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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24 02:56:07
Name 화잇밀크러버
Subject [일반] 도둑질
사람은 누구나 공짜가 좋다. 도둑질은 훔친 물건을 공짜로 얻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행위 중 하나이다. 이 공짜라는 유혹 앞에 단 한번 무릎을 꿇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50원짜리 사탕을 훔쳐본 일이었다.

5살 때부터 게임기의 패드를 손에 쥐었던 나는 어렸을 때 게임을 해두면 커서는 게임을 안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직도 게임을 좋아한다. 이것은 당연히 초등학교 5학년 때도 마찬가지로, 오락실의 출입이 금지당한 난 문방구 앞에 놓인 작은 게임기를 좋아했었다. 아이들이 모두 퇴교하고 어느 정도 흐른 시간, 주마다 돌아가며 맡게 되는 당번 일을 마친 하굣길에 게임을 하고 싶어 문방구에 들어섰다. 아이들을 유혹하는 군것질거리와 무척이나 좋아하는 게임기가 눈앞에 펼쳐져 나를 유혹했지만, 내 주머니에는 딸랑 100원만 있었고 이것은 딱 게임 한판을 할 수 있는 돈이었다. 하굣길의 배고픔이 군것질을 유혹했지만 어릴 적부터 하드코어 게이머였던 나에게 그 정도 유혹은 하찮은 것이었다. 100원은 당연하게 게임기의 동전투입구로 향했다.

파이널 파이트의 SD버전이었던 게임을 끝내고 집으로 가려하는데, 아까는 안중에도 없었던  과자가 특유의 달콤한 자태를 뽐내며 나를 유혹했다. 때마침 문방구에는 주인아주머니가 없었고 그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한 나머지 50원짜리 사탕을 들어 문방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밖에 나와서야 같은 반의 여자아이가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었음을 깨달고 눈이 마주친 그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피했다. 그 순간 ‘사탕을 훔친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면 어떡하지’생각에 별의 별 상황이 다 떠올랐지만, 그 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 아이가 도둑질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거나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한시름을 던져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은 반 아이들의 교우를 위한다는 취지로 제비뽑기로 통하여 강제로 남녀 간에 짝을 지었다. 그리고 마치 각본이 준비되어있던 것처럼, 이 글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가 예상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으니 제비뽑기는 가혹하게도 나와 그 여자아이를 짝으로 만들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지정된 자리로 가서 앉자 먼저 앉아있던 그 아이는 마구 울기 시작했다. 하긴 도둑질을 하는 것을 보았으니 ‘도둑놈과 같이 자리를 앉게 되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쁜 놈과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으니 서럽기도 했을 것이다. 갑자기 울기 시작한 그 아이에게 선생님과 같은 반의 아이들이 왜 우는 것이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사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 울음은 나와 같이 자리를 앉기 싫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니 선생님의 지시로 다시 자리를 바꾸게 되었고 그 아이만 다시 제비뽑기를 통해 자리를 옮겼다. 비록 울었지만 그래도 그 이유에 대해 함구하여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그 아이가 정말 고마웠었다.

아직도 그 아이가 왜 고자질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덕분에 저 일은 어린 날의 트라우마가 아닌 이렇게 적을 수 있는 작은 기억 중 하나가 되었다. 선의의 함구가 얼마만큼 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도둑질의 죄악감, 무슨 일을 하던 지 누군가 나를 지켜볼 수도 있다는 것 등 여러 가지로 교훈을 얻게 되었으니 한 번의 도둑질로 참 많은 것을 배웠었다. 나쁜 행동과 묘한 우연이 최악으로 다가올 수 있었으나 오히려 가르침을 주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행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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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24 04:02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싶네요. 저도 초등학교 4학년즈음 슈퍼에서 아트라스(당시 500원)초코바를 몰래 신발주머니에 넣어서 나왔었죠. 역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한번 성공해서 그 맛을 보고나니 또 시도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세번째 시행에서 수상하게 생각하신 주인아저씨의 "너 거기 뭐들었어"라는 한마디에 도망쳐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사죄하고싶네요 아저씨...ㅠㅠ
샤이닝쟁이
11/11/24 05:18
수정 아이콘
기억을 뒤져보니 도둑질 한기억이 있네요.기억못한일도 분명있을꺼라 생각하지만요.

머리핀을 다량 도둑질했던사건 고의는 아니었는데 중3때 CNA라고 하나요?
문구 전문점에 친구랑 놀러갔다가 도시락 가방으로 머리핀이 있던 상자를 쳐서 떨어뜨렷는데 당황한 마음에
후다닥 주워 제자리에 올려두고 왔는데 가게 나서서 학교에 도착하니(등교아님) 바지밑단 접어둔곳에 머리핀 10여개가
....들어있더라구요.돌려주러 가기엔 타지역매장이라 너무 멀어 포기하고 여자애들 나눠줬습니다^^;

뭐 그외에도 몇번 쯤 더있겠지만 간이 콩알만해서 버릇이 되진않았네요.
착한건 아니고 전적으로 간이 콩알만할뿐입니다.

되려 도둑질하지도 않았는데 교실에서 분실사건이 일어나서 "눈감고 손들어" 라고하면 왜그리 가슴이 콩닥콩닥하던지
어린마음에도 나중에 누명받아 거짓말 탐지기 하면 안해도 걸리겠구나 생각은 했습니다.
11/11/24 08:44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문방구에서 물컹물컹하는 것(정확히 이름이 기억이 안납니다 -_-;;)을 훔쳤다가 문방구 주인 아줌마에게 잡혔죠. 부모님에게까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호되게 혼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버릇이 도졌는지 아버지 지갑에서 천원을 훔쳤다가 걸렸습니다. 그랬는데, 이번에 저희 부모님이 저를 집에서 쫓아내시더군요. 복도식 아파트였는데, 집 앞의 세발자전거에 쪼그려 앉아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이후로 다른 사람 물건은 쳐다보지도 않게됬죠.

한편, 초등학교 3학년 때 바람의나라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초등학생으로서는 꿈도 꾸기 힘든 정액제 금액(3만원 가량) 때문에 종량제를 선택했다가 전화요금이 15만원(...)이 나왔습니다. 저번에 천원에도 그렇게 혼났는데, 이번엔 어쩌지하면서 요금 고지서를 필사적으로 숨기다가 이를 수상히 여기신 부모님께 몇달만에 잡혔는데 이런 건 잘못한 게 아니라 실수라면서 조용히 넘어가시더군요.

지금도 남의 물건에 손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희 부모님이 가정 교육은 정말 잘 하셨구나하는 자화자찬(?)을 해봅니다.
곰똘이
11/11/24 11:13
수정 아이콘
저도 어머니 지갑에 손을 댄적이 있습니다. 오락실을 가기위해 천원을 슬쩍 했는데요. 뒷정리를 제대로 안해서 걸렸습니다. 엄청나게 혼날줄 알았는데, 천원을 더 주시면서 아무리 돈이 없어도 도둑질은 하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뒤로는 다른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크크 [m]
로빈슨크루소
11/11/24 11:23
수정 아이콘
무척 훈훈한글이네요 ....저는 초2학년때인가 친구랑 죠스바 훔치다가 전 도망갓는데 친구가 걸려서 저혼자만 도망칠수 없어서 친구와 같이걸렸죠 그래서 메고있던 가방을 빼앗기고 슈퍼앞에서 손들고 있었죠 무릎꿇고 ....흑 그때 꽤나 구경꾼들이 많아서 쪽팔리고 부끄럽고 ,한 대학생남자가 100원 제가 줄테니 애들 풀어주면 안되냐고....그땐 죠스바가100원....그러던 도중에 구경꾼들사이로 제가 좋아했던 여자애가 날보는 눈빛....으악! 아직도 기억나네요 [m]
진리는 하나
11/11/24 12:03
수정 아이콘
흠흠...
꽤 어렸을 적에 친구네 집 저금통에 천원이 꽂혀있는 걸 보고 슬쩍했다가 걸렸습니다.
절 부모님께로 데리러 가려는데, 친구 어머님이 그럴리가 없다. 괜히 모함하지 말고 놔줘라 라고 해서 그냥 풀려났었습니다.
그 뒤로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친구 어머님에게 죄송스럽기도 해서 도둑질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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