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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16 01:14:33
Name Chabod
File #1 세월호를_읽다_1.png (133.1 KB), Download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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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세월호를 읽다.




이제는 어제가 되어버린 15일 저녁, 카이스트에서 '세월호를 읽다'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 이름대로, 비극의 그 날부터 지금까지 나온 수 많은 텍스트를 추려서 학생들이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낭독한 텍스트는 정부의 보고서, 보도자료, 상황 브리핑부터 손석희 앵커 오프닝 멘트, 유가족들의 성명, 박근혜 대통령 담화,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다양했습니다.

낭독한 텍스트의 일부는 아래의 공식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eachsewol/timeline


사실 저는 행사가 있는 저녁 직전까지 가기를 망설였습니다. 이 망설임이 어디서 오는걸까 생각해보니, 친구의 말대로 이 행사가 세월호 사건의 마무리처럼 여겨지지는 않을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을 복기하며, 지금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수 많은 텍스트를 쏟아냈으며, 그 안에서 수 많은 논의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된 지금까지 진실은 여전히 선체와 함께 묻혀있으며, 진정으로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누군가들은 꽁꽁 숨어있습니다. 오히려 정치적 대립 구도로 몰고가 유가족들을 고립시키고, 그들의 슬픔을 조롱하고, 돈으로 그들을 능멸하며, 더 가혹한 도덕적 잣대로 심판받게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많은 담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담론은 세월호 진상 규명보다 앞설 수 없을 텝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작년의 오늘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아래는 행사의 마지막에 모든 청중이 다 함께 낭독한 도종환 시인의 '광화문 광장에서' 입니다.

--------------------------

고통은 끝나지 않았는데 여름은 가고 있다
아픔은 아직도 살 위에 촛불심지처럼 타는데
꽃은 보이지 않는지 오래되었다
사십육일만에 단식을 접으며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미음 한 숟갈을 뜨는데
미음보다 맑은 눈물 한 방울이 고이더라고
간장빛으로 졸아든 얼굴 푸스스한 목청으로 말하는데
한 숟갈의 처절함
한 숟갈의 절박함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서 있는데
한 숟갈의 눈물겨움을 조롱하고 야유하고 음해하는
이 비정한 세상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스스로를 벼랑으로 몰아세운 고독한 싸움의 끝에서
그가 숟갈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때
미음보다 묽은 눈물 한 방울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이 나라가 아직도 희망이 있는 나라일까 묻는데
한없이 부끄러워지면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생을 내팽개치고 싶어지면서
넉 달을 못 넘기는 우리의 연민
빠르게 증발해 버린 우리의 눈물
우리의 가벼움을 생각한다
그 많던 반성들은 어디로 갔는가
가슴을 때리던 그 많은 파도소리
그 많은 진단과 분석
나라를 개조하자던 다짐들은 어디로 가고
자식 잃은 이 몇이서 십자가를 지고 이천 리를 걷게 하는가
팽목항으로 달려가던 그 많은 발길들은 어디로 흩어지고
증오와 불신과 비어들만 거리마다 넘치는가
맘몬의 신을 섬기다 아이들을 죽인 우매함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목소리
사월 십육일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물길을 돌리려는 자들의 계산된 몸짓만 난무하는가
이런 어이없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과도한 요구일까
내가 이렇게 통곡해야 하는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
슬픔의 진상을 규명하고
분노의 원인을 찾아달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나라는 반동강이 나고
희망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미안하고 미안하여 고개를 들 수 없는데
어젯밤엔 광화문 돌바닥에 누워 어지러운 한뎃잠을 자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굽어보며
다시 초췌한 눈동자로 확인한다
여기는 수도 서울의 한복판이 아니라
고통의 한복판이라고
이곳은 아직도 더 걸어올라가야 할 슬픔의 계단이라고
성찰과 회한과 약속의 광장이라고
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이렇게 모여 몸부림치는 동안만 희망이라고
꺼질듯 꺼질듯 여기서 몸을 태우는 동안만 희망이라고
정갈한 눈물 아니면 희망은 없다고
정직한 분노 아니면 희망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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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5/04/16 01:32
수정 아이콘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106507

...

주어와 술어를 가지런히 조립하는 논리적 정합성만으로는 세월호 사태를 이해할 수도 없고 진상을 밝힐 수도 없을 것이다. 또 이 사태를 객관화해서 3인칭 타자의 자리로 몰아가는 방식으로는 이 비극을 우리들 안으로 끌어들일 수가 없다. 나는 죽음의 숫자를 합산해서 사태의 규모와 중요성을 획정하는 계량적 합리주의에 반대한다. 나는 모든 죽음에 개별적 고통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값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명과 죽음은 추상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이 불가능하고 대체가 불가능한 일회적 존재의 영원한 소멸이다.

그래서 한 개인의 횡사는 세계 전체의 무너짐과 맞먹는 것이고, 더구나 그 죽음이 국가의 폭력이나 국가의 의무 불이행으로 비롯된 것이라면 이 세계는 견딜 수 없는 곳이 되고 말 것인데, 이 개별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체제가 전체주의다. 이 개별적 고통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어떤 아름다운 말도 힐링이 되지 못하고 경제로 겁을 주어도 탈상은 되지 않는다.

...
jjohny=쿠마
15/04/16 01:32
수정 아이콘
안내 보고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었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5/04/16 01:44
수정 아이콘
사람이 사람을 보내는 방식은 무수히 많을 겁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의 순간부터 흐느끼고, 누군가는 죽음을 대면하여 떠나보내는 순간 오열하며, 누군가는 담담히 상을 치르고서야 슬퍼하며, 누군가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먹먹함과 상실감에 더 큰 슬픔을 느낄 것이고, 또 누군가는...또 누군가는...
우리는 엄숙주의 속에서 제공된 아주 갑작스럽고도 모두에게 강제적이었던, 짧은 슬픔의 시간만을 마치 의식하듯이 보낸 채, 이후는 온갖 정치적 술수가 난무하는 모습을 봐야 했습니다. 그런 모습은 우리가 천천히 슬픔을 나누거나 추모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상처를 돌볼 기회를 갖기 보다는 그런 모습과 얘기들에 쉽게 지치고 싫증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세월호가 하나의 이슈에서 벗어날 무렵에야 다시금 찬찬히 개인과 사회가 나누어 가진 상처를 돌볼 시간이 약간이나마 주어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제 오늘 1년이 되었습니다.
1주기를 맞아서 무엇보다 그런 다양했던 추모와 슬픔의 기억을 정리하고, 유가족들과 어쩌면 우리에게도 남은 상처를 다시금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리듬파워근성
15/04/16 01: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내일 꽃 전하고 오겠습니다.
15/04/16 01:52
수정 아이콘
4월16일에 세월호 관련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세월호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 한켠이 저려오는데 유가족 분들과 관련자 분들의
마음은 어떨지 감히 상상도 안되는 군요.
bloomsbury
15/04/16 01:56
수정 아이콘
예전에 pgr에도 소설가 박민규의 기고문이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그가 얼마 전에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경향일보에 특별기고를 했더군요.
이미 보신 분들 많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링크 걸어 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210100&artid=201504082235595

이번 한겨레21 세월호 참사 1주기 통권호도 읽어볼만 하더군요. 워낙 혼미한 사안이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http://h21.hani.co.kr/arti/HO/1057.html
단지날드
15/04/16 02:00
수정 아이콘
한겨례 21 오랜만에 사봐야겠네요
ThreeAndOut
15/04/16 05:52
수정 아이콘
박민규씨의 기고문을 읽었습니다. 정말 뭐라 할말이 없어집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묻고 덮고 잊고 그러면서 지내온게 우리 현대사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그의 말대로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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