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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3 22:24:31
Name edelweis_s
Subject [일반] 알파치노의 영화를 볼 예정입니다.

‘명배우(名俳優)’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 알파치노입니다.

옛날에 처음으로 이름을 들었을 땐 특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알고 보니 제대로 된 풀 네임은 ‘알프레드 제임스 파치노’라고 하네요. ‘파치노’란 이름이 더 특이하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사실 알파치노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건 수 년 전의 일이었고, 그가 뛰어난 영화배우라는 이야기도 허다하게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영화들 대부분이 제가 코찔찔이였을 시절의 작품이라 ‘봐야지, 봐야지’하면서도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히트>>라는 영화에서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아마 1~2년 전의 일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제 기억 속에 <<히트>>에서 알파치노의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다만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식당 같은 곳에서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두 주인공의 모습뿐입니다. 영화 자체는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TV에서 <<인썸니아>>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우연히 제 눈에 스쳤습니다. 알파치노가 총을 들고 로빈 윌리암스를 위협하는 장면이었는데, 와! 잠시 스쳐나간 얼굴이지만 전 한 순간에 그의 얼굴에 매료되었습니다. 총을 들고 협박하던 그의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수척하고 퀭한 두 눈은 몹시 위태로워 보였어요. 그렇지만 그 위태로운 얼굴에서 전 그의 강렬한 무언가를 느낀 모양입니다. 지금 당장 <<인썸니아>>를 봐야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본 그 장면은 아니지만, 같은 씬 장면입니다.<<인썸니아>>)

보고나니 알겠더군요. 알파치노 그는 어떤 노래가사에서처럼 그냥 가만히 있어도 간지가 질질 새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인썸니아>>를 접하게 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후에 다른 몇 편의 영화 스틸컷을 보니 <<인썸니아>>에서만큼의 카리스마는 느끼지 못하겠더라구요. 아, 스카페이스만은 예외입니다. 스틸컷만 봐도 그냥 작살나더군요.

그래서 전 이제부터 알파치노의 영화들을 보려고 합니다. 출연한 작품들이 워낙 많아서, 그냥 네이버 가서 네티즌 리뷰 참가수가 많은 영화들만 보려고 해요. 그 목록은 아래와 같고, 위에서부터 아래 순으로 볼 생각입니다.

<<히트>>(이미 본 영화지요)
<<인썸니아>>(이미 본 영화지요)
1. <<데블스 애드버킷>>
2. <<리크루트>>
3. <<88분>>
4. <<도니 브래스코>>
5. <<애니 기븐 선데이>>
6. <<인사이더>>
7. <<여인의 향기>>
8. <<스카페이스>>
9. <<칼리토>>
10. <<뜨거운 오후>>
11. <<대부1>> 12. <<대부2>> 13. <<대부3>>

순서는 그냥 느낌 오는 대로 정했는데, <<대부>>시리즈는 일부러 맨 마지막에 넣었습니다. 뭔가, 그, 영화계의 전설 같은 작품이잖아요? 맛있는 건 아껴먹는 것처럼 제 알파치노 작품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게 하려구요.

사실 공익 근무요원 시작한 이후로 이만큼이나 뚜렷한 테마를 잡고 행동하는 게 거의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5개월 남았는데-_-;; 그동안 얼마나 잉여롭게 지내왔는지 대충 예측이 가시죠;;? 그래서 그냥 pgr과 pgr 회원분들의 기억 속에라도 기록해두고픈 마음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1) 다 보고나서 리뷰도 작성해 볼 생각이에요. 언제쯤이나 목록에 있는 것들을 다 볼 수 있을진 모르지만... ... 지금 이정도의 po잉여wer라면 금방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2) 글을 쓰려고 키보드를 막 두드리다가 곧 글을 마무리할 단계가 오면 언제나 고민에 잠기게 됩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끝을 내야할지 몰라서요. 아마 가장 어려운 일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그저 이 지긋지긋한 글을 끝내야 하겠다는 강박관념이, 이 글을 시작하게 만든 목표보다도 우선하게 됐기 때문이겠지요. 어떤 일에 있어서나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마무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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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10/08/23 22:25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쯤에 알 파치노 영화 몰아서 좀 봤는데 저랑 비슷한 순서로 보시네요. 반갑습니다(..)
구라리오
10/08/23 22:28
수정 아이콘
애니 기븐 선데이도 챙겨봐주세요...
10/08/23 22:33
수정 아이콘
알파치노 정말 멋진배우지요.
아버지가 대부 매니아셔서 어릴때 부터 심심하면 봐왔던지라 제 머릿속에는 대부의 알파치노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뭔가 냉철하고 차가우면서도 간지가 좔좔 흐르는 그 카리스마...
사람이 뭔가 굉장히 커 보이는데... 나중에 키를 알게되고 헐~ 했습니다. 이미지와는 전혀 매치가 안되더군요..
글쓴님이 작성하신 영화 리스트는 거의 다 봤네요.
제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88분은 뭔가 많이 아쉬운 영화였고 리크루트는 제법 재밌게 봤었습니다.

저도 한번씩 글쓴님처럼 일종의 카테고리를 정해서 영화를 보는데, 그냥 재밌는 영화를 찾아보는 것 보다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하더군요.
몽달곰팅
10/08/23 22:34
수정 아이콘
리쿠르트나 데블스 애드버킷은 영화적 재미는 좀 떨어집니다. 알파치노의 연기도 영화 수준에 함몰되는 느낌이 크죠.

구라리오님께서 말씀하신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 알 파치노가 경기 앞두고 선수들에게 일장연설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알파치노는 진짜 말 그래도 관객과 화면을 잡아먹습니다. 그 특유의 가래끓는 듯한 목소리로 inch by inch!!!하면서
선수들에게 외치는 장면에서 진짜 압도당하죠. 더불어 Ray에서 멋진 연기 보여준 제이미폭스의 싸가지없는-_-연기도 즐길 수 있는 흐흐;;

알파치노의 대표작을 뽑으라면 극적으로 변모하는 마이클 꼴레오네를 연기하는 <대부>의 알 파치노와
무서울만큼 선이 살아있는 <스카페이스>의 알파치노를 추천합니다.
행복하게살자
10/08/23 22:38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대부1 극장에서 봤는데 정말 그 감동이란ㅜ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었죠.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기회가 되신다면 반드시 극장에서 보세요.
10/08/23 22:42
수정 아이콘
4번부터 11번까지는 대박이네요. 더불어 애니 기븐 선데이도 꼭 보세요.

요즘 다시 본 영화중에 'Gloomy Sunday', 'Malena' 이 두 작품도 나중에 꼭 보셨으면 합니다.

p.s 열린 결말도 있습니다. 주저하지 마세요.
zephyrus
10/08/23 22:47
수정 아이콘
대부1을 극장에서 보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 됐네요.
그래도 순서를 저렇게 정하셨다니 10월 전에 다 보실 수 있다면 보시고,
다 못 보시더라도 10월7일 이전에 대부 1을 보신 후
10월 7일에 개봉하는 대부2는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王天君
10/08/23 22:49
수정 아이콘
이런. 저도 언젠가는 기어코 필모그래피를 다 흝으리라 다짐하는 배우입니다. 알 파치노, 정말 이름만으로도 두근거리는 배우지요.
제가 본 건 두개 데블스 어드버킷, 여인의 향기 뿐이지만 그 카리스마는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데블스 어드버킷은 영화 속에서의 역할은 충분히 잘 살렸기에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의 형편없는 존재감을 의식하지만 않는다면 나름 즐길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는 말 못하겠지만 그 역할을 정말 소화를 잘 했습니다. 그 특유의 가래끓는 웃음소리...굉장합니다.
여인의 향기는 혼연일체라고 감히 평하고 싶네요. 그 고독한 자존심을 어찌나 잘 그려냈는지...이 영화는 그냥 알 파치노의, 알 파치노에 의한, 알 파치노를 위한 영화입니다. 그 유명한 탱고 씬을 보면서 몇번이나 멋지다고 혼자 중얼거렸는지 모릅니다.

알 파치노는 그 어떤 젊은이보다도 젊은이들만의 에너지를 노년의 에너지로 색다르게 뿜어내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열정, 패기, 욕망, 오만하면서도 파워풀하고 때로는 교활한 면까지, 볼 때마다 베토벤이 저런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상상이 됩니다. 고고하고 신경질적이고 야만적이지만 품위와 힘이 동시에 느껴지는 역설적인 배우라고 할까요. 즐거운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shadowtaki
10/08/23 22:55
수정 아이콘
마지막 7,8,9번이 진국이네요. 저도 한 때 즐겨 사용했던 영화보는 방법입니다.
배우별로 감독별로 국가별로 한 번에 몰아서 보면 스타일이나 각각의 특징이 금방 눈에 들어와서 좋은 감상법인 것 같습니다.
edelweis_s
10/08/23 22:58
수정 아이콘
"애니 기븐 선데이"도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파르티타
10/08/23 23:02
수정 아이콘
170이 훨씬 안되어 보이는 작은 키에 삐쩍 마른 몸매로
가당치 않게도 액션영화(?)의 주연을 밥먹듯 한 파치노 형님이네요

아마도 대부1에서의 이미지로 인해 그 이후 작품들에서 갱스터, 형사, 군인등 초 울트라 남성적인 역할을 자주 맡게된게 아닌가 하는데요
사실 대부1에서의 마이클은 다소 문약한 이미지로 시작하는 캐릭터라
스카페이스의 토니와 같은 캐릭터와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만, 어쨌든 갱스터죠

윗 댓글들에 안나온 영화 중에서 하나 꼽자면
좀 젊었을때 주연한 Dog day Afternoon 이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제목이 가물가물..
"개같은 날의 오후" 어떤 비디오에는 "뜨거운 오후"라는 요상한 번역으로 나와 있었던 작품인데요

실제로 있었던, 초짜 은행강도가 인질극을 벌이는 하루동안의 이야기입니다
대부, 스카페이스, 칼리토로 연결되는 갱스터 작품들 중 하나인데요
다른 영화들과 달리 폼잡는거 하나 없이 아아주 디테일한 상황/심리 묘사가 압권입니다
10/08/23 23:12
수정 아이콘
도니 브래스코 영화 구하셨나요? 생각보다 구하기가 힘들던데 ..
Dornfelder
10/08/23 23:46
수정 아이콘
저는 알파치노 하면 여인의 향기 마지막에서 보여주던 사자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탱고 댄스 장면은 워낙 유명해서 생략하고요.
네오크로우
10/08/23 23:55
수정 아이콘
어머님과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배우라 나열하신 영화는 다 봤네요. 88분외에는 알파치노의 미친연기가 다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88분은 그다지 알파치노의 연기력이 드러날만한 영화가 아니라 아쉽더군요.

저 영화중에서 No.1을 꼽자면 전 주저없이 스카페이스를 꼽습니다. 대부에서도 좋긴 하지만 워낙에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하니
도드라지는 느낌은 별로 없었고요. (물론 가장 눈길이 가지만 ^^) 반면 스카페이스는 원톱이라 부를 만큼 카리스마 정말 넘치죠.

최고의 장면중 하나인 저택서의 총격씬&라스트씬은 정말 압권입니다. 속칭 악당포스가 본좌급이죠.

칼리토는 음.. 알파치노의 연기력도 한 몫했지만 영화 자체가 참 괜찮았고 여운이 많이 남았던 기억이 있네요.

제 개인적으론 저 목록중 여인의 향기를 제일 마지막에 볼것 같습니다.

엄청 맛있고 매운 요리를 쭈욱 먹다 마지막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좀 식히는 느낌이랄까나....
스폰지밥
10/08/24 00:37
수정 아이콘
알파치노의 연기는 미쳤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가 알파치노와 에드워드 노튼인데.. 알파치노의 출연작품도 모두 봤지요. 역시 윗분 말씀처럼 저 역시 알파치노의 출연작 중 스카페이스를 최고로 손꼽습니다. 알파치노의 연기력이 가장 두드러진 작품이 아닐지;;

그리고 저만의 생각인데 대부1에서는 말론 브란도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렬해서인지.. 어째 알파치노의 연기가 뒷선으로 물러나서 절제된 느낌도 듭니다. 대부1만큼은 말론 브란도를 최고로 손꼽고 싶습니다. 대부 2와 3에서부터는 그야말로 알파치노를 위한, 알파치노의 영화라는 느낌이 들겁니다.

칼리토, 대부 시리즈, 스카페이스를 감명깊게 봤습니다. 그리고 인썸니아에서 연기변신을 시도한 로빈 윌리엄스와의 맛깔나는 대결도 정말 볼만합니다.

대부3를 가장 마지막으로 넣으신것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마지막에 알파치노의 쓸쓸하고 맥없는 초라한 죽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보는 사람조차 씁쓸하게 만듭니다..
10/08/24 00:40
수정 아이콘
알파치노 출연작 중 최고를 고르라! 고 한다면

ㅠ,ㅠ 못고릅니다. 거르고 거르고 걸러도 여인의 향기/데블스 에드버킷/스카페이스
거르고 걸렀는데 3편이나 돼! -_-
스카페이스
10/08/24 01:34
수정 아이콘
알파치노 모든 영화를 본 매니아 입니다. 닉네임만 봐도 아시겠죠?;;

전 칼리토 보다는 스카페이스를 먼저 보시는걸 강추하고 싶네요.
칼리토 내용이 스카페이스2 라고 할만큼 영화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연장선상이거든요.
감독도 드팔마 감독이 10여년을 터울로 만든 주제가 비슷한 갱 영화이구요.
스토리 상으로는 두 영화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만..
스카페이스에 나온 배우들의 10여년 뒤의 모습들을 칼리토에서 숨은그림찾기 하는것도 재밌고..
알파치노가 스카페이스 때가 자기 연기의 정점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스카페이스에서는 뛰어난 원맨쇼를 보여줍니다.
반면 칼리토는 스카페이스적 요소에 남녀간 애정의 요소가 좀 더 가미되어 있고, 시각적으로도 좀 더 화려합니다.

암튼 좋은 선택 하셨습니다. 대부의 모습을 보고 알파치노의 모습에 푹 빠진 저와는 반대시네요.
이퀄라이져
10/08/24 02:00
수정 아이콘
저도 알파치노 매우 좋아합니다 ^^
이 중에서 베스트를 고르자면 전 도니 브래스코와 스카페이스에 한표를 던지고 싶네요.
가만히 손을 잡으
10/08/24 08:27
수정 아이콘
작은 몸집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품어져 나오죠.
너무 매혹적인 배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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