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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1/27 04: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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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뽑기'를 했습니다.
  초등학교는 잘 모르겠지만 국민학교 주변의 문구점에는 꼭 '뽑기'기계가 있었다. 이건 굉장히 자극적인 물건으로 50원을 넣으면 종이 쪼가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 종이쪼가리에 적힌 등수에 따라 상품을 받는 일종의 야바위다. 대부분을 차지했던 꼴등이나 그 바로 위의 등수는 사탕이나 제리포같은 시답잖은 먹거리였지만 그보다 높은 등수가 나오면 그 당시로서는 쉽게 먹을수 없었던 3-4백원짜리 음료수나, 컵라면, 조미오징어 따위의 괜찮은 상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날 설레게 했던 것은 1등 상품인 '오락기'였다.
모든 문구점이 협의 하에 그렇게 정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가다닌 국민학교 주변에 네군데나 되는 문구점의 1등상품은 모두 오락기였다. 지금보면 어이없을만큼 단순한 시스템의 기계이지만, 그 당시에는 수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물건이었던 오락기.
우리동네에 한,두명이나 가졌을까?  유복과는 거리가 먼 어린시절의 나에게 뽑기는 오락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루 용돈 100원. 뽑기를 딱 2번 할수 있는 돈이다. '산도'도 먹고싶고, '신호등'사탕도 먹고 싶었지만, 난 가끔 군것질에 대한 욕망을 뿌리치고 '뽑기'를 했다.
하지만 대개는 둘 다 꼴등을 뽑기 일수였고, 시무룩하게 꼴등상품인 제리포2개를 차마 아까워 먹지도 못하고 손에 든 채 집으로 돌아오며 '내 백원. 내 백원.'되뇌였었던것 같다.
물론 가끔은 3등도 뽑고 4등도 뽑아 신이 난적도 있다. 소풍때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캔에 든 음료수나, 1년에 한번 먹어볼까 말까 한 컵라면을 타게 될라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빴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나를 비롯한 친구 중 누구도 1등에 당첨되어 오락기를 받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가끔 근거 불명의 '누가 당첨되었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돌긴 했지만 실상 상품을 탔거나 타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그것은 뽑기라는 기계가 내 관심에서 사라질 무렵까지도 보지 못한 광경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1등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진열된 상품에나 존재하던 오락기는 결코 우리가 손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우리를 유혹 할 뿐, 잡혀주지는 않는 그런 존재였다. 따지고보면 일종의 기만이요 사기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지금, 난 어떠한 분노도 느끼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뽑기에 전 재산을 투자했던 그 시절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뽑기기계는 나로 하여금 결코 적지 않은 날들을 '산도'나 '신호등'을 못 먹게 했지만 나로써는 결코 꿈꾸지도 못할 오락기를 가질 수 있다는 꿈을 주었지 않은가. 오락기를 가지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의 나는 꽤나 행복했었던 듯 하다.

  여러 프로게이머 여러분. 그리고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PGR식구들.(저도 눈팅 경력은 꽤 되기에 감히 '식구'라는 표현을 씁니다.^^;;)
여러분이 도전하시는 뽑기는 제 경우와는 다르게 분명 최정상에 오락기가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못 탈것도 없겠지요. 50원이 아닌 여러분의 위대한 노력을 투자하여 뽑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꼭 그것만이 목표는 아니지 않을까요? 정작 얻게되면 며칠가지 않아 실증날것이 뻔한 오락기 보다는 그 오락기를 꿈꾸며 행복했던 순간이 어쩌면 더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등이 못되었다고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컵라면도 맛있고, 써니텐도 맛있답니다. 그리고 그만도 못해 결과물이 비록 제리포라 할지라도 하찮은 50원이 아닌 고귀한 열정을 투자하여 뽑아낸 결과물 이라면 주눅들지 말자구요. 당신은 도전하던 그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으니까요.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1-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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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27 04:33
수정 아이콘
아아~ 간밤에 멋진글을 읽네요
Anabolic_Synthesis
06/01/27 04:41
수정 아이콘
요즘 많이 힘들었는데 큰 힘이 나네요.. ^^
Golbaeng-E
06/01/27 07:16
수정 아이콘
뽑기하면 이상하게 최하위 물품은 안걸려서 뽑기 잘한다는 소리 들었었죠.^^
Nell님//빨강 노랑 초록 아니었던가요
아케미
06/01/27 08:16
수정 아이콘
저 초등학교 3학년 때(1999년-_-;;)까지만 해도 학교 앞에서 뽑기 아저씨를 볼 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아예 보이지 않더라구요.
조금 있으면 그냥 기억의 뒤안길로 넘어가 버리는 걸까요?
튼튼한 나무
06/01/27 09:09
수정 아이콘
전 1등 뽑은적 있습니다 한 20년 전쯤에...
상품타기까지 우여곡적은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상품값에 버금가는 돈을 투자해서 뽑은 것 같더군요
새벽의사수
06/01/27 09:39
수정 아이콘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Nell님 // 사탕 4종류 중 3개가 랜덤으로 들어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기억이 납니다. ^^
지수냥~♬
06/01/2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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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게에서 보고싶네요 ^^ 안되면 ace라도..
사토무라
06/01/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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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그런 기계에서 1등 뽑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 게임기, 직접 받아보니 싸구려티가 풀풀 나더군요. ㅠ_ㅠ 그 이후로 끊었습니다. 하하하;;;
토마토
06/01/2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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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탕 네 개 들어간 것도 있었죠 (주로 같은 색깔이 중복)
슈퍼에서 고르다가 네개 든 것 발견하면 주인아줌마한테 잘 안보이게 하려고 손에 꼭 쥐고 계산을 했던 기억이..ㅡㅡ;
엘케인
06/01/27 13:36
수정 아이콘
글 참 좋아요~~

글구 신호등은 3색과 4색 모두 있었던 걸로 기억되네요.. 뭐가 원조인지는 모르겠지만(빨-노-초+흰색이었던듯 싶네요)
말랑말랑
06/01/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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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뽑기 1등 걸린 적 있었는데(당시 전자시계) 엄마가 이거어디서 났냐며 막 야단쳤던 기억이..ㅠ_ㅠ;;
나중에 문방구까지 가서 확인하고 미안하다며 통닭까지 사주셨어요.
그러고보면 완전 두배 행운이었군요;; 시계에 통닭까지..
06/01/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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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은 빨강 노랑 초록 순서이고 나중에 네거리라는 신호등 후속작품이 나왔는데 그게 빨강 노랑 초록 파랑입니다. 흠.. 전 뽑기보다는 메달에 대한 추억이 더 많군요^-^;;
06/01/27 15:46
수정 아이콘
전 딱 한번 3등해서 .. 미니카에 무슨모터였더라 ;
이거 받은 적 있습니다..
Bomba// 메달도 장난아니죠..
거의 현금수준..한개 100원..애들끼리도 그거 가지고 거래-_-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
sometimes
06/01/27 16:29
수정 아이콘
그런 기계가 있었나요;
제가 많이 했던건 A3정도 크기의 도화지;에 우주선 그림 막 그려져있고
거기에 반으로 접힌 채 호치키스(스테이플러)로 찍혀있는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50원 내고 뜯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뽑기판이었습니다.
문방구 갈때마다 50원씩은 꼭 하고, 어쩔때는 큰맘먹고 100원어치를 하곤 했죠.
등수는 1~7등까지 있는데 언제나 always 7등이 걸려서 땅콩 캬라멜 아니면 10원?짜리 사탕만 받아갔죠.
그러던 어느날 옆동네로 이사를 갔고 그곳에서도 여전히 뽑기를 하던 중
3등이 걸려서 오징어였나? 무슨 먹는 걸 하나 받았고
몇일 뒤 2등, 그 다음날 1등이 걸려서 전자시계와 장난감을 받은 기억이 나네요. 물론 허접하기 이를데 없는 시계와 장난감이었지만
'너 운좋구나~'하는 아저씨의 말에 정말 입이 찢어져라 싱글거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벌써 15년전 일이네요...
sometimes
06/01/27 16:31
수정 아이콘
아 등수는 1~10등까지였던 것 같은데 7등에 사탕이라고 써져 있고 8,9,10등에는 " 표시만 적혀있었던 듯..
06/01/27 21:21
수정 아이콘
고급 알사탕.......
오렌지
06/01/28 20:14
수정 아이콘
sometimes / 제가 살았던 곳도 종이판에 스테이플러로 찍힌 그런 뽑기였어요.. 거기는 1등도 존재했는데. 저는 한 5천원짜리 연발 물총을 뽑았던 기억이 나네요
창과방패
06/01/28 20:34
수정 아이콘
1등 2등 이런거 말고도 종이에 스티커를 모두 붙혀오면 몇만원짜리 장난감을 주는 것이었습니다.(약10년전) 그때당시 1번~32번까지 각 야구선수스티커를 모으는거였는데 100원 넣으면 스티커 한장을 주죠.. 하루용돈 300원을 받으면 오락실 갈 용돈도 아껴서 그걸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중요한건 저와 친구들도 다 모았는데 27번만이 안나왔다는.. 지금 생각하면 역시...
어딘데
06/01/28 23:12
수정 아이콘
저도 뽑기 해서 1등 뽑은적 있는데 시계도 아니고 스탑워치를 주더군요 ㅡ.ㅡ
그래도 그 땐 좋다고 하루 종일 싱글벙글 했던 기억이 나네요
06/01/31 02:35
수정 아이콘
아.. 뽑기 기억나네요. 제가 사기라고 생각해서 그 할머니보고 뽑아보라고 했더니 바로 1등이 나왔던... 그래서 그 1등짜리는 뭔가 속임수가 있다고 생각되서..(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이런놈이였습니다..ㅠㅠ) 그 할머니가 뽑고 그 1등권을 딴곳에 놓은것을 몰래 슬쩍해서 뽑으면서 1등!! 이라고 외쳤죠. 그러자 똥씹은(-_-;) 표정을 지으시는 할머니.. 그리고 제 손엔 이미 다마고찌가 쥐여져 있었죠 ^^; 그때 생각해보면 참 순진한(?) 마음에 그랬는데, 지금생각해보니 좀 죄송한 마음이 들더군요. 이놈이 1등 뽑기를 어디서 훔쳤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어쩔수 없이 줘야했던..-_-;;
06/01/31 22:01
수정 아이콘
울산에는 아직 뽑기 있습니다!!!!!

겨울에는 추워서 그런지 없지만, 봄.여름.가을쯤에는 저희학교 근처 초등학교 앞에서 판이 벌어지더군요 ^^


근데..... 리플에 달린 것들 (신호등 사탕, 종이뽑기, 메달 등.....)이 전부 기억나네요 내가 이렇게 늙었나 orz ;;
성세현
06/02/06 13:00
수정 아이콘
메달 할때 보면
가끔 스물 다섯개 대박(저희집근처는 25개까지밖에 없더라구요;)이 나면 그 근처애들한테 다 하나씩 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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