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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14 19:05
불량공돌이 님 만큼이나 깊은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출근하다가 문득 자존감은 무게를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저는 자존감이 잘 무너지는 사람중 하나인데, 의외로 회복도 사소한데서(?) 잘 됐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가벼운거죠. 그렇다면, 무게를 늘리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리고 그것이 숙달이 된다면? 아직은 실험중이지만, 결과가 살짝 기대가 되네요.
14/05/15 10:50
무게를 늘린다는게 어떤의미인지 감이 잘 안오네요. 일희일비하지 않게 부동심을 잡아 가는걸까요?
저는 삶의 목표를 명확화&다양화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글 말미에 적은대로 저는 서른이 넘었음에도 삶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습니다. 그저 '내 가족 건강하고 풍족하게'가 목표지요. 아마 30대 가장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삶의 목표를 뚝딱 정하는것도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삶의 목표라는걸 어떤 큰 한가지로 제한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행해야 할 소소하고 세부적인것들로 보고 이런것을을 구체화 시킨다면 하나하나 실현시켜 나가면서 얻은 성취감으로 제 자존감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중 몇가지를 실패하더라도 다른 몇가지를 이루어 내면서 위안을 얻으려구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몇몇 필수적인 가치들이 있을겁니다. 그게 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돈이라든가 소속감이라든가 하는것들 처럼요. 미래는 어찌될지 모르니 일단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수밖에 없겠죠.
14/05/15 13:20
네 짐작하신 그 의도가 맞습니다 맞구요.
다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내가 감당하기에 대충 큰일에 대해서라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면 작은 일이 되는 것처럼 마음에 스스로 주는 부담을 떨쳐버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시포요~ 말해놓고 보니 방법론이 비슷하네요. 다만 저는 목표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제 마음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고요. 반대로, 기뻐서 어쩔쭐을 모를때(... 과연 그런때가 있기나 한건지..)는 살짝 정제된 웃음을 보이는 걸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사람이 참 멋있어 보이더군요
14/05/15 11:02
학창시절에서는 성적이 곧 자존감이었죠. 모의고사 점수 등으로 은근히 잘난척을 즐기기도 했구요. 다른 부수적인 잣대보다 우월한 성적이라는 비교할 기준이 있었습닏.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남과 비교할 잣대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그 잣대 중 가장 손쉽게 남들과 비교할 수있는게 돈이 아닐까 합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보이니까요.
나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겠고, 이리저리 기준을 정해 내적인 요인과 외적인요인 등으로 분류도 가능하겠습니다만 그 중에 일정량 이상의 돈 혹은 그 돈을 벌수있는 잠재력(높은 연봉의 직업 등)도 필수로 포함되고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그렇다면 퇴직 이후에도 이런 부분을 충족시키려면 그 전에 준비를 해놔야 한다는건데.. 이게 쉽지 않네요. 보통 당장의 내 한몸 혹은 내 가족 건사하기도 힘들잖아요. 허허
14/05/14 19:10
최근에 저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너의 행동, 너의 말투 전부 다 싫다.
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더군요. 사실 엄청 무너졌었습니다. 결국 내 주위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고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길 바랬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인지하는 건 좀 괴롭더군요. 그 때 예비군 훈련 통지서 날아오면 참 아놔... 진짜 매년 꼬박꼬박 설추석 안부 챙기고 필요하다고 연락주는 놈이 국방부 니놈밖에 없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이 좋아하는 건 다른가 보군 내가 정말 싫어하는 국방부가 날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근데 그래도 가끔 사람들이 필요로 해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 저한테 도움됐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는 한마디에 또 제 자존감?의 기복이 절정을 달리는 거 보면 참 내 자존감이라는 것도 별볼일 없구나 생각도 들고 모르겠네요 크크 전 내년에 서른인데 저도 입지는 불가능 해 보이네요 크크크크
14/05/14 19:28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선천적인 성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가만히 떠올려보면, 갓 스무살 때나 스물 두살 때 군대 있을 때 아무것도 없을 때인데도 동기나 선후임 중에 자존감이 철철 넘쳐흐르는 친구들이 있었죠. 남들이 뭐라 그러든 내가 맞다 싶으면 스트레스 안 받고, 뒷다마나 너 싫다는 소리 직격으로 들어도 상처 안 받는..
제 동기는 선천적인 지병이 있어서 군생활 와중에도 병원을 왔다갔다 했는데 축구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겨서 허구언날 입실하는 거에 비해 선후임들이 다 아껴주고 챙겨줬습니다. 근데 아픈걸 약점 잡아서 괜히 갈구고 욕하고 괴롭히는 선임 하나가 있었거든요. [아무리 내가 잘 지내려고 노력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씩은 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러지 않았냐] 면서 신경도 안쓰고 욕먹자마자 룰루랄라 다른 선임들이랑 PX에 가더군요..결국 의가사 제대했는데 의가사 할 정도의 불편한 지병을 몸에 안고 병원 왔다갔다하면서 간부나 일부 선임들한테 눈총도 받고 이러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고 멋있을까 부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잘생겨서 그런가?
14/05/15 11:09
내가 필요한 사람이고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야 누구나 똑같지 않겠습니까. 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저는 그 기대치를 낮춘채 살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호의적으로 평하는건 불가능 하다는걸 매번 의식하려 합니다. 부처님, 예수님도 안티가 있는 세상인데요 뭐.
물론 주위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걸 아예 포기하면서 사는건 아니고 노력은 하는거죠. 그리고 꼭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 (아내와 아이)에게서는 어떻게 해서든 인정을 받으려하는 노력을 집중하는거지요.
14/05/14 19:32
두살 터울의 제 사촌형이 전형적인 오타쿠 스타일에 그런 자기 취향에 열등감도 있고 모쏠이었는데 번듯한 곳에 취직하고 자기돈 벌어서 덕질을 하기 시작하더니 사람도 당당해지고 성격도 유쾌하지고 여자친구도 생기고..자신감 자존감이 있으니까 여자친구 조언 받아서 패션도 이것저것 시도하더니 어느샌가 리얼충..어 그러니까 훈남이 되더군요 ㅡㅡ
돈과 직장이라는게 어떤 물질적인 척도를 떠나 내가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한다는 큰 증거가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14/05/15 11:17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사람과의 관계가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생일때는 학교가 큰 울타리가 되고 취업을 하면 직장이 큰 울타리가 되어 나를 보호해 줍니다. 프리랜서로 독립한 사람들이 가장 처음 느끼는 상실감이 건보료 낼때나 대출심사 받을때라 하던가요. 어쨋건 직장소속이든 자영업이든 프리랜서든 내가 어떤 용역을 제공하고 재화를 번다는것은 그 시스템에서 내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조금 다른이야기인데 그래서 노숙자 혹은 중독자 같은 사람들의 재활프로그램에 대해 어느정도 찬성을 하는 편입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성취감을 느낀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을 열어주는거니까요. 내가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인간의 기본적인 품위 유지나 정신적인 안녕에 큰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14/05/14 21:02
얼마전(?)에 개인적으로 꽤 힘든 일이 겹쳐서 있었었습니다.
그때 인생에 대한 의욕도 없어지고 힘들었는데 인정하고 나니까 세상사는 것이 편해졌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데 뭐?] 라고 말할 수 있게 되니까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안 쓰게 되더군요. 그런데 단점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그런다는 거고, 그래서 가족들이 저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거죠. 그래도 아직까지는 주위 사람이 힘들더라도 내가 맘 편한 것이 좋은 걸 보니 전 나쁜 사람인거 같습니다.
14/05/15 11:19
주변의 기대치를 낮추는것도 즐겁게 사는 방법이긴 하지만, 소소한것부터 성취해 나가는것도 즐겁게 사는 방법일겁니다.
홍승식님도 스스로의 상황과 그에 따른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계시니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리라 봅니다.
14/05/14 22:09
남자는 돈 버는가 못 버는가로 자존감이 극도로 왔다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남자에게 원하는 것은 생존능력이거든요. 현대사회에서 생존능력은 돈에서 나오고요. 인간관계에서는 남들이 나를 인정해줄 때만이 자존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평범한 남자에게는 돈 만큼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돈 잘벌면 무시하는 사람 거의 없죠. 여자들이 원하는 평범한 남자... 하지만 단 한가지 조건이 있다면 적당한 수입이 있어야 평범한 남자죠. 저도 최근 취직했는데 사람대할 때 여러모로 편해지더라구요. 사회의 일원이 된 기분도 들고요.
14/05/14 23:31
우리는 낮은 자존감과 높은 자존심 사이의 간극에서 신음하는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그리 못나지 않았는데, 주변이 소란스럽게 구는 바람에 자꾸 '나는 못난 거 아닌가'라는 불안에 빠지곤 하죠. 사소한 일로 오그라들었다가 사소한 일로 부풀어오르는 패턴 자체가, 본질이 오락가락하는 문제는 아님을 뒷받침해주는 거겠지요.
강철의 멘탈로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거나, 강철의 의지로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성과를 내는 길도 있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고독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몇몇 천재들은 그렇게 하던데, 저는 못하겠더라구요. 역시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게 부드럽고 따뜻한 방식이 아닐까 싶네요.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일들, 가령 연애, 우정, 우애, 사회활동, 직장생활…. 나서기만 하면 길은 많지요. 가정을 만드는 것도 정석적인 길이겠구요. 다만, 음, 뭐랄까. 표현을 잘 못하겠는데요. 자기자신을 원천적으로 존중하려는 마음도 중요하다 싶습니다. 비교 없이,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가장 좋은 존중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4/05/14 23:46
살면 살수록 돈은 정말 자존감의 원천이 아닌가 뼈져리게 느껴집니다
내 자신을 내가 못믿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까 좋은걸 좋다라고, 싫은걸 싫다라고 하지 않게 되고, 괜히 성질내고, 주변사람 보다 내 얘기를 우선적으로 하게 되고 하더라구요. 나좀 봐달라고.. 내 얘기좀 들어달라고.. 저는 우울한 기간이 오래되어서,어느 때 부터 사진을 찍을 때 일부러 유쾌하게 찍으려고 웃긴 포즈를 잡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슬쩍슬쩍 저를 찍은 사진을 보는데.. 표정이 전부 우울하더군요. 전부 다요. 스스로 억지로 웃는거 외엔 얼굴에 그대로 투영되는건지.. 저도 정말 웃으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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