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쯤에 친구로부터 H2를 추천받으면서 아다치 미츠루 작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좀 전에 일본 NHK 위성 TV에서 여러 사람이 나와서 대담을 나누며 만화 그림을 화면에 띄워놓고는
(짐작건대) 컷 분활/대사 등등에 대해서 1시간여 방송하는 걸 본 기억이 있어요.
(흡사 이상무씨 만화가 생각날 정도로) 굉장히 심심하고 단순한 그림체인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저렇게 분석하고 지지 볶고 그럴까 하고 궁금했었지요.

그런데, 그게 바로 아다치 미츠루 작품이었더군요.
이후 H2, 터치, 러프 등 대표작을 비롯해, 초기작까지 모두 섭렵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만화책을 직접 볼 수 없는 난감한 곳에 와 있는 관계로
최근작 <카츠>와 <크로스게임>은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늘 그래왔듯이,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모두 직접 구매해서 소장할 거예요.)

<카츠>의 경우는 중간까지는 안 그랬는데, 도중에 (아주 난감한) 이곳으로 오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특히 이번에 완결된 <크로스게임>은 券별이 아닌, 연재되는 話별로 실시간 감상하느라,
유독 힘들게 보게 되었습니다. 앞뒤 줄거리 맞추는 것도 힘들었고, 그 감정선 따라가기도 힘들었구요.

물론 아다치 미츠루도 매너리즘에 빠졌고 (하지만 저는 이 평범한 루틴의 무한 반복이 좋아요)
더 이상 보여줄 새로운 게 없는 듯하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여전히 저를 설레게 만듭니다.
<카츠>처럼 얼렁뚱땅 서둘러 대충 마무리를 지어도 그게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아요.
그걸로 비난하기에는 <카츠> 초반에 보여준 복선과 컷분할의 탁월함이 너무 기가 막혔죠.

<크로스게임>에서 와카바를 무심하게 보내놓고(?) 시작할 정도로
누군가의 죽음까지도 그렇게 차갑고 담담하게 그리는 냉정함도 좋고,
비록 절대로 과도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의 캐릭터들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뻔한 복선들은 물론이고요.

그래서 그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지는군요.


PS.
그런데, 제가 너무 쪽으로 나눠 봐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위에 제가 첨부한 그림...
즉, <크로스게임> 최종화(160화)의 아오바가 코우에게 아카네와 무슨 말을 했었느냐고 추궁하는 장면에서
코우의 (노란색으로 표시한) 대사가 아카네가 예전에 했던 말인가요?
아니면, 아카네로부터 받았던 영감(혹은 들었던 말들)을 바탕으로 즉석에서 생각해낸 말인가요?
그러니까... 저 대사의 원전이 누구죠? 코우? 아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