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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9 21:03:48
Name 요비
Subject [일반] 사직 구장 구경기 (10.08.24)

안녕하세요.
일주일간의 경주-부산 코스의 여름휴가 마치고 컴백한 요비입니다.


부산에 근 25년 이상을 살았으면서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부산을 떠나서야 슬슬 하기 시작한 사람이지요.
그러면서 느끼는건 가끔 가는 부산은 정말 편안하면서도 참 매력적이고 재밌는 도시라는거죠.
부산 슬로건이 아직도 다이나믹(Dynamic Busan)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름 하나는 잘 지은듯 합니다.


오늘은 그 새로운 경험중 하나인 지난 8월 23일에 있었던 롯데 vs 기아 전 야구 경기 관람 경험을 써보려 합니다.
그간 잠실, 목동, 문학구장을 어웨이 팀 자격으로 롯데 혹은 지인의 한화를 응원하며 널널한 자유석에 앉아서 메인 응원단 없이 전광판은 상대팀만을 응원하는 서글픈 관람만 해서인지, 이번 사직 구장 방문은 참 설레이더군요.


경주에서 약 100km를 달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30분에 1000원짜리 미니 PC로 그날의 경기를 검색했어요.
늦은 검색이였기에 예매는 마감되었고, 그날의 경기가 4위를 다투는 라이벌이였던지라 표가 없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긴 했지만
그래도 평일이란 생각에 희망을 품고 사직 구장으로 향했습니다.


대략 4시경 도착하니 홈플러스에서부터 시작되는 가판에서는 '멕시간'이란 짝퉁 치킨을 포함한 치킨과 김밥 얼음물 그외 간식거리가 곳곳에 있더군요.
운이 좋아 목좋은 곳에 주차를 완료하고 티켓팅하러 달려갔습니다. 타구장과는 다르게 2층에 표파는곳이 있더군요.  


운좋게도 챔피언 데이(?)라고 해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표를 50% DC해서 팔더군요. 곳곳에 암표상이 S석 A석 외치며 있더군요.
슬프게도 1루측 지정석을 포함한 롯데 응원석이 모두 매진인지라 3루측 지정석을 구매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이런생각이 들더군요. 무려 400km 이상을 달려 도착한 부산에 야구 경기 하나 보는데 3루가 말이 되는가? 4000원에 웃돈을 좀 더 주면 안되는것인가? 것도 50% DC의 날인데 하는것이죠. ...이하 생략... 어찌하여 1루측 B석을 구했습니다.


(그닥 좋지 않지만 그래도 1루쪽이 얼마인가요~)


그리고나선 간단한 부식거리를 사러 홈플러스로 갔습니다.
헉. 새로운 새상이 펼쳐지더군요.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차가운 맥주들과 3마리가 1봉으로 묶인 8000원짜리 구운 오징어 세트, 만들어지자 마자 팔리는 닭강정, 김밥더미등등
꼭 VJ 특공대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번쯤 찍어봤을것만 같은 사직구장을 위한 맞춤 판매가 이뤄지고 있더군요.


(펌 사진. 요로코롬 생긴게 3마리 있더군요. 다리 포함입니다.)


오징어, 김밥, 닭강정과 함께 무더위를 식혀줄 얼음물 큰거 하나 들고 구장에 입장했습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있더군요. 이정도 인원은 잠실 이후 처음이였습니다.


(구린 제 똑딱이를 용서하세요. 구장을 모두 담을수가 없네요.)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대략 7시가 넘어가니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만큼 꽉 차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좁은 좌석에 다닥다닥 붙어앉아서 이것저것 꺼내 먹으며 보려니 더위에 지치고 사람에 지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띤 응원에 한화 광팬인 지조를 지킨다는 지인도 움찔거리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더군요.
1회는 그냥 이름 응원으로 시작하고, 2회부터 각자의 응원가를 부르더군요.
1회에 무려 5점을 낸지라 정말 목터져라 신났답니다.
그후론 점수를 내진 못했지만 정신없이 응원하고 구경하고 먹다보니 점수를 언제 냈는지 기억도 안나게 다이나믹 했답니다.
홍성흥~ 이랑, 안타하나 쳐주세요 박기혁~ 등등 부르고 싶었던 응원가를 비록 부르진 못했지만 (아, 윤석민 나왔을때 잠시 홍성흔~ 나왔습니다.)
새로운 응원가 (쌔비라~)도 좀 불러주고, 삼진 뜰때 나오는 어느날. 끝 응원가도 목놓아 불렀답니다.





  




(꽉 찼죠? 꼼수부려 널널한 자리로 가고싶었지만 그럴 구석-계단 조차 사람들이 들어찼어요.)



대충 6회? 7회? 쯤인가요?
청년이 갑자기 움직입니다. 거대한 주황봉투 더미를 들고요.
혹여 받지 못할까 일어서서 달라고 팔을 휘저어 한장 득템했습니다.
자세히 구경한건 처음이네요.




(봉투 앞 뒤 모습. 이 봉투 아이디어 참신해요~)


봉투를 받았음 이걸 해야죠. 비록 그흔한 신문지 하나 없이 맨손으로 응원하더라도 봉두를 받았음 한번 써줘야 합니다.
한화 광팬은 정조를 지키기 위해 차마 쓰진 못하고 풍선을 만들어 잡고 응원하더군요.
(담에 한화경기가면 전 묵언수행이라도 하렵니다. 한화 저지 사준다는데 결사 반대할래요. 쳇)




(흉한 사진은 모자이크죠. 1루 지정석 끝부터 센터를 돌아 3루 지정석까지 주황 머리들입니다.)



막바지 이닝에서 피지알을 비롯한 인터넷을 달궜고 사직 구장을 달궜던 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절로 엉덩이가 들썩이더니 삿대질을...-.-;
참 속상하더군요. 엉엉...
누군가에게서 시작된 홍성흔 노래를 시작으로 물병과 쓰레기들이 날라가기 시작하더군요.
한편으론 속이 참 시원하다가도 경기장 1층에 서있던 관객이 물이 든 페트평에 등을 맞는걸 보곤 허걱 했습니다. 꼬맹이들도 참 많은데...
경기는 자꾸 지연되고 성난 관중들도 그 후엔 오물 투입 그만하라 소리치며 경기는 재개되었죠.
가르시아의 마지막 플라이... 아쉽더군요.





주황봉투에 쓰레기 담아 정리하고 느즈막히 사진좀 찍고 나오니 일렬로 선 무리가 있더군요.
함께 끼어서 대략 20분 기다리니 한손에 붕대를 감은ㅠㅠ홍성흔 선수가 나오더군요. 꾸린 카메라로는 저것밖에 담지 못하네요.
체력이 나빠 더이상 기다리진 못하고 주차하는곳으로 걸어가니 옆문이 보이고 두 여학생이 작게 소리치더군요.
가까이서 보니 송승준 선수로 보이는 사람이 전화를 하며 뒷문;으로 나오더군요. 여학생들은 사인받으러 뛰어가고 전 얼굴 보는것으로 만족했답니다.
앞으로 퇴근길 선수들 볼일이 있으면 메인 출구 말고 뒷문을 주시해야 할듯 합니다. 하하;






굉장한 무더위와 사람들의 열기에 섞여 그 좁은 자리에서 무슨 정신으로 봤는지 신기합니다.
흥분이 지속되는 경기라서 지치는것도 한순간이더군요.
꾸진 카메라로 사진 찍는것도 깜빡해서 건진건 겨우 몇장이지만 그래도 남겨보고싶어 올리네요.
비록 제가 직관한 롯데 경기가 (그래봤자 3경기) 모두 패패패로 물들었지만 그래도 승리하는 날까지 가끔 바람쐬러 구경가렵니다.
생각해보면 1~2만원으로 4시간의 즐거움과 흥분을 느낄 수 있다면 꽤 할만한 놀이거든요.
뭐, 여름+많은 관중이 있을땐 피할 생각이긴 하지만서두요^^.



덧+
처음에 사직 구장 들어섰을땐 좁은 좌석 보고 정말 뜨악했답니다. 여기서 4시간 앉아서 볼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더군요.
그나마 제 옆자리 4자리가 비어서 아싸~ 했는데 경기 시작한지 20~30여분 후 4인이 들어오더군요.
눈물을 머금고 비켜주면서 아 정말 좁다 느꼈는데 그때 신기한? 훈훈한 일이 생겼어요.
그 4인중 한분이 캔맥주를 사더니 (좁은 곳이라서 맥주 파는 사람이 맨 끝 사람에게 옮겨주기 신공으로 맥주를 건내고, 다시 돈을 건내주는 MLB 방식-누군가 그랬음-으로 팔더군요) 갑자기 저희를 비롯한 같은 줄 사람들에게 나눠주더군요. 그리곤 오징어까지 주시는걸 부랴부랴 감사하다고 사양하곤 저희 오징어를 드렸습니다.
더운 여름에 공짜 맥주 받아 먹으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뭔가 부산정 혹은 갈매기정(?)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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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스
10/08/29 21:19
수정 아이콘
저 날 화요일날 저도 직관한 날이군요. 9회만 생각하면..하아.. 각설하고, 사직에 수십번은 가봤지만 보통 옆자리에 앉은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 음식 같이 나눠먹자며 받은 적은 있지만 요비님처럼 맥주(!)를 받아본적은 한번도 없군요 ㅠ
초보교사
10/08/29 21:36
수정 아이콘
오늘 직관 갔다 왔습니다. 결과는 박종윤선수의 폭풍 병살타 2개로 패배...
갈때마다 지는군요
10/08/29 22:11
수정 아이콘
원래 선수들은 퇴근할 때 뒷문으로 한다고 해요.
다만 그날 앞문으로 나갈 몇 명을 정한다고 하더군요. 일면 미끼(???)인 셈이죠.^^;;

그리고 사직구장 먹거리 진짜 대단하죠.
저 갔을 때에는 회도 팔더군요.
요새는 날이 더워서 안 팔지도 모르겠군요.
10/08/29 22:34
수정 아이콘
저도 당일 1루 지정석 장애인석 바로 옆쪽에서 괴성 지르고 있었습니다..
제 바로 뒤쪽 아저씨께서 파울타구 나이스캐치 하시고 애들 달려왔는데 자기 서울서 왔다며 읍소..
나도 서울서 왔기에 그 심정 알고 니해라 선창하여 아저씨 굽신크리.. 그리고 앞동네에서 내려가 선창 등등..
마무리로 페트병 날아다닐 때엔 가져간 글러브로 여자친구 머리 보호해주기 크리 -_-;;..
10/08/30 01:21
수정 아이콘
오늘 박팡야...
DavidVilla
10/08/30 11:27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저도 사직구장에 갈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 모두 놓친 기억이 떠올라 이 글을 보니 더욱 후회가..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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