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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1 15:23:43
Name 凡人
Subject [일반] 독일 통일의 문제점과 (경제적 관점에서) 한국에 주는 교훈
통일 전 동독의 마지막 총리인 Lothar de Maigiere 는  통일 과정에서 동독 경제가 세 가지 측면에서 잘못되었다고 언급했는데, 그 첫 번째는 화폐교환이었고, 두 번째로는 소유권 문제였으며 세 번째는 동독 시장의 붕괴였다고 합니다.

통일전 독일은 동/서 모두 마르크라는 화폐단위를 사용했습니다. 남/북한이 모두 원단위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죠. 통일을 하며 화폐부터 통합할 필요가 있었는데 적정 비율이 4:1 정도였다고 합니다. 서독 1마르크가 동독 4마르크의 가치가 있었던 거죠. 암시장에서는 6:1 정도의 비율로 거래가 됐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서독의 콜 총리가 동독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서 이걸 1:1 로 교환해주는 정책을 펴게 됩니다. -_-

물론 동독의 모든 돈을 1:1 로 바꿔준건 아니고 월급, 연금, 집세, 장학금 등은 1:1로 교환해 주고, 개인저축의 경우에도 나이 14세까지 현금 2천마르크, 15세에서 59세까지는 4천 마르크, 60세 이상은 6천 마르크까지 1:1로 바꿔준 후 그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2:1 교환을 실시했습니다. 동독의 표를 의식해서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사정을 고려하여 사회주의에서 빠르게 자본주의로 편입시키기 위한 조치였죠.

이게 동독 주민에게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우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물가가 폭등했고, 동독제 물품들이 당시 세계 3위의 기술대국이었던 서독제 물품보다 품질이 낮을 수 밖에 없어 팔리지 않게 됩니다. 일례로 동독권역에서 동독제 코코아나 초콜릿은 각각 4%, 6% 정도의 판매율만 나왔다고 하네요. 경공업 제품에서도 사정이 이러니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등의 물품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었죠.

이렇게 된 이상 동독의 기업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습니다. 독일 연방건설교통부 추정 2004년 자료에 의하면 이 때문에 1991년 통일 이래 13년동안 발생한 사회 보장성 지출이 전체 통일 비용의 49.2% 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주택이나 도로를 세우는 인프라 재건 비용은 12.5%, 동독 지방 기업이나 농민에게 보조금으로 들어간 비용은 7.0%, 통일기금이나 주재정 균형조정을 위해 사용된 비용은 23.0% 에 불과했죠.

두 번째로 언급된 소유권 문제는 공산화되며 국가에서 몰수한 개인 재산을 돌려주는 일을 말하는데, 그냥 집을 몰수한 경우에는 집을 돌려주면 되었는데 땅을 몰수한 후 거기에 건물이 서게 된 경우 문제가 복잡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동독 쪽 국영 기업체중 부실화 된 것들을 파산, 매각하는 문제까지 있어 대량의 (일각에 주장에 따르면 4천억마르크) 국가 채무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몰수한 것이니 정부의 돈을 들여 개인에게 분할해야 했으니까요.

자, 그럼 우리 옆나라의 현재 상황을 간단히 보면 2009년 기준 (한국은행 발표자료) 1인당 국민소득이 남한의 1/18 수준이라고 합니다. 참여정부시절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종석씨는 남한의 1/18 수준이면 베트남이나 인도와 유사한 수준인데 북한의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탈북자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용역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한의 1/50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겨레 신문 칼럼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구요.

물가차이가 있으니 단순히 국민소득만 가지고 생활수준을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 만 북한의 구매력 평가 지수 (PPP, Purchasing power parity) 를 고려한 1인당 국민 소득은 세계은행 (World Bank) 통계에서조차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의 경우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은 3,620 달러였는데 PPP를 반영한 1인당 국민소득은  6,710원으로 1.85배정도 나옵니다. PPP를 보정해준다고 해도 북한의 소득 수준이 워낙 낮으니 남/북한 화폐 통합은 이야기도 꺼내보기 전에 고개부터 절래절래 젓게하는 수치가 될게 뻔하죠.

보통 급여가 괜찮은 직장을 정하는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의 1.5배를 잡곤 하는데 (우리나라 대기업 초봉이 이정도입니다) 작년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의 1.5배를 해봐야 184만원이 좀 안됩니다. 참고로 월급이 아니라 연봉입니다. -_- 단순히 금액만으로 볼 때 통일이 되면 북한의 중간계층이라고 해도 남한 기준으로는 빈민 이하가 되는것이죠. 서독이 동독 사람들이 가진 돈을 네 배로 튀겨줬다가 위에서 언급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통합 화폐를 만든 후 북한 돈을 뻥튀기 시키지 않고 1:1로 교환해 준다고 생각할 경우 현재 북한에서 괜찮은 소득이라는 184만원을 중국기준으로 1.85배의 PPP 보정수치를 곱해주면 340만원 정도가 나오는데 한국 정부의 2010년 1인 가구 최저 생계비가 연간 605만원 가량 되므로 북한에서는 중간일지라도 남한의 생활보호 대상자 절반 정도의 수준밖에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죠.

게다가 통일이 되면 (적화통일이 아닌이상) 북한도 동독과 같이 사유재산을 환원해야 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북한 정부가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남측의 돈으로 들이부어야 하는데 이 또한 답이 안나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북한의 철도 총 연장은 5,424km로 남한의 3,378km 보다 되려 긴 편이며, 도로도 경제 격차에 비하면 많이 깔려있어 (남한의 1/4 수준) 독일보다는 인프라 확충 비용은 적게 들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안은 북한에 친남한 자치정부가 등장해서 남한에서 리스크없이 경제지원을 하고, 기업도 활발하게 진출하여 통일시 북한의 실업 리스크를 낮춤과 동시에 과도적으로 연간 수 %씩 국유재산을 사유화 시키는 것입니다. 2009년 북한의 산업구조는 농업이 21%, 광업이 13%, 제조업이 22%, 건설업이 8%, 서비스업이 32% 가량 되니 남한 자본이 들어갔을 때 북한 산업이 무너질 리스크도 적지요.  그리고 북한의 경제력으로 통일 비용의 상당부분을 감당할 수 있게 되면 화폐통합부터 서서히 진행시키면 되구요.

이런 면에서 볼 때 발언의 진의와 실행 의지가 의심되기는 하나 북한 비핵화시 향후 10년동안 1인당 국민소득을 3천불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자체는 합리적입니다. 우리가 경제수준을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할 수 있는 국가 중 베트남이 1110불, 인도가 1170불, 중국이 3620불 가량 됩니다.

언제나 통일 정책의 변수는 중국입니다. 남북한의 육군 전력만을 놓고 보면 중국과도 맞설 수 있는 수준이며, 둥베이 쪽에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조선족만 200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결코 달가워 할 수 없겠죠.

참고문헌 > 독일통일 15년의 사회경제적 평가와 시사점, 황준성, 2007
                 동일독일의 통일비용과 경제통합, 정용길, 2008
                 세계은행 (World Bank) 2009 통계
                 2009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한국은행, 2010
                 KDI 북한경제 리뷰, KDI, 2010
                 북한 국민소득 재평가, 이종석, 2008

덧> 본문과는 무관하나 지난 번 꿈 이야기 글에 리플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기를 놓쳐 리플은 일일히 달지 못했지만 글은 전부 읽어보았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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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tiano Honaldo
10/08/21 15:30
수정 아이콘
한국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 >>>>> [이영호] >>>>>> 서독과 동독의 경제력 차이

이정도로 경제력 차이가 나느걸로 아는데

정상적인 통일이 이루어질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통일후도 큰 문제구요
lionheart
10/08/21 15:32
수정 아이콘
현정부가 북한에 지원이요?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자신들의지지세력에게 무슨욕을 먹게요 통일세같은 쥐어짜기정책이나 내놓는 아마추어들이 무슨 통일을 생각한다고
현상황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확률이 더 높다고 봅니다
북한에 중국이 엄청나게 지원을 해주고있습니다
동독은 공산국가중에서도 잘사는 편이었습니다
현정부가 북한 3천불까지 지원을 해준다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지난 10년동안 퍼주기리고 비난했단 그사람들이 누굴까요
카서스
10/08/21 15:32
수정 아이콘
하아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장애물이 너무 많은 실정..
Gordon-Levitt
10/08/21 15:36
수정 아이콘
오, 예전에 통일과 문화변동이라는 수업을 열심히 들었는데(A+나왔지요~흐흐)
거기에서 나오던 내용이네요!

분명히 그 수업은 독일 통일을 예시로 들어 우리나라 통일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접근해보자 라는 것 같았는데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학생들 사이에서 와.. 독일이 저렇게(한국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 통일했는데 아직도 저렇다니(경제적 문화적 차이)
우리는 통일 포기해야하는 거 아닌가 ... 라는 회의론이 돌았습니다 ㅠㅠ...
10/08/21 15:37
수정 아이콘
북한이 철도나 도로 같이 지속적인 유지 보수를 필요로 하는 시설을 제대로 유지했을 리가 없을 테고, 따라서 엄청나게 낙후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군사용 철로나 도로는 그나마 좀 신경썼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에 대한 자료는 어디 찾기도 힘드네요 -_-;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9th_Avenue
10/08/21 15:38
수정 아이콘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이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언급하신 바와 같이,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좁히는
일은 만만치 않겠지요..
다만, 이러한 것을 문제삼아서 내 돈 나가니.. 통일 싫어.. 라는 여론 또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블랙비글
10/08/21 15:39
수정 아이콘
유럽친구들이 만약 한국이 통일하는데 독일식 화폐교환 하자고 하는 사람 있으면 사형시키라고 했었죠 ;;
10/08/21 15:51
수정 아이콘
북한이 붕괴된다고 쳐도 따로 적어도 20년 많으면 50년간은 통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50년이면 경제적,문화적,이념적 차이를 줄일수 있는 시간이죠. 물론 단계별로 천천히 완전히 흡수되어야 하겠지만
이보다 빠른 시간이면 남한이 휘청거릴거 같네요.
jagddoga
10/08/21 16:14
수정 아이콘
김정일이 철도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북한 선로는 그럭저럭 괜찮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외 사회 간접 시설은 절망적 수준이죠.

저번에 2차 남북 정상 회담때 나온 고속도로만 봐도 남한과 차이가...
10/08/21 16:15
수정 아이콘
여기에 환경 비용까지 추가해야겠지요.
과연 환경을 얼마나 망가뜨려놨을지 궁금해지네요.
옹정^^
10/08/21 16: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28살 2학년
10/08/21 16:33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됩니다.
본문의 '북한에 친남한 자치정부가 등장해서 남한에서 리스크없이 경제지원을 하고, 기업도 활발하게 진출' 할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
10/08/21 17:12
수정 아이콘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희 사장님께서 통일을 바라는 건 주변 어느나라도 없다.
이것저것 따져보면서 하는게 아니라 기회가 있을때 해야하는거다. 문제는 많지만 그걸 시정해 나가는것은 나중이다.
라고 하셨는데 저는 솔직히 통일이 빨리 되는건 바라지 않았던 입장이었지만 사장님 말씀 듣고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10/08/21 17:49
수정 아이콘
독일의 화폐정책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구체적 수치로 예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어쩌면 MB정부이기 때문에 이런 통일세 논의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통일세 이야기가 나왔다면 아마 행정수도보다 더한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기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흑심이 눈에 보이는 것도 갔습니다만, 일단 지켜보려고요.

한가지 제기하고픈 의문이, 중국이 북한을 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출처는 정확하지 않지만) 북한을 중국이 점유하면 그렇잖아도 시원찮은 동북지역 경제에 결정타를 맞을 수 있다고 했던 논설을 봤었어요. 우리가 북한과 통일되었을때 발생하는 충격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선한(?)시각에서 쓰여진 글이라 관심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혹시 이에 대해서 아시는 분 계신가요? 이제 중국도 급속한 경제성장이 끝나가고 있고, 그동안 내재되어있던 모순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먹었다가는 상당한 사회혼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칼렛
10/08/21 19:25
수정 아이콘
꽤 오랜 기간동안은 1국가 2체제를 유지하여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예전에 연방제 얘기는 왜 그렇게 까였죠? 북한이 주장하는거랑 비슷해서 그런가;;
화이트푸
10/08/21 20:27
수정 아이콘
제겐 너무나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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