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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4 23:27:32
Name Teachist
Subject [일반] 일제고사에 의해 망가지는 초등학교
현 6학년들에게 7월 13일에 실시가 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해 변해가는 초등학교의 모습을 알리고자 이렇게 씁니다.
교육에 관심이 있거나, 자제분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분들은 특히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역별로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사는 도지역에서는 대부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적습니다.

사례 1.
현재 실시되고 있고 강조되고 있는 영어 교육은 주로 회화교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원어민 강사를 고용하여 영어 수업에서 교사와 함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교과전담과목에 꼭 영어를 두어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더욱더 영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교과서와 수업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대체로 실생활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회화 중심이며, 그것을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여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아이들이 잘 배웠는지 측정하는 수단, 교사가 영어를 잘 가르쳤는지 평가하는 수단이 현재 실시되는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것입니다. 학업성취도 평가 문제는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영어 문제인,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여자의 대답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고르시오.'
'보기를 읽고 톰이 사고자 하는 물건과 가격을 쓰시오.'
등의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문제만 보았을 때에도 이것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영어교육을 평가하는데 적절하지 못합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현재 학교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이 문제역시 21세기 교육을 20세기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밑에서도 이야기되겠지만,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는 공개가 되며, 성적이 부진한 학교는 학력신장학교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지만 일정수준의 학력신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반의 담임교사와 교장, 교감선생님께 불이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학교는 시험 결과를 신경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게됩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이 영어학원 가는 것을 권장하기도 하며, 그러한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시외지역 학교들은 6시,7시까지 아이들을 남기며 수업하고 있습니다.

사례 2.
6학년들이 보는 평가의 결과에 따라 각 지역 교육청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담임교사가 포상을 받거나 질책을 받기도 합니다. 솔직히 제가 6학년 담임으로 우리 아이들이 잘 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 시험 범위가 6학년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4,5학년 내용도 전체가 100이라면 60 이상 포함됩니다. 6학년 아이 중에 뛰어난 아이는 이 전부터 선생님들이 잘 지도해준 것이기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이 잘 했다고 해도 제가 거기에 포상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또한 6학년 아이가 굉장히 성적이 안 좋은 이유는 가정환경 문제로 그동안 아이가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았거나 굉장히 수업 중에 태도가 좋지 않아 그동안 학습 부진이 쌓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 때문에 담임 교사가 질책을 받는 것 또한 말이 안된다고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사례 3.
이미 언급하였지만 곧 실시될 6학년 학업성취도평가 범위는 4학년부터입니다. 과목은 국, 수, 사, 과, 영어이구요. 6학년 교과서 내용이 담고 있는 내용은 굉장히 많습니다. 쉽게 핵심 내용만 말로 설명하여 쓰고 외우는 수업을 하면 어떤 내용이든 금방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수업이 재미가 없고 아이들도 학업에 흥미를 잃게 됩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며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자료를 수업에 적용하여 수업을 하면 한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끝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6교시를 아이들과 수업한다해도 학교 안에서 실시되는 상당히 많은 행사에 의하여 교과서를 끝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도덕, 실과같은 수업 대신 주요 교과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 결과에 의해 6학년 담임교사와 학교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보니 다시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아침 8시쯤부터 아이들을 오게 하여 시험이나 내용정리를 통해 4,5,6학년 내용을 복습을 합니다. 그리고 점심 시간에도 나가서 놀지 못하고 교실에 남아 담임선생님과 문제를 풀거나 합니다. 또 6교시로 정규수업 끝나도(보통 2시 30, 40분) 다시 6시, 7시까지 남아 4,5학년 내용복습 영어단어암기 및 문제푸는 연습 등을 해야합니다.

이것이 요즘 초등학교의 모습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학원을 다니기는 했지만 수요일에는 4교시만 하고 끝나서 집에 일찍 간 추억도 있고 학원 빨리 끝내고 놀이터에서 논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일찍 끝나도 4시, 늦게 끝나면 6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합니다. 또 학원을 가서 8시 정도에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숙제를 하지요. 다시 다음날 8시까지 학교에 옵니다. 이러한 일제고사만 없다면, 또는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담임이나 학교에만 공개하여 스스로 아이들의 문제점을 진단하여 고칠 수 있는 방안으로만 사용했다면 이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텐데 요즘 아이들이 많이 불쌍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작년만 해도 이런일이 많이 없었는데 유독 올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어서 위에서 정신 차려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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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24 23:31
수정 아이콘
애들이 공부하는 기계인지. 공부공부공부..초등학생에게도 저런식의 공부를 가르쳐야 할 이유가 있나요.
I.O.S_Lucy
10/05/24 23:32
수정 아이콘
공부는 자기가 좋아서 해야 합니다.
어거지로 밀어붙이는 공부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abrasax_:JW
10/05/24 23:35
수정 아이콘
오로지 수능만을 위한 (중)고등학교 교육도 큰 문제인데.
초등학교까지 이런 식이라면, 희망이라는 것을 품기가 힘들 시기가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UntouchableOb
10/05/24 23:38
수정 아이콘
사촌동생들 보니 불쌍하기 짝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자꾸 경쟁하라, 공부하라 하니
집에서도 불안해서 학원뺑뺑이 돌리고
고모들끼리도 서로 경쟁의식하는 것 같고(원래 가족들이 약간 그런게 있긴 하겠지만요..)

제가 다닐 때보다 너무 심해진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다닐 때 사촌언니가 요즘 너무 심해진 것 같다고 했는데... -__-;;
과거의 기억들이 점차 미화되는건지, 아니면 점차 미친듯이 애들을 공부만 시키는건지..

제가 어릴 때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한 다음 세대 아이들이 자라면
더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까요?...
자갈치
10/05/25 00:13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보면 정말 애 안 나아버릴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parallelline
10/05/25 00:59
수정 아이콘
그놈의 경쟁 경쟁 신자유주의 좋아하시는분들때문도 한몫하는거같습니다..
LucidDream
10/05/25 01:02
수정 아이콘
공부를 하면 먹고 살 길이 열린다 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을 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전자가 소팔아 대학교 보냈던 시절이라면 후자는 현대 쯤 되겠죠. 전 고졸입니다만, 대학교? 대학원? 토익?
우습기만 합니다. 국어조차, 국사조차 제대로 모르는 지성인 같은 거 빈 쭉정이에 불과합니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들겠죠.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10/05/25 01:14
수정 아이콘
2008년에는 일제고사에서 하위권이었다가 2009년에는 상위권을 기록한 충북... 그 곳의 실상을 한번 아시면 본문의 글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66861&PAGE_CD=17
내일은
10/05/25 02:20
수정 아이콘
고3 때 학교를 3시 반에 나왔는데.. 초등학교 6학년이 2시 반이라니요.
진짜 해도해도 너무들 하십니다.
10/05/25 06:52
수정 아이콘
으음 이렇게 공부한 요즘 학생들은
영어 회화를 더 잘하나요..?
비꼬는게 아니라 진짜 효율성에 의문이 들어서 궁금합니다.
Tv만 보면 영어신동이라고 하면서 효과는 있어보이긴 하던데..
도라귀염
10/05/25 07:48
수정 아이콘
구닥다리 영어교육세대보다야 훨씬 잘할수 밖에 없겠죠 그건 자명한 진리입니다
진리는망내
10/05/25 09:16
수정 아이콘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보장은 해줘야지 허허 ;;

전 고3때 12시에 별보면서 학교에서 나와서..그 대신 학원은 안다녔네요.
사교육 안하면 학교에 좀 오래 있어도 상관없는데 말이죠. 친구들이랑 놀기회도 더 많이 생기는거라

요즘 애들은 안그럴려나..
개의눈 미도그
10/05/25 09:23
수정 아이콘
아이디를 보니 현직 초등교사이시나봐요.
이런 제도적 모순이 있음에도
일반적으로 까이는 타겟은 현직 교사들인것 같네요.
얼마전 여기에 올라온 공교육이 죽었다는 게시글에 달리던 댓글만 보더라도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티치스트님 혼자서 외로운 항전을 하시던데..
위에서 정신 차리기라..글쎄요..
교과부나 교육감은 엉뚱짓이나 하고
실정의 책임은 현직교사가 지고.
절대 소신을 가지고 교육할 수 없는 환경제공에
교육에 필요없는 업무, 공문들 때문에 회의감 가지시는 분들도 많고..
답답합니다.
10/05/25 09:3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진짜 학습부진아는 따로라도 천천히 기본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기본을 안가르치면 나중에 중고 가서 처음부터 어떻게 할까 생각이 드네요.
10/05/25 09:45
수정 아이콘
성과지상주의의 폐해가 바로 이런 것이군요.
교육과 공부는 더 먼 곳을 보면서 해야지 어른이 보기에 좀만한 내용도 안되는 거 그 나이 아이들이 꼭 '잘'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학생들의 점수가 낮게 나오더라도 수많은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걸 무조건 교사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어이없네요.

..현실이 바뀌기 전까지 이 땅에서 결코 자식은 안 가질 겁니다. -_-
10/05/25 10:08
수정 아이콘
요새 초등학생들이랑 얘기하면 정말 슬프고 화나요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부모들은 아시는지...
그나마 다행인건 김상곤 후보가 1년간 미약하나마 교육감에게도 '힘'이 있다는걸 보여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민선 교육감 체제가 확립되면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선거 진짜 교육감만큼은 양보하면 안돼요
sinjiyoung
10/05/25 10:30
수정 아이콘
참, 어린이들에게도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이 강제된다는게 씁쓸합니다. 일제고사 일제고사 풍월로만 들었지, 현직 선생님께 직접 얘기를 들으니 더 암담하네요. 한편으론 그런 부분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교사분이 계신다는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교육이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진 않겠습니다만, 저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온전한 인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6월 2일에 교육감 투표 꼭 하시기 바랍니다. 전반적인 기조야 바뀌지 않겠지만, 교육행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진 직책이니만큼 우리 신중히 투표합시다.
북북아저씨
10/05/25 11:42
수정 아이콘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험의 장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일제고사, 교육프로그램 등등을 기획할 때, 이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어떠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걸 생각이나 하고 한건지....어릴 때부터 이렇게 공부에 찌들린 인생을 산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떠한 사람이 될지 정말 궁금하면서도 두렵습니다.
빵꾸똥꾸해리
10/05/25 13:41
수정 아이콘
참 저도 나중에 아이 낳으면 저렇게 경쟁속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것인지 걱정됩니다.
요새는 밖에 나가도 제가 어릴때랑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낄때가 많습니다. 동네 놀이터나 공터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말이죠.
한참 뛰어놀 나이에 그러지 못한다니...
무한경쟁의 논리가 코흘리개 아이들에게도 스며들어버린 지금의 모습.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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