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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31 13:37:24
Name 리신OP
Subject [일반] [애완동물] 스트레~스!
애완동물을 공부하는 학생이고 피지알에도 애견인이나 애묘인이 많은 것 같아 작은 도움이 되고자 글을 써보려합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스트레스는 크게 급성 스트레스(acute stress)와 만성 스트레스(chronic stress)로 나뉩니다. 급성 스트레스는 크고 작은 자극제에 의해 몸에 즉각적으로 오는 스트레스를 말하는데, 예를 들면 불에 데이거나 혹은 무언가에 크게 부딪혔을 때 느끼는 고통이나 두려움에 의해 생기는 스트레스이고, 만성 스트레스는 물리적인 자극보다 감정, 환경, 걱정 등에 의해 길고 오랜시간동안 축적되는 스트레스를 일컫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인간은 물론 동물들에게도 영향이 미치는데, 우리가 학교나 직장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쉽게 아픈 것은 우리의 면역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동물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해 감기나 다른 병에 걸리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인간과는 달리 동물들은 감기처럼 작은 병도 치명적일 수 있지요.


저는 급성 스트레스보다 만성 스트레스에 대해 더 깊게 얘기하고자 합니다.


만성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이에 반응하여 부신 피질 자극 호르몬(Corticotropin Releasing Hormone: CRH)를 생성합니다. CRH 의 생성에 반응하여 하수체 전엽(Anterior Pituitary)가 아드레노코르티코트로핀(Adrenocorticotropin)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하고, 이것이 부신 피질에 다다르면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를 생성합니다. 이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생성량이 많아지면 몸에 여러가지 영향을 미치는데 신경조직, 번식, 근육, 면역체계 등 광범위합니다.

동물의 경우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양이 많아질 때의 악영향을 몇가지만 나열하자면, 신경조직의 파괴, 근육량 저하, 항체 생산량 저하, 사춘기 지연, 폭력성, 육아능력 저하, 등이 있고, 이 상황에서 번식을 하게 될 경우에는 그 새끼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면, 생산된 새끼의 숫자 저하, 새끼의 몸무게 저하, 새끼의 공간능력 상실과 불안장애 등이 있습니다. 동물은 스트레스에 굉장히 민감한데 아주 작은 환경의 변화조차도 쉽게 인지합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아예 없는 것이 이로운 것일까요?


애완동물 관리수업에서 교수가 스트레스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준 것이 있습니다. Too much is harmful, but too less is useless.

극도의 스트레스는 분명 해롭지만, 너무 없는 것 또한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는데 이는 신체적 장애가 아닌 행동장애와 더 인접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무직이고 아는 지인으로부터 강아지 한마리를 얻었습니다. 포유류는 양육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강아지를 키울 경우 우린 그 강아지에게 무한한 사랑을 줍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키워보는 강아지에게 옷도 입혀주고, 먹을 것도 주고, 씻겨주고, 털도 빗어주고, 같이 자고 항상 그 강아지와 함께 있습니다. 이 강아지도 당신만큼 너무나 행복합니다. 하지만 몇주가 지나 당신이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에 입사하였고, 이제 당신은 직장인이기 때문에 주중에 출근을 해야합니다. 첫 출근하는 날 당신은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1분이라도 그 강아지를 껴안고 뽀뽀하고 보듬어주고 쓰다듬어주면서 강아지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몇초가 되지 않아 당신은 문 밖으로 나가고 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 강아지는 당신이 문 밖으로 나가기 직전까지 어떠한 스트레스에도 노출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강아지는 홀로 집에 남았습니다. 강아지는 당신이 없다는 생각에 미치자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마치 사랑하던 연인이 떠나갔을 때의 허전함이 느껴지고 아무리 목이 터져라 짖어보아도 문은 굳게 닫힙니다. 그러자 강아지는 예민해져서 목이 터져라 짖어대고, 벽을 긁고, 장판을 긁습니다. 첫 출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당신은 집안이 초토화가 된 것을 보고 놀라고 화가 납니다. 당신은 혼자 살기 때문에 강아지의 짓임을 안 당신은 처음으로 강아지를 혼냅니다. 주인이 돌아오면 자신을 반겨줄줄 알았는데 오히려 호통소리에 놀라서 주인을 무서워합니다.


위의 상황의 문제점이 무엇일까요? 우리가 강아지를 훈련할 적에 중요시 여기는 것이 흔히 말하는 당근과 채찍 이론입니다. 하면 안되는 것은 부정강화(negative reinforcement)로 방지하고, 해야할 것을 잘 이행했을 때는 긍정강화(positive reinforcement)로서 보상하는 것이 훈련의 가장 기본입니다. 한마디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하면 안되는 것을 했을 때에 오는 처벌에 대한 스트레스가 동물로 하여금 행동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을 잘 이행했을 때의 오는 보상에 대한 안도감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강아지는 훈련은 커녕 주인에게 혼나본 적도 없고,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 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이처럼 주인과 분리된 적이 없거나, 혹은 사람의 애정을 극도로 받은 동물들은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에 노출되고, 이것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여러가지 행동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동물의 안정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적당히 스트레스를 받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동물에게 스트레스는 "재촉(rush)" 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좀 어려운 글이 될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애완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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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eller
11/10/31 13:55
수정 아이콘
너무 사랑하기보다는 좀 혼을 내서 적응시켜라 그런말인가요?
호갱님
11/10/31 14:14
수정 아이콘
제가 얼마전에 본 다큐에서 강아지는 당신을 존경하거나 사랑하는게 아니다.
철저하게 복종하는 것이다.
개들과 사람의 관계는 철저하게 서열관계이다.
외출한 주인이 들어오자 마자 미친듯 꼬리를 흔들고 반겨주는건
강아지들의 생존 본능이지 주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라고 나오더군요.
실제 몰래카메라에서 홀로 남겨진 애완견들은 혼자 남겨져 두려움에 떠는게 아니라 쿨쿨 잘 자더군요.
코카나 비글등의 자신의 본능을 억제 받는 사냥개들이 통제할 주인이 없으니 마음대로 뛰어 놀아 집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건 주인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가 아니라 주인 통제가 없으니 지네 종의 본성이 살아나 그러는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본문의 스트레스를 줘서 애완견을 통제 한다는말에는 동의 합니다.
비단 애완견 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도 스트레스를 주면 안하거든요.
다만 사람이나 개나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없어지면 원래대로 돌아가버리는 거죠..
내사랑 복남
11/10/31 14:14
수정 아이콘
애시당초 이쁘게 함께 살아가고자 데려오는 반려동물을 집에 홀로 장시간 두는것 자체가 이기적인 것이죠.
그저 자신의 인형으로써의 만족감이 아닌 가족으로써 반려동물과 함께하고자 한다면 그런 환경 자체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하지 않나요.
리신OP
11/10/31 14:37
수정 아이콘
글쎄요,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제가 현재 키우는 개도 원래 아버지가 1년 전에 우울증을 앓고 계셔서 사게된 강아지였습니다. 그런데 몸이 쾌차하시면서 직장도 구하시고 일을 하셔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집에 혼자 두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들 중에 애견인은 저와 아버지 뿐이었죠. 형과 어머니는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하십니다. 그런데도 훈련을 통해 그럭저럭 말썽도 안 피우고 잘 지내다가 지금은 혼자두어도 아무런 걱정없이 부모님과 형은 직장을 다닙니다. 지금은 형과 어머니도 다른 개는 몰라도 코코(개 이름)는 좋아합니다. 저는 집을 떠나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방학 때나 보구요. 다행히 아버지가 개에 관심이 깊으시고 경험도 많으셔서 잘 통제할 수 있었지만 처음 키우거나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도 않고 또한 귀찮은 일이기도 합니다. 환경 자체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보다 그 환경에 적응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사랑 복남
11/10/31 15:13
수정 아이콘
네 뭐 어쩔수 없이 그런 환경이 된다면 그 환경에 당연히 적응하도록 훈련해야 하겠죠. 모두를 위해서.
근데 걔들이 집에 홀로 있을땐 거의 잠자다가 좀 돌아다니다 울다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인걸로 아는데 대단한 지식으로 얘기하자는게
아니라 전 개인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할때 이렇게 해도 되나? 저래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되면 조금 과장해서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 강아지와 저를 바꿔서 생각해보려고 하는 편이라서요.
내가 내 마음껏 할수 있는게 잠밖에 없는 상황에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하는 사람(주인)이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아 슬프고
슬프다고 걔들이 뭐 티비를 켜 보길 할수 있나 술을 한잔 할수 있나. 매우 답답하고 속상해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당연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요.
어느게 더 중요하다가 아니라 환경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어쩔수 없을시 그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거죠.
뭐 저 같은 경우는 사실 한녀석 더 데려서 친구를 만들어 주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두마리는 안되고 한마리는 집에
내버려두는게 가능하다? 이것도 좀 이상하죠. 차라리 혼자 내버려둘 바엔 좋은 환경으로 보내주는게 낫지 않나요.
그대가있던계절
11/10/31 14:36
수정 아이콘
이번편은 애묘인은 관계없네요..ㅠㅠ

역시 출근해도 알아서 잘 노는 똥괭이들이 최고..~
Claude Monet
11/10/31 15:0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카테고리를 [동물] 이라 하셨는데, 이 뜻은 인간이 기르는 동물들은 대체로 이렇다는 뜻인가요?
강아지만이 아니라 토끼나 새, 햄스터나 고슴도치 등도 이런 예에 해당되는 것인가요?
리신OP
11/10/31 15:20
수정 아이콘
새는 잘 모르지만 설치류 동물들은 확실히 좀 다릅니다.

설치류 동물들은 개나 고양이처럼 훈련을 통한 스트레스 완화는 불가능에 가깝고, 대부분이 야행성이고 온도, 습도, 그리고 빛의 노출에 더 예민하고 개나 고양이보다 훨씬 사회적이고 무리를 이루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따라서 설치류 동물들은 훈련이 아닌 주위환경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편입니다. 실험에 쓰이는 설치류 동물들을 관리할 때도 항상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고, 무리에 얼마나 잘 융화되고 어떻게 적응하는지 세세하게 신경쓰구요. 집에서 키우는 쥐나 토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이 없어서 자세한 답변을 드리기는 힘들지만, 확실한 것은 설치류 동물들은 주인과의 관계보다는 환경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완동물] 로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11/10/31 19:04
수정 아이콘
사람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겠네요. 연애라든가. 나쁜 남자가 사랑받는 이유가 동물학적으로 설명이 되네요 [m]
레카미에
11/10/31 22:0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목요일에 너무 이쁜 말티즈를 분양받아서 이제 막 기르기 시작했어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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