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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18 01:16:52
Name 네로울프
Subject [일반] 머릿 수를 채우러 가자.
여유로운 저녁 외출을 끝내고 돌아온 나를 기다린 것은
PD수첩 4대강 특집의 결방 소식이다. 어쩌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인내를 끊는 최후의 인계철선이 PD수첩에 대한 어떤
박해가 되지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해오고 있었다.

언론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숨줄이 틀어잡혀가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면서도, 아니 확인해 오면서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작용을, 어떤 노고를, 어떤 투쟁을, 어떤 희생을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나를 살게하는 숨쉬기는 결국은 나의 몫이라는
사실에서 더 이상 도망할 순 없겠다.

최후의 숨통이 틀어막힐 때 까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내가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절체절명의 것이었는가?
내가 해야했던 것은 역사적 결단도, 단지의 항쟁도 아니었다.

일과 후 저녁의 별 것 없는 소소한 약속과
작은 방의 안온함과 부드러운 침대의 촉감과
책 몇권과 영화 몇 편 그리고 작은 화면 속에서
이뤄지는 속삭임.

이 소소함들이 무조건 적으로 희생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이 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때론
역사적 결단보다 어렵다.


하지만 나는 잠시의 유보를 선택할 수 있지 않았던가?
어느 날의 저녁 약속을 그 다음 주로 미루고 mbc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에 하루 쯤 참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뒷 장이 궁금한 책의 남은 부분을 내일로 미루고
4대강 반대 집회에서 하루 저녁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일요일 오후 낮잠을 포기하고 상지대 비리재단 복귀 반대
집회에 머릿 수를 채워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재갈이 물리고 주변을 옥죄어오는 감시의 눈길에
비로소 위기감을 느끼며 자책을 한다. 머릿 수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숭고한 행위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내일 어딘가서 PD수첩 4대강 특집의 결방에 대한
항의 집회가 열린다면 나는 더 이상 늦지않게
거기에 머릿 수를 채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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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씨다
10/08/18 01:21
수정 아이콘
저도 동참!!
가짜힙합
10/08/18 01:24
수정 아이콘
기회가 된다면 저도 머릿수를 채워야겠습니다.
요새 말도 안되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무슨 소용 있겠나 싶을때도 많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아고이카
10/08/18 01:27
수정 아이콘
솔직히 예전에 촛불집회에 대한 참여에 대한 열망도, 의지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사태만은 좌도 우도 없는 문제이기에..
말그대로 나의 삶의 문제이기에..이젠 움직여야겟습니다..
낡은 편지
10/08/18 01:47
수정 아이콘
회사 끝나고 집에와서 좀 늦더라고 이번 PD수첩만은 본방 사수하려고 했는데
화나서 지금 잠도 안오고..
정말이지 회사에서 주는 과도한 업무량만 아니면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네요.

나 이런데 참여 못시킬려고 먹고 사는거에 목숨걸게 만든거냐.
테페리안
10/08/18 01:56
수정 아이콘
아........................ 지난 선거에서 서울시장을 가져왔어야했는데요......... 눈물납니다 더러운 세상
4대강 死業
10/08/18 13:18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근질근질 하네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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