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4/28 16:09:56
Name 레이
Subject [일반]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 올까?
안녕하세요. 모 대학의 공대에 재학중인 소심한 21살 학생입니다.
약학자격입문시험을 준비하면서 1년간 제 맘을 설레게 했던 두 명의 여자에 관한 바보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길게 써 보는건 처음이네요. 글이 좀 두서가 없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을 편하게 표현하느라 반말체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A. 교양영어
졸업 할 생각도 없지만 졸업하는데 필요하고 또 학점 따기도 쉬운 수업. 학과 동기들끼리 한 조를 이루어 대충대충 수업을 듣는다.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내 옆에 앉았다. 한 번도 보지 못했었던 그녀, 내 이상형에 딱 맞는 연상의 귀여운 스타일. 단발에 귀여운 얼굴은 내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마침 이번 주에 2인 1조인 발표 조를 정해야 되는데, 나는 동기들끼리 적당히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딱 나타난 그녀 앞에서 나는 쉬는 시간까지 한 시간 반 동안을 수업은 듣지도 않고 고민하고 있었다. ‘발표 같이 하자고 얘기해 볼까?’
쉬는 시간, 옆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다.

‘발표 같이 하실래요?’
‘네?’
‘저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헤헤’
‘아... 네 그럼 같이 해요~’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그녀가 다른 학과의 1살 위의 2학년 누나라는 것도 알았다. 발표 주제는 나의 유럽여행을 배경지식 삼아 해외의 관광지들을 소개하는 것. 거의 한 달 동안 나와 그녀는 열심히 준비했고 그 와중에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먹고 많이도 같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발표하는 날 며칠 전에 물어 본 한마디.

‘누난 남자친구 있어요?’
‘아, 응. 남자친구 지금 군대갔어... 요새 매일 편지 쓰느라 바쁘당 헤헤’

소심한 1학년,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난 순식간에 작아졌고. 패기 따위 없는 나는 ‘그래 난 귀여운 동생이었구나...’라고 생각한 뒤 발표가 끝난 뒤론 가끔 문자할 뿐 자주 보지 못하게 되었다.



B. 학원, 스터디
그렇게 일이 잘 안 풀렸다는 생각과 왜 그렇게 소심하게 굴었나 라는. 짜증만 잔뜩 난 채로 맞이한 여름방학, 영어점수가 수험에 필요하단 이유로 나는 모 어학원의 주중 오후과정을 등록했고, 그 어학원에서 마련해준 스터디 모임을 시작했다. 남자 셋 여자 넷, 내가 제일 막내. 우리 스터디는 그 수업에서 가장 잘 진행되는 스터디 중 하나였고, 나는 막내로써 귀여움을 받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보름 정도 다닌 뒤 친해진 한 누나. 매일 머리 뒤로 질끈 묶고 가벼운 수험생 패션을 하고 다니는 그녀는 가끔 나에게 힘들다며 어리광도 부리고 나에게 팔목을 잡는다던가 어깨에 손을 대고 얘기하는 등의 하는 스킨쉽(?)을 했다. 그런 거에 내성이 없던 나는 또 껌뻑 가버려서 머릿속이 핑크빛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점점 친해진 뒤 한달 보름 뒤 시험을 보고 누나와 같이 코엑스에 놀러갔다. 수 시간정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신나게 떠들다가 연애 얘기가 나와서 물어보았다.

‘누난 남자친구 사겨봤어요?’
‘아니, 나 이러다 노쳐녀 되는거 몰라. 연애해본적 한 번도 없어~ ㅠㅠ’

오 좋은 느낌. 좋아 내가 리드하는거야. 머릿속은 이미 상상의 나래.

‘왜요? 누나 귀여운데 크크 지금이라도 찾아봐요~’
‘에이 니가 외로운가보구나~ 내가 왜 귀여워 히히 그리고 나 수험생활 끝날 때까지 별로 사귈 생각 없어. 공부하면서 남자친구 사귀는 언니들도 많이 봤는데, 솔직히 난 불안해서 못 하겠더라’

흠,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여기서 더 들이댔겠지만, 소심한 나는 화제를 돌려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다.
그렇게 별 시시한 얘기만 하면서 끝난 그날의 만남. 1년이나 남은 시험. 그렇게 나는 또다시 연애에 대한 갈증만 남은 채 역시 ‘귀여운 동생’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2학기, 나는 매일매일 동기들과 같이 지내며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학교, 밤에는 학원. 정신없이 생활하면서 점점 우울해지기 시작한 나는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동기들은 만류했지만. 나는 ‘내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담배를 피울 때뿐이야.’ 라는 자기암시에 가까운 변명을 해 대며, 사실은 담배를 피우면서 머릿속의 스트레스에 대한 도피처를 만드는 거지만- 매일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그렇게 바쁜 2학기와 방학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A' 다시 교양영어 누나
매일매일 바쁜 생활을 하다가 간만에 누나한테 문자가 왔다. ‘잘 지내? 밥 사줄게 밥이나 먹자’. 나야 뭐 좋지. 밥이 생긴다는데.
거의 1년 만에 만난 누나는 머리를 옆으로 묶고 더 귀여워진 주제에 ‘나 나이 먹은거 티나지 않니?’ 등의 망언을 해 댔다. 나는 저얼대로 그렇지 않다면서 열심히 아부를 했다.

재밌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누나가 전화를 받는다. ‘병원 갔다왔어? 좀 조심좀 하지’ 어휴 어쩜 저렇게 귀엽게 전화를 받냐. 동생인가? 훈훈하네.
잠깐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편 뒤에 물어본다.

‘누구에요?’
‘응? 남친’

엥? 남친 군대갔대매.

‘아, 군대가고 얼마 안 있어서 헤어졌어 한동안 혼자 있다가 얼마 전에 사귀었당!’
‘아.. 하하 그렇군요.’

‘아... 2학기 때 연락 좀 할걸’ 이라는 후회를 급히 한다. ‘인생은 타이밍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밥을 다 먹고 커피샵에서 이야기를 한다. 오 누나 미드 좋아하는구나. 나도 좋아해. 하우스 멋있지? 빅뱅이론 봐 되게 재밌어. 등등..
그 날 만남에서 얻은 건 누나가 더 귀여워졌다는 사실, 생일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 나랑 취미가 비슷하구나 하는 사실.
잃은 건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 종합적으로 잃은 게 더 많다. 아이고.

며칠 뒤, 문방구에 갈 일이 생겨 생일선물을 고른다. 생일 선물을 어느 정도로 해줘야하는가, 케이크도 줘야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왜 이 정도까지 해야 되는거지? 누나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핑크색 알파겔 샤프, 내가 오래 썼던 샤프를 하나 산다. 고양이가 그려진 선물 백에 담는다. 그리고 조그마한 조각 케이크을 샀다.
생일은 일요일이었고 월요일 날 보기로 했다. 그리고 전주에 했던 약속을 누나가 까먹음으로써 만남은 불발. 짜증났던 나는 조각 케이크를 내가 먹어버리고 케이크를 통째로 새로 주문하는 막 나가는 짓을 했다.
화요일날, 뒤늦은 생일파티. 내게 생일을 말했는지 안 말했는지 기억도 못하는 누나는 내 선물에 매우 기뻐했다. 근처 커피샵에서 케이크를 먹는다.

‘남의 생일 안 잃어버리고 잘 챙겨주는구나! 짱이고 착하다 너~’
‘아.. 하하하 내가 좀 그런 거 안 잊어먹죠’
‘너무 고마워~ 히히’

음. 앞뒤 생각도 안하고 돈을 많이 쓰긴 했는데. 그래도 좀 부담감을 느껴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었다. 내가 돈을 얼마나 썼는데 착하다 하나로 정리가 되나. 심란하다.
케이크는 가장 잘 나가는 걸로 주문했던 덕인지 먹으면서 극찬을 받았다. 나쁜 거 하나도 없군. 얘기를 한다. 학교 얘기, 알바 얘기. 그리고 남자친구 얘기... 전날에 밤 11시까지 자기 집에서 놀았단다. 아.. 나쁜 거 하나. 좀 크네.
비가 온다. 한 우산안 두 사람, 역까지 바래다 준다. 이런 거 좋아. 점수도 따고 맘에 드는 말도 많이 듣고. 그러면 뭐 하나. 남친이랑 사이가 좋단다. 이 것 하나만으로 아주 우울해지지.

동기들은 왜 호구 짓하냐고 그런다. 말로는 하지 않지만 대답은 알고 있다. 소심하지 않으려고 하는 짓이 이거라니.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도.
내 행동에 자괴감을 느끼며 담배를 뻑뻑 펴댄다. 그래 일단 수험에나 집중하자. 다음 학기에는 남자친구가 없을 수 있잖아? 다른 맘에드는 이성이 생길수도 있고. 하지만 이 결론은 별로 정답이 아닌가 보다. 그러면 내가 이렇게 계속 우울하지도 않겠지?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 올까? 라는. 수험생으로써 사치인 고민을 계속 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04/28 16:25
수정 아이콘
안녕.... 여자...
올빼미
11/04/28 16:40
수정 아이콘
그 여자가 내여자이길 바란는건지 아니면 여자친구가 필요한지가 중요하죠. 전 전자라서 몇년째공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사이사이에 여자친구들을 사귀기는 했지만..
태연사랑
11/04/28 16:51
수정 아이콘
희망을 가지세요 27년동안 봄날이 온적이 없는 저도 있습니다~
11/04/28 16:55
수정 아이콘
30년째가 되가다보니 여자친구가 생기기전에 몸에서 사리가 먼저 나오지 않을까합니다....
마산갈매기
11/04/28 17:04
수정 아이콘
여자는 사귀는 것이 아니라 보는것이다.

어디서 봤던 글귀네요.. 큭크
Idioteque
11/04/28 17:24
수정 아이콘
봄이 되면 '님의 노래'를 달고 살지만, 그리워할 떠나간 님도 없네요.
연애는 둘째 치고, 그 흔하다는 짝사랑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한 사람 때문에 두근거리고, 설레고,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그런 거 현실에서도 가능한 겁니까.
히비스커스
11/04/28 17:35
수정 아이콘
포기하면 편합니다
동네노는아이
11/04/28 21:28
수정 아이콘
세상에 여자는 별처럼 많다.
그리고 별처럼 멀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757 [일반] 사업 아이디어 구상중 [11] 산타4355 11/04/29 4355 0
28756 [일반] '경원대학교'에서 '가천대학교'로 ... [40] 탱구랑햄촤랑10774 11/04/29 10774 0
28755 [일반] 아이에게 필요한 건 셧다운보다 이해입니다 [4] 으랏차차3415 11/04/29 3415 0
28754 [일반] 비리 교육감 공정택 어르신의 최후 [25] The xian7404 11/04/29 7404 1
28753 [일반] 서재응의 헤드샷;;; [354] Lover-Yu-na14130 11/04/28 14130 1
28752 [일반]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4월 28일 중계불판 3-마지막 불판이 되길 빌며? [313] higher templar4145 11/04/28 4145 0
28751 [일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는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 (by 스티븐 제이 굴드) [39] 황금비늘8363 11/04/28 8363 5
28750 [일반]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4월 28일 중계불판 3 [406] 여자동대장3344 11/04/28 3344 0
28749 [일반]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4월 28일 중계불판 2 [304] 여자동대장2941 11/04/28 2941 0
28748 [일반] [아이돌] 카라 분쟁이 드디어 끝을 보나 봅니다. [21] ShuRA6171 11/04/28 6171 1
28747 [일반]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4월 28일 중계불판 1 [287] 여자동대장3182 11/04/28 3182 0
28746 [일반] 대걸그룹시대 얘기도 나오고 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정한 걸그룹 노래 best 5 [41] 삭제됨6353 11/04/28 6353 0
28745 [일반] 아~던힐 담배 가격 올랐네요! [43] 도전6441 11/04/28 6441 0
28744 [일반] 여러분도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덧붙이는 글 추가) [30] 오티엘라4991 11/04/28 4991 0
28743 [일반] 나는 가수다의 영향이 긍정적인가요? [42] Fabolous5457 11/04/28 5457 0
28742 [일반] 와우의 4.1 패치 후기. [19] 페퍼톤스4926 11/04/28 4926 0
28741 [일반] 마블 영웅중 甲의 파워를 지닌 토르가 개봉했습니다. (스포가 있습니다) [23] GODFlash5207 11/04/28 5207 0
28740 [일반]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 올까? [17] 레이4455 11/04/28 4455 0
28739 [일반] 애프터스쿨과 박재범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9] 세우실3975 11/04/28 3975 0
28738 [일반] 소녀시대, 장근석 그리고 나가수 [92] 산타7617 11/04/28 7617 0
28737 [일반] [MLB] 4할타율 VS 56경기 연속안타 먼저 깨질 기록은? [61] 좌절은범죄5854 11/04/28 5854 0
28735 [일반] 갤럭시S2 리뷰 동영상 최종! [23] Bikini6959 11/04/28 6959 0
28734 [일반] 무리뉴의 언플, 이번엔 수위가 좀 쌔군요.. [208] 반니스텔루이11778 11/04/28 1177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