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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22 19:37:43
Name 눈시BB
Subject [일반]  불휘기픈 나무 - 정도전, 태종, 세종대왕

가리온의 뿌리 깊은 나무 ( ..);;

드라마는 소설과 제법 다른 모양이더군요. 뭐 드라마 초반부터 여러 가지 떡밥이 풀렸으니 :) 간단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1. 밀본

드라마만의 오리지날 설정인 것 같네요. 뭐 나쁘진 않습니다. 정도전이 정승 위주의 정치를 펼치려 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조선의 뿌리다"라고 하는 것에 무리는 없으니까요. 실제 사대부들이 조선의 뿌리였죠. -_-; 조선의 장단점을 대충 쓰면 그대로 사대부의 장단점이 돼 버리는 정도니까요.

근데...

가질 거 다 가지고...
왕의 막강한 신임을 얻고 있으며... (태조 이성계가 정도전의 말에 반대한 건 불교 탄압 정도? -_-;)
그 정도의 추진력과 머리를 가지고 선두에서 모든 것을 계획했던 정도전이...

비밀 조직을 만든다?

조선 건국 후 사병 혁파는 계속되었고, 그걸 주도한 건 정도전이었습니다. 왕자의 난도 이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죠. 뽑은 쪽이 태종 이방원이었고 너무 여유롭게 놀고 있어서 그렇지 칼을 쥐고 있던 쪽은 정도전이었습니다.

... 그런 정도전이 비밀 조직을?

좀 치사하게 파고들면 태종이 정도전을 죽인 건 명분 있는 걸로 봐도 될 정도죠. 어쨌든 조선은 왕조국가, 비밀조직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반역으로 몰려도 할 말 없습니다. 정도전은 그럴 필요도 없었죠. 사병을 혁파하자는 쪽에서 사병을 양성한다? -_-;

이글루스에서 이에 관련된 걸 봤는데, 작가가 고도의 정도전 까가 아닌가 하는 말도 하더군요. (...); 뭐 사극처럼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만든 거겠지만요. 원작에선 없다고 하고 앞으로 어찌 될 진 모르니 여기까지.

2. 태종 vs 세종


원래 좋아하던 배우긴 하지만 백윤식씨 카리스마가 참...

"왕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해서 왕을 계도한다는 허울 좋은 핑계로 만든 것이 경연이다!"

세조와 함께 조선의 절대 왕권을 이루었다는 태종. 권신들을 숙청한 모습들을 보면 그럴 법도 한데... 그게 또 아니죠.

"임금이 사냥하다가 말에서 떨어졌으나 사관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다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가 말이 거꾸러짐으로 인하여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

사관의 위대함을 말할 때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거죠. 태종과 사관의 힘겨루기는 계속됐고, 먼저 gg를 친 곳은 태종이었습니다. 심심하면 사관들 벌 주고 뭐라고 하면서도 그는 사관의 중요성을 절대 무시하지 않았죠.

"임금의 동정과 정령의 득실을 모두 간하여 바르게 하는 것이 간관이다. (중략) 임금을 높이고 간관을 중히 여기는 처사가 아니다"

사관들을 의정부에 소속시키자는 말에 태종이 한 말입니다. 의정부가 이런저런 결정을 내리는 기관인데, 같이 두면 되겠냐는 거죠. 따로 돼야 바른 말이 나올 거라는 것...

그는 싫다 싫다 하면서도 사관들의 권위를 높여주었고, 그 위치를 확고히 했습니다. 이렇게 사관은 이후로 쭉 존재했죠. 현대의 언론과 확실히 많이 겹칩니다. 너무 나가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던 시절도 있었고, 탄압 받으면서도 꿋꿋이 바른 말을 할 때도 있었고, 집권층과 결탁한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고, 후대에 가면 왕에 밀려서 예전처럼의 빡빡함을 보여 주지 못 하죠. 진짜 딱 언론입니다.

아무튼... 그는 자기 힘으로 조선을 이끌어 갔지만, 조선의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조선의 시스템 자체가 태종이 만든 거였죠. 싫다 싫다 하면서요. 그런 면에서 정도전과 태종의 방식은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왕의 권력이 어느 정도냐에 대한 생각의 차이였을 뿐이죠.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성리학적인 이상 국가.

심온에 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온 자신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 (드라마 맨 처음에 나온 강상인은 그 미끼가 되기 위해서 -_-;;) 권력을 쥔 공신, 특히 외척들을 절대 경계하는 모습에서 나온 것이죠. 자기가 당한 게 있어서인지 참 광적인 느낌까지 나지만, 그건 절대왕권 하에서 방해되는 걸 처단하는 공격적인 모습이 아니라, 왕의 권력까지 뛰어넘을 정도의 권력을 막는다는 비교적 수비적인 모습이었죠.

드라마 속의 마방진으로 비교해 보자면 숫자들을 다 없애고 자기를 뜻 하는 ㅡ자만 떡 걸어놓는 게 아니라, 이 숫자들이 숫자의 단계를 넘어서 인간이 되려고 (...) 하는 걸 막았다는 거죠. 그래도 다른 공신들은 (명분만 보면 더 심한 죄를 저질렀음에도) 내쫓기만 하지 살려줬는데 자기 처가랑 세종대왕 처가만 죽인 걸 보면 -_-; 좀 보기 안 좋긴 하죠.

세종대왕이 이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을 수 없었긴 하겠는데, 그 방식이라는 게 아예 정반대라고 할 순 없습니다. 방향이 조금 달랐을 뿐이죠. 그 정도로 세련된 토론 정치를 할 수 있었던 게 세종대왕의 능력이긴 하지만, 별다른 정치 싸움이 필요 없는 배경을 만들어 준 것 역시 태종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장인을 죽인 것 역시 그걸 위한 일이었던 거죠.

그렇게까지 피로 얼룩진 것도 아니었구요. 정적들을 제외하면 죽인 건 이런 외척들 뿐이고, 자기가 죽인 정몽주를 영의정으로 추증하면서 사림들이 정계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발판을 마련해 줬고, 정도전의 가족들 역시 자기 대에서 죄(-_-?)를 용서해 줬죠. 문제는 세종대왕 때에는 정말 정치적인 반란, 숙청이 없다시피 해서 비교가 더 되는 거구요.

어쨌든 세종대왕은 아버지의 태도를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고, 비교가 워낙에 잘 되는 상황. 그걸 드라마에서 더 강조하려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참 잘 만들긴 했습니다.

"해내거라. 해내! 그래야 니 놈을 왕으로 세운 것이 나의 제일 큰 업적이 될 것이니"
"그리 될 것이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둘의 방향이 다르긴 했지만 목표라는 것에서 다를 바 없다는 것이죠. 다만 그 방향이라는 것의 느낌이 너무 크고 (둘 다 각자 방식으로 정말 열심히 잘 해서) 드라마에선 더 키운 거구요.

3. 부민 수령 고소 금지법
현대에는 어떻게 하든 까일 수밖에 없는 부민 수령 고소 금지법. 그 모습만 보면 어이 없긴 해요. 아랫 사람이 윗 사람을 고소하는 건 옳다 해도 벌 해야 된다. 헌데... 좀 뒤져 보면 다른 생각은 들죠.

"제불이 말하기를, ‘본궁의 종은 재상과 같이 높은데 네가 감히 나를 쥘 수 있는가.’ 하며, 호인 오마대를 불러서 집사리 최육을 끌어내어 그의 옷을 벗기고 욕보이며 크게 소리치기를, ‘군관이 어느 곳에서 나왔기에 감히 이와 같이 할 수 있느냐’고 하면서, 품속에서 내수소 패자를 꺼내어 땅바닥에 던져 진흙을 바르고는 도리어 ‘최육이 빼앗아 밟아 못쓰게 되었다. ’고 하였습니다."

수령을 직접 건드린 건 아니었지만 일개 종이 저런 일을 했다는 겁니다.

"흥준은 부민으로서 저의 고을 원을 발로 차고 또 온갖 못할 말로 꾸짖었고, 또 다시 그가 앉은 곳까지 바로 들어가서 때리려고 하다가"

아예 발로 찼군요. -_-; 자기 기생과 바람폈다는 이유였습니다.

고려 때도 어느 정도 수령을 지방에 파견하긴 했지만 지방 토호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습니다. 후삼국시대 호족들에서 이어져 온 이 일은 고려 말에도 권문세족의 활약으로 계속됐죠. 이 과정에서 지방의 유력자들은 수령을 만만히 봤고, 유력자의 종들도 그 힘을 믿고 날뛰었습니다. 조선 초기는 이 힘을 약화시키는 노력이 계속되는 시기였습니다. 각종 전설에서 수령이 부임돼서 하루만에 죽어 나오는 게 그냥 꾸며진 일은 아니었죠.

이 법이 아주 엄격히 지켜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세종 초에 만들어졌다 했는데 부민이 수령을 어떻게 했다, 이런 건 쭈욱 일어났죠. 문제는... 그 반대 상황 역시 "당연히" 계속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수령이 멋대로 힘을 휘두른 일이었죠.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의 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 얘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하들이 다 동의한 걸 왕이 계속 꺼내는 게 아니라, 계속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던 거죠.

조선 지방 통치의 기본이 되는 수령, 하지만 이 수령의 힘이 미약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곧 중앙 정부의 지방 장악에도 문제가 됐죠. 이런 상황에서는 수령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부민 고소 금지법은 조선 국가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있을 수밖에 없는 법이었습니다. 세조 때에 이르면 손이 닿기 힘들었던 함경도의 토호들까지 제압이 완료되고, 그에 반발해서 일어난 것이 이시애의 난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된 것도 아닙니다. 그 법의 필요성은 동의했던 세종대왕이지만, 그에 대비되는 문제점 역시 확실히 알고 있었죠. 신하들 역시 이 때문에 찬반 논쟁이 많았습니다. 다른 법들처럼, 이 법 역시 십수년간 쭈욱~~~~~ 논의됩니다. 흐름을 조금 살펴보죠.

"가만히 생각하오면, 천하나 국가는 인륜이 있는 곳이라, (당 태종 어쩌구 주자가 효종에게 어쩌고... 딱 드라마에서 나온 내용)" (2년 9월 13일)

(수령들 잘못 어찌할까 논의)
최사강 : 법 잘못됐음. 없애죠.
황상 : 사강 말에 동의. 수령 고소법 없앱시다.
허조 : 그러다가 중국처럼 서로 까는 일 생김. 절대 반대.

세종대왕 : 이 법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폐단이 생긴 뒤에 그때그때 적당하게 하는 것이 가하다.

5년 6월 8일의 대화입니다. 네. 그의 말대로 그 때 그 때 적당하게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때마다 악착같이 얘기했죠. (...)

세종 : 그 법이 좋긴 한데, 탐관오리 못 잡는 부작용이 있어 ㅡㅡ 일단 그 말이 나오면 "가볍든 무겁든" 짜르고 생각하는 게 어때?
허조 : 가벼울 때는 안 되죠. -_-;
세종 : 하는 게 맞대도 -_-
7년 3월 24일

사헌부 : 오을재가 안성 군수로 있을 때 탐관 오리였음. 1백 대 칩시다. 근데 부민인 손광연이 자기 노비 시켜서 고소했으니 걔도 80대 맞아야 되요.
9년 1월 7일. 이 때 둘 다 60대를 맞는 걸로 퉁 치게 됩니다. 실제 적용된 사례겠죠.

10년대부터 이 일에 대한 논의가 꽤 많이 나옵니다.

세종 : 고소 자체는 금지해도 백성들이 억울하다는 건 일단 들어주는 게 어떨까?
(신상, 하연 찬성)
허조 : 그래도 밑에 것들이 계속 상전 찌르는 건 계속돼서 풍습이 무너져요.
세종 :  죄의 명목이 이미 성립되었는데도 그 죄를 다스리지 않으면 사람을 징계할 수 없을 것이요, 만일 그 죄를 다스린다면 이는 고소를 허용하는 것이 될 것이니, 다시 신중히 논의하여 전날 수교의 조문을 보완하게 하라
(13년 1월 19일)

(맹인 박생이 수령을 무고하는 일이 생겼음)
황희 등 : 안 그래도 못 된 놈인데, [부민으로 수령을 고소했으니] 유배 보내죠. 그래도 땅 좀 줘서 굶어 죽게 하지는 맙시다. 또 글 대신 써 준 놈도 벌 줘야죠.
허조 : 불치병 걸린 사람을 죄 줄 순 없죠. 대신 쓴 사람만 벌 주죠?
신상 : 불치병 걸린 놈 죄 못 주는 건 불쌍한 사람일 때만이구요. 이 놈은 벌 줘야 되요.
세종 : 의금부에서 결정내라. 대신 쓴 사람은 벌 주지 마라.
이후 결정 : 유배 보내되 가족이랑 같이 보내고 수령이 직접 밥 주고 옷 주고 살펴보게 해라.
14년 2월 12일. 여기서 부민 고소 금지법은 보너스로 쓰였습니다. 그 동안도 아주 강경하게 시행된 건 아니라고 봐야겠죠.

13년 3월 21일 정초와의 논의
"이런 일들 고소 못 하면 백성들이 억울한데... 또 고소 허락하면 너무 달려든단 말이야. 조정에서 조관 파견해서 민정을 물어보면 아예 [미리 다 적어 놓고] 준비해서 고발한단 말이지. -_-; 어쩔까."

수령의 잘못을 적어놓을 정도의 백성들이 그냥 일반 백성은 아니겠죠.

(이 직후 이 법에 의거 수령을 고소한 노비들 처벌한 적도 있습니다)

13년 6월 14일
세종 : 허조 말은 맞다. 그럼 이런 건 어때? 소송해서 잘못된 일만 고치고 수령에게는 죄 안 주는 걸로.
안숭선 : 그러면 수령들이 법을 무서워 하겠어요 -_-;
세종 : 이응이응. 바로 그거지.

20일
세종 : 허조 니 말이 맞는데, 나중에 가면 수령이 잘못 일으키면 어쩔까?
허조 : 고려가 5백년 끈 게 윗사람을 능멸하는 풍습 끊었기 때문인데요. -_- 안 되요.
세종 : 이미 고소하는 금령을 세우고, 또 조관을 보내어 백성들로 하여금 진소하게 하면 실로 [모순]이 되며, 때로 조관을 보내는 것은 특히 일시의 법이고, 육전에 싣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고인은 옛일을 본받지 아니함을 경계하였으니, 법을 세우는 데 근거가 없으면 폐단을 장차 어떻게 할 것인가 -> 어디서 본 거 같죠? :)
권진 : 고소를 없애면 관리들이 부정 마구 저지를 겁니다.
신상 등 : 근데... 솔까말 고소를 금해도 백성들이 억울한 거 호소한 건 받아주기로 했고, 잘못된 걸 다른 관아에 가서 따로 얘기하기로 한 것도 관례가 됐잖아요 (...)
세종 : 그렇긴 한데, 억울한 것도 안 받아주는 건 맘에 안 들어. 허조 생각 니들은 어때?
안숭선 : 필부라고 해도 말을 못 하면, 백성과 임금이 같이 일을 할 수 없죠. -_-; 그럼 왕이 백성들 소리를 들을 수 없잖아요.
세종 : 잘못된 것만 고치고 벌은 안 주면?
안숭선 : 그게 소용 있겠어요. -_-;
세종 : 오케이 여기까지. 담에 또 얘기하자.

19년 11월 4일
(요약하기 귀찮을 일이 벌어지자)
"상관 고발한 게 문제긴 한데, 그 죄보다 고발당한 놈들 죄가 더 크다. 일단 그것부터 처리하자."
(옛날 주인인데다 수령을 고소한 건 아니긴 하군요)

15년 4월 24일
신천 군수 권자안이 최곤을 죽이자 아들 최사민이 억울함 호소.
성억 : 부민이 고소한 건 맞지만 이건 살인사건임. 수령만 족칩시다.
맹사성 등 : 근데 살인죄 뿐만 아니라 다른 죄도 같이 일러바쳤잖아요.
세종 : 아 시끄럽고 최사민 죄 주지 말고 권자안만 벌 줘

-_-; 헥헥... 정말 이런저런 말이 정말 많았습니다. 법이 정해진 후에도 지방의 실력자들이 수령을 고소하는 건 계속됐고, 수령의 부패도 계속됐죠. 세종대왕은 이 사이에서 맞는 해답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토론하고 또 토론했습니다. 그는 이 법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고, 장점이 있으니 포기하진 않되 그 그 단점을 보안할 방법을 계속 찾은 거죠.

세조가 쿨하게 금방 바꾼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죠.

"부민의 고소를 금지하는 법을 세운 뒤로부터, 하정이 상달되지 않아서 그 폐단이 작지 않다." (세조 1년 11월 7일)

요렇게 시작은 했지만...

"백성의 고소를 듣고 그 원통함을 펴서 문득 하정을 상달하게 하려 하나, 고발하고 들춰내는 것이 풍속이 되니, 비록 자기의 원통함이 간여되지 않았더라도 부민이 수령을 고소하고, 서리가 관리를 고발한다. 이를 금하려고 하면 언로가 막히어 원통하고 억울함을 펼 수가 없고, 다 들어주면 상하가 서로 업신여기어서 풍속이 날로 무너지니, 장차 어떻게 처리하여야 좋겠는가?" (14년 4월 2일)

세조 내내 어사를 계속 파견하며 지방관을 감시했고, 정말 강경하게 나갔지만 그 역시 이런 딜레마는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이 때 폐지는 되지만, 이건 반대로 조선의 중앙집권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뜻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즉, 세조의 쿨함도 있었지만 법 자체의 수명도 끝났던 거죠. 뭐 그 이후로도 지방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건 조선시대 전체를 관통하면서 문제가 됐지만요.

4, 세종대왕
세종대왕을 대왕이라 하는 건, 단지 백성들만을 위했던 것 때문이 아닙니다. 조선의 체제를 완성하는 것, 사대부들을 위한 것, 백성들을 위한 것,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 백성들을 교화시키는 것, 세금 문제, 토지 문제...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게 그였죠. 무엇이 정말 옳은가, 무엇이 가장 효율적일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단지 백성들만을 생각한 유약한 이였다면 함경도, 특히 현재 북한의 양광, 자강도 부근은 포기했을 겁니다. 계속해서 여진족을 끌어들이고 교화시키고 보살피며, 한 편으로는 남쪽의 백성들을 끌어올려서 그 곳을 확실한 조선의 영토로 만든 것이 세종대왕이었죠. 이 때 그가 한 말입니다.

"젠장 임금이 백성의 원망을 피하기만 생각하고 장래를 생각지 아니하여 그 일에 힘쓰지 아니하는 건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우라질 -_-"

그의 시대에도 고통 받을 사람은 고통 받았고 아랫것들에겐 여전히 힘든 세상이었습니다. 확실히 풍년이 들었다 할 만한 해는 못 찾겠는데 명나라에 뜯기기도 많이 뜯겼으니 잘 먹고 잘 살진 못 했을 겁니다. 사민정책만 해도 결국 없는 놈만 끌려갔겠죠. 그 시대를 마냥 태평성대라 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존경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며 조선을 설계했다는 것이죠.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닿을 수 있는 정책, 제도, 그것이 그가 꿈 꾼 것이죠.

+) 찾다보니 재밌었던 게, 세종대왕이 명에 끌려간 사례 중 하나가 명에서 말을 엄청나게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이게 그 전에도 있었는데 바로 공민왕 때죠. 제주도 내의 친원세력이 반기를 든 것도 한꺼번에 1만 필이나 되는 양을 (거기다 명나라에) 바치라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였습니다. 근데 공민왕의 제주도 정벌은 자주적으로 평가되고 세종대왕의 이 일은 사대적인 일로 평가되죠.

그것 때문에 그의 치세에 드라마틱한 화려함을 찾기는 힘듭니다. 무슨 발명품이 나오거나 한글처럼 비밀 작전으로 만든 경우는 정말 통쾌하지만, 제도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길고 긴 걸 다 봐야 되죠. 정말 머리 아프고 대체 언제 끝이 날까 싶은 그의 방침, 하지만 그 완성도는 정말 놀라울 정도죠.

"권력의 독을 감추고, 칼이 아닌 말로써 설득하고, 모두의 진심을 얻어 내어, 모두를 품고, 하여 방진에 일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이, 삼, 사, 오, 육, 모두가 제 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그런 조선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릴 것이옵니다."
요 말은 정말 그를 잘 나타낸 대사긴 합니다. :)

그런 면에서 드라마 내의 경연에 나온 부민 고소 금지법이 아쉽긴 합니다. 경연과 토론은 수구꼴통에 대해 세종과 그 친위대인 집현전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자리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끝 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며 최대한 옳은 쪽을 찾아내는 자리거든요. 뭐 정말 통쾌하긴 했습니다. :)

그 기나긴 시간을 모두 드라마로 줄일 수 없고, (재미도 없고 줄이는 건 불.가.능 하니까) 지금 강조해야 될 건 애민정신 + 토론 정신이니까 어쩔 수 없긴 하네요. 드라마 잘 만들긴 했습니다. :)

5. 뿌리깊은 나무

... 결국 세종대왕 얘기로 다시 빠졌네요.

저번 세종대왕 글에서 부민 고소 금지법 얘기 뺐기에 좀 길게 해 봤습니다. 어쨌든 드라마에서 불만은 밀본이라는 조직 자체죠. -_-; 정도전은 뒤에 비밀 조직을 만들 필요도 없었거든요. 이방원에게 밀린 다음이라면 모르겠는데 한 방에 죽어버렸으니 그럴 시간이 있었을지... 어쨌건 따지고 보면 정도전 까의 느낌이 들긴 합니다. 뭐 가공 매체에서 비밀 조직의 힘이라는 게 너무 좋아서 그렇지.

근데 직접 뭘 하려는 것도 아니고 훈민정음 창제 멤버만 골라 죽이는 이유가 당최 뭘까요 -_-; 소설에서는 결말이 전혀 다르다는데.

세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굳이 사대부가 조선의 [숨겨진] 뿌리라고 강조할 필요는 없다. 조선은 대 놓고 사대부가 뿌리였으니. -_-;;;;; 조선의 장단점은 곧 사대부의 장단점으로 봐도 될 정도로."

요즘 생각하는 게... 흔히 세종대왕 세종대왕 하긴 하지만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조선왕은 (욕은 실컷 먹는) 태종이나 세조가 아닐까 합니다. 한 방에 모든 걸 휘어잡을 수 있는 영웅... 어쩌면 당대에 세종대왕에 대한 평도 그리 좋진 않았을 것 같아요.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한 방에 하지 뭘 저렇게 계속 하냐... 백성들도 좋긴 한데 뭘 저렇게 일을 많이 만들어서 우릴 고생시키냐... 훈민정음부터 여러 과학적인 발명품도 당대에는 딱히 알아주지 않았고 (훈민정음 같은 경우는 그를 찬양하는 글에도 한두줄 나오거나 아예 없습니다) 말이죠. 그걸 생각해 보면 조금 답답해지네요.

이상입니다. _-)/ 소설을 보게 되거나 추가로 나오는 떡밥 있으면 더 얘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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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의심장
11/10/22 19:40
수정 아이콘
뿌나 남자의 드라마라고 평이 나오더군요.
추노 이후 남자들만 열광하는 사극이라고...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
11/10/22 19:41
수정 아이콘
원작자와 동의... 같은 건 없겠죠? 좀 그런 식인 것 같던데...
레지엔
11/10/22 19:48
수정 아이콘
솔직히 드라마가 좀 뭐랄까... 좋은 소재를 어쩔 수 없이 유치하게 바꾼다는 느낌이 듭니다. 단적으로 마방진인데, 정방형 마방진은 이미 그 시절에 푸는 법이 밝혀졌었죠(..) 밀본의 경우도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이상주의자 기질에 비해 얼마나 정략적으로 허술한 인간이었는지 생각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무엇보다 이게 무협소설인가 스릴러인가 장르를 애매하게 타고 있다는 점이 좀 그렇습니다. 좋은 콜라보레이션이 될 수도 있는건데, 그냥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느낌이에요. 액션 연출만 놓고보면 추노에 비해 떨어지고요(출상술에 건익사공이면 이미 중국 무협 드라마에서 다 나온 거라-_-). 신진 학사와 기존 중신들의 갈등을 굉장히 일방적으로 그린 측면도 좀 그렇고, 뭐 이건 드라마 배경이 되는 시점의 문제긴 하지만 한글 창제에 최만리 등이 반대했다가 까였다는 걸 생각하면 천지계라는 비밀조직도 좀 웃기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세종은 이미 아버지가 외척까지 싹 다 죽여놓고 갔는데 뭐가 무서워서(..)
11/10/22 19:52
수정 아이콘
불휘기픈남간
이 훈민정음 원어 맞죠?
양정인
11/10/22 20:03
수정 아이콘
이래서 '사극' 을 만들기가 힘든 것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픽션을 섞자니 잘못하면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고, 정사만 넣자니 드라마적인 재미를 뽑아내기 힘이 들거든요.

알고보면... 온갖 오류투성이인 드라마인데 그냥 보면 꽤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드라마.
참 어떤 생각으로 드라마를 봐야하는지 고민되게 만듭니다.
저한테는 '공주의 남자' 도 그랬어요. 더구나 눈시BB님의 여러 글들과 그 글들을 읽고나서 개인적으로 찾아본 이야기들 때문에.. 더 그랬죠.
스웨트
11/10/22 20:17
수정 아이콘
전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는터라 다음주가 너무 기대됩니다 모처럼 정시에 자리잡고 보는 드라마가 생겼어요.
드라마의 픽션등은 뭐 여타 다른 사극에서도 나오니 그려려니 하구요.
드라마가 이야기 하고싶은것은 세종의 자세와 마음가짐, 소통 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이해 안가는 부분도 많지만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 근데 기절한 사람이 사자전언은 도대체 어떻게..)
11/10/22 20:21
수정 아이콘
전 확실히 재미는 있는데 이거 점점 산으로 가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은 들더군요.
애초에 추리&무협물인걸 알리없고 무작정보던 고령시청자들은 아 이건 세종대왕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드라마구나 (특히 초반 태종과의 신경전등은 그런 냄새를 강하게 줬죠) 라고 여기다가 갑자기 하늘을 날고(...) 암살이 일어나는 등 좀 황당한 측면이 있더군요.
하나린
11/10/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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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드라마 정말 재밌게 보고있는데 무협씬이 비중이 높을때마다 집중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네요ㅠㅠ 원작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어쨌든 눈시BB님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뜨거운눈물
11/10/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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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드라마 같습니다..

계속해서 집중시키는 이 드라마..

정말 최고입니다.. 액션신도 멋있고

배우들 연기도완벽하고

진짜 보는내내 감탄만 합니다..
footlessbird
11/10/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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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씨 내면연기는 레알이였습니다 ㅜㅜ
11/10/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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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드라마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뭐...목적하는 바가 다르고, 쓰는 방법은 거의 정반대니까요.

여초사이트는 아무래도 초반 송중기의 영향이 있었을지도....^^;;
11/10/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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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간만의 사극 특집! 생각해보면 본격 연재의 수렁에 발을 디디게 되신 계기도 평양성 리뷰였었죠. :)
11/10/2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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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제가 듣는 교양과목이 '조선왕조실록의 세계'라는 과목인데, 이번 시험범위가 딱 여기였습니다. 조선의 건국~ 세종의 업적까지였지요.
그래서 교수님께서 이 드라마 얘기를 종종 하시면서, 드라마에 비춰지는 태종과 세종의 관계가 상왕 체제였던 당시에 맞지않다. 뭐 그래도 드라마니까.. 라고 하셨었는데, 저도 이제 봐볼려고 합니다~ 소설도 읽었지만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안나네요...

실록을 토대로 하는 수업인데, 재수강..이지만 그 전 교수님과 달리 이번 교수님이 너무 재밌게 수업을 풀어주셔서 잘 듣고 있습니다. 들으면서 참 의외였던 것은 세종대 후반에는 상당히 사대부와 왕 간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더군요. 전 그냥 태평성대일 줄 알았는데.. 그리고 배울수록 태종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피를 자신의 손에 묻히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서주현
11/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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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세종의 문치주의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태종을 필요 이상으로 깎아내린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어차피 고증따윈 발로 한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좀 보기 불편한 건 있더군요.
그냥 재미로 보기엔 괜찮지만...(뭐, 사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재미로 보는 거죠)

그래도 예전에는 시청자들이 사극을 보면서 역사 상식을 키우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었는데, 요즘 사극은 배경만 옛날이고 내용은 그냥 판타지 소설이니;; 그런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어차피 3화까지밖에 못 봤지만,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몇 개만 짚어보자면,

1. 이방원과 이도의 부자관계는 매우 좋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칼을 맞대는 정치적 라이벌로 나오죠;;(근데 '무휼~'외치는 부분에서 송중기 간지가 참 대박이긴 합니다) 태종(이방원)은 틈만나면 신하들에게 충녕의 명석함을 자랑하곤 했고, 이도(충녕대군, 후에 세종대왕)의 효심도 매우 깊었습니다. 태종은 상왕이 된 이후로도, 세종의 효심에 탄복하여 틈만나면 신하들에게 아들자랑(;;)을 하곤했죠. 심지어 태종과 그의 며느리인 소헌왕후의 관계도 좋은 편이었으며, 태종 역시 며느리를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2. 태종은 세종을 꼭두각시 왕으로 만든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죠. 태종은 배다른 형제들을 베어가며 왕이 된 주제에, 얼마 못 가 왕 노릇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그는 왕의 자리를 '고급노예'에 비유했습니다. 사실 조선시대 왕들은 엄청난 업무량을 감당해내야 했죠.)결국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되죠.(군권만은 한동안 그가 직접 관리하게 됩니다)

태종은 세종이 훌륭한 왕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잠재적 위험인물을 몸소 제거해 준 것도 태종이고, 세종의 성공적인 치세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도 그의 공이죠.

실제로 태종은 세종의 즉위 직전에, 그동안 밀려 있었던 모든 공사들을 서둘리 마무리 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토목공사는 백성들이 매우 괴롭게 여기는 일이지만,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제 백성을 수고롭게 하는 일은 내가 다 감당하겠다.
세자가 즉위한 다음에는 한 줌 흙, 한 그루 나무의 공사도 하지 않도록 만들어서 민심을 얻게 하겠다" -태종실록-

그리고 태종은 왕위를 넘겨주고 난 이후에도 권력에 전혀 미련을 두지 않았습니다. 세종에게 간섭은 커녕, 훈수정치조차도 한 적이 없죠.

3. 드라마에서 세종은 태종이 정치적 라이벌을 제거하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물로 나오는데, 사실 태종이 말년에 행한 정치적 숙청은 대부분 세종의 치세에 방해가 될 만한 인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행해진 겁니다.(창업기에 외척을 손보지 못한 나라는 얼마 못 가 망조가 들게 마련입니다. 외척이 설치기 시작하면, 나라 하나 망하는 건 일도 아니죠. 사실 이건 선택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드라마 1회에서 이도가 태종이 죽인 삼촌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 민무구 형제는 태종에게 세자 이외의 모든 왕자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들입니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줄 준비를 하면서 이런 인간들을 살려두는 건 말이 안 되죠.
태종입장에서는(그리고 세종의 입장에서도)이들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속 세종은 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합니다;;

4. 드라마에서의 군인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태종은 문(文)을 소홀히 여기는 인물이 아니었으며, 그 자신도 뛰어난 학식을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오히려 사대부들을 가르쳤을 정도로 똑똑한 왕이었죠.(조선왕조를 창건한 그의 아버지인 이성계는 문인에 대해 은근히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자식교육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죠.)

일례로 수강궁(나중에 불타고 이 자리에 새 궁궐을 짓는데, 이게 오늘날의 창경궁입니다)의 네이밍센스(;;)를 두고 좌의정 박은을 관광태운 사건을 들 수 있겠죠. 그때 대화 대용이 대략 어땠었냐면,
--------------------------------------------------------------------------------
태종: 수강궁? 누가 궁궐 이름을 이따위로 지었어 ㅡㅡ

박은: <서경>의 오복중에서 오래 오래 살라고 '수', 건강하게 사시라고 '강'자를 따서 지었는데요;;(아놔 뭘 잘못한거지;;)

태종: 광종이 빡쳐서 홧병으로 꾀꼬닥 한 데가 수강궁이잖아. 날 여기다 감금시켜 죽이겠다는거냐?

박은: ??(뭔 소리지?) 죄송해요. 몰랐음요.

태종: 송감(송나라 역사를 기록해 놓은 책)보면 나오잖아. 아놔 좌의정씩이나 해먹고 있는 놈이 무식해서 원...

박은: 헐... 당장 바꿀게요ㅠㅠ(젠장 망했다)

태종: 아놔... 이제와서 고치면 나중에 사람들이 역사책읽고 나 쪼잔하다고 할 거 아냐. 걍 냅둬라.
--------------------------------------------------------------------------------
아무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태종 역시 결코 단순 무식한 무인이 아니었습니다. 세종같은 천재를 만든 인물이니 어련하겠습니까.
11/10/2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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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현 님//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제가 딱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들이네요. 하하
1에 관해서 덧붙이자면, 조선 왕들은 항상 아침(이라 쓰고 새벽을 뜻합니다)에 일어나면 선왕이나 왕실의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다니는데 세종은 상왕(태종)과 태상왕(정종)이 다 살아있는 관계로 아마 거기 다녀오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을거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습니다.
여기에 관해 드는 의문점이 양녕이 태종과 부딪히고 한데에는 양녕이 태자가 된 이후에 아버지가 외가 삼촌들을 다 죽이고 이런 것도 영향이 있다고 들었는데, 세종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려나요?.. 워낙 총명한 충녕이었기에 정치적 의도를 다 이해했었을지 궁금하네요.

4에 관해서도 저도 듣고 놀란 부분입니다만, 태조의 수많은 아들 중에 문과 급제한게 태종 이방원과.. 아래아래 동생이 지금으로 치면 고시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하여튼 당시 태조가 쌍성총관부 지역을 공민왕 떄 함락하면서 고려 정계에 진출하게 되지만, 싸움만 잘하는 촌놈이라는 인식이 당시 권문세족들 사이에 많았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이방원이 문과에 급제하였으니 아들들 사이에서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능력도 매우 출중했지요.
승리의기쁨이
11/10/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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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눈시비비님이 소리나는대로 쓸때도있네 라고 생각하다가 리플 들 읽으면서 내 지식의 한계를 한탄했음 ㅠㅠ
코큰아이
11/10/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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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미있는 이야기 눈시BB님때문에 잘 보고 갑니다.
내일은
11/10/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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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태종 이방원이 조선 왕 중 유일하게 과거에 합격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조선 왕 중에는 제법 인재다 싶은 사람이 드물지 않은 것이 어렸을 떄 부터 받은 엘리트 교육 떄문이라고 여겨집니다만, 태종은 엘리트 교육도 안 받고도 (물론 잘나가는 집안 자제였지만) 문무에 모두 뛰어난 드문 인재였습니다.

저도 소설하고 드라마가 많이 달라 좀 당황스럽게 보고 있는데 (그냥 뛰어난 연기자들 보는 맛에...)
사대부들에 의한 재상정치를 강조하는 밀본이 훈민정음이 창제되면 사대부들의 권위가 훼손될까 두려워 훈민정음 창제파를 공격헀다는 평이한 결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우왕 9년에 16세 나이로 전체 10등 했군요. 아마 고려와 조선의 과거 합격자를 통틀어도 순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어린 나이에 합격한 건데 (물론 고시 합격 전문 이율곡 같은 괴물들은 제외) 세종대왕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는 위대한 왕이지만, 태종 역시 한 나라의 주초자가 되기에 충분한 재능을 가진 왕이었습니다.
후지카와 큐지
11/10/2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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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용의 눈물 보는데, 53화에서 삼봉 느님이 돌아가시더군요...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절명시를 읊는데 정말 절륜한 포스네요(사실 고 김흥기씨가 연기하면 다 포스넘치시죠.)
잘 몰랐는데, 용의 눈물 보면서 삼봉 정도전 대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ps. 용의 눈물 정말 대작 드라마더군요. 어렸을 때 해서 제대로 못봤었는데, 다시 보니 요즘 사극 저리가라네요.
용의 눈물 덕택에 정도전 하면 바로 떠오르는게 고 김흥기씨의 너털 웃음입니다. 껄껄껄껄하고 2분 내내 웃는 장면도 있드랬죠.
김흥기씨가 보고싶은 요즈음입니다.
큐리스
11/10/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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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작 후에 라그나로크 연재를 시작하셔서 잊어버리셨는 줄 알았는데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가장 궁금했던 점이 본문에는 너무 간략히 나와있어서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심온 대감은 드라마에도 나오듯이 왕비의 아버지고 문종이나 세조의 외할아버지가 되는 인물인데요.
태종이 무고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없앨 수가 있었는지
당시 세종대왕의 입장은 어땠는지가 궁금합니다.
11/10/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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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박이네요. 부민수령고소 금지법을 전 막연히 기본적 유교정치의 한계를
세종대왕이 벗어나지 못한, 실책이었다. 라고 막연히 단정지었었는데
이걸 한 번 더 파고드니 이건 막연히 까기도 뭐하군요.

드라마는 안 봐서 뭐라 언급을 못하겠지만
사람이란 게 원래 알면 알 수록 까야할 것들이 나오고 헛점이 들어나는데
세종대왕님은 그래 이건 잘못했으니 까야해! 하다가도 한 번 더 파고 들면
아니.. 그렇다고 막연히 까기도 뭐하네..... -_-;; 이렇게 되어버리네요.

참.. 현대 한국 정치에서도 저런 마인드로 정치하는 분들이 거의 없는데,
정말 알면 알 수록 존경하게 됩니다.
Je ne sais quoi
11/10/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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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틀 인터넷 잘 못 봐서 몰랐는데 이런 글을 또 올리셨군요. 잘 봤습니다~ 드라마는 첫 회 와이프랑 보고 장혁 아역의 연기때문에 도저히 볼 수 없어서 그만봤는데, 다시 볼 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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