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10/21 05:40:02
Name 럭키잭
Subject [일반] (그래서) 형제는 사랑했다.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La Nuit Etoilee)'1889. 73.7х92.1㎝ 캔버스에 유채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호. 이 형제는 어찌하여 서로를 그리도 사랑했나.
본래 형제란 그런 걸까. 평생 홀로 지낸 시간이 반절인 무뚝뚝이 외동아들 입장에는 그저 갈피를 잡지 못할 일 입니다.

그 37년 남짓의 생애에서, '세상'은 물론, 아버지도. 그리고 어머니도.
'시엔'이라는 미혼모 매춘부를 제외하고는 온전히 여인의 사랑 한 번 받아본 일이 없는 그 화가는, 그래서 불행을 입에 담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지독한 가난과 정신병을 앓아가며, 내일을 기약하지 못할 삶에서도 자살을 결심한 그 날까지 끝내 붓을 꺾지 않은 화가.

설령 삶이 자신을 외면하더라도 평생을 마음으로나마 함께한 네 살 터울의 동생에 기대어 비참한 나날을 이겨가지 않았을까.
해바라기란 그렇게 탄생한 모양입니다.

빈센트 형에게

형의 병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형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몰라.
전에는 다행히도, 오래 가지 않아 회복 되었으니 이번에도 그저 어서 쾌유하기를 바랄 뿐이야.
형만 건강하다면 나는 아무 것도 걱정할 게 없어.

사랑하는 형, 집사람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잘 생긴 아들을 낳았어. 아이가 많이 울어대지만
아주 건강해.
조(테오의 아내)가 몸이 회복될 때 쯤 형이 와서 우리 아들을 보리라 생각하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

전에 말 한 대로, 아이는 형의 이름을 따서 빈센트라 부를 생각이야.
아이가 역시 형 처럼 강직하며 용감한 사내로 자라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어.

                                                                                                  1890. 1. 31.


내 동생, 테오 에게

편지와 동봉한 50프랑 수표, 고맙게 받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럴 생각이 사라져 버렸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저 그림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 내가 미치도록 사랑했으며, 존경하던 화가들 처럼 멋진 작품을 그리고자 노력하고 있어.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있으면 요즈음 화가들이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

이제 화가 공동체 결성의 유용함을 화가들에게 설득할 기회한 사라진 것일까. 하기야, 공동체가 결성 되더라도 다른 화가들이 파멸
한다면 공동체 역시 파멸하게 될 테지.

어쩌면, 너는 몇몇 화상들이 인상파 화가들의 편에 서리라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마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개인의 노력이란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아.

게다가 이미 많은 일들을 겪었는데, 정말 이 모든 것들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고갱이 브류타뉴 지방에서 그린 작품을 보았는데,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 친구가 거기서 그린 다른 그림들 역시 마찬가지리라 생각한다.

도미니의 정원을 소재로 그린 작품을 다시 스케치 해서 동봉한다.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 중 하나야.
이엉을 인 지붕과 비온 뒤의 광대한 밀밭의 정경을 30호 크기 그림 두 점 정도 대략 스케치했다.


                                                                                            1890. 7. 24


『빈센트 반 고흐가 자살 전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테오 반 고흐는 형 빈센트가 자살한 뒤, 고작 6개월 만에 따라가듯 세상을 떠났다.
이 두 형제는, 현재 프랑스 오베르의 한 공동묘지에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

Dana winner - Vincent



사이프러스 가지 -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해바라기


네 송이의 해바라기


1880년 테오 반 고흐의 스케치


자화상
- 빈센트 반 고흐 1853. 3. 30. - 1890. 7. 30.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달덩이
09/10/21 10:00
수정 아이콘
좋은 그림, 글, 그리고 음악까지..

잘 읽고 갑니다.

고흐는, 잘은 모르겠지만 동생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행복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랬거든요 ..^^
LunaticNight
09/10/21 12:05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예요. 짠해지네요. 왠지 제가 못난 동생처럼 느껴집니다..^^;
고흐는 정말 불쌍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인 것 같아요.
ilovenalra
09/10/21 12:1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읽고 갑니다
09/10/21 12:25
수정 아이콘
Starry Starry Night~ 잘 보고 갑니다.
아스트랄
09/10/21 13:41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고흐..
해바라기는 정말 압도적이더군요. 사진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문외한이 저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깐요.
전 바다위에 돛담배 ( 제목은 기억이 안나네요.. 작년에 시립미술관에서 봤는데.. ) 를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833 [일반] pgr내의 캐치볼 모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71] Lixhia3549 09/10/21 3549 0
16832 [일반] 스타크래프트 판소리 [2] 특수알고리즘3266 09/10/21 3266 0
16831 [일반] (그래서) 형제는 사랑했다. [5] 럭키잭3464 09/10/21 3464 1
16830 [일반] 10월 저가/중가 컴퓨터 견적입니다. [17] 물맛이좋아요5824 09/10/21 5824 0
16829 [일반] 애플에서 제품 라인업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6] 소인배3556 09/10/21 3556 0
16828 [일반] A단체를 욕하던 B씨의 이야기 [29] FastVulture4467 09/10/21 4467 0
16827 [일반] [영화? 다큐?] 플래닛 비보이. 역시 대한민국의 힘 [5] 삭제됨3650 09/10/21 3650 0
16826 [일반] [영화] 인류는 그 탐욕으로 멸망하리라 -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48] DEICIDE7262 09/10/20 7262 3
16825 [일반] [인증해피] 괜찮은 XX집을 소개할까 합니다. -클릭주의- [29] 해피6447 09/10/20 6447 0
16824 [일반] 남자의 심장을 뜨겁게 하는 목소리 Soprano (中) [3] 찬양자4099 09/10/20 4099 0
16823 [일반] 지난주에 방송된 음악여행 라라라 보컬리스트 특집 (유튜브 영상) [27] 타나토노트5989 09/10/20 5989 0
16821 [일반] 시애틀 사나이와 한국의 수도권 집중화에 대하여 [66] 토스희망봉사4443 09/10/20 4443 0
16820 [일반] 2009년 42주차(10/12~10/18) 박스오피스 순위 - 2009년판 다크나이트!! [31] 마음을 잃다5516 09/10/20 5516 0
16819 [일반] [야구불판]한국시리즈 4차전 KIA vs. SK [383] 달덩이4805 09/10/20 4805 1
16818 [일반] 정부, 인천공항 주식 5000원 산정…'헐값 매각' 논란 [23] 세우실4417 09/10/20 4417 0
16816 [일반] 법무부, 2009년 제51회 사법고시 2차 합격자 1,009명 발표 [38] Arata8070 09/10/20 8070 0
16814 [일반] 역겨운 자화상 [39] 굿바이레이캬5429 09/10/20 5429 3
16813 [일반] 애프터 스쿨의 유소영양 탈퇴 한 듯... [33] Charles8738 09/10/20 8738 0
16810 [일반] 행복이란? 성공이란? [12] 부끄러운줄알3193 09/10/20 3193 0
16809 [일반] [인증해피] 괜찮은 족발 집을 소개 할까합니다. [20] 해피6243 09/10/20 6243 0
16808 [일반] 쌍방울레이더스 9년사 - 4. 우연한 돌풍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다 [18] 유니콘스3424 09/10/20 3424 0
16807 [일반] 옛날 군대갔다온사람들은 요새 군대를 몰라요?~~ [63] 질라4747 09/10/20 4747 0
16805 [일반] 농구 좋아하십니까? <KBL 이야기 1 > [19] 폭풍프로토스2933 09/10/20 293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