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국대 선발을 두고 요즘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3개월 전 과거의 경솔한 키보드질이 들통나면서 도망치듯 출국했던 선수였는데, 예상보다는 빨리 승선했습니다. 저는 한 1년 정도 묵혀두다가 뽑을 것 같았는데, 홍명보 감독님이 시간이 없다고 본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홍명보 감독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감독이 필요하다 생각한다면 그 선수를 뽑는게 맞습니다. 선수선발 권한은 감독 고유권한이며 보장해 주어야할 권리입니다. 그것이 논란 속에 있는 선수라도요. 그리고 그 선발의 책임을 감독이 지면 됩니다. 기성용이 필요하면 뽑아야죠.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 누누이 말해왔던 그 원칙이 깨어지는 것. 그에 따른 비판과 해명, 그 결과는 감독이 져야합니다.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을 선발하면서 구구한 조건을 달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감독의 고유 권한으로 뽑으면 되는거죠. 그리고 그 비난은 감독이 책임지면 되는 겁니다.

기성용이 청소년도 아니고 사과하라 마라 언론으로 종용하는 모양새도 웃기죠. 선발했다면 그 논란을 다 안고 가는 것이지 사과한다고 그 여론이 잠잠해질까요. 사건 벌어지고 3개월 만에 선발하는 거면 그 논란 다 안고 갈 각오해야지요.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사과를 하겠다는 기성용의 확답도 못 받았다고 하죠. 끝까지 사과 않고  버티려는 일관성있는 기성용의 멘탈도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기성용에게 확답을 못 받았다는 인터뷰를 한 감독님도 이해가 안됩니다. 그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 있을까요? 여론으로 압박하면 기성용도 항복하겠지라고 생각했을까요? 한번 까여봐라라고 인터뷰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굳이 조건부로 언론에 밝히면서 기성용이 사과 안 하면 안 쓴다고 공인해버리는 것이 좋은 그림은 아니라고 봅니다. 가만히 있는 최강희 감독님을 계속 끄집어 내는 것도 송구스런 일이구요. 언론을 통해 압박할 것이 아니라 조용히 해결하는 다른 방법도 있을 듯 한데 지금의 방식은 좀 아닌것 같아 아쉽습니다. 엎드려 절받기 같은 모양새도 기분 나쁘고, 사과의 필요성도 못 느끼는 선수를 상대로 언론 플레이하는 것이 팀의 사기측면에서도 좋을리 없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논란거리가 되는 선수를 쳐내는 것이지만, 필요해서 뽑았다면 홍명보 감독이 총알받이가 되는 것이 더 나았습니다. 지금처럼 선수가 사과하면 뽑겠다하고 비겁하게 뒤에 있지말고, 내가 책임진다하고 앞에서 욕 먹었어야 했습니다. 명단에는 올려놓고 선수 상대로 언론 플레이라니요. 그와 관련된 최강희 감독님의 입장도 난처해졌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더이상 스타가 아닙니다. 국대 감독입니다. 욕을 먹을 수도 커리어를 망칠 수도 이미지가 부서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기성용을 선발하면서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면 불을 끄는 것도 감독님이하셔야지요. 누구보고 끄라는 겁니까? 대책없이 불쏘시개에 불을 붙여놓고 뒤에서 구경하는 모습은 리더의 모습이 아닙니다.

당신이 선수를 선발했다면 당신이 책임을 져야지요. 이런 모습은 실망입니다. 더이상 뒤에 숨지마세요. 감독님이 그렇게 결정했하셨다면 당신이 책임지면 됩니다. 앞으로 있을 영광과 오명은 감독님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기성용 선수의 멘탈은 대단하달까. 감탄하고 있습니다. 상황파악이 덜 되었던지, 그냥 오기인지 몰라도 그정도 얘기했으면 알아들을만도 한데 버티는 게 한심하네요. 분명히 억울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아 재수없게 걸렸네, 나 없음 안돼. 잘되나 봅시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이선수가 안타깝습니다.

기성용 선수. 당신의 행동은 단순한 윗사람 흉보기나 뒷담화가 아니었습니다. 미디어를 활용하여 수십만의 사람 앞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의 리더를 악랄하게 조롱한 것이지요. 그 조롱 대상의 주어를 교묘하게 바꿔가며 그 분 앞에서 대놓고 욕하고 모욕했습니다. 지인들끼리 낄낄대며, 최강희 감독의 면전에서 보란듯이 교묘한 말장난으로 조롱하고, 그런 뜻이 아닌데요. 목사님 말씀이었어요. 이런식으로 졸렬하게 깠습니다. 이런 방식 참 익숙하죠. 왕따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사람 바보 만드는 수법 아닙니까? 이런 악랄한 행동은 어디서도 용납 안 됩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요. 당신의 그런 행동을 지켜보던, 당신을 뻔히 꿰뚫어보던 최강희 감독님은...

아무튼 홍명보감독님이 기성용이 필요하다면 써야지요. 하지만 이런 식은 안됩니다. 감독님이 앞장서서 언론을 통제하고 입단속을 시켜야 할 판에 나서서 휘발유를 붓는 일처리는 뭡니까? 뒤로 숨지마세요. 설사 감독님이 억울하게 욕을 먹는다 하더라도 감독님이 기성용을 선발한 이상, 그 책임은 감독님이 지셔야지요. 기성용 선수와 최강희 감독님을 덜렁 언론 상어떼에 던져놓는 경우가 어디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