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으로 수영장에 갔습니다.

재밌는 워터슬라이드와 몸짱남녀들이 가득한 캐리땡땡땡땡이나 오션땡땡 같은 수영장이 아니라

수심 최대 1미터인 어린 아이들이 가는 어린이 수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무려 취사가 가능한 수영장이어서 평상을 빌려서 그 곳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는

취사가능 어린이 수영장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정도만 되어도 잘 오지 않는 그런 수영장입니다.

이 곳 덕분에 올 여름 거의 매 주말마다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고마운 수영장입니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사준 형형색색의 수영복과 모자를 쓰고 신나게 놀지만 그들을 케어하는 부모들은 보통 래쉬가드를 입습니다.

모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쓰는거라 캡모자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 눈을 의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의심하는건 두가지였습니다.

한가지 의심은 아이 아빠로 보이는 남자 2분이서 구릿빛의 아주 탄탄함을 넘어서 보디빌더급의 우람한 근육을 거의 실제로 본 것이어서 그랬고

두번째 눈을 의심한건 그들이 입고 있는 작디 작은 손바닥만한 하얀색 삼각팬티였어요.

어린이 수영장에서 2명의 근육질 남자들이 하얀색 삼각팬티라니...

큰 아이가 저한테 물어보더라구요.

'저 아저씨는 왜 팬티만 입고 있어?'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곧 이어서 '아빠도 저렇게 힘세보이게 운동 좀 해~'라고 핀잔아닌 핀잔을 주더라구요.

같이 간 일행들도 다들 민망하다며 몸 좋은건 알겠는데 꼭 저걸 여기서 입어야 했냐며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들이 그런 민망한 삼각팬티가 아닌 적어도 사각정도만 되었어도 지나가다가 말 섞을 기회가 있으면 칭찬했을거 같아요.

'와! 몸이 엄청 대단하시네요. 선수신가요?' 라구요.

그도 그럴게 사회인 야구에서도 상대팀 선수가 폼도 좋고 실력도 좋으면 꼭 물어보거든요.

'야구 잘하시네요. 혹시 선출이신가요?' 라면서요.

그래도 너무 비난하면 '남적남', '열폭'이 되어버릴까봐

'그래 몸 저렇게 만드려고 얼마나 열심히 했겠어. 자랑하고 싶기도 하겠지' 란 생각과 함께

그 사람들은 시야에서 사라졌고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던 탓에 그 이후로 마주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고 또다시 그 수영장에 놀러갈 계획을 잡고 먹거리로 무얼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sns에 검색을 해보다가 그때 그 사람들의 피드를 보게 되었는데 그 두분이서 포즈를 잡고 올려놓은 사진이었어요.

사진 밑에 멘트와 댓글에는 애기엄마들이 우리만 쳐다보더라며 다들 수영장에서 왜 옷을 입고 있어? 라고 하더라구요.

애기엄마들 중에는 제 와이프와 같이간 지인분들의 와이프분들도 있는데 그 눈빛들을 그렇게 해석했다고???

일방적인 자뻑해석에 화가 너무 나더라구요. 왜 화가 나는지 명쾌하게 설명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다 그때 깨달았어요.

그 사람들이 그 손바닥만한 팬티를 입고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인의 시선을 그런식으로 해석하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을요.

기회가 된다면 그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아저씨, 꼴불견이라서 쳐다본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