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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20 15:03:30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감사 산보 정상 결혼 약속 - 일본어 잔재론에 대해
복귀 글 ( ..); 경주는 그냥 학교에서 답사로 간 거예요. 바람을 실컷 쐬고 왔습니다 >_<;;
... 훈민정음 티 입고 갔더니 역시 주목 받네요 ㅠ_ㅠ; 아니 난 그냥 내 돈 주고 산 티를 입고 싶어서 입은 건데...
-------------------------
일찍부터 감사(感謝)해야 할 줄은 알지 못하고 도리어 딴 마음을 품고
이원이 감사(感謝)를 드리고 나갔다
만일 가져다 주는 물건이 있다면 감사(感謝)의 뜻을 펴서 말해야 될 것이매

마땅히 궁내(宮內)에서 산보(散步)하시고 혹 때로 말을 타시며 항상 행기해야 할 것입니다

삼각산(三角山) 정상(頂上)에 가서 측후(測候)하도록 하고

대표적으로 제가 들었던 "일제가 만든/일제가 쓰던 한자어"입니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것들은 다 실록으로, 그 이전부터 조선에서도 쓰던 것들이죠. 특히 감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_-;

산보의 경우 이에 대응해 퍼진 말들은 조깅, 하이킹 뭐 이런 거죠. -_-a 실록으로 비교하면 오히려 산책이 일제에서 들어온 신조어일 거 같은데요? 산책이 산에서 뭘 하는 게 아니냐고 보통 알려져 있는데.. 그 뜻은 이렇습니다.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이외에 엔하에 정리돼 있는 일본어 잔재론으로 오해받는 말들입니다.

오뎅 -> 어묵은 오뎅의 "재료"이고 오뎅은 어묵으로 만든 "요리의 이름"이죠.
닭도리탕 -> 닭도리탕의 어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결론이 안 났죠. 도리가 일본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끼워맞추기입니다.
에누리, 뺑소니, 사타구니, 야코 -> 모두 순우리말
민초, 대하(새우), 도합(都合) -> 모두 쓰던 말

실제 일본어 잔재로 나오는 한자어들도 어느 정도 고쳐야 되는지 애매합니다.

매점(買占) → 사재기 -> 엔하에서는 이것도 잔재로 나오는데 이 역시 실록에 나옵니다. 우리가 아는 그 뜻으로요.
사양서(仕樣書) → 설명서
시건(施鍵) 장치 → 잠금 장치
취조(取調) → 문초
택배(宅配) → 집 배달, 문 앞 배달

여기서 사양서, 시건 장치 같은 우리가 안 쓰는 한자로 된 건 바꿔야겠지만, 택배 같은 경우는 너무나도 멀리 퍼져 버렸죠.

가접수(假接受) → 임시 접수
가처분(假處分) → 임시 처분
공수표(空手票) → 부도 수표
공상자(空箱子) → 빈 상자

이렇게 단어 자체보다는 가(임시), 공 같은 걸 붙이는 경우가 문제되는데 이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문제가 되죠. 실제 이 중에서는 안 바뀌고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군요. 가처분이라든가...

거래선(去來先) → 거래처
수입선(輸入先) → 수입국
제조원(製造元) → 만든 곳
매표구(賣票口) → 표 사는 곳
비상구(非常口) → 비상문
물가고(物價高) → 높은 물가
수확고(收穫高) → 수확량
결석계(缺席屆) → 결석 신고서
숙박계(宿泊屆) → 숙박부

이런 경우도 단어 전체보다는 일부가 문제가 되는 거구요.

자... 그리고 결정적인 걸 찾아보자면...

여겨 모두가 결혼(結婚)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공공연히 혼서(婚書)를 보냈으니, 결혼(結婚)할 때 만약 전처(前妻)를 버리지 않는다면
왕래하며 결혼(結婚)할 것을 허락하고

밤낮으로 사사로이 의논하여 그 약속을 받아서 문득 소장을 올리는 것인가?
마땅히 밝게 신칙하여 약속하고서 기다리라

..................
대표적으로 일본어 잔재로 나오는 결혼, 약속도 조선시대에 썼다는 겁니다. -_-;

물론 이런 것들이 조선시대에는 조금 다른 뜻으로 썼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뜻이 바뀌는 건 너무나도 많죠. 그 말을 얼마나 자주 썼느냐가 문제인데... 실록만 보면 언약보다 약속이 훨씬 더 많이 나옵니다. 뭐 뜻은 약간 달랐던 거 같네요. 언약은 흔히 우리가 쓰는 사람끼리의 약속으로, 약속은 좀 공적인 계약으로 말이죠.
헌데 이 빈도수로 얘기하면 이 말들이 단지 유행 때문에 많이 쓰게 된 건지 일제가 써서 많이 쓰게 된 건지 어떻게 알까요? 또 일제 때문에 많이 썼다 하더라도 어쩄든 우리도 같은, 혹은 비슷한 뜻으로 쓰게 된 거였던 건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가령 우리도 쓰긴 했지만 근대 이후 뜻이 많이 바뀐 소설이란 말도 쓰지 말아야 될까요?

흔히 일제 잔재로 나오는 말들조차도 [원래 있긴 했는데 일제 이후 급격히 많이 쓰게 된 것]인 거지, 아예 없던 말이 일제 때 새로 생긴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럼 명백히 일제 때 만들어진 것들은 어떨까요? 우리가 흔히 쓰는 과학, 경제, 이런 것들 모두 외국의 개념을 한자로 바꾼 건데 이걸 안 쓰면 현대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요? 다른 건 다 무시하고 문어체의 ~다 ~까 이런 게 만들어진 것도 혈의 누 같은 친일 소설이 만들어지던 근대 때입니다. ~요 가지고 일제 잔재를 말하지만 우리의 종결형 자체가 일제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정말 높아요.

---------------------------------------------------

요렇게 끝나면 뭔가 "일제어 청산은 필요 없다"는 허무한 결론이 나올 것 같지만, 고쳐야 될 것은 있다고 봅니다. 가령 선착장 같은 거요. 옛날의 바께쓰, 엑기스 뭐 이런 것처럼 일본에서 자기들이 읽기 쉽게 바꾼 것들은 왠만하면 고쳐야죠.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어떻게 고쳐야 되나 정말 애매합니다. 가령 생활고, 물가고 이런 것들은 일본인이 高자를 넣어서 쓰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높다, 어렵다 이런 걸로 바꿔 써야겠죠. 형용사를 얘기할 때 일본에서는 한자를 넣고 한국에서는 우리말로 할 경우, 이걸 명사화 시킬 경우에는 일본식을 따르지 말고 우리식으로 바꿔야겠죠. ... 써 놓고도 어렵군요.

어쨌든 명백히 바꿔야 할 것들이 사라지지 않거나 아예 자리잡았고, 그렇지 않은 애매한 것들이 많은 상황에서 감사, 산보 같은 멀쩡히 우리가 쓰던 것들을 문제삼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뭐 쉽고 많이 쓰는 말이니까 다른 것보다 쉽게 딴지걸 수 있는 거겠습니다만, 틀린 건 틀린 거죠.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쉽게 알 수 있는" 일본어의 잔재는 없어지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나머지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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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리지
11/11/20 15:09
수정 아이콘
오뎅 쓰지말자고 예전에 한창 -_-..떠들었던 것 같은데..충격이네요..
눈시BBver.2
11/11/20 15:18
수정 아이콘
뭐 우리가 먹는 오뎅은 다 어묵이긴 하죠. 그런 쪽으로 둘의 차이를 둬야 되겠지만 오뎅 -> 무조건 어묵 이런 건 -_-; 가령 오뎅에 있는 어묵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국물을 먹으면 그건 "오뎅 국물"을 먹는 게 되죠 '-'a
사케행열차
11/11/20 15:10
수정 아이콘
저는 와이셔츠, 엑기스, 펑크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본식 영어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식 한자라고 하지만 아예 뜻이 다른것도 아니고(오히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것도 많습니다) 어차피 조선시대때 쓰던 한자어도 중국에서 들여온게 대다수 아닌가요?
13롯데우승
11/11/20 15:11
수정 아이콘
이런 부분도 그렇고 PC통신 시절부터 나돌아 다니던 일본어 번역체 같은 경우도 말도 안되는 부분이 많았죠..
LenaParkLove
11/11/20 16:00
수정 아이콘
하지만 이 선을 적절히 잘 정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말이 외국어에 영향을 안 받는 것도 아니고, 외국도 그러지 않는데 무조건 일본어만 갖고 늘어지는 것도 좀 이상하죠.
물론 우리가 일본에 강점을 당하면서 안 좋은 기억 탓에 더 배척하려는 면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의미가 잘 통하고 한자 그 자체로 별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버님이 국문과 교수신데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무조건 터부시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요.
MelonPang
11/11/20 16:17
수정 아이콘
지금와서 오뎅을 어묵으로 무작정 바꾸자는 건 힘듭니다.
오꼬노미야끼같은 음식이름이 그대로 들어오고, 그대로 사용할 수 밖에 이 시점에,
만약 '오뎅'이라는 일본음식이 들어와도(물론 이미 들어와있죠)
'오뎅찌개' '오뎅전골'정도로 해두는게 낫고, 오뎅은 어묵과 병행해서 부르는게 나아보입니다. 지금 바꾸면 혼동의 여지가 너무 심해요.
오뎅과 마찬가지로 다른나라로 넘어갈 때 이름이 잘못 전해진 경우는 많아요.
일본에서도 최근에 '육개장찌개'를 봤습니다.(물론 이건 고쳐달라고 요청하는게 맞겠죠)
역사적으로 볼 때는,
일본과 중국에서 교자(지아오즈)라고 부르는 음식이 한국에서는 만두(물론 모양새에 따라 포자만두/교자만두로 불리기도..)로 불리고 있고,
중국에서 포자(빠오즈)라고 부르는 음식이 일본에서는 만두(만쥬. 만쥬는 히요코만쥬같은 화과자류와 니꾸망/앙망같은 찐빵류 두가지)
한국에서는 찐빵정도로 부르고 있죠.
중국의 만두는 내용물이 들어있지 않은 단순한 음식이구요.
물론 지역에 따라, 그리고 조리법에 따라, 그리고 역사적으로 긴 시간을 보낸 음식이다보니 여러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모양새 등이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whomever
11/11/20 19:51
수정 아이콘
현재 우리가 사용중인 단어나 말을 왜 바꿔야 할까요?

언어는 원래 잡탕인 것이죠. 언어의 존재 이유는 소통이구요.
바꾸자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노력을 들여 바꿀 이유도 실익도 없습니다.

일본식 한자어건 번역투건 채팅언어건 내가 쓰고 싶으면 쓰는 것이고, 받아들이 싫으면 안 쓰면 그만입니다.
순수주의자들의 순혈 자긍심을 위해 내 언어 생활을 바꿀 필요 없구요.
어떤 말이 "바른" 말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언중이기 때문입니다.
11/11/20 22:14
수정 아이콘
뭐 이런거까지 다 따지자면 우리가 쓰고 있는 용어의 상당부분이 일본어 유래입니다.
심지어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방송 신문 철학 사회 같은 용어들조차 죄다 일본에서 조어해낸 말들입니다.
없애려면 이런것도 다 없애야죠.
그러지 못할 거라면 굳이 일부만 꺼내서 이러쿵 저러쿵 할 필요도 없구요.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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