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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07 14:43:44
Name kleis
Subject [일반] 개구리 낚시
무척 더운 날씨가 되니 문득 떠오른 어릴 때의 추억 이야기입니다. 조금 잔혹한 (?)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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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저희 부모님은 작은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부모님은 일 때문에 워낙 바빠서 자식들을 별로 돌봐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방학만 되면 저는 항상 시골의 할머니 집에 가 있어야만 했습니다.

할머니 댁은 정말 엄청난 깡촌 시골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작은 슈퍼마켓 하나 가려면 20분 정도를 걸어 나가야 했고, 주변은 모두 논밭이었으며 이웃집은 죄다 6-70 이상의 노인분들만이 살고 계시는 곳이었습니다. TV는 기껏해야 채널 두세개가 전부였고 그나마도 흑백인데다가 지지직거리며 전파가 잘 잡히지도 않았지요.

한참 놀고 싶은 욕구가 폭발하는 어린 꼬마들이 놀 곳은 결국 주변의 산과 시냇가 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어렸을 무렵 여름만 되면 산에는 곤충들이 가득했고, 강가에서는 송사리들을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요즘 가 보니 정말 많이 없어졌더군요). 여름방학에 시골에 가면 거의 풀밭에 주저 앉다시피 해서 곤충만 계속 잡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 5-6학년 무렵, 또 시골에 내려가 있었던 어느 날 저는 무척 심심해졌습니다. 하루종일 잠자리와 방아깨비만 잡는 게 갑자기 지겨워진 탓입니다. 좀 더 스릴감 있고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꼬마들 몇몇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끝에, 한 가지 놀이를 생각해 냈습니다. 바로 개구리 낚시였습니다.

이 낚시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방아깨비 한 마리를 잡아서 배 부분을 실로 가볍게 묶습니다. 그리고 이 실을 막대기에 연결한 다음, 논둑에 앉아서 이 막대기를 낚싯대처럼 들고 서 있습니다. 그러면 높게 자란 벼 잎 사이로 드리워진 방아깨비를 논에 사는 개구리들이 먹으러 올 테고, 개구리가 방아깨비를 삼켰을 때 막대기를 들어올리면 개구리를 낚을 수 있습니다.

꼬마들은 이 쉽고 간단한 낚시법을 생각해낸 데 대해 스스로 감탄하며 즉시 실행에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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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과적으로 말하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방아깨비를 잡아서 실로 묶은 뒤 낚싯대를 드리워 놓는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개구리들이 그렇게 빠르고 민첩한 줄은 몰랐거든요. 약간의 진동이 느껴진다 싶어서 벼 잎 사이로 막대기를 들어보면 항상 방아깨비는 없어지고 실만 남아있곤 했습니다.

아니, 사실 실만 남아있는 경우는 차라리 행복한 경우였습니다.

개구리가 먹다가 도망쳐버려서 반 쪽만 남은 채 대롱대롱 매달려서 흐느적거리는 방아깨비를 본 꼬마들은 얘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겁에 질려버렸습니다. 더 무서웠던 것은 사마귀가 낚싯대에 걸린 경우였습니다. 실이 흔들린다 싶어서 막대를 들어올려보니 사마귀가 방아깨비를 먹어치우고 있더군요. 의도치 않게 자연의 잔혹한 모습을 라이브로 보게 된 꼬마들은 낚싯대를 집어던지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사마귀가 앞발 때문에 무서운 곤충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막상 그 식습관을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미끼로 쓰려던 방아깨비를 모두 풀어주고 나서, 그 뒤로 저는 이상하게도 갑자기 곤충을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생명체의 죽음이라는 것이 너무 직접적이고 선명하게 다가온 탓일까요?) 그 전까지만 해도 페트병 한 가득 메뚜기와 방아깨비를 잡을 수 있었던 저는, 그 이후 바닥에 개미나 지렁이만 지나가도 움찔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중학교 무렵부터는 방학에도 시골에 내려가는 대신 학원에 붙어있게 되면서, 저의 곤충 공포증은 극복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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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놓고 나니 재미없는 얘기를 너무 길게 늘어놓은 것 같네요. 피지알 분들은 어릴 때 시골에서 뭘 하고 노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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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7 14:48
수정 아이콘
시골가는 경우는 주로 모듬벌초라고 친가에서 같이 모여 성묘를 하러 가는 경우였는데
방아깨비나 메뚜기 누가 제일 큰걸 잡느냐가 대결 종목이었습니다.
실로 묶진 않고 놔두면 도망가니까 내내 뒷다리를 잡고 놀면 나중에 풀어줄때 곤충들이 다리를 잘 못쓰게 되었죠...ㅠㅠ
대경성
13/08/07 14:52
수정 아이콘
낚시바늘에 파리나 등에 잡아서 꼬아서 먹이로 하면 쉽게 잡혔습니다 그것보다 조금더 잔인한 방법은 젓가락+노랑 팬티고무줄(뻥 뚫려있고 물총 만들던거+모나미펜 으로 만든 활총으로 개구리 잡는재미가...근데 이건 좀 잔인한게 개구리 즉사라서;;무당개구리 많이 잡으로 다녔네요.
포프의대모험
13/08/07 14:53
수정 아이콘
페트병에 메뚜기랑 방아깨비 잔뜩 잡아넣어가니까 할머니가 이거 먹을 수 있다고 팬에 소금치고 볶아줘서 먹었던 기억이...
그걸 우째먹었을까.. 지금도 의문입니다
그땐그랬지
13/08/07 15:06
수정 아이콘
맛있습니다.
사악군
13/08/07 17:01
수정 아이콘
맛있죠. 저도 어릴 때 많이 먹었는데 이상하게 크니까 먹기 좀 꺼려지더군요.. 원효대사의 가르침이 필요함 크크크
치토스
13/08/08 02:12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 친척집 놀러가서 친척들이 메뚜기 구워 먹자고 다같이 풀밭으로 나가서 직접 메뚜기를 잡아왔는데
요리를 시작하고 후라이팬에서 메뚜기 비명소리가 끝나고 비명횡사할 즈음에 메뚜기 한마리가 화상(?)을 입은채로 창문밖으로 뛰쳐 나가는것을 보고...
그 뒤로 메뚜기가 사마귀만큼 무서워졌습니다.. 그 상황에선 도저히 못먹겠더라구요..ㅠㅠ
향기없는마음
13/08/07 14:53
수정 아이콘
뒷산에서 도롱뇽? 알 가지고 놀거나.. 가재잡고 그랬던거 같습니다. 개구리도 잡고 다녔고.. 그땐 무당개구리가 많아서, 배부분에 반점이 빨간색이면 독개구리라고 안잡았었네요. 친구녀석 아버지가 꿩이나 토끼잡고 해서 고기도 얻어먹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13/08/07 14:58
수정 아이콘
어릴때 활쏘고 석전하고 야구하고 곤충학대(..)하고 놀았었던 기억이 나네요.. 팽이싸움도 하고 롤러스케이트(..)도 타고 미니카와 bb총, 그리고 컴퓨터 게임..
13/08/07 15:06
수정 아이콘
개구리 낚시라면 강아지풀을 띁어서 끝에 복실거리는 부분을 약1Cm 만 남기고 제거 한후에
개구리 입 근처에 가져다 대면 덥석 물게 됩니다.
이때 딱 땡겨 주면 손맛이... 그만이에요.
건저 오다 떨어져서 도망가는 경우도 많지만 손맛은 아주 좋습니다. ^^
어렸을때는 가끔 했는데... 이젠 다 아파트가 되버려서리..
증~재균~ ^^//
13/08/07 15:48
수정 아이콘
이 방법은 손맛 죽이죠.
느낌아니까~
초식성육식동물
13/08/07 18:24
수정 아이콘
와.. 이거 아시는 분이 있네요!
부산 태생이라 국민학생때 친구들 앞에서 말했다가 그런게 어딨냐고 핀잔만 듣고 어린 마음에 상처 받았었는데..
제 시골에서는 강아지풀은 아니고 논에 나는 피 같은 잡초 꼭지만 남기고 했어요. 강아지풀도 되는군요. 추석때 시골가면 참개구리 정말 많이 잡았었는데. 아련하네요.
브릿츠
13/08/08 12:48
수정 아이콘
저도 참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뭔가 엄청 못된짓을 한 것같아요. 허공을 날던 개구리가 시멘트 바닥에 퍽 소리와 함께 퍼덕거리는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천진희
13/08/07 15:20
수정 아이콘
개구리는 그냥 냅다 잡으면 되지 않나요? 크크크크
저는 어렸을 때 그렇게 사마귀를 많이 잡았습니다. 수십마리를 잡아서 한군데에 몰아넣고 싸우게 시키고....
근데 저도 어느순간 곤충들이 너무 무섭더라구요;; 이젠 못 잡겠어요...
레르네르
13/08/07 16:06
수정 아이콘
저는 이 나이 되어서도 매미 잡고 다니는데...
집에 가면 비오는 날 집 마당에 두꺼비도 잡고 그럽니다.
카키스
13/08/07 17:03
수정 아이콘
전 황소개구리 엄청 잡고 다녔어요.
그때만 해도 황소개구리가 너무 많아서 잡아오면 면사무소에서 마리당 얼마 돈도 줄 정도였는데
황소개구리 씨를 말리게 했던....크크
지나가다...
13/08/07 17:31
수정 아이콘
전 예나 지금이나 개구리라면 기겁을 합니다..(;'-')
王天君
13/08/07 18:30
수정 아이콘
오 개구리는 잡으러만 다녔다 낚시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데 애들이 딱 하고 낚이나요? 미끼를 물고 안놔주나요? 신기하네요
별마을사람들
13/08/07 21:44
수정 아이콘
개구리, 귀엽죠...
어렸을땐 개구리 잡아서 뽀뽀도 하고 막 그랬습니다.(무당개구리 제외)
떵먹지라고 큰 개구리를 그렇게 불렀는데, 잡아서 똥구멍에 풀 대롱 꽂고 입으로 바람 불면 개구리 배가 부풀어 올랐죠.
지금 생각하면 개구리에게 정말 미안한 일입니다.
지금도 가끔 풀숲에서 개구리 만나면 잡아서 좀 건드리면서 놀아주다가 놔 줍니다.
OvertheTop
13/08/07 22:33
수정 아이콘
살아있는 미끼보다는 파리낚시를 사용하면 됩니다. 파리낚시 줄 하나 사서 나무에 묶은 후 개구리 눈앞에서 살살 움직이면 바로 물죠........
전 이렇게 몇백마리단위로 잡았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요. 그리고 풀......강아지풀 같은거 끝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벗겨낸 후 그걸로 개구리를 유혹하면 벌레인줄 알고 뭅니다. 이건 파리낚시 줄이 없을때 사용하면 됩니다. 물론 2-3번밖에 못씁니다. 끊어지거든요.
상큼발랄개구리
13/08/08 09:34
수정 아이콘
개구리를....힝...
13/08/08 11:0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상큼발랄개구리 님은 낚시로 잡아도 놓아드리겠습니다 (?)
브릿츠
13/08/08 12:51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이쁜가을~♬
13/08/08 13:2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닉네임과의 좋은 일치군요..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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