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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3/22 00: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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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계란빵을 세개 샀습니다.
오늘 과에 일이 있어 귀가가 늦었습니다.
11시를 넘어서야 지하철에서 내렸지요.
저희집은 지하철을 내리고 또 마을버스를 타야 합니다.
마을버스 정류장 앞의 리어카에서 계란빵을 팔더군요. 평소에는 그런 걸
잘 사지 않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이상하게 발길이 갔습니다.
가격표에는 '2개 1000원'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2개에 천원....
예전이라면 고민할 것 없이 4개를 샀을 겁니다. 어머니, 아버지, 누나, 그리고
제것 까지 해서 말이죠. 하지만 누나는 작년에 시집을 가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기에
소심한 성격에 '3개도 팔까?'하는 고민을 한 것이지요.
뭐, 사실 그리 크게 고민 할 거리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3개에 1500원에 샀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리 서글픈 것인지요.
누나가 시집갈때도... 매형의 공부때문에 미국행 비행기를 탈 때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냥 무덤덤 했지요.
누나가 없는 누나의 방의 볼 때도, 누나가 좋아하던 TV프로가 흘러 나올때도 무덤덤했던
저 였는데, 그깟 평소 먹지도 않던 계란빵을 사며 눈물이 나올뻔 했습니다.
계란빵 세개를 손에 들고 가며 고인 눈물을 살짝 훔쳤습니다.
세개라는 거... 참 서글프더군요. 우리 가족은 넷인데 말이죠.

어려서 누나의 가장 큰 고역은 학교를 가는 것 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저는 네살이었습니다. 철 모르는 동생은 악을쓰며 누나를
붙잡고 "학교가지마. 학교가지마." 했고, 누나도 속상해서 같이 울기가 일쑤였답니다.
부모님께 받은 하루 용돈 100원을 친구들이 무얼 사먹든 아랑곳 않고 꾹 쥐고 있다
집에 들어갈 녁에야 과자를 사서 집에 돌아가 누나와 함께 나눠 먹었지요.
밖에서 놀다 머리가 깨져 피가 흘렀을 때는 혹여나 동생이 죽을까봐 울고불고
끌어안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좀 커서는 밤에 손을 잡고 누나가 읽은 순정만화의 내용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군대있을 때 휴가 나오면 현금 없다며 카드를 던져주던 누나.
제게 가장 소중한...  가족입니다.

누나가 없다는 허전함을 지금에야 느낀다는 것이 참 우습네요.
그것도 계란빵 때문에라는것도 그렇고요.
며칠 전 누나가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건강한 사내아이랍니다.
저도 이제 삼촌이 되었다는군요. 누나는 그렇게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가고 있고요.
이게 나이를 먹는건가 봅니다.

진부하지만 이런생각 저도 해 봅니다.
다음에 태어나면 제가 오빠로 태어나고 싶다고요.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2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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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22 01:00
수정 아이콘
전 님의 여동생이 되고 싶습니다. 근데, 그 자리는 벌써 예약이 끝난 거 같네요^^

저도 남동생이 있고, 부모님이 맞벌이셨죠. 꽤나 둘이 부벼대며 살았습니다. 남동생이 중학생이 되기 전까진 제 팔을 비게 하고 품고 잘 정도였으니까요. 대신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그래서 같이 벌을 선 적도 많고 일생의 웬수, 라고 부르며 타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들이 이제 다 추억이 됐네요. 행복한 기억 떠오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06/03/22 01:07
수정 아이콘
작년에 결혼한 누나의 빈자리를 가장 느낄 때가 명절때더군요.
항상 같이 큰댁엘 갔었는데 작년 추석 '누난 왜 없지?'이런 생각이 들다가
아아...시집갔구나 하며 빈자리를 느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땐 참 많이 싸웠는데..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홍승식
06/03/22 01:12
수정 아이콘
누나가 시집간기 벌써 1년이 넘었네요.
근데 신접살림이 걸어서 10분거리이고, 주말이면 매일 놀러와서 시집간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매일 차가지고 데리러 오고 데려다 달라고 해서 귀찮아 죽겠습니다.
그렇지만 멀리 떨어지면 그 빈자리가 느껴지겠죠?
예아나무
06/03/22 01:22
수정 아이콘
저도 누나가 있습니다.......................................만...
-_-하.....하.....................하...................................휴우....
깊은한숨이 나도 모르게 그만...ㅠ_ㅠ;
06/03/22 01:24
수정 아이콘
주변에 누나있는 친구보면 너무 부럽답니다.. 제가 첫째 아들이고 제밑에 남동생만있어서 그런지 몰라두요.. 뭐 남이 가진게 훨씬 좋아보이는 법이다 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 동생한테 불만있는것도 아닌데..
Timeless
06/03/22 01:28
수정 아이콘
아아..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네요.

그래도 막상 만나면 잘 못해주는 것이 형제인가봅니다~ 저도 형 좋아하지만 만나면 틱틱거리기도 하고, 같이 게임할 때 구박하기도 하고ㅠㅠ
Yourfragrance..
06/03/22 01:36
수정 아이콘
저는 외동이지만.. 누나는 정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ㅜㅜ

어릴땐 외동이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아니더군요~

부럽습니다ㅜㅜ
최고급테란
06/03/22 01:37
수정 아이콘
이런글 보면 정말인지 외동의 비애를 느낍니다.
형제없는 서러움,,, 늙어서 혼자인 나를 생각해보면 ㅜㅜ
부모님 안계시면 믿고 의지할사람이 없다는거 가슴이 아파요
지포스
06/03/22 01:42
수정 아이콘
보통 누나있는 사람들은 여동생있었으면.. 하고
여동생있는 사람들은 누나가 잇었으면.. 하죠.
과연 진실은? -_-;;
오름 엠바르
06/03/22 01:52
수정 아이콘
누나들은 남동생을 사랑합니다. 음하하하핫!
CraZy[GnH]
06/03/22 03:06
수정 아이콘
저두 외동...아 외동의 슬픔...흑...나도 누나나 형..아니 동생이라두..ㅠ.ㅠ
애연가
06/03/22 03:29
수정 아이콘
외동도 외동나름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
Reaction
06/03/22 04:01
수정 아이콘
저도 외동입니다... 어릴땐 독식(?)의 맛에 형제많은 집을 불쌍하게 봤
는데 지금 나이들고 보니 정말 외롭더군요. 결혼하면 애를 왕창 낳아서
축구팀까지는 아니여도 농구팀정도를 구성하고 싶은데... 정부에서 환영
할까요??? 키우기는 힘들지만 형제가 많은게 큰 힘이 될듯 하네요... 에
효... 바글바글대는 집안이 이젠 부러워집니다^^
엘케인
06/03/22 06:4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조폭블루
06/03/22 08:22
수정 아이콘
이 좋은글에.... 계란빵이 멀까... 무슨맛일까... 맛잇겠다... 라고 생각하는 전....... OTZ
쏘세지
06/03/22 08:49
수정 아이콘
제가 겪은 절차를 비슷하게 겪어가시는 것 같네요.. ^^ 제 누나도 5년전에 결혼을 했고, 결혼 직후 매형 직장 문제로 바로 외국으로 나가셨습니다.. 그 후로 일년에 한번 정도는 한국에 왔었고, 현재 둘째 조카 출산 문제로 8개월째 한국에 있긴하지만.. 내일 모레 다시 출국할 예정입니다.. 누나도 누나지만 조카녀석들 생각하면, 공항에서 눈물이나 흘리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네요 ^^;;
구경플토
06/03/22 10:12
수정 아이콘
그런 누나가 있으시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누나가 결혼해서 나간 지금, 어찌나 행복한지...

그래도 결혼하더니 그나마 철좀 들더군요. 제게 누나란 존재는 악몽입니다.
이뿌니사과
06/03/22 10:18
수정 아이콘
제 남동생도 님처럼 생각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ㅠㅠ 동생에게 관심좀 받고 싶은...
06/03/22 10:30
수정 아이콘
제 남동생은 제가 백수였던 시절, 자기가 아르바이트 해서 제게 용돈을 주기도 했죠.^^;; 남동생이 막내라서 나이 차이가 좀 나는데... 군대 가고 나서 처음 맞는 명절 때 남동생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명절이라고 해도 차례는 우리 식구들끼리만 지내기 때문에 남동생 하나 없는 게 큰 차이가 있긴 있더라고요. 지난 설날에는 다행히 휴가를 맞아서 같이 보냈는데, 참 좋더라고요.^^
흠...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우리는 딸이 셋이라서, 딸 셋이 다 시집 가버리면... 집안 진짜 휑하겠네요.-_- 전 남동생 군대 간 잠깐 사이지만, 제 남동생은 아마 평생 느낄 감정인지도 모르겠군요. 걔도 결혼하고 애들 낳으면 좀 덜해지겠지만...
지나가던
06/03/22 10:55
수정 아이콘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네요... ...
"군대있을 때 휴가 나오면 현금 없다며 카드를 던져주던 누나."
특히 이 구절에서 누나가 글쓴분을 얼마나 사랑 하는 지 가슴 절절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룩한황제
06/03/22 13:37
수정 아이콘
안습보다는...정말로 부러운 글입니다.

저는 밑에 남동생 하나만 있습니다.
또한 아버지 4형제분들중에서 딸이 있으신 분은 큰 아버지 한분 이시고
모든분들이 아들 2명씩 있죠. =_=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여자한테 접근하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동생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저런 글 보면 무언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릅니다.
부럽다 라고요...=_=

집안에 여자라곤 어머니 혼자 계시니 집안은 그저 시커멌습니다.
집안 인테리어를 꾸며도 빛이 안나죠.
그래서 여동생이든 누나든 있었으면 하는데...

아무튼 부럽습니다.
formaple
06/03/22 15:29
수정 아이콘
제 남동생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_-;;;;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pikHigh-Kebee
06/03/22 16:56
수정 아이콘
저는 형이 있어서.. 참 많이 맞았죠.
지금은 너무 미안한지 잘해줍니다
guitarmania
06/03/22 21:40
수정 아이콘
적절한 안습~~
오늘은 집가서 동생에게 바티스타밤 대신 계란빵을 줘야겠습니다~~;;
해피베리
06/03/23 09:35
수정 아이콘
저도 제 남동생하고 사이가 굉장히 좋은편인데..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동생한테 잘해주게 되드라구여.. 공부한다고 지방에 따로 사는걸 보면 안쓰럽고.. 어릴때부터 저도 항싱 붙어 지내던 사이라.. 요몇년동안 주말에만 봐서 너무 서운해여..제동생도 저를 저렇게 생각할까요..용돈도 주고 얼마전에는 카드도 아예 줬는데.. 히히히
06/03/23 17:35
수정 아이콘
저도 엄마 아빠가 맞벌이여서 엄마 다리 붙잡고 가지말라고 참 많이 울었는데.....
회산데 눈물이 핑돌아서 흑.. ㅠㅠ
저도 언니 막상 결혼식하고 시집 갈때는 무덤덤하니 그런가보다했는데..
어느날 밤이 늦어서 문을 잠그는데 참.. 기분이 허전하더라구요.
큰언니 없는데.. 꼭 아직 안온것만같고.. 꼭 문을 열어놓고 언니가 와야하는것처럼 말이죠..
그후로 몇번그랬는데... 뭐... 한 3년 지나니 익숙해지더라구요.
워낙~ 자주 보기도하고^^;;
남십자성
06/03/23 20:07
수정 아이콘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떠나온 사람과 떠나보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구나'라는 생각입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는 군대를 가면서, 그리고 지금은 공부를 핑계로 가족들과 지인들로부터 떠나있습니다.

그리고, 어학연수를 이유로 여자친구를 잠시 떠나보내봤었고 (결국엔 영영 떠나보냈고), 결혼을 이유로 여동생을 보냈습니다. 동생과는 매우 친하게 지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낯선 환경속에서 떨어져서 지내는 사람과,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같이 있던 누군가가 없는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

둘 중에 누가 허전함이 클까요? 허전함이라는 단어가 약간은 어색하지만, 떠나왔을때 느끼는 기분보다는 떠나보낼때 느끼는 기분이 좀 더 꿀꿀하더군요.

글을 읽다가 문득 저를 떠나보낸 사람들이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
처음느낌
06/03/24 02:42
수정 아이콘
저도 2년전까진 누나가 있었답니다. 올해로 이제 누나와 동갑이 되었네요. 오랜만에 누나가 보고 싶네요. 남은 사람은 참 이기적이네요. 제가 이기적인걸수도 있겟네요. 벌써 문득 문득 생각 나는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
처음이란
06/03/24 11:34
수정 아이콘
처음느낌//에고..힘내세요!
루이니스
06/03/25 04:02
수정 아이콘
제 남동생도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네요....
뭐 제 남동생은 누나와 여동생 모두를 가지고 있는
딱 중간에 끼인 둘째라서 오히려 누나와 여동생이 없는
외동을 부러워할수도......이렇게 쓰니까 좀 우울해졌어요...-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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