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치 없는 사람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눈치란 무엇인가? 눈치란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을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라 한다. 즉,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채는 능력이다. 즉, 상대방은 자신이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 결국은 권력자가 비권력자를 합법적으로 부리기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ex. 퇴근하고 싶으면 퇴근해, 난 일하다 갈게)

또한 눈치로 상대방의 마음을 항상 정확하게 읽어내기는 어려운 반면 실패했을 때의 타격은 크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눈치 없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 ‘남들과 똑 같은 행동’으로 자신을 맞추게 된다. 남들이 폭력을 가하면 자신도 폭력을, 남들이 침묵하면 자신도 침묵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 남들이라는 게 결국 이러한 ‘눈치를 보는’ 개인들이므로 누구도 처음에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론 눈치에 억눌린 우리들의 행동은 ‘비행동’으로 수렴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견 표현하지 않기, 정치적 행동하지 않기, 새로운 의견 말하지 않기, 실수하지 않기, 반박하지 않기. ‘눈치없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우리의 행동을 억압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눈치 없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 상대방 기분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 상대방 기분은 아랑곳 않고 자기 할말만 하는 사람. 인간관계에 서투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눈치 빠른 사람이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는 사람. 모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 사람. 뭔가 사회생활 잘하고 사교성 좋은 사람이 떠오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눈치를 보는 사람을 사람들이 선호하지는 않는다. ‘눈치 좀 그만 봐!’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너무 상대방의 기분만 살피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사람들은 알아서 상대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지만, 그것을 위해 상대방을 살피는 티는 나지 않아야 한다. 즉, 눈치를 보긴 봐야 하지만 너무 보는 티는 내지 말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종합하자면, 눈치를 안보면 눈치 없는 사람(무개념)으로, 눈치를 보면 눈치 보는 사람(소심함, 믿을 수 없음)으로 둘 다 별로 환영 받지 못한다. 반면 눈치 빠른 사람은 여기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눈치 빠른 사람이 되려면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눈치는 보지만 보는 티를 내지 않는 영화배우 급의 연기력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티를 내지 않기 위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눈치를 봐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환영 받기 위해선 수준급의 끊임없는 연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냥 욕 먹으면서 눈치 없는 놈으로 사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