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11/02 19:05:11
Name 가나다랄
Subject [일반] 굿바이~ 스타2 (스타2 결제에서 그만 두기까지)
난 대학교 4학년 공대생으로서 하루하루 마음 불편한 인생을 살 고 있다.

나의 취미이자 특기는 재미있게 노는 것이 아닌, 불편하게 노는 것이다.

무슨 말 인고 하니, 내가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중요한 일을 제쳐 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일이 시험인데 pc방을 가거나, 지금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데 술을 먹으러 가거나 등등...

현재 취업의 문을 앞두고 일생에서 가장 불편하게 놀며 나의 장기를 한 껏 내뿜고 있다.

그러던 중 가을 하늘이 화창한 어느날의 오후에 불편한 마음을 이겨 내기 위해 취업공부!

가 아닌 스타크래프트2 디지털 결제를 하고 만다.

따사로운 햇살이 나의 절제력을 녹인 건 아니다.

왜냐 하면 내방은 창문이 없고 게다가 형광등이 고장났고, 또한 난방마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나의 특기인 '불편하게 놀기' 위해서이다.

어쨋든 우연한 기회에 만든 신용카드로 쿨 하게 일시불로 결제를 한.....

것이 아닌 69000원짜리를 6개월 할부로 찌질하게 결제하는 위엄을 뽐내며 스타2를 인스톨 하였다.

오픈베타때 이미 잠깐 스타2를 경험해 보았기에 색다른 경험은 없을 것으로 예상 되었다.

하지만 돈주고 산 게임의 포스는 나의 상상을 초월 하였다. 다음은 그때 당시의 나의 기분을 표현한 '한글'이다.

"아아아 오오 히히히히힉 흐르르륵 훌쩍 흑흑 히히히힉 으으으으 훌쩍 아.....된장 히히히히 하하하하!!"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 챘을 지도 모르지만 '흑흑' '훌쩍' '된장' 등은 취업 준비생의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단어이다.

'스타2에 빠지면 안돼, 1대1래더는 절대 하지말아야지, 켐페인이나 팀플만 한번씩 하는거야!!!!'

이런 마음을 가지고 스타2를 실행했다.

왜 1대1을 하면 안되느냐?...........때는 2002년 겨울로 돌아간다.

예전 고등학교를 다닐때 나는 반에서 스타를 좀 잘하는 편 이었다. 나는 빌드도 없었다. 그냥 손이 빠르니 이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졸업후 2002년 겨울 우연한 기회에 '12드론 앞마당 해처리'를 알게되면서 스타에 빠지게 되었다.

판타지 세상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슷하 였던 것 같은 그런 기분......

난 식음을 전패하고 스타방송을 챙겨 보며 두 달동안 스타에 '빠지게' 되었다.

당시 나의 상황은 스타에 빠졌다 라는 수식어 말고는 더이상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때 당시 나의 실력을 표현해 보겠다.

보통 7승0패 이런식으로 자신의 실력을 말하지......난 달랐다...7시간 0패!

이 말은 어떤 평범한 하루 중 공방에서 7시간동안 플레이했지만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 조루이다.

두 달뒤에는 스타를 끊었기 때문이다. 어떤 길드에 프로게이머랑 연습하는, 스타를 매우 잘하는 그런 형이 있었다.

이 분과 게임을 하게 되었다.

결과는 6시간 전패.......이 날 이후로 스타를 손에 대지 않았다는 모두가 아는 그런 슬픈 전설이 있다.

어쨋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이 때처럼 두달간 스타에 빠질 용기가 없었다. 취업준비생이기에.....

그냥 쉬엄 쉬엄 켐페인하며 팀플을 즐길 뿐 이었다.

어느덧 캠페인 앤딩을 보고 무료한 어느날..... 잠깐 졸리는 사이에 눈을 떠보니 1대1 대전 검색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아차! 하는 순간, 대전상대가 결정되고 나의손은 빨라 지기 시작했다.

격전의 첫판을 끝내고, 차분한 마음으로 진정시킨 뒤 나의 마음과 협상을 시작했다.

나의 최대 장기인 불편하게 놀기 프로젝트에 들어 가기 위해서 이다.

"그래!!!! 이왕 노는거 화끈하게 한번 놀아보자. 오픈배타 때, 배치게임 이후 몇 판 놀아서 지금 플레티넘인데, 다이아 까지만 가보자!!!"

몇일이면 되겠지..라며 시작하게 되었다.

눈을 떠보니 나의 계급은 다이아 80등 이었다.

다음은 이 때 나의 기분을 '한글'로 표현 한 것이다.

"오~예~후르륵 찝찝 음.......냠냠...그렇군.....끈쩍끈쩍......뒤뚱뒤뚱..."

좋은 감정은 0.1초 뿐 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내가 한때 스타좀 날렸는데...왜 점수 900점에 다이아 80등 밖에 안되지???"

단지 이것이다.

다시 목표가 생겼다. 기사도 연승전 신청조건은 상위 1000위 안에 드는 것이다. 기사도 연승전 신청을 목표로 하고 한번만 더 달려보자.

1000위 안에 드려면 1700점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 방송 보고, 스타 하고, 밥 먹고, 스타 하고, 오줌 누고, 스타 꿈 꾸고...이런 하루를 보내다 보니 다음과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스타 보고, 스타 하고, 스타 먹고, 스타 누고, 스타 자고.......

빠른 시일내에 1700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 되었다.

벤쉬에 휘둘려 퀸을 이동시키는 찰나에도 후속타를 대비해 일꾼과 저글링 맹독충을 적절하게 뽑아 주는

한번에 세가지를 생각하는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니 어느새 1300점! 좋아 조금만 더 달리면 고지가 눈앞이다...............

이 날은 아침 햇살이 참 좋았다. 오전 10시 30분, 새침때기 알바가 있는 편의점에 가서 담배를 하나 사고 돌아 오는 길에 결의를 다졌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주변을 정리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어??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 오버로드 정찰을 보내기가 싫다. 택도 없는 전략을 쓰고는 그냥 지게 된다. 뭐지?? 왜자꾸 지는 걸까?

혹자는 ELL이 높아져 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 하겠지만, 그건 이미 알고 있고 경험한 바 있다.

그건 아니다. 단지 내가 못 할 뿐이다. 이상하다 계속 해보자.

어느덧 10연패



(나는 조루이다. 크고(스타2 실력이) 단단(빌드가) 하지만 매우 빠르다.)



이런......낭패다. 때가 왔구나... 여기서 스타를 접어야 한다..............이것은 신의 계시다.

필시 담배를 사러가는 동안 따사로운 햇살이 나의 대뇌피질에 전달되는 신경을 데우면서 부피가 늘어났을 게야.

그러면서 스타를 하는 동안 굵어진 신경으로 다른 생각이 들어간 것이다.

미묘한 것 이기에 그것이 무슨 생각인지 내가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이것은 필시 여기서 그만 두어야 한다는 무의식의 영역일 것이다.

프로이트가 창출한 무의식의 세계! 바로 그것이다. 그 무의식이 나의 오버로드를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난 스타2를 언인스톨 하고 몇 일 후 이 글을 쓰면서 불편하게 잘 놀고 있다.

이 글을 마치며, 점수올리는데 많은 도움을주신 '휴식점수'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에필로그

위의 사실은 어느 피지알러 일상의 단편을 그대로 기술 한 것이며,

재미있는 사실은 스타2 결제에서 그만두기까지 모두가 5일만에 일어난 것이다.

"나는 조루이다. 크고 단단하지만 매우 빠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하얀거탑
10/11/02 19:09
수정 아이콘
너무웃깁니다 크크크크크
10/11/02 19:40
수정 아이콘
아..... 터졌습니다. 글읽다가 이렇게 웃긴적이 언제였나 싶네요. 답글 달려고 수년만에 수줍게 로그인해봅니다.
양들의꿈
10/11/02 19:3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재미난글 잘 읽었습니다
Siriuslee
10/11/02 19:44
수정 아이콘
토요일 로때마트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여기저기 싸게 사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고, 집에는 로때마트 몇만원 사면 얼마 할인 쿠폰등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이 쌩으로 6.9만원 다 주고 샀지요.


물론 패키지 열어서 등록키 잘 들어있나 확인 해보고 다시 넣어서 아무데나 던져놓은 후
문명하셨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오늘 아침.. 어??
도달자
10/11/02 20:08
수정 아이콘
스타 보고, 스타 하고, 스타 먹고, 스타 누고, 스타 자고.......
크크크크크킄
10/11/02 20:33
수정 아이콘
아.... 진짜 미치겠다.

왜 이렇게 웃겨요!!?!?!?! 글 좀 자주 연재해주세요. 아.. 너무 웃기네요.
어떻게 5줄도 채 안 읽는 매 순간 빵빵 터지는지..

무슨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오버로드를 안보내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킄크크크크크
10/11/02 20:39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유혹을 거부하는데 온 힘을 들이고 있습니다. 일단 보는것만 하거든요....GSL, 기사도 연승전....음?
10/11/02 20:54
수정 아이콘
와 저랑 싱크로율 98% 2%로는 저는 좀더 포기하구 불편하지않게 걍 즐긴다는거뿐;; 아직 철이 덜들었나;;
뜨거운눈물
10/11/02 20:58
수정 아이콘
저도 유혹을 뿌리치며 1달동안 보는것만으로 만족하다가

결국 저번주 금요일날 69000원주고 디지털 결제했쬬..

롯데마트 홈페이지에서 국민카드로 사면 1만원 싸게 산다는걸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되더라구요.. 스타2 참 무서운 게임인듯
마동원
10/11/02 21:33
수정 아이콘
얼마만에 로그인인지... 불편하게 놀기! 정말 저랑 특기이자 취미가 똑같으십니다. 으하하
하루사리
10/11/02 21:24
수정 아이콘
푸하하하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는 다른 의미로 조.. 응?
Amaranth4u
10/11/02 21:32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 불편하게 놀때는 평소에 재미없던것도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구요.
이민님닉냄수
10/11/03 00:51
수정 아이콘
크크크 조낸잼있어요 크크크크크크크크 로긴하게 만드네
10/11/03 01:20
수정 아이콘
센스 만점입니다...
RealWorlD
10/11/03 01:33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재밌네요 2탄도 만들어주세요
Nyx_soul
10/11/03 01:48
수정 아이콘
글잘쓰시네요 보는사람이재밌게해주시네요크
10/11/03 10:37
수정 아이콘
날 로그인하게 만들다니...
설탕가루인형
10/11/03 12:1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너무너무 재밌네요
기차를 타고
10/11/04 12:18
수정 아이콘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크크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오버로드를 보내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빵터졌네요 크크
이런글 좋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171 [일반] 벌점제도 좋지!!! 그런데~ [167] 삭제됨7802 10/11/03 7802 0
26170 [일반] 최후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 [13] 올빼미3944 10/11/03 3944 0
26169 [일반] 영화 '부당거래' 보신 분들과 나누고 싶은 결말에 관한 이야기(스포일러 포함) [22] 헤르세11870 10/11/03 11870 0
26168 [일반] [NBA]실망스러운 가넷의 행동~(수정했습니다.) [32] 아우구스투스7192 10/11/03 7192 0
26167 [일반] 새로운 축구 본좌의 탄생? 가레스 베일! [51] 벤소토7613 10/11/03 7613 0
26166 [일반] G20 경비 '올인' 지역치안 공백 우려 [34] 아유4747 10/11/03 4747 0
26165 [일반] 2010년 43주차(10/25~10/31) 박스오피스 순위 - po부당거래wer [17] 마음을 잃다5369 10/11/03 5369 0
26164 [일반] 군대식 문화와 그에대한 고정관념... [73] 마빠이7317 10/11/03 7317 0
26163 [일반] 제 단짝친구가 한국수력원자력에 합격했어요 [12] 하지만없죠6959 10/11/03 6959 0
26162 [일반] 남을 음해하는 말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술친구에게 들었다." 라고 말하면 무죄 [25] MelOng6454 10/11/03 6454 0
26161 [일반] 체벌의 정당화 [186] 네오6852 10/11/03 6852 0
26160 [일반] 푸앙카레 추측과 우주의 모양. [34] 김연아이유리7950 10/11/03 7950 0
26159 [일반] [책모임] 후기, 그리고 다음모임 공지 [2] 달덩이3688 10/11/03 3688 0
26158 [일반] G와 쥐 그리고 국왕과 배 [31] 네로울프5792 10/11/03 5792 0
26157 [일반] Tving 어플 출시! [13] 대근6370 10/11/03 6370 0
26155 [일반] 연예인 대학 수시 합격 논란에 대한 생각 [83] 맥주귀신7500 10/11/03 7500 0
26154 [일반]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심사위원 명단이라고 합니다. [62] 정열10703 10/11/03 10703 0
26152 [일반] 체벌 금지의 전제조건 [90] V3_Giants4575 10/11/03 4575 0
26151 [일반] [속보] 예멘 남부 지역에서 한국 송유관 파괴 - 알 카에다 소행으로 추정 [2] 독수리의습격4505 10/11/02 4505 0
26150 [일반] ‘G20이 뭔지’ 공무원은 껌 떼고, 초등생은 환율 공부 [65] 아유5990 10/11/02 5990 0
26148 [일반] [철권] 지삼문 에이스(텍엠, 밥) vs 무릎(텍갓, 브라)가 데스 중입니다. [11] 초식남 카운슬러5017 10/11/02 5017 0
26146 [일반] 굿바이~ 스타2 (스타2 결제에서 그만 두기까지) [23] 가나다랄7914 10/11/02 7914 1
26145 [일반] 2010년 10월 싸이월드 디지털 뮤직 어워드(이하 CDMA) 수상자 및 순위~! [5] CrazY_BoY4533 10/11/02 453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