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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8 02:30:06
Name 박루미
Subject [일반] 남자의 자격
안녕하세요?
박루미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중에 들렀습니다.
요새 틈틈히 다니는 모대학 일반대학원의 논문 예비심사 기간이라 더 정신이 없네요
이번에 통과해야 할 텐데 정말 노심초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RFP를 써 봤고, 발표도 여러해 해 봤고, 기술보고서도 다수 검토해봤지만
정말 자신의 것을 완성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네요, 정말 이번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구구절절함

남자로 태어나서 짊어져야 할 어깨의 짐
이경규 교수님(!!) 께서 함부로 짐을 내려놓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는 쉽게 내려놓으려 해도 고착화되어 떨어지지 않네요...
행군을 하다가 군장을 다시 짊어지는 느낌이 싫어 군장을 등에 진 채로
대로가에 그대로 눕는 느낌이랄까요? 그 느낌 아실 껍니다. 그냥 그 상태로
사라졌으면 하는 망상과 여러가지의 잡생각, 어깨의 통증

제 생각엔 그게 남자의 자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자로 태어나 가져야 할 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백여가지의 테마
그게 인기리에 뜬 KBS2 '남자의 자격'이지요?

아무튼 주말에 무도를 안하다 보니 요새 남격을 챙겨보고 있는데 꽤나 재미있더군요?
마치 강민의 올드보이를 보는 것 처럼, 모두가 늦었다고 생각하는...멤버들 평균 나이도 꽤나 압박인
올드보이들이 남자가 죽기 전 갖춰야 할, 한 번쯤은 해 봐야 할 것들에 땀을 흘리며 자신의 처지도 잊고
몰두하는 광경에 감동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주말예능의 한 부류이기에
예능 다운 면도 있지만 최근에 김국진이 겪은 인생의 굴곡과 경험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강연은 너무나도 멋진 명강의였습니다. 그 어떤 강연자가 온다고 해도 이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의문까지 들 정도로 말이지요... 그야말로 남자의 자격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프로그램에 관한 설타를 떠나서 과연 '남자의 자격'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 경우는 모두가 해야 할 당위성이라고 생각해야 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하나의 가장 큰 목표는 혼자 계신 어머니를 위해 평생 기거하실 집을 사드리는 겁니다.
집에도 못들어가고 연구기관에서 7년째 살아오는 불효자인지라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남자가 부모님에게 꼭 집을 사드려야 남자의 <자격> 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효도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그 대안을 열심히 나름 찾아보지만 힘들더군요

아무튼 그냥 제 목표일 뿐이지요, 그래도 조금만 더 모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늘도 기쁘게 야근을 받아들입니다.

그 외는 조금 오버라는 살가죽을 붙여서 만들어 놓은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1. 전국 사이클로 일주하기
2. 마라톤 하프코스 도전
3. 3개 국어 익히기
4. 외국인 친구 100명 만들기
5. 보디빌딩 대회 나가기
6. 내 이름으로 책 한권 쓰기
7. 72시간 영화보기 참여
8. 칭짱철도와 시베리아 철도 정복기
9. 차마고도를 지프로 여행해 보기
10. 억대 연봉 만들기

일에서 성공한다는 전제는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왠지 개인의 희망사항적인 목표에 일을
붙이기 싫더군요,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일이 따라야 하는 이 애증의 관계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이와 관련해선 이런 말도 있지요 "미식가도 돈이 많아야 가능한 취미다"라는, 물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구는 아닙니다.)

그리고 저도 여러분들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p.s. 요새 이런 저런 일이 또 많습니다. 묵과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나부터라도 조금은 포괄적이고 묵직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 떼러 왔다가 떼러 온 사람들끼리 내것이 더 크네 작네 티격태격... 남는게 뭘까요?
지나보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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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18 02:35
수정 아이콘
이또한 지나가리라..

정말 여운이 깊이 남는 명강의더군요. 그어떤 시련이 와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남는다는 말들..
인생의 짐을 함부로 내려놓지말라.. 30년간 꾹꾹 참고 다해먹고 더러워서 못해먹겟네.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더군요.^^

요새는 정말 남자의 자격이 대세인듯~ 직장인이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밴드, 자격증등 요새 하는것들은 다 저도 하고 있고, 꿈꾸며 하고싶은것들이라 생활속에서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더군요.
고양이털때문
10/05/18 02:40
수정 아이콘
음;; 저걸 하시려면 10번은 필수겠네요 ;;

저는 평소에 시간나서 쉴때도 안하는 일을 굳이 목표로 삼아서 억지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여행이나 외국인 친구 만들기 보다는 게임이 좋고,

책 쓰는것 보다는 책 읽는게 좋고,

보디빌딩 보다는 탁구나 족구가 재미있는데..

그것도 업무도 아닌데 계량화된 목표를 세우는 것 보다는, 그때 그때 하고싶은걸 하는게 좋아요~

그래서 그냥 "스트레스 안받고 여유있게 살기" 가 목표 입니다..

평소에 스트레스에 쩔어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ㅜㅜ

부모님께 잘해드리는건 기본이라 생각하지만(경제적 지원도 포함해서요..) 맨날 하는 야근은 지옥이에요 ㅠㅠ
적울린 네마리
10/05/18 02:43
수정 아이콘
그동안 힘들게 느꼈던 짐을 알고보니 그저 한낱 수통? 방독면? 소총?? 이었더군요...
가정이란 완전군장을 짊어지니..
10/05/18 02:52
수정 아이콘
확실히 단순히 연애인들의 후일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경험이라 생각하니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10/05/18 03:21
수정 아이콘
저도 무도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남격 까지 좋아졌습니다. 멋진 목표를 갖고 계시네요. 다른쪽은 제가 잘 모르는데 차마고도쪽은 제가 살던 동네라.. 지프여행과 트레킹(높은 난이도의..)을 섞어 하셔야 할것 같아요. 시솽반나에서 시작되는 차산지쪽은 지프여행이 어울리지만 따리를 넘어서 고원도시들을 지나며 이어지는 길은 험난한 산맥과 협곡을 지나는 길이 많아서 지금도 차들이 갈수없고 걷거나 말을 타고 갑니다. 마방들은 이제 거의 없지만 길은 이어지지요. 윈난에서 라싸로 이어지는 길은 이미 포장이 거의 되어가지만, 종종 산행도 하며 건강관리 잘 하셔서 꼭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길중의 하나,에 서시기를 바래요.. 저도 서부티벳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구게왕국,카일라스산 코라를 돌아보는것이 목표인데 아마 차근차근 가면 이룰 수 있을것 같습니다.
BoSs_YiRuMa
10/05/18 08:41
수정 아이콘
제 목표는 딴거 없습니다. 인생을 즐기자(-_-)
단, 무의미하게 탕진하는것이 아닌, 나와 주변에 도움이 되는 그런 인생을 살면서 즐기는거랄까요.
일은 일대로 재미있게, 취미는 취미대로 재미있게 하는거죠.
경제적 여유가 없어도 어떤 일이든 할수 있는 것이고, 그 일에 관한 한 실수를 적게 하면서 일을 즐기면서 한다면 그게 최고 아닐까요.

가정을 짊어지지 않은 아직 젊은 시절에 돈을 벌고 있다면, 그때가 어른들이 말씀하시는것처럼 돈을 모으기에는 가장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돈때문에 인생을 살아서는 안되겟지만, 돈이 중요한건 부인할수 없으니까요.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서 나쁜짓 안하고 돈을 많이 번다면.. 그게 가장 현 시대에서는 올바른 삶이 아닐까..하는 요즘입니다.
higher templar
10/05/18 13:5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남자의 자격' 이라는 말 자체가 어느정도 현실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참 서글프다는 생각도 듭니다. 태어나면서 남자로 길러지고 또 남자로써 살아간다는것... 여성은 더욱 힘든 여정이겠지요. 이런저런 조건은 다 허울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멋진 인생,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들이나 이벤트들을 생각해보는건 멋진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겠지요.

남자의 자격 마라톤 도전편을 보고 저도 정말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km도전을 하고 완주를 하고 나니 정말 뿌듯하더군요.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하프까지는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했습니다. (지금도 가능하겠지만 가능하면 한번도 걷거나 쉬지 않고 하프를 완주하려면 현상태로는 힘들것 같아서 준비중입니다.)
너무너무멋져
10/05/18 15:32
수정 아이콘
남자의 자격.

저보다 약하고 힘없는 이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거기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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