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6/26 15:07:12
Name Captain J.
Subject [일반] 셔츠.
* 느낌을 살리려고 반말체를 사용했습니다.
* 픽션입니다.

0.

  식사를 함께 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다. 대학가에 출몰한 기괴한 밥터디란 모임이다. 오늘은 밥터디의 멤버 중 본인과 자신과, 스스로와 그리고 한 여학우만이 함께 하는 날이다. 별다른 기대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괜시리 거울을 한번 더 살펴보게 된다. 뭘 입을까. 고민하다가 평소 즐겨입던 셔츠를 입는다. 아직 젖은 것이 어제 세탁기에서 묵은 때를 지워내신 듯 하다. 어찌할까 잠시 고민한다.
  드라이기로 말려볼까 생각하여 말려본다. 시간에 늦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기에 조급한 마음으로 말리는 중간 촉감을 느껴보지만, 물기에 열기까지 더해져서 뭔가 더 눅눅한 기분이다. 모르겠다. 그냥 입어버렸다.

1.

  참 좋아하는 셔츠지만 눅눅한 느낌이 기분을 썩 좋게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이미 입고 출발해버린 마당에, 벗어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착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셔츠에 기분이 묘하다.
  여하튼 도착을 하고, 식사를 했다.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참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말하는 모습도, 웃는 모습도 마음에 와닿는 사람이다.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간단히 디저트를 즐긴다.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선남....은 없지만 선녀가 있으니 말이다. 열심히 공부하라며 손을 흔들고 헤어진다.

2.

  뭘 먹었드라. 무슨 얘길 했드라. 잊어버린 건 아니지만. 몸에 붙은 셔츠 녀석의 기운이 더 또렷하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있다. 재미없는 농이라도 던질세면 핀잔을 주고, 재밌는 얘기를 하면 질투의 눈길을 준다.
집에 가는 길, 갑작스레 비가 내린다. 체온에 말라버린 녀석이 다시 젖어온다.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한 그 기분이 다시 엄습해온다.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비를 맞아야 하는건지.  
  몸에 붙은 이 녀석이 떨어지질 않는다. 벗어낼려면 언제든 벗어낼 수 있을텐데. 벗어내고 싶지 않다.

3.

  사실 난 알고 있다. 벗어내고 싶지 않다는 걸. 네가 사준 이 옷을.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당삼구
13/06/26 15:08
수정 아이콘
느껴진다. 옷에서. 자장면 냄새가.
리그오브레전드
13/06/26 15:09
수정 아이콘
체온에 말라버린 녀석이 다시 젖어온다. 겨드랑이부터.
- PSY
RookieKid
13/06/26 16:12
수정 아이콘
wet PSY!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4806 [일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가장 많은 국가 Top10 [7] 김치찌개5133 13/06/26 5133 0
44805 [일반] 그 애 [7] 김치찌개4662 13/06/26 4662 3
44804 [일반] 실제 지식과 자신이 느끼는 지식의 차이 [15] SaiNT4511 13/06/26 4511 0
44803 [일반] <단편> 디링디링-10 (급전개!!입니다.) [5] aura7301 13/06/26 7301 1
44802 [일반] 박근혜는 국정원 개입으로 부정하게 당선된것에 대해 사과 정도는 해야... [262] 마르키아르11085 13/06/26 11085 10
44801 [일반] 3년전 그 날 [3] 반니스텔루이4819 13/06/26 4819 0
44800 [일반] [2013.07.01] Dynamic Duo 7th Album (+Track List) [10] Hsu3860 13/06/26 3860 2
44799 [일반] 국정원과 nll 그리고 민주당 [28] Jay4931 13/06/26 4931 0
44798 [일반] [국대] 축구 국가대표팀, 8월 14일 페루와 친선경기 확정! [7] 광개토태왕4998 13/06/26 4998 0
44797 [일반] . [9] 삭제됨4387 13/06/26 4387 0
44796 [일반] [야구] 박의 귀환? [18] 삭제됨5184 13/06/26 5184 0
44795 [일반] 뉴스타파, 국정원 연계 트윗 23만건 공개 [45] 어강됴리7137 13/06/26 7137 22
44794 [일반] [해축] 수요일의 bbc 가십.. [21] pioren4196 13/06/26 4196 0
44793 [일반] 논란글 댓글에 관한 글 [117] 信主5587 13/06/26 5587 14
44792 [일반] 김무성 "대선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입수했다" + 정정 해명 [69] 어강됴리6970 13/06/26 6970 3
44791 [일반] 철도 민영화 관련 소식 + 추가 [36] Charles6103 13/06/26 6103 0
44790 [일반] 민실위를 특보를 통해 불방된 '국정원에는 무슨일이?' 2580 원문이 공개 됐습니다. [21] Security4242 13/06/26 4242 4
44789 [일반] 셔츠. [3] Captain J.3399 13/06/26 3399 2
44787 [일반] [야구] 배리 본즈 [66] 삭제됨6499 13/06/26 6499 0
44785 [일반] [분위기 환기용] 창피한 이야기 [29] 당삼구4479 13/06/26 4479 1
44784 [일반] "우리가 집권하면 NLL 까고..." 대선전부터 NLL이 활용된 녹취가 나왔습니다. [212] 몽유도원8701 13/06/26 8701 18
44783 [일반] 승부욕과 다혈질이 만났을 때 [5] Hazelnut3833 13/06/26 3833 0
44782 댓글잠금 [일반] NLL관련 발언은 명백히 노무현 전대통령이 잘못한겁니다. (댓글 잠금) [534] 남자의로망은10119 13/06/26 10119 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