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9/23 21:44:47
Name 비 평 = 이 백 만
Subject [일반] 3개월의 짧았던 아빠 육아휴직을 마치며... (수정됨)
https://ppt21.com../freedom/98958

이전에 육휴 시작 글을 올린 적 있었는데, 짧은 휴직을 마치고 경험 공유 및 복기하는 글입니다.
약간의 일기 같은 글이 될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육아휴직은 과연 어땠는가?"
3개월이 짧다면 짧지만 또 3개월의 "육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기간이었는데
그래도 한 문장으로, 아니 한 단어로 요약해 보자면 [행복] 이라고 돌이켜 생각이 드네요.

초반에는 조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아내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더 들었구요.
주변 도움 전혀 없이 혼자 저 출근 때부터 퇴근 때까지 모든 것을 다 해내고 있었다는 것이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과는 별개로 초반에 다툼이 오히려 평소보다 잦아졌습니다.
육아라는 커다란 난관 속에 있다 보면 마음 급해지는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계속 24시간 붙어있으면서 --> 서로가 기존의 담당 영역 (육아&살림 담당 / 가족부양 담당)을 벗어나 짬뽕으로 섞이다 보니
재정립하는 기간(?)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조율의 기간이 지난 후에는 그저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의 나날이었습니다.
너무너무 사랑하는 우리 딸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일거수일투족 지켜본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던지요.
아침에 잠깐 보고 나가서, 집에 들어와 자기 전에 잠깐 보는 아빠에서
매일매일 눈 뜨면 나타나고 밤에 씻기고 재울 때까지 함께 같이 있는 아빠라니..
아직 말 못 하는 아가인지라 그저 제 생각 뿐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예쁜 딸이 아빠를 더욱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합니다.



짧은 휴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내랑 상의하에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려고 움직였습니다.
크게는 가족여행을 비롯해서, 공연 전시 관람 / 좋아하는 음식 탐방 / 각자의 취미생활 / 병원진료 / 집들이 / 가족모임 등
만약 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쉬이 못 했을 것들을 꽉꽉 욱여넣어 보냈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을 꼽자면 이렇습니다.
- 집에서 행사 같이 치렀던 셀프 돌잔치와 셀프 돌 영상
- 돌 아가와 처음 타본 비행기와 1주일 제주 여행
아무래도 가장 최근 기억이라 더 그렇겠지요?



1. 셀프 돌잔치는 아내의 생각이었습니다.
최근에 지방 쪽으로 테라스 아파트로 이사 내려오기도 했고, 아기자기하고 가정적인 면이 많은 사람이라 집에서 하는 돌잔치를 추진했습니다.
이모 삼촌 사촌형제들과 돈독히 지내는 편이라 초대 인원도 30명가량에,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았기에 고생이 있었지만
원하는 방식으로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었고 재정적으로도 훨씬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의 웃음, 그리고 눈물 함께하는 따뜻하고 행복했던 날이었어요.

그리고 셀프 돌 영상 제작했던 것이 추억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굉장히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업체에 맡기면 편하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지만, 레디메이드로 똑같이 찍은 듯 나오는 영상 만들고 싶지 않았고
우리 딸에게 저희가 하고 싶었던 말 넣어가며 / 넣고 싶은 사진, 동영상으로 의미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 만들고 결과물을 보니, 고생 많이 했었지만 이것도 아주 잘했던 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우리 딸 예쁜 모습 집약체를 주변 사람들 너무너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가족들에게만 해야겠지요 하하



2. 제주도 1주일 여행은 휴직 시작과 동시에 제일 먼저 예약했던 일입니다. 휴직 마무리 바로 직전으로 추진했습니다.
아무래도 아기 데리고 처음 비행기 타는 것이 많이 긴장되고, 또 여행 가서 지옥을 맛보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지내다 보니 그 전에 아기 데리고 1박2일 ~ 2박3일 짧은 여행을 꽤나 많이 잡게 되었는데
그때 먼저 고생을 다 때려 맞은 덕에 제주도에서는 그래도 양호한 시간을 보냈네요.
저희 딸이 겁이 많은 편이고 조심성이 많은 아가인지라, 그전 여행에서 수영장 시도&실패 후 그 뒤로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제주도 수영장에서 재미있게 물장구 치는 모습을 보고 너무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M6ykgVjJ_EA
<처음인지라 수영장 이라는게 뭔지 모르고 어푸어푸...>



그 외 아내와 정말 열심히 보냈던 나머지 일정도 한번 첨부해 봅니다.
View post on imgur.com






아기는 너무 빨리 크네요.
육아 선배님들 모두 실감하셨던 일이겠지만 신생아 키우시는 / 준비하시는 부모님들은 꼭꼭 영상 많이 찍어두셔요.
휴직 처음 시작했을 때 찍었던 영상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정말 너무너무 많이 성장했습니다.
지금 우리 딸 영상 보면 너무 예쁘고 웃음이 절로 나는데, 겨우 석달 전 영상만 봐도 너무 아가 같아요.
우리 아가 빨리 커서 더더더 아빠랑 놀았으면 좋겠다가도
천천히 컸으면 좋겠네요. 너무 빨리 자라는데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풀로 육아휴직을 연장하고 싶었지만, 가장으로써 부양의 책임을 저버릴 수가 없기에... 마음으로만 남기는 3개월입니다.
나중에 딸이 초등학교 들어갈 시기에 다시 한번 3개월 육아휴직을 써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물론 그때는 직장에서의 위치도 / 가족이 필요한 돈도 다를 것이기에 쉽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또 있는거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보다 이 광활한 우주 속 먼지 같은 우리 존재와, 긴 흐름 속 찰나와 같은 인간의 수명을 생각해 보면
정말 인생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사랑과 행복과 가족이니까요.


일기 같은 기록 같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 가정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09/23 21:57
수정 아이콘
딸이 너무 이쁩니다 흐흐
저도 지금 6개월차 신생아 키우고있는데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8: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에욱님도 아가와 행복한 나날 되시길 빌어요
아빠는외계인
23/09/23 22:46
수정 아이콘
누군가는 기억이 없는 시기라고 그러지만 사실 아이 발달에 제일 중요한 시기가 두돌 전까지죠.. 아이한테 정말 큰 선물 하셨어요^^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8:1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희 딸 마음 속에 아빠와의 시간이 의미 있게 남아있기를
23/09/23 23:43
수정 아이콘
감히 그 행복을 헤아리지 못하겠네요. 아빠 화이팅!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8:15
수정 아이콘
지금의 저는 결혼도 안해, 아기도 안낳아, 라고 말하던 과거의 저를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친구는 지금의 저를 아마 절대 이해를 못할 거에요
모든 부모들 다 화이팅!
오지의
23/09/23 23:47
수정 아이콘
아기 보는거 진짜진짜 힘들지만 자식이 어릴때만큼 삶이 생동감으로 넘치는 경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뭐 이런게 다 있나 싶다가도
또 이만한게 없지, 싶은게 육아더라구요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9:14
수정 아이콘
맞아요. 자식 없을 때 보다 힘드냐? 무조건 훨씬 힘들지만, 말씀처럼 정말 삶이 생동감이 넘칩니다.
23/09/24 00:30
수정 아이콘
[ 우리 아가 빨리 커서 더더더 아빠랑 놀았으면 좋겠다가도 천천히 컸으면 좋겠네요. ] 두달배기 딸내미 아빠로써 극 공감합니다.
얼른 커서 아빠랑 이것저것 다 해야지 하다가도 매일 새벽 분유 먹이고 트림시키는 행복이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하고, 두가지 마음이 서로 부딛히네요.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9:14
수정 아이콘
한참 고생하고 계시겠네요. 그래도 너무너무 소중한 시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EagleRare
23/09/24 01:17
수정 아이콘
정말 새로운 경험이고 새로운 행복이죠.
근데 캘린더가 어떤 앱(?)인지 궁금하네요. 저는 구글 쓰는데 여러 날에 걸친 일정이 좀 거슬려서요..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9:15
수정 아이콘
윈도우 MS 계정이랑 연동 된 일정 앱 쓰고 있습니다
이민들레
23/09/24 05:56
수정 아이콘
서너살 되면 또 더 이쁩니다..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9:15
수정 아이콘
그럴 것 같아요. 한달 두달 한살 두살 세살 점점 더 예쁘고 귀여울 것 같아요.
록타이트
23/09/24 09:02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 육아휴직 2년차입니다. 어쩌다보니 연달아서 쓰게 됐는데, 다음달부터 복귀합니다. 아이 둘 커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함께 했던 것은 그 어떤것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육아휴직이 좀 더 보편화되고, 제도적으로 잘 자리잡아서 모든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9:16
수정 아이콘
너무너무 대단하시네요 2년차시라니.. 부럽습니다.
복귀 전까지 마무리 잘 하시길 빕니다..!
사비알론소
23/09/24 13:51
수정 아이콘
분명 어디서 본 글이다 했는데 같은 글이군요 흐흐
비 평 = 이 백 만
23/09/24 19:17
수정 아이콘
글 보신 커뮤니티랑 / 피지알 딱 두 군데만 하고 있는데, 휴직 글 한번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MakeItCount
23/09/24 19:26
수정 아이콘
이제 228일차 딸 아빱니다. 너무너무 공감가네요. 세상 무엇보다 예쁜 아이들 건강히만 잘 컸음 좋겠네요. 아이가 너무 빨리크는거 공감입니다 ㅠㅠ
벌목꾼
23/09/24 22:2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꿈꾸는사나이
23/09/25 08:29
수정 아이콘
아빠아빠 시작하면 더 이쁩니다 ^^
시들지않는꽃
23/09/25 11:50
수정 아이콘
같은 사무실 1년짜리 육아휴직 갔다가 복귀한 선배가 있지만 쉬워보이진 않더라구요
아이나 아내에게는 좋겠지만 수입이 1/3로 줄어들고
육아휴직자 대체인력도 뽑을수 없고
업무 대행자 수당이라고 나오는게 10만원도 안되는 돈이라.
나라에게 쓰라고 장려를 한다지만 제도를 더 좋게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카즈하
23/09/25 19:21
수정 아이콘
저희 회사는 남자직원이 육아휴직 쓰면... 그냥 진급포기한걸로 간주하더군요 ㅠㅠ
23/09/26 05:32
수정 아이콘
육아휴직 1년 써본 아빠입니다 흐흐

마음 같아서는 2년째도 써보고 싶긴 합니다만 월급이 크읏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9900 [일반] 그란 투리스모 후기 - 게임은 이용 당했습니다.(노 스포) [6] 43년신혼시작9092 23/09/24 9092 0
99898 [일반] 3개월의 짧았던 아빠 육아휴직을 마치며... [24] 비 평 = 이 백 만11543 23/09/23 11543 30
99897 [일반] 최고의 스마트폰 자판은 무엇인가? [157] 반대칭고양이21762 23/09/23 21762 143
99896 [일반] [2023여름] 신선계라 불리는 곳 [10] mumuban10890 23/09/22 10890 19
99895 [정치] '무능의 아이콘 윤석열'... "한국은 이탈리아로 가고 있다" [39] 기찻길21359 23/09/22 21359 0
99894 [정치] 조민 ‘실버버튼 언박싱’ 영상 돌연 삭제, 정부신고로 한국서 못 본다 [106] Pikachu18443 23/09/22 18443 0
99893 [일반] (스포)너와 나 16~17권(기나긴 연중끝에 드디어 완결) [2] 그때가언제라도7015 23/09/22 7015 0
99892 [일반] 최근들어서 학생이 선생님을 때린다는 건 옛날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부분이었습니다. [66] 애플댄스13564 23/09/22 13564 1
99891 [일반] [에세이] 싸움에 질 자신이 있다 [7] 두괴즐8248 23/09/22 8248 7
99890 [일반] [2023여름] 더우니까 일출이나 보러 갑시다...산으로? [17] yeomyung7217 23/09/22 7217 12
99888 [일반] 정크푸드만 먹던 사람의 이상지질혈증,당뇨 전 단계 해결 후기 [17] 기다리다11752 23/09/22 11752 14
99887 [일반] [2023 여름] 파리지옥도 꽃이 피네요. [8] ggg234567026 23/09/22 7026 4
99886 [일반] [2023여름] 리구리안 해의 여름 [8] Jax7449 23/09/22 7449 8
99885 [일반] 몇년만에 도전한 마라톤 10km 참석 후기.jpg [29] insane10246 23/09/21 10246 13
99884 [일반] 부산 돌려차기남 징역 20년 확정 [113] 밥과글17017 23/09/21 17017 8
99883 [정치]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가결…헌정사상 처음 /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484] Davi4ever40962 23/09/21 40962 0
99882 [일반] 3년간 피하다가 드디어(...) 걸려본 코로나 후기 [59] Nacht10561 23/09/21 10561 5
99881 [일반] 전자책 215만 권 해킹 사건 범인 검거(알라딘 해킹 등) [36] 빼사스12593 23/09/21 12593 1
99880 [일반] [2023여름] 올해는 진짜 여름이었따... [9] 이러다가는다죽어6890 23/09/21 6890 6
99878 [정치] 이재명 "체포안 가결, 檢공작수사에 날개"…사실상 부결요청 [258] 마빠이20220 23/09/21 20220 0
99877 [일반] [역사] 텀블러의 근본은 스탠리가 아닌 써모스 [24] Fig.111440 23/09/21 11440 7
99876 [일반] PGR21 2023 여름 계절사진전을 개최합니다 [8] 及時雨5728 23/09/21 5728 3
99874 [정치] 독도·야스쿠니 항의는 국내용?…뒤늦게 논평 게시 [36] Crochen11152 23/09/20 1115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