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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16 12: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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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세월호 1주기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1년동안... 지금까지도 조롱을 하고 있는 인간이라 생각하기 싫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글도 쓰고 싶고
법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도 있지만, 옆 동네 MLB파크에 올라왔던 홍대의 한 편의점이 출입구에 걸었던
글을 옮겨 적어봅니다.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사진의 허다윤 양을 비롯해 아직 돌아오지 못한 9인의 희생자도 가족의 품에 돌아오길 바랍니다.

==============================
4월 ▶◀

지난 겨울 무탈하게 잘 보내셨는지요?
'봄'입니다. 기운들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4월은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잊지는 않겠지만 매일 생각하며 살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상상을 했었습니다.
배 안에 제 가족이 타고 있고 너무 좋아진 세상 덕에
그 배가 사라져 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상이요.
양 팔에 소름이 돋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그 느낌 하나는 두고두고 떠오를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 영영들의 명복을 빕니다.

"신기하게 애인이든 가족이든 곁에 있을 때는
뭔가 바라고, 원망만 하다가 영영 헤어지고 나면
잘못했던일, 잘 못해 준 기억만 마음을 때립니다.
그래서 정답은 '있을 때 잘해!!'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겠습니다."

요즘 감사 편지가 좀 심각해져서 죄송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새 봄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즐기시구요." 꾸벅.
-GS25 홍대 솔내길점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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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개똥
15/04/16 12:30
수정 아이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시는게 나을듯 해서 박 대통령 아직 국내에 있고 추모식 참석할 예정이랍니다.
15/04/16 12:31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수정하겠습니다.
15/04/16 12:33
수정 아이콘
날이 날이라 그런지 비도 오는군요....ㅠ

광화문에 사람 많으려나요. 리본이라도 하나 달고 오고 싶은데...
zelgadiss
15/04/16 12:42
수정 아이콘
저녁 7시에 추모행사 예정돼있는 걸로 압니다.
FastVulture
15/04/16 13:11
수정 아이콘
꽤 올겁니다. 저도 가려구요
15/04/16 12:38
수정 아이콘
안산인데 하늘이 깜깜해지더니 비가 쏟아지는군요
15/04/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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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아주 많이 미안하고 잊지 않을게.......
zelgadiss
15/04/16 12:43
수정 아이콘
괜시리 먹먹해지는 하루... 실종자 9명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일간베스트
15/04/16 12:44
수정 아이콘
잔인한 4월이네요.
A Peppermint
15/04/16 12:46
수정 아이콘
2시에 안산 합동분향소 추모행사있고 광화문 7시에 추모행사 있습니다.
관심있어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댓글 남겨봅니다.
안산은 하늘이 어둡네요...
어리버리
15/04/16 12:46
수정 아이콘
역시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예상에서 하나도 안 벗어나는군요. 어제 글 올라왔지만 기자들에게 대통령 팽목항 간다고 싹 다 통지해놓고, 기자들 줄줄이 달고 사진찍으러 오늘 가려고 했는데, 그 소식 다 퍼지자마자 유가족 분들이 팽목항 분향소 폐쇄해버리고 팽목항에서 떠나셨죠. 결국 청와대 사람들이 모양새 안 나온다고 생각했는지 사진 기자들 같이 안 따라간듯 하네요. 팽목항 갔다는 소식만 있고, 사진이 전혀 안 나오고 있네요. 가서 유가족 한 명 못 만났으니 사진 올려봤자 모양새 빠진다고 생각했겠죠.
15/04/16 12:49
수정 아이콘
그래도 최소한을 하려 했다는 점은 이해하렵니다. 의도가 어떻든간에요. 전 해외 또 나가있을 줄 알았습니다.
꾱밖에모르는바보
15/04/16 13:00
수정 아이콘
저도 사진 한참 찾다가 오마이뉴스에서 사진 하나 발견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99769&PAGE_CD=N0001&CMPT_CD=M0016
어리버리
15/04/16 13:01
수정 아이콘
연합뉴스도 사진 나오긴 하더군요. 기자들이 같이 가긴 한거 같습니다. 대동 안했더라도 오늘 팽목항에 기자들이 있었긴 하겠죠.
청춘불패
15/04/16 12:49
수정 아이콘
오늘 세월호 기네스북 행사로
불꽃놀이가 기획되어있는데
무사히 잘 끝나면 좋겠네요~
비록 참가비만 내고 참석 못하지만
4160명 이상 참석해서
명복을 빌어주면 좋겠습니다
15/04/16 12:49
수정 아이콘
서릿발 같이 아프게 쏟아졌던 갈등과 조롱에 너무 마음이 아파서
읽기만 하고 지나친 글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하나 남겨야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남은 사람들이 더 아프지 않기를 빌고 잊지 않겠습니다.
SSoLaRiON
15/04/16 12:49
수정 아이콘
안산 합동분향소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작년 4월이후 1년만인데 비도 오고 슬프네요.
스타트
15/04/16 12:56
수정 아이콘
하늘도 노랗게 뜨고 비도 오고..
똥눌때의간절함을
15/04/16 12:59
수정 아이콘
학교가는길에 비가 쏟아지던데
피터티엘
15/04/16 13:04
수정 아이콘
벌써 세월호 1주년이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헤르젠
15/04/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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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이들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분들도 하루빨리돌아올수있길 빌어봅니다.
해달사랑
15/04/16 13:13
수정 아이콘
벌써 1년이네요. 그들에게는 힘들고 긴 시간이었겠죠. 1년이 지나도록 유가족들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거 같아 더욱 안타깝습니다.

p.s 그렇게 만나달라고 할때는 외면하더니...나쁜 사람..
기지개피세요
15/04/16 13:15
수정 아이콘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月燈庵
15/04/16 13:21
수정 아이콘
오늘 날씨가 참…제 마음 아니, 슬픈 모든 이들의 마음 같습니다. 기도 외엔 아무 것도 할수 없음에 다시 한 번 무기력 해지네요.
은하관제
15/04/16 13:23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리듬파워근성
15/04/16 13:27
수정 아이콘
지난 1년 갈등만 심해지고 아무것도 변한게 없습니다
순수하게 슬퍼하고 위로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됩니다
XellOsisM
15/04/16 13:29
수정 아이콘
참 가슴 아픈 날이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5/04/16 13:35
수정 아이콘
푸른 하늘도 초록 나무도 활짝 핀 꽃도 장식품 같아

너의 웃음이 너의 체온이 그립고 그리워 노란리본 - 김창완 노란리본
Leeroy_Jenkins
15/04/16 13:41
수정 아이콘
1년이 지났는데,아무것도 바뀐건 없고,밝혀진것도 없으며,아직도 9명은 실종상태이고,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 추정되는) 사고는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어 물어뜯기고 있습니다.

911 테러 이후로 미국은 자국 항공기 보안 검사를 노이로제 불러일으키는 수준으로 강화해 버렸고, 하다못해 국내에서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 내 가연물질을 죄다 교체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이후로...뭔가 달라진게 있나요? 유가족들을 특혜나 바라는 패거리로 몰아가는 와중에 정작 지켜지지 못했고 핵심이어야 할 공공 안전과 안전망이라는 의제는 이제 그 누구도 거론하지 않게 됐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llAnotherll
15/04/16 13:51
수정 아이콘
일단 정치나 누구 탓을 하기 전에, 그냥 명복을 비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도 이리 싸우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겠지요.
본좌박효신
15/04/16 13:57
수정 아이콘
다른 무엇보다도, 온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함께 해결해가야할 국가적 재난이 어느새 정치적 대립으로 변질되어버린 현실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이순신정네거리
15/04/16 13:57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명복을 빕니다
花樣年華
15/04/16 14:11
수정 아이콘
비가 오네요.
구경만1년
15/04/16 14:15
수정 아이콘
벌써 1년이군요.. 잊지 않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의눈물
15/04/16 14:22
수정 아이콘
잊지 않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분들께서 더욱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Michel de laf Heaven
15/04/16 14:27
수정 아이콘
세월호 참사 이후 강조해 온 '국민 안전' 문제와 관련해선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민 한 분 한 분의 안전을 지키는 안전 국가 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안전 국가 건설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할 수가 없다, 국민 모두가 함께 해야만 안전 문제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 윗 댓글 중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말입니다.

틀리지 않습니다. 세월호 침몰에 관해서는 이 나라 국민 모두가 어찌보면 죄인입니다. '괜찮겠지~'하고 넘어간 일들이 하나둘 쌓여 침몰할 만한 배를 무능한 선장이 운행하다가 결국 사단이 난 게 세월호 침몰입니다. 이 배를 들여온 사람들, 이 배를 운행한 사람들 모두 시민입니다.(배 운행을 허가한 건 정부지만...)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크게 두 가지고 나눠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새월호 침몰'과 '구조 실패'. 아무리 예방 대책을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고 가능성을 0%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정부는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뉴얼은 가지고 있어야하고, 사고가 났을 때 그에 때라 최대한 자국의 국민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지 잘한다는 게 아니라,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너무 욕심부리는 건가요? 지금 정부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것 자체보다 침몰 후 구조자가 300명이 넘는 탑승객 중 0이라는 소식에 분통이 터졌던 기억이 나서 주절거려 봤습니다.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하늘에서는 편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15/04/16 14:31
수정 아이콘
참고로 인양 업체를 구하고 결정하는 데까지 1년이 걸리고, 그 뒤에 순수 인양하는 기간만 6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게다가 날씨가 좋지 않은 여름이나 겨울은 인양이 힘들다고 해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지 모르겠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etterSuweet
15/04/16 14:36
수정 아이콘
순수인양기간이야 기술적인 문제니까 이해가 가는데, 인양업체 결정에 1년이 걸린다는 건 이해가 안되네요..

인양업체 선정에 관한 건 절차상의 문제라 빨리 해결하자면 얼마든지 빨리 끝낼 수 있는 것일텐데...
15/04/16 14:40
수정 아이콘
눈먼 자들의 국가
- 박민규

타서는 안 될 배였다.

일본에서 십팔 년이나 운항된 낡은 배였고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통해 수입된 선박이었다. 수리는 늘 땜빵으로 이뤄졌고 무리한 개조와 증축이 배의 무게중심을 높여놓았다.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배의 균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평형수가 상당량 빠져 있었다. 선장은 비정규직이었고 일등 항해사와 조기장은 출항 전날 채용된 직원이었다. 선사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출항 직전 선박직 선원들이 출항을 거부하며 애걸복걸했다고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선장의 상태도 평소와 달리 불안해 보였다. 세월호는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 배였고 국내 이천 톤급 이상 여객선을 통틀어 유일하게 유사시 국정원에 우선 보고를 해야 하는 배였다. 안개가 많이 낀 밤이었다. 다른 여객선의 출항이 모두 취소된 상황에서 그날 밤 인천항을 출발한 배도 세월호가 유일했다. 다음날 배는 침몰했다. 예견된 사고였다고,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배였다고 모두가 말했지만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침몰해가는 배에서 제일 먼저 빠져나온 것은 선장과 선원들이었다. 해경 123정은 기울어가는 배 주위를 돌기만 하다가 딱 한 번 접안을 하고 그들을 옮겨태웠다. 승객들의 출입구가 있는 선미로는 가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어 몰랐다고는 했지만, 일반인의 출입이 원천적으로 통제된 선수 쪽 조타실이었다. 아니, 그마저도 나중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선원임을 알았고, 그들은 족집게처럼 476명이 타고 있는 배에서 선원들만 빼내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접안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또 아이들은 배 안에 갇혀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명령을 따랐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선장과 선원들, 또 해경은 탈출하라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배를 빠져나온 승객들만이 가까스로 헬기와 보트에 오를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해 구조가 아닌 탈출이었다. 해경은 끝내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다. 의자로 창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외침도 외면했다. 그리고 배는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바다는 잔잔했다.
그래서 더, 잔혹했다.

보다 잔혹한 일은 그뒤에 일어났다. 배가 침몰한 상황에서,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그 상황에서도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 집결한 수백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애원하고 오열해도 해경은 구조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하는 척만 했다. 항의하는 유가족들에게는 거짓말을 둘러댔다. 결코 사실이어선 안 될, 괴담이라 치부되던 소문들이 대부분 나중에 사실로 드러났다. 언론은 종일 가능성과 희망을 떠들었다. 에어포켓이며 골든타임, 정부가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속보들이 매체를 장악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구조대원 726명과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가 집중 투입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작전을 벌인다는 기사도 있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거짓말이었다. 구조는 없었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장을 통제한 해경은 적극적으로 골든타임의 구조를 가로막았다. 해군과 119구조단, 각지에서 모여든 민간잠수사들…… 어느 누구도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 수 없었다. 심지어 해군참모총장이 두 번이나 명령을 내린 통영함도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는 감히 해경이 저지할 사안이 아니었다. 구조를 전담한 것은 한 민간업체였다. 선사와 계약을 맺었으며 이런 일은 민간업체가 더 전문적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그렇게 골든타임이 지나갔다. 그리고 더는, 누구도 구조될 가능성이 사라진 어느 날(한 달 후) 논란이 불거지자 그 민간업체의 이사가 TV에 나와 말했다. 우리는 사실 구조업체가 아니라고. 우리는 인양을 하러 온 업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럼 구조는 누가 맡은 거냐는 질문에

구조는 국가의 업무죠.

라는, 너무나 당연한 답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럼 여태 국가는 무얼했단 말인가? 가라앉은 배보다 더 무거운 의혹이 우리를 짓눌렀다. 무엇 하나 이상하지 않을 게 없었다. AIS 항적이며, 교신 기록이며, CCTV며…… 아무튼 침몰한 배에 관련된 기록들은 없거나, 불분명하거나, 조작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아무도 그 의문에 답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구조는 국가의 의무였으므로 국가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잔혹보다 끔찍한 의혹이었다. 악마를 보았다고 우리는 외쳤고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울며 조문했다. 이것이 과연나라인가? 기울어가는 배의 갑판에 모두가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일찌감치 제일 먼저 배를 빠져나간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라는 말로 일찍 못을 박았고 이 말은 감사원의 입을 통해 또 국정조사에 임한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수차례 언급되었다. 아니, 그보다 청와대는 TV 뉴스를 보고 사고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안전행정부 상황실도 국정원도 YTN뉴스를 보고 사고를 알았다고 했다. 같은 시각 나는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으러 갔다가 뉴스를 보았는데, 말인즉슨 나와 세탁소 김씨와 김씨의 부인인 안씨와 정부가 동급이란 얘기였다. 국정원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것은

실은 매우 이상한 거짓말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통령은 모든 걸 바꾸겠다고 했고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결백(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었다는)이라도증명하듯 최종 책임이 아닌 최우선 책임을 져야 할 해경을 해체했다. 이래도되나 싶을 정도의 독단적이고 강렬한 처벌이었다. 그리고 울었다. 막 울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어쨌거나 대통령이 사과를 한 이상 이 참혹한 사고의 진상이 곧 규명될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의 외침도 한결같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울먹이며 절을 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참패를 예상했던 여당이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상황이 급변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시작되자 이를 가로막은 것은 정부였다. 국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청와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청와대 담당자는 "자료제출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했고, 지침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조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청와대가 그러하니 다른 기관들의 자세도 성실할 리 없었다. 당신 누구야? 여당 의원은 유가족에게 호통을 쳤고 조사는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도대체, 왜? 가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 해놓고 왜 구조를 하지 않았나? 란 질문에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 해놓고 왜 이를 가로막나? 란 질문이 추가된 것이다. 몇 가지 성과가 있긴 했다. 이미 버린 몸(해체) 해경이 제출한 사고 당시 청와대와의 통화내역을 통해 당시의 정황을 알 수 있었고 어렵게 모셔온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사고가 있은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476명이 탄 선박이 침몰한 참사가 일어났는데 아무런 대책회의가 없었으며, 그 위중한 일곱 시간 동안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지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 그날 국가는 없었다는 가설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말 그대로 국정'조사'였으므로 국정조사는 그걸로 끝이 났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이 그래서 화두가 되었다. 당신 누구야 소릴 들어가며, 퇴장을 당해가며 유가족들이 알아낸 것은 구조를 하지 않은 정부가 그에 대한 진실을 밝힐 의지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누구도 정부를 믿을 수 없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 여당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는 사실이 아닌 근거없는 주장이며, 진실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4·16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한 여당 의원은 말했다. 유가족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준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칼자루를 쥐여주는 것과 같다고.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그럼 가해자에게 칼자루를 쥐여줘야 하냐고.

공공의 적이 공공일 때
공공의 적인 공공에게 어떤 혐의가 있을 때
그 공공을 심판할 수 있는 건
누구냐고 묻고 싶다.

의혹을 만들고 키운 것은 정부였다. 그리고 갑자기 프레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3족을 멸한다는 느낌으로 유병언 일가가 부각되었고 결국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유병언의 시신에 관해서는…… 성인의 입장에서 달리 할말이 없다. 아니, 애썼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다만 나는 눈이 좀 쓰렸다. 눈이 부실 정도로 과도한 보도였기 때문이다. 제사상에 오른 돼지머리를 보는 듯도 했고, 굿판이란 게 이런 건가 생각도 들었다. 실은 그럴 사안이 전혀 아니었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흐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농성중인 유가족들을 향한 공격이 여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언론과 인터넷과 SNS를 통해, 애국보수단체의 행동을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럴 사안도 전혀 아니었지만, 아무튼 이 불필요한 동작의 흐름을 모아보면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세월호는 사고다.

즉 사고-보상의 프레임이다. 이미 여러 의원들이 같은 맥락의 말을 이어왔고, 이 말은 또 여러 갈래의 뿌리를 내리고 또 내렸다. 누가 놀러가서 죽으라 했어요? 그만큼 했음 됐지, 왜 사고로 죽은 걸 가지고 정부를 물고 늘어지냐. 유가족이 벼슬이냐? 사고 원인은 죽은 유병언한테 물어봐라. 차 타고 가다 죽으면 대통령한테 가서 항의하냐?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다. 아무튼 또…… 기타 등등. 나는 문득 김보성을 떠올렸는데 이것이 논리라기보다는 의리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렇다.

지금 누군가가
세월호가 으리으리한 사고로 정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만약 이 나라가 침몰한다면
그 원인은 의리일 거라 나는 믿는다.

의리 아닌 의리로 유지되는 집단 두 개를 나는 알고 있다. 군대와 마피아다. 윤일병 사건과 세월호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지도자(국방부장관)가 뉴스를 보고 사건을 알았다는 점, 유가족의 손으로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그대로 묻혀 넘어간다는 점, 수십 년간 이런 일들이 있어왔으나 어떤 적폐도 실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 관피아며 해피아, 이런 단어들이 비로소수면에 떠올랐지만 나는 그 정점에 정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는 부패로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보는 분열로 망해도 보수는 부패로 망하지 않는다. 분열엔 의리가 없지만 부패엔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사실 삼십 년 전 한 여가수의 노래 속에 처음으로 떠 있었다. <아, 대한민국>이란 노래였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에 떠 있던 그 유람선…… 바로 유병언과 세모해운의 출발이었다. 그는 바로 정권과의 의리를 쌓아나갔다. 그 의리 때문에 오대양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아, 대한민국> 속에 떠 있던 그 유람선은 삼십 년 뒤 세월호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여기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세월호의 키워드를 말해야겠다. 그것은 '민영화'다. 세월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선급이며 이런저런 각종 조합들의 이름을 기사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제 이것을 단순한 비리, 유착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에컨데 삼십 년 전 세모의 뒤를 봐주던 공무원이 진급을하고 퇴직을 했다면 그는 순순히 그 권익을 손에서 놓고 싶었을까? 아니면어떤 단체를 만들어 자신이 해왔던 정부의 역할을 민간이 대행하는, 그런 길을 걸었을까? 그럼 이런 예는 또 어떨까? 세월호를 검사했던 한국선급은 주로 퇴임한 해수부 관리들이 요직에 앉는 비영리단체인데, 경제활성화와는 매우 동떨어진 '비영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난해 박근혜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을 수상했다면…… 어떨까? 실제로 한국선급은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을 수상했고, 이는 비단 해운업계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끊임없이 정부의 업무는 민영화되어가고 있다. 때로 정부의 형태를 빌려 민영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 예컨대 정권의 핵심이 어떤 정책을 세워 특정기업이나 업종에 정부의 업무를 맡긴다면, 혹은 판다면…… 또 예컨대 국정원과 같은 국가 주요기관이 어떤 특정 세력에 의해 실은 민영화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다시 세월호는 사고다, 라는 명제로 돌아가보자. 자꾸 사고, 사고, 해서 하는 말인데 그렇다, 이제 겹쳐진 두장의 필름을 분리할 때가 되었다. 세월호는 애초부터 사고와 사건이라는 두 개의 프레임이 겹쳐진 참사였다.

말인즉슨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제 이 두 장의 필름을 분리해야 한다. 겹쳐진 필음이 이대로 떡이 질 경우 우리는 이것을 하나의 프레임, 즉 '세월호 침몰 사고'로 기억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아직도 이 타이틀을 쓰고 있다. 별다른 오류가 없어 보이지만 여기엔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함정이 있다. 명사는 모든것을 아우른다. 그리고 인간의 무의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를 '사고'로 인지하기 마련이다. 사소한 문제인 듯하나 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사전적 해석을 빌리자면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의미한다. 반면 '사건'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받을 만한 뜻밖의 일을 의미하는데 거기엔 또 다음과 같은 해석이 뒤따른다. 주로 개인, 또는 단체의 의도하에 발생하는 일이며 범죄라든지 역사적인 일등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교통사고를 교통사건이라 부르지 않으며, 살인사건을 살인사고라 부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월호 사고와 세월호 사건은 실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나는 후자의 비중이 이루 비교할 수 없을 만큰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한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야당이 왜 '사건'이란 타이틀을 확보하지 않는지 나는 모르겠다. 거기에 비해 여당은 노력하고 있다. 필사적이다. AI가 퍼지는 데 대통령이 모든 사람 동원해서 막아라 그럼 컨트롤타웝니까?(조원진)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다(주호영)…… 나는 이들이 학식이나 판단력이 모자라 저런 말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모르고 뱉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 저들은 '사건'이란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고, 사고, 사고란 단어가 거론될 때마다 겹쳐진 필름이 떡이 진다는 사실을 저들은 잘 알고 있다. 3족을 멸하듯이 유병언을 부각시킨 이유도 그것이다. 부각이란 말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호위무사'란 단어를 고딩 때 겨울날 무협지에서 읽은 후 이십칠 년 만에 조우했다. 경호원이나 보디가드란 단어를 기자들이 몰랐을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지 않는다. 유병언이 사고의 책임자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의 책임자는 아니다. 사건의 책임자는 따로 있다. 유가족들이, 또 많은 국민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지금 그것을 정부가 가로막고 있다. 도대체, 왜?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얘기만 하려 한다. 사고와 사건의 관계에 관한 얘기이다. 우선 사고에는 의도가 없다. 자연재해가 그러하며 인재의 경우에도 실수, 태만, 방심에 의해 비롯되는 것이지 의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사고는 사건이 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교통사고가 사건으로 발전하는 가장 흔한 예가 뺑소니다. 신고와 구호·수습의 '의무'를 저버린 데에는 분명한 '의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보를 중시하고 애국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군대에서 탈영이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임을. 특히 전쟁과 같은 유사시 탈영이 어떤 처벌을 받는가를.

왜?
국민이 국가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을 때
국가는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당신은 의무를 다해왔고
한 푼 빠짐없이 세금을 납부했다.

국가의 안녕을 위해 언제나 여당을 지지해왔다.
그런 당신이라면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안다. 대통령이 직접 TV에 나와 눈물을 흘렸다는 걸 안다.
탈영병들도 모두 눈물을 흘린다.

앞서 말한 '의도'라는 이 중요한 단어를 기억하자. 역시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얘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 의도가 있으므로 해서 사건에는 위장과 은폐, 의혹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사건과 실화』라는 잡지는 창간될 수 있어도 『사고과 실화』라는 잡지는 창간될 수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대상이 해경이든, 언론이건, 국정원이건, 청와대건…… 어쨌거나 공공의 주체인 당신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다.

선박이 침몰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말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다. 서슴없이 했다.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앞에서도, 야 거짓말하지 말라고 씨발년아 소릴 들어가면서도(KBS <굿모닝 대한민국>),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 다 바꾸겠다고 거짓말을 했고, 성격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구조에 최선을 다한다는 거짓말을 했고 구조대원 726명과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가 집중 투입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전을 벌인다는(연합뉴스) 사상 최대 규모의 거짓말을 했다. 304명의 무고한 죽음 앞에서 그러니까 당신들은 이루 열거하기 힘든 많은 거짓말을 했다. 왜냐고는 묻지 않겠다. 더는 거짓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의도에서 비롯된다. 아니, 거짓말은 그 자체가 의도이고 사건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토록 많은 거짓말이 필요했던 사고 수습은 없었다. 당신들은 어떤 의혹을 받아도 싸다. 역시나 보편적이고 이반적인 얘기로 못을 박자면

사고로 위장된 사건은 있어도
사건으로 위장된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예컨대 그런 일이 없었는데 정부가 전 언론을 동원, 자국의 군함이 적국의 어뢰를 맞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아, 뜨끔하거나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1964년에 있었던 미국의 통킹만 사건을 말하는 것이니까(훗날 베트남전의 빌미를 얻기 위한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이런 개쓰레기 같은 조작은 인류사를 통틀어 극히 드문 일이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반적인 범주에서 사고와 사건의 관계이다. 실은 정부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내가 볼 때 진실을 밝혀야 할 입장에 선 것은 유가족들이 아니라 당신들이다. 이 참사가

사고로 위장된 사건이 아니라면 말이다.

가라앚은 세월호 속에서 한 대의 노트북이 건져졌고, 거기서 또 국정원의 이름이 적힌 파일이 나왔다.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국정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곧바로 국정원이 이에 답했다. 아니었다. 이미 사망했다는, 국정원이 말한 파일의 작성자는 문서가 작성된 이후 입사한 선원이었다. 당신들은 이미 지난 대선 때 댓글 공작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으며 이 와중에 군 사이버 사령부의 선거 개입 역시 사실로 밝혀졌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국정원장이 사과를 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나기 불과 하루 전이었다. 사건 초기 참사가 난 사실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또 거짓말을 했다. 정말 진실을 밝혀야 할 사람들은 당신들이다.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언제나 위중한 업무를 도맡아야 할 국가의 주요기관이기 때문이다.

나는 두렵다.

유가족들의 단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보이는 사고-보상의 프레임으로는 이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아마도 다음 프레임은 세월호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또 이어질 프레임은 세월호 유가족 속에 불순 선동세력이 있다, 그리고 결국 당신들의 비장의 무기 당신들의 오류~켄 종북으로 몰아갈까 나는 두렵다. 그럴 사안의 일이 아니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이는 국민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식으로 뭉개고 갈 일이 아니란 말이다. 진심으로 대통령께 고하건대 아직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당신도 분명 그 꽃다운 아이들을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선실 구석구석을 수색해 단 한 사람도 빠뜨리지 말고 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비서실장의 말 그대로, 누가 보기에도 생각보다 배는 너무 일찍 넘어갔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건대 각하, 지금 당신에겐

저 불쌍한 유가족들을 구조할 기회가 아직은
아직은 남아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 기회이다. 역사가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단 한 번도 진실이 밝혀진 적 없는 나라에서 이 글을 쓴다. 아프다.너무 아프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이고 이곳에 발붙인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모두 한 배를 탔기 때문이다.

내릴 수 없는 배다.

일본이 삼십육 년간 운항하던 배였고 우리가 자력으로 구입한 선박이 아니었다. 일종의 전리품이었다. 승전국이었던 미국은 군정을 통해 배의 평형수를 조절했고 배의 관리를 맡은 것은 예전부터 조타실과 기관실에서 일해온 선원들이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벨로스터 밸브의 한쪽을 아예 비웠다. 평형수를 비우면 비우는 만큼, 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양은 증가했다. 적재와 적재와 적재와 적재……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 생각했다. 배는 늘 통제되고 관리되어왔다. 2층 객실에서 3층 객실로, 이어 4층 객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언제나 좁고 미어터졌다. 붐비는 통로에서 또 복도에서 우리는 늘 방송을 들었다. 잘살아보자는 방송, 하면 된다는 방송이었다. 올라가기 위해, 한 층이라도 더 올라가기 위해 우리는 노력했다. 발전과 번영은 종교가 되었고 배가 왜 이렇게 기울었지? 의혹을 제기하면 종북이란 이름의 이단으로 몰려야 했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기울어야 했던 국민이다. 기울어진 배에서평생을 살아온 인간들에게

이 기울기는 안정적인 것이었다.

제대로 포박되지 않은 컨테이너처럼 쌓아올린 기득권과 기득권과 기득권과 기득권의 각도 역시 이 기울기와 각을 같이한 것이었다. 배는 계속 운항을 해야 했다. 평형수를 뺐음에도 배의 무게중심은 생각보다 낮고 안정적이었다. 왕정에서 식민지를 거쳐 영문도 모르고 배의 아래칸에 선적된 '국민'이란 이름의 화물이 있어서였다. 항해가 계속되고 사정은 달라졌다. 무분별한 개축과 증축이 이어지며 무게중심은 올라갔다. 84퍼센트가 대학에 진입하는 초유의 고학력사회가 되었다. 정권에 눈먼 선원들은 여전히 기울기를 유지하려 애를 쓰고, 탐욕에 눈먼 국민들은 층수를 유지하려 애를 쓴다. 당연히 문제가 많았으나 근본적인 수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땜빵과 땜빵과 땜빵과 땜빵……

그리고 어느 날 마치 이 배를 닮은 한 척의 배가 침몰했다.

기울어가는 그 배에서 심지어 아이들은 이런 말을 했다. 내 구명조끼 입어…… 누구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누구도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는 기울어진 배에서…… 그랬다. 나는 그 말이 숨져간 아이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치의 문제도 아니고 경제의 문제도 아니다. 한 배에 오른 우리 모두의 역사적 문제이자 진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 에밀레종의 실제 타종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다. 그 소리는 매우 슬펐으나 어떤 슬픔도 극복 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기나긴 여운을 간직한 것이었다. 우리가 탄 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월호라는 배를 망각의 고철덩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밝혀낸 신실을 통해 커다란 종으로 만들고 내가 들었던 소리보다 적어도 삼백 배는 더 큰, 기나긴 여운의 종소리를 우리의 후손에게 들려줘야 한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2014 가을호
15/04/16 17:53
수정 아이콘
글 참 좋네요. 잘읽었습니다.
혜정은준아빠
15/04/16 18:05
수정 아이콘
위 글처럼 누구는 '사고'라고 생각하고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하는 반면에
저 같은 사람은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이리 눈물이 나는가 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blissfulJD
15/04/16 16:04
수정 아이콘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니...유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클지 가늠조차 되지 않네요.
바다에서 스러져간 사랑스럽고 소중한 목숨들의 명복을 빕니다.
15/04/16 16:22
수정 아이콘
명복을 빕니다.
15/04/16 17:28
수정 아이콘
오늘은 참 웃음이 안나오는 날이네요....
물만난고기
15/04/16 17:38
수정 아이콘
1년이 지나 새삼스럽네요.
다시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네버스탑
15/04/16 19:57
수정 아이콘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기는 한데 애도만 표하고 가겠습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현재 실종자들의 뼈 단 한 조각이라도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족들에게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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