 기반으로 한 100mm 전면장갑과 판터의 주포인 75mm Pak 42 L/70 대전차포를 갖춘 구축전차의 개발을 요청합니다.

4호 구축전차의 개발 노하우는 주로 이미 성공한 모델인 3호 돌격포의 경험에서 참고되었습니다. 포탑을 제거하고 차체에 주포를 장착하는 방식을 통해 3호전차가 그랬듯이, 4호전차도 주포 탑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75mm Pak 42 L/70 대전차포를 장착해 화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은 여유 중량을 방어력 증강에 투자할 수 있었으며 승무원 또한 1명 줄일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개발은 보마그 사에서 진행되었으며, 1943년 목제 목업전차가 공개된 3달 후 첫 프로토타입이 완성됩니다. 완성된 차량은 극히 낮은 실루엣으로 피탄면적을 최소화한 매복전에 적합한 형태였고, 포 선회각은 10도 정도였습니다. 이 프로토타입은 0-시리즈로 불리며 머즐브레이크가 장착되지 않은 75mm Pak 39 L/43 대전차포를 주포로 장착했고, 전면장갑이 아직 수직형태였습니다. 시야 확보는 전차장 잠망경으로 이루어졌으며, 기관총 두 정이 지급되어 차체에 난 총구를 통해 사격이 가능했습니다.

1944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4호 구축전차의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75mm Pak 42 L/70 대전차포는 판터 생산에 이용하기도 바빠 4호 구축전차에 탑재하기에는 수량이 모자랐기 때문에 그 수량을 확보할 때까지 임시로 기존 4호전차의 주포였던 75mm Pak 39 L/48 대전차포를 탑재한 생산형인 4호 구축전차 L/48이 우선 생산되었습니다.

화력면에서 4호전차보다 나을 것도 없었고, 오히려 포탑이 없다는 약점만 가졌다는 악평도 있었지만 어차피 곧 70구경장으로 업그레이드 할 판이었고 워낙 낮은 실루엣 덕에 매복공격과 방어전에는 적합했기 때문에 생산은 지속되었습니다.


4호 구축전차 L/48. 경사장갑과 쐐기꼴 모양의 차체 전면 덕에 방어력이 매우 향상되어 구축전차로 써먹기에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1944년 4월 4호 구축전차 L/48의 생산이 종료된 후 75mm Pak 42 L/70 대전차포를 장착한 4호 구축전차의 연구가 6월과 7월에 각각 알케트사와 보마그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8월부터 이들이 각각 4호 구축전차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4호 구축전차는 L/70(A)와 L/70(V)로 분류되었습니다. 두 차량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이전 모델과의 주된 차이는 주포 선회각이 12도로 증가했다는 것과 머즐브레이크 탈착, 총구의 감소, 전/측면 장갑이 80, 50mm로 증가했다는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이런 잡다한 개조는 L/48의 후기형에서 이미 이루어진 터입니다.


4호 구축전차 L/70(A). 4호전차 J형의 차체를 사용했으며 보마그 사 차량에 비해 생산량은 3분의 1 정도였습니다.


4호 구축전차 L/70(V). 4호전차 생산라인을 구축전차용으로 돌리고 5호전차 판터와 6호전차 티거를 주력으로 이용하는 게 이후 독일국방군의 계획이었으나, 그 장밋빛 판타지의 마지막은 모두들 잘 아실겁니다.

4호 구축전차의 주포와 전면장갑이 강화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무게가 앞쪽으로 쏠리면서 1조 전륜의 마모가 극심해져 이를 강철제로 바꾸면서 차량 진동이 심해지고, 이가 주포의 피로도 누적에 영향을 끼치면서 사격 정확도와 주포 수명 감소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차량 운행과 기동 또한 만만찮게 빡세진 덕에 짜증이 난 전차병들이 뒤뚱거리는 차량을 오리에 빗대 '구데리안의 오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적잖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4호 구축전차의 총생산량은 2007량에 달했으며, 대부분이 돌격포 대대나 전차엽병대대 등으로 배속되어 방어전과 전차전에서 우수한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38(t)전차의 화려한 외도, 헷쳐.
  

1943년 3월, 하인츠 구데리안 장군은 마더 시리즈와 같은 임시방편 대전차차량과 견인포들을 완전히 교체할 새로운 경구축전차의 개발을 요구합니다.

38(t)전차의 차체가 이 구축전차 계획에 사용되기로 결정되었고, 처음에는 38(t) 경돌격포로 명명되었지만, 결국 38(t) 구축전차 헷쳐(말썽꾸러기)로 결정되었습니다.

1943년 12월에 디자인이, 1944년 1월 목제 목업 모델이 완성되며 4월 BMM사에서 프로토타입 3량이 히틀러에게 공개되고 생산 허가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헷쳐의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헷쳐는 다른 구축전차와 유사하게 폐쇄식 전투실을 갖추었고, 60mm의 강화된 전면장갑을 보유했습니다. 장비한 75mm Pak 39 L/48 대전차포는 위력면에서 적 중(重)전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량을 격파하기 모자람이 없었고, 경사장갑 덕에 정면에서의 생존력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4호전차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 성능이 워낙 뛰어나고 생산성도 훌륭했기 때문에 전후반 악조건 속에서도 2,584량이나 생산되며 성공한 경구축전차임을 입증했습니다.

좁은 차체에 억지로 경사장갑을 우겨넣느라 독일전차답지 못하게 주거성이 나쁘고, 포가 우측으로 배치된 덕에 밸런스가 나빴으며 측면장갑이 극도로 얇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헷쳐는 우수한 차량이었기 때문에 전후 체코, 스위스 등 여러 국가에서 헷쳐를 생산해가며 운용했습니다.



헷쳐 구축전차. 무척 싼 가격과 경구축전차임에도 높은 전투력 덕에 가장 성공한 구축전차가 되었습니다.

헷쳐의 변형으로는 14mm 화염방사기를 장착한 헷쳐 화염전차, 150mm sIG33/2 중보병포 장착형, 전차 회수차량 베르게헷쳐가 있습니다.


아르덴 공세 당시 노획된 헷쳐 화염전차.


중보병포 장착형 헷쳐, 다소 언밸런스한 감이 있는 게 오히려 귀여워 보입니다


베르게헷쳐, 전차 회수차량까지 종류별로 다양하게 만들어 주시는 힛통의 머릿속이 궁금합니다.

또한 루마니아에서 헷쳐와 비슷한 형태의 구축전차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시제차량이 완성되었지만 소련군에게 항복하면서 이러한 구축전차가 필요없는 소련군이 프로젝트를 취소해 버립니다.


루마니아의 MO-4. 당시 기준으로 볼 때 헷쳐와 비슷하게 운용할 만한 쓸만한 녀석이었지만, 소련군에 의해 취소되어버립니다.


구축전차의 결정체, 야크트판터.


1942년 8월, 독일국방군은 5호전차 판터의 차체를 바탕으로 해 88mm 장신포를 장착한 돌격포의 개발을 결정합니다. 마침 1942년 경엔 한창 판터 개발이 잘 진행되던 터였고, 크루프 사가 디자인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1943년 다임러 벤츠 사에 의해 1월 신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기술 서류가 완성되었고, 6월에 첫 시제차량을 생산하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을 개시한다는 야심찬 계획안이 마련되었습니다.

1943년 5월 신형 돌격포의 디자인이 완성되었는데, 이는 1942년 11월 목제 목업 모델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기에는 다임러 벤츠 사의 공장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5월 하순에 신차량 생산 작업은 MIAG 사에 하당되었고, 10월 하순 경 첫 프로토타입이, 11월 두번째 프로토타입이 차례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차량 명칭이 88mm 중구축전차 판터 형, 야크트판터로 정해지게 됩니다. 프로토타입 테스트 이후 12월 첫번째 양산차량이 생산되고, 이후 194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됩니다.


야크트판터. 공수주를 두루갖춘 최고의 구축전차였습니다.

완성된 야크트판터는 구축전차 중 가장 균형잡히고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주포인 88mm Pak 43/3 L/71 대전차포는 당시 모든 연합군과 소련군의 전차를 격파 가능했고, 80mm의 전면 경사장갑은 상당한 방어력을 자랑했습니다.

최대시속 46km의 속력은 당시로선 상당한 쾌속으로 야크트판터가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사격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4호 구축전차나 헷쳐와는 달리 주포의 위치가 안정적으로 균형잡혀 있었기 때문에 쾌적한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차체 고장 또한 신뢰성 높은 판터의 차체를 사용한 덕에 적었지요.

야크트판터는 초기형과 후기형으로 구분지어지는데, 후기형은 운전병 관측구를 하나로 줄이고 포신 교체가 쉽도록 두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주포를 장착했으며, 대보병 방어무기로 16발을 발사 가능한 90mm NbK 39 유탄 발사기(수류탄 발사장치?)를 장착했습니다.


야크트판터. 후기형.


노르망디에서 격파된 야크트판터. 매복만 제대로 하면 연합군 최대 적수 중 하나였지만, 너무 적게, 너무 늦게 등장했습니다.

노르망디 등지에서 3량으로 처칠 중전차 10량을 격파하는 등 구축전차로서 최고의 위치를 누린 야크트판터지만, 결정적으로 생산량이 너무 적었습니다. 야크트판터 생산공장에 대한 연합군의 맹폭격 때문에 생산량은 많아봐야 425량으로 추정되며, 그것만으로 전황을 뒤집을 수는 없었습니다.


최강최악의 괴물, 끝판왕, 완전체, 구축전차, 야크트티거


야크트티거의 개발은 쾨니히스티거와 거의 유사한 시점인 1943년 2월부터 진행되었으며, 10월 목제 목업 모델이 야크트판터와 쾨니히스티거와 함께 동프러시아의  히틀러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생산은 1943년 12월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5호전차 판터의 양산에 밀려, 1944년 6월부터 개시되어 1945년 4월까지 이어졌습니다. 구조는 쾨니히스티거의 차체에 거대한 전투실과 2차대전 최강의 대전차포인 128mm Pak 44 L/55 대전차포를 탑재한 것으로, 이 포는 마우스 초중전차에도 탑재된 바 있습니다.

야크트티거의 본래 목적은 장거리 보병, 전차 지원이었고, 때문에 매복 전술이 아닌 노출된 전장 상황을 상정해 상당히 높은 실루엣과 거대한 덩치로 상대를 위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면 260mm에 이르는 넘사벽 수준의 장갑과 화력을 이용해 구축전차 용도로 이용된 경우가 더 많아 결국 구축전차로 분류되었습니다.

당시 야크트티거를 전면에서 파괴할 만한 전차는 연합군에도, 소련군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야크트티거가 측면 타격에 의한 전투실 유폭이나 공습으로 파괴된 것을 보면 이 괴물 호랑이의 무서운 장갑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쾨니히스티거의 약점인 잔고장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독일국방군에는 이 괴물들에게 먹일만한 어마어마한 기름도 거의 남아있지가 않아 활약할 기회가 드물었습니다.

야크트티거는 총 77량이 생산되어 대부분 서부전선에 투입되었고, 티거 에이스였던 오토 카리우스 분과 인연을 맺기도 했습니다. 셔먼과 크롬웰들을 무차별 학살하며 맹위를 떨쳤지만 수량이 너무 적어 전황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야크트티거 구축전차, 이 무렵 정신줄 놓으신 힛총독께서 야크트티거를 화염방사형 전차로 개조하자는 주장을 한 바가 있지만, 다행히 그런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카리우스 중위 또한 야크트티거와 인연이 있어 야크트티거가 배속된 제 512 중구축전차 대대 2중대를 지휘하게 되셨지만, 야크트티거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을 하지는 않으셨다고 합니다.

구축전차는 자체의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당시 독일의 정황에 가장 적합한 차량으로 돌격포와 함께 무너져가는 독일 기갑사단을 떠받친 대들보였습니다.

하지만 독일국방군이 연합군과 소련군의 3만대의 전차를 파괴할 동안 1만5천대가 남아있었고 독일국방군이 파괴할동안 새로 생산된 4만3천대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으며, 물량에는 장사없다는 말도 있듯이 이는 그대로 나치 독일의 패전으로 이어집니다.

아랫글과 연결되기에 스펙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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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크라
11/10/12 12:5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독일군 끝나면 계속 이어서 연합군까지 가나요?
서린언니
11/10/12 17:06
수정 아이콘
저 모습을 보니 스웨덴의 S전차가 생각나네요, 수퍼대전략에선 경전차보다도 더 썩은 능력치를 자랑하던;
어드밴스드에서는 구축전차들이 싸고 강력해서 많이 생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사방에서 끊임없이 리젠되는 셔먼과 T34...
혹시 메가드라이브판 어드밴스드 대전략 클리어 해보신 분 계신지?
하면 할수록 독일군의 절망만이 전해져 오는 정말 리얼한 게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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