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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26 19:55:59
Name 나는정이에사자다크항
Subject [일반] 유태인 이야기(무일푼 철학과 성인식)
투표는 다들 하시고 오셨나요?
저는 투표하러 갔다온 다음 오랜만에 아버지의 블로그에 있던 글들을 봤는데요.
원래 재즈나 블루스 아니면 고전 영화 이야기가 대부분 인지라
그냥 아들로써 예의로 봐왔었는데 나름 재미있게 읽은 글이 얼마전에 올라와서
한번 퍼와봅니다. 블로그에서 퍼온거라서 말투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는 23년간 유대인이 경영하는 미국보험그룹 한국지사에 다녔다.
어떻게 보면 나의 제일 황금기와 같은 시절을 그 회사에서 보낸 셈이다. 평범하게 살았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둔지 몇년 뒤인 2008년인가 2009년인가에 한참 이슈가 됐던 보험파생상품의 큰 손실로
내가 다녔던 회사의 본사는 망했고 한국지사는 다른 보험그룹에 팔려 회사이름 조차 바뀌고 말았다.
또 엠파이어 빌딩과 비슷한 시대에 지어진 뉴욕본사건물도 한국의 금호그룹에 팔릴 정도로 처량한 신세가 됐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본사주식값만 백 몇십불 했는데 망하기 직전 10분의 1로 감자된 뒤
지금은 주식이 몇 불인 정도가 됐다고 한다. 도저히 유태인회사로 이름 부치기에는 믿길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1995년 영업부에 재직할 때 한 일년간 회사사보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 경험이 운 나쁘게 작용해 IMF가 터진 후에는 아예 손, 생보 두개 회사의 홍보를 맡는 불상사를 맞았다.
여하튼 신통치 않은 내 영어실력을 가지고 창업자인 스타라는 양반의 이백여 페이지짜리 일대기를 정독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고 창업정신에 대해 알려야만 했다. A4사이즈의 전체가 까만색 정장인 그 책의 우측 윗부분에 빨간 한자글씨로
精神不死(정신은 절대 죽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써 있는 책이었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예쁜 흑백사진으로 가득 찬 그 책은 내용과는 무관하게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멋있었다.
또 책은 무엇인지 모를 유태 상인 특유의 이야기가 자간에 숨어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가득했다.

유태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유태인이라는 내색을 하기를 싫어한다.
내가 회사를 입사하자 마자 회식에서 회사선배에게 제일 먼저 들은 말이
이 회사 코쟁이들은 유태인피가 섞이지 않은 친구들은 절대 안 온다는 말을 했다.
그 친구가 미국친구든, 아일랜드 친구든 국적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유태인은 서양 어느 나라에라도 퍼져있기 때문이란다.
나는 1978년 입사를 했는데 회사는 명동건너편 KAL빌딩 2층에 있었다.
호텔로 쓰다 사무실로 개조를 해서 그런지 바닥이 원목 조각마루로 되어 있었고 기름칠을 해 항상 번쩍번쩍 했다.
그 즈음 토요일에는 딴따라 친구와 여전히 만나 대낮부터 딴따라 친구의 출근시간인 오후6시 정도까지 술을 질펀하게 마셨다.
어느 날에는 명동 필하모니근처의 바에서 그 친구와 전혀 모르는 젊은 여자들과 술을 주거니 받거니 마셨고
나는 중간에 필름 마저 끊긴 불상사가 생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자리에 옆 사무실 아가씨도 끼어 있었다고 한다.
무슨 쇼를 했는지는 필름이 끊기어 알 길이 없지만 실수는 안했던것 같았다.
여하튼 그때 한국지사장은 사십도 안된 케이린이라는 젊은 사람이었다.
엄청 부지런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테니스도 즐기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일 외에는 관심이 없어 지사장실 소파가 망가져 소파 속에 들어있는 솜이 바깥에 튀어 나와 있는데도
소파를 계속 쓸 정도로 검소했다. 지사장 케이린은 1979년 회사에 노조가 만들어진 것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직원 대여섯 명뿐이 안 되는 미국 보스턴 사무실로 좌천되어 가게 됐다.
한남동저택과 운전기사, 요리사는 물론 정원사까지 딸려 있던 지사장자리에서
자기네 나라라고는 하지만 신규보험을 따내야만 하는 영업사원으로 전락하게 된 지사장이 그 때 기분에는 제법 안쓰러웠다.

유태인은 모세 오경에 써있는 대로 철저하게 율법을 지킬 것 같지만
케이린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잘 먹었고 안식일인 토요일에 회사에 나와 일도 하고 제1한강교 밑에 있던 중지도에 가 테니스도 쳤다.
워낙 유태인들은 피 안 뽑은 고기는 안 먹는다고 한다. 또 위가 여러 개인 동물만 먹기 때문에 위가 하나인 돼지 고기는 안 먹는다.
새우도 안 먹고 굽이 갈라진 동물만 먹기 때문에 통굽인 말고기도 안 먹는다.
또 생선도 피를 뽑아야 먹고 비늘이 없는 생선은 안 먹기 때문에 장어는 안 먹는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를 탈 때 미리 유대인이라 밝히면 따로 유대음식이 나올 정도로 율법에 충실한 유대인도 많은 모양이다.

세상에 진짜 상인은 세나라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랍인, 중국인, 유태인이 그들인데 그 상인 중 유태인을 으뜸으로 친다.
그들은 핍박을 많이 받아 맨몸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 나는 일이 잦다 보니
무슨 장사를 하든 일을 하든 유태인 저변에는 무일푼 철학이 흐른다.
유태인을 유심히 눈 여겨 보면 그들은 큰 돈이 필요 없고 여태껏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분야를 찾는다.
남이 신경을 안 썼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더 많고 일단 성공하면 진짜 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남이 해서 성공한 분야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남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모든 감각을 동원해 집중을 한다.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도 불사한다.  

우리는 유태인이 이룬 무모할 정도의 모험심을 경이에 찬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다녔던 보험그룹의 창업자인 스타는 1919년 26살 때 수중에 330엔을 들고 상하이에 무작정 들어갔으며,
로열 더취 셀의 창업자 마커스 새뮤얼은 19살때인 1872년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일본 요코하마에 겁먹은 표정으로 배에서 내린다.
스타는 상하이 난킹가를 걷다 미국성조기가 걸려 있는 빌딩에 들어가
무작정 빌딩주인을 맞나 보험영업을 하게 사무실을 빌려달라고 할 정도의 담력을 보이며,
마커스 새뮤얼은 배에 석유가 묻어 더러워지는걸 노심초사하는 대부분의 선주와는 달리
배 전체에 석유만 싣고 다니는 유조선을 최초로 생각할 정도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집중의 결과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5살 때인 1980년 제록스의 연구센터에 방문하여
마우스를 움직여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환상적인 시연을 보고 자기가 개발한 맥킨토시 컴퓨터에 접목하여
지금의 애플을 만드는 단초가 되게 하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마우스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명령어를 쳐야만 했다.
제록스는 컴퓨터산업을 완전히 뒤바꿀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잡스한테 기술을 뺏긴 거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무모한 도전과 모험심 뒤에 깔린 우리가 잘 모르는 유태인 배짱의 배경에는 유태인성인식이란 게 있다.
여자는 12살, 남자아이는 13살에 하는 성인식에는 랍비 주례 하에 히브리어로 된 경전구절을
성인식을 하는 당사자가 읽는 의식이 껴있어 유태인으로써의 소명의식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집안친척과 친지들이 모여 다같이 축하해주는 성인식에는 아이를 위해 부조금을 작게는 3천만원에서
많게는 8, 9천만원을 아이에게 걷어 준다고 한다.
13살에 자기 돈이 3천만원이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깨를 쫙 펼 정도로 자부심을 갖게 하지 않을까.
유태인 특유의 이 성인식은 앞으로 좋은 장사꺼리만 있으면 돈을 크게 벌 수 있겠다는 꿈과 상상을 10대 초반에 뿌리 깊게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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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uslee
11/10/26 21:39
수정 아이콘
무플방지 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본문은 퇴근해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Mithinza
11/10/26 21:50
수정 아이콘
우와... 아버님께서 블로그를 하시나봅니다.

본문에서도 나오지만, 제록스는 뭐랄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달까 -_-; 그런 느낌이 듭니다. 신기술은 떼로 연구해놓고 다 남 가져다주고 -_-;;
애패는 엄마
11/10/26 22:30
수정 아이콘
유태인도 아립인도 중국인도 제대로 된 친구가 없는 저는 좀 더 국제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11/10/27 00:49
수정 아이콘
이 글에 안 맞는다는 거 잘 아는데ㅠㅠ 이제 유태인하면 팔레스타인 시내에 (사람 몸에 닿으면 몇시간동안 계속해서 탄다는)화생방 무기를 뿌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겁게 피크닉하던 유태인들이 계속 생각나네요.. 저렇게 모아서 주는 돈 중 일부가 그렇게 쓰이는 돈의 뿌리가 되었겠죠.. 떳떳하게 경제의 논리에서 사는 유태인들은 존경스럽다 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봐야 할 필요도 분명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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