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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13 13:31:03
Name 네로울프
Subject [일반] 초류향에 머물고 황비홍에 지다.(2)
초류향에 머물고 황비홍에 지다.(2)







홍콩 무협영화의 역사는 사실 상상외로 깊다. 물론 본격적으로 우리 나라에 소개 되고
인기를 얻은 것은 60년대 후반부터이지만 홍콩 무협영화의 자체로는 이미 1920년대부터
그 뿌리가 시작되고 있었다고 한다. 더 긴 뿌리를 가지고 있는 무협소설이 자연스럽게
영화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1928년에 제작된 ‘화소홍련사’ 등을 다루면서
무협영화의 역사를 시시콜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홍콩과 동남아
등 중국어권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되는 1960년대 후반
이후의 무협영화들의 궤적을 살표보는 것일 테다.








60년대 후반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이야기 할 땐 언제나 언급되는 두사람은 바로
‘호금전’ 과 ‘장철’이다. 이 두감독이 바로 홍콩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작가적 입장에서 호금전이 더 널리 평가되지만
당시엔 오히려 외팔이 시리즈로 유명한 ‘장철’ 감독이 더 유명했다. 호금전은
‘대취협’’용문객잔' 협녀’등으로 미학적 성가를 드높였지만 당시 모든 남자들의
우상은 장철이 감독한 '독비도-외팔이 검객’의 주인공이었던 ‘왕우’였다.
왕우는 그 후로 계속 이어지는 무협영화의 스타계보에 가장 먼저 그 이름을 등재한 배우였다.







그렇게 ‘왕우’의 전성기가 가고 언제나 전설 같은 스타가 탄생하니 그가 바로 ‘이소룡’이다.
'이소룡’이 무협영화에 미친 영향의 깊이와 폭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수많은 중고생의 방에 쌍절곤이 걸려있게 했고 지금까지도 주변에서 가끔
‘아비요~’ 란 소리를들을 정도니까. 이소룡의 사후엔 이름마저 비슷하게 이소룡을 복제하는
움직임이 지속되다 1979년 ‘취권’의 광풍과 함께 성룡은 우리 앞에 코믹쿵후란 장르를 들이민다.
사실 협객행과 복수, 의리, 초월적인 무예등의 기본적 형태에서 보면 성룡의 이후 움직임은
상당히 이질적이긴 하지만 사실 누가 그를 80년대를 풍미했던 무협영화의 대표주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의 영화를 ‘무협영화’가 아니고 ‘무술영화’라고 굳이 구분할 필요성이 있을까?







어쨌든 그렇게 비틀거리는 성룡의 80년대를 거쳐 우리는 감독과 배우 양쪽에서 홍콩 무협영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알리는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바로 서극감독과 이연걸이다.
고도의 SFX 촬영기법과 현란한 아이디어를 내세우며 등장한 서극 감독은 어쩌면 홍콩 무협영화의
최후이자 최고의 스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83년 ‘촉산’을 시작으로 홍콩 무협영화에
본격적인 SFX 바람을 불러 일으킨 서극 감독은 80년대 이후 우리가 아는 그럴듯한 모든 홍콩
무협영화에 관여하고 있다.








‘촉산,소오강호, 동방불패, 천녀유혼, 황비홍 등 굵직 굵직한 것들 외에도 그가 연출,
제작, 시나리오, 원안, 출연 등 어떠한 형태로든 끼어들지 않은 홍콩 무협영화를 생각하기
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롱코트와 선글라스 에 쌍권총을 휘두르지만 여전히 강호의 의리를
운운하는, 무협영화의 변주일 수 밖에 없는 홍콩 르와르 장르 까지 합친다면 80년대 후반과
90년대 내내는 사실 전부 서극이었다. 애써 현대물을 제하더라도  동방불패, 황비홍 등에선
서극의 분신인 이연걸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가지 특이한 건 무협영화에
있어서 최초의 여성 스타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강력한 중성적 이미지로 포장했지만
임청하의 등장은 대부분 남성 일색이었던 무협영화 애호층을 여성쪽으로로 상당히 넓혀놓는
계기가 됐다.



어쨌든 신비한 무림세계, 불세출의 영웅, 천상의 미녀, 탕녀, 운명적 사랑, 협객, 화상과 도사,
기연, 복수등으로 점철된 무협영화는 분명 성인들의 동화다. 더군다나 과장과 허풍 그리고
그 뻔뻔함이 귀엽기까지 한 홍콩 무협영화는 동양적 환타지 장르에 닿아있다. 때론 서구적
환타지나 웨스턴 등 과의 유사성을 들어 단순한 복제 또는 반영 정도로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무협소설의 뿌리가 기실 19세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무협영화를 단순한 서구 문화의 복제 정도로 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무협영화는
무협소설의 자연스러운 전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협영화 아니 무협소설, 온갖 무술등을
합쳐서 무협 문화는 왜 그톡록 긴 시간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또 너무도 폭넓고 깊게
'우리'를 사로 잡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동북아권의 ‘남성’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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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13 13:45
수정 아이콘
뭐죠 이런 글?
읽으면서 이렇게 불쾌한 글은 처음이네요.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절묘하게 끊으시다뇨. (ㅠㅠ)
저번 글도 그렇고 이번 글도 너무하십니다. 흑흑.

항상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꾸준글 부탁드려요!
10/11/13 13:5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10/11/13 14:00
수정 아이콘
아오 치 미엔 뚜이 완 충 랑~

황비홍 BGM이 귀에 들리는 듯 하네요...
10/11/13 16:02
수정 아이콘
80~90년대를 지나온, 홍콩영화에 전성기와 끝물을 보면서 자라온 세대로서 무협영화 얘기하니까 참 반갑네요.
한때 영화=홍콩영화였던적이 있었는데 어느순간 할리우드에 밀리고 한국영화에 치이면서 지금은 그냥 그런 타국영화가 되어버렸죠.
그때 봤던 무협영화중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작품은 '서극의 칼'이 아닌가 합니다.
진짜 무협에 충실하면서 영화 자체로서도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면서 봤는데...지금보면 또 느낌이 다르겠지만요.
무협소설 얘기가 나와서 하는말인데 중국에서 시작되고 중국이 주 배경인 무협소설이 한국에서 인기있는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의외로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이재균
10/11/13 17:55
수정 아이콘
오오!!! 저랑 비슷한 취향을 가지신 분을 만나다니 .. 감동입니다!!

"호금전" "장철" 감독들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출신 "정창화" 감독님의 무협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라 합니다.(ex) "죽음의 다섯손가락"

그리고 대만출신의 "곽남굉" 감독의 무협영화와 "오사원, 나유" 감독의 영화들도 좋아하죠.

최근에 여기 저기 까페에 가입해서 영화 포스터 보는것만으로 만족 하는데, 빨리 고전 무협 영화들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ridewitme
10/11/13 18:30
수정 아이콘
옹골찬 글이네요. 재밌게 읽고 있어요
andante_
10/11/13 19:20
수정 아이콘
비록 이연걸의 홍콩영화에서의 활약은 끝났지만 그의 정신은 전세계로 뻗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중국인 영화배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 사람 중 한명이니까요. 이연걸, 성룡, 주윤발. 개인적으로는, 주윤발의 때로는 미중년, 때로는 해적(캐리비안의 해적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도 연기할 수 있는 노련함도 좋아하고, 성룡의 투박하고 저돌적이지만 재미있으면서도 영화인으로서 사회적인 모범이 되는 모습도 좋아하지만, 이연걸의 여유있고 부드러운 외모와 움직임, 그리고 그 뒤에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악당 역할까지 소화하는 모습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 홍콩 무협영화의 광팬이셨던 아버지와 함께 황비홍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르곤 합니다. 사실 중국인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은 그닥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위의 세 사람은 오랫동안 연기하면서 아주 잘 됬으면 좋겠습니다.

p.s. 주성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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