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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25 01:16:06
Name R25PECT
Subject [일반] 홈그라운드에서의 대학 생활 회상
19년 내리 한 지역에서만 살며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던 충청도 시골 촌뜨기가 연고도 없고, 말씨마저 다른 경상도에서 살게 된 것은 순전히 대학 입학 때문이었다.

300/35짜리 방을 구해서 자취를 시작한 것도 기숙사를 144번의 예비번호를 받고 장렬히 떨어진 탓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타지 생활의 결론만 말하자면, 내 타지 생활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은 정말로 어려웠고,

큰 부담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학보사 생활은 기본적인 학교생활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두 다리만 거쳐도 사람의 기본적인 정보(취미, 성격, 인성 등)를 알 수 있던 고향과는 달리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만 했던 인간관계는 결국 내 대학 생활, 그리고 타지 생활의 발목을 붙잡는 장애물이 되었다.

사람과 말문을 트기는 쉽지만, 그 관계를 지속시키고 결국 서로의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일 줄은 몰랐고

어거지로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을 어려워했고(ex. 동기 모임에 나오라는 남자애들의 전화), 참가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던 단과대 체육대회, 과 체육대회 등을 참여하지 않았기에 결국 스스로 고립되고 말았다.

주 1회 발행되던 학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시간 또한 대학생활의 파탄에 이바지한 일등 공신이었다.

늦은 밤, 주말까지도 시간을 잡아먹었기에 대학생이면 한 번쯤 해본다는 아르바이트도 하지 못했고, 잡다한 소모임도 동아리도 가입할 수 없었다. 학과 소모임에 투자할 수 있었던 시간이 없어진 것 또한 당연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대학 생활 1년을 돌아보건데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나빠진 건강과 2.xx대의 학점, 그리고 파탄 난 인간관계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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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훈련을 위해 들어간 훈련소에서 모종의 사건으로 영창에 가게 되었습니다. 영창 안에서 생각했던 내용을 이렇게 게시물로 남겨봅니다. 물론 저보다 더 어려운 학창 생활을 보내신 분도 있을 것이고, 제가 성격이 더 좋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도 분명 있겠지만, 타지에서 살던 그 시절의 고난함을 한번 쯤은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조악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사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보고 더더욱 써보고 싶었던 것은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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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15/05/25 02:25
수정 아이콘
아마도 영창에서 생각했던 내용이라 그렇겠지만, 실패감이 글 속에서 많이 묻어나네요. 하지만 옆에서 글을 통해 보는 저는 실패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리스펙트님의 어려운 시절이었던 것이죠.

성공과 실패는 어떠한 목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일 겁니다. 단순히 삶이 힘들었다, 또는 성취가 적었다고 해서 그걸 실패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요. 학보를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성공하셨습니까 아니면 실패하셨습니까? 이 목표를 위해 달리셨다면 그 반대급부로 놓친 다른 것들을 아쉬워하는 것은 욕심이겠지요. 대학생이라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과활동, 동아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아리를 하고 싶은 사람이 동아리 활동을 알차게 하면 그것이 성공한 것이지요. 처음 타지에 나와서 적응하지 못한 것이 실패일까요? 그것은 힘든 경험이고 좌절감을 주었을 뿐, 실패가 아닙니다. 거기에서 이전에 겪지 못한 경험을 해 본 것은 오히려 성공이라고 할 수 있죠. 항상 성공과 실패는 이렇듯 본인의 목표 설정에 달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근성러너
15/05/25 09:26
수정 아이콘
제가다 감사합니다(__)
15/05/25 15:12
수정 아이콘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학보를 만드는 것 자체는 실패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립서비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주변 지도 교수님이라던가 각 부서 부장, 국장님들에게 간간이 비판적인 시선이 좋다던가, 좋은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였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으니까요. 학보를 만드는 것 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잃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더욱 더 아쉽고 좌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학보를 만들며 1년동안 한번의 펑크도 없이 무사히 기사를 작성한 것은 실패라고 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반대급부로 수업에 소홀하게 된다던가, 마감 기한을 초과해서 기사를 넘겼을 때 듣는 잔소리라던가, 잦은 야근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피로, 그리고 학보사 생활을 하며 겪은 내부 갈등, 이상과 현실의 괴리까지 섞여서 대학생활을 비관적으로 보는 듯 싶어요. 여튼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15/05/25 10:51
수정 아이콘
저도 힘든 회사에 들어가서 적응도 못하고 금방 퇴사한적이있습니다.

그때처럼 제가 바보같거나 무능력해 보인적이 없엇습니다.

다시 취업한 회사에서는 그동안 못한것에 대한 욕심과 의욕이 들더군요.

또한 이전회사에서 받은 잔소리를 흘리는 능력을 습득하게 되어서요.

아직까지는 실패가 무조건 마이너스구나 싶지는 않더라구요.
15/05/25 15:13
수정 아이콘
모든 실패가 다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겠지요. 그렇지만 아직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어린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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