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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3/05/12 18:58:06 |
Name |
크로우 |
Subject |
[일반] 옥수동 신혼집 |
하릴없는 일요일 아침. 전 날 과음때문에 꽤나 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누워있었는데
엄마가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누나의 옥수동 신혼집에 다녀오란다.
아 맞다 우리누나 저번주에 결혼 했었지? 작년 말에 나온 말년휴가 때 처음봤던
매형은 곰 같았다. 바람은 안 피겠구나 싶었다.
아름다운 축복속에 별탈 없이 결혼식이 끝난 후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누나는
진주 시댁집에서 가져온 떡을 가지러 나더러 옥수동 신혼집으로 오라고 한다.
맙소사 이게 왠 일인가. 우리집에서 전철로 한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를 나 혼자가서
떡을 가지고 오라고? 시험기간이 아닌지라 도서관가서 공부하기 스킬도 통하지 않는다.
투덜투덜 거리면 대충 옷을 걸쳐입고 옥수동에 도착한 나는 아직 정리되지 않아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집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양손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떡이 잔뜩 담긴 쇼핑백을
든 체 신발끈을 조여맸다. 누나는 나에게 차비하라면서 지갑에서 오천원을 꺼내주었다.
요즘 오천원이면 밥 한끼 사먹기도 힘들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갑자기 용돈을 계좌에 넣었다는 누나의 말에 급하게 화장실에 들러서
스마트폰으로 통장잔고를 확인하고 나왔다.
매형과 누나에게 인사를 하며 집을 나오면서 누나 얼굴을 슬쩍 봤는데
처음으로 누나를 보고 이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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