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5/10 15:22:22
Name 굿바이레이캬
Subject [일반] 이대호와 최준석
언젠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대호 선수가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펄펄 날고 있지만, 아마도 그때 이대호 선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부진했지요. 그런데 이대호 선수가 부진이 시작하기 전쯤 어떤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가정 형편에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할머니와 형과 함께 살던 이 선수는 할머니께서 시장 가판대에서 생선을 팔며 근근이 사는 형편이었습니다. 한참 잘 먹을 나이에도 밥 대신 라면 먹는 일이 더 많았고, 그 라면 조차도 이 선수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라면이라도 배불리 먹이고 싶은 마음에 힘든 몸을 이끌고 매일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 자판을 열고 생선을 팔았습니다. 형 또한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최소한 굶지는 말자는 신념으로 악착같이 이 선수의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이대호 선수가 라면 3개를 원샷 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단순히 라면 3개를 한번에 먹는 모습이 우습다는 식의 가십이 될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배불리 라면 조차도 먹을 수 없었던 그 시절을 생각한다면 이 선수에게 라면 또한 소중한 것일 테니까요. 단순히 덩치 큰 사람이 라면을 신기하게도 3개를 한번에 먹는 다는 식으로 웃는다면 우리는 이대호 선수의 쓰린 마음을 모르는 것이지요.  그만큼 이 선수는 힘겨운 생활을 했고, 이를 악물고 야구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무던히 노렸습니다.

할머니와 형을 생각하면, 배고픔은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하면서 이 선수는 서서히 성공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롯데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주요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의 끊임 없는 노력이 실로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죠. 아마도 할머니와 형이 지금의 그를 8할 이상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니면 신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제 좀 그동안 못했던 효도를 할머니에게 하려는 순간 할머니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시면서 오로지 손자 뒷바라지를 했고, 라면이라도 배불리 먹이지 못한 당신을 원망하면서 세상을 떠나신 겁니다.

후에 이대호 선수는 많은 선행을 했습니다. 작년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도 비록 3루 부분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특별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소리, 소문 없이 어려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선행을 배 푼 것입니다.

이런 이대호 선수와 아주 친한 선수가 있는데 바로 두산의 최준석 선수입니다. 덩치가 둘 다 국내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일 정도로 다소 무겁게 보이지만 몸에 비해 유연한 수비와 타격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이대호 선수보다 최준석 선수가 좀 더 나간다고 하네요) 이 둘은 경북과 경남 지역에 태어나 그 지역에 중, 고등학교를 보내며 친구 사이가 됩니다. 어떻게 친구 사이가 됐는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최 선수 역시 이 선수처럼 홀할머니가 계셨고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에 더 친해질 수 있어나 싶기도 합니다.

최 선수 역시 한 창 먹고 자랄 나이에 제대로 먹질 못했습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버거웠으니까요. 그런데 이 두 선수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했는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선행을 타고 났는지, 부족한 라면 조차도 서로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대호 선수가 자신이 먹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던 라면을 최 선수에게 나눠주는 일도 많았고, 최 선수 역시 그랬다고 합니다.

어려웠던 과정을 이겨내고 지금의 훌륭한 선수가 된 두 사람 모두 할머니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최준석 선수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때부터 이대호 선수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원래의 타격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대호 선수의 타격 슬럼프는 바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내지 죄송함의 형상화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두 할머니 모두 하늘에서 자랑스러운 손자들을 뿌듯한 마음으로 쳐다 볼 것이고, 두 선수 역시 그런 할머니를 생각하며 오늘도 그라운드에서 종횡무진 할 것입니다.




주말에 롯데와 두산 경기에서 최준석 선수가 친 볼을 이대호 선수가 새처럼 날아올라 공을 캐치하다 글러브에 공이 빠지는 모습을 보고 떠오른 이야기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0/05/10 15:25
수정 아이콘
그런 과거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참 성공한 선수들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꼭 보면 감동적인 이야기를 숨기고 있더군요.
EX_SilnetKilleR
10/05/10 15:30
수정 아이콘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무언가를 했어도 꼭 성공했을 거 같습니다.
그만큼의 열정과 노력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이대호 선수 최준석 선수 모두 화이팅입니다.

근데 한화랑 만날때는 조금만 살살...^^;;
데프톤스
10/05/10 15:36
수정 아이콘
훈훈하다가 마지막 한줄에서 빵 터지네요.
10/05/10 15:37
수정 아이콘
못 먹어서 부어 있는 선수들이군요;
10/05/10 15:38
수정 아이콘
저 또한 할머니 손에 자란 지라...
저 두 선수는 부진해도 도저히 깔 수가 없습니다.
빨리 힘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만을 응원할 뿐이죠.
두 선수 모두 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여자예비역
10/05/10 15:40
수정 아이콘
글을 읽으며 눈물이 맺혔다가... 마지막 줄에 빵~ 터지고 갑니다..
두 선수 다 오래오래 좋은 활약 보여주기 바랍니다... (기아랑 만날때만 빼고요..ㅠㅠ)
벌쳐의 제왕
10/05/10 15:45
수정 아이콘
글을 읽으며 눈물이 맺혔다가... 마지막 줄에 빵~ 터지고 갑니다.. (2)
싸랑해욧 돼호~흐흐흐
10/05/10 15:47
수정 아이콘
알바트로스인가요..
와룡선생
10/05/10 15:48
수정 아이콘
둘이서 같이 살았단 얘기를 들은거 같은데..
같이살면서 후덜덜하게 많이 먹엇단 얘기도..
최준석이 롯데에 남아있엇다면 타격 순위가 죄다 롯데로 채워졋을지도..ㅜㅜ
난다천사
10/05/10 15:57
수정 아이콘
최준석 이원석.....

감사합니다 롯데...
테페리안
10/05/10 16:04
수정 아이콘
이대호 선수가 백골프의 무리한 훈련을 못 견디고 무릎부상을 입었을 때, 룸메이트가 최준석 선수였던 걸로 압니다. 둘의 야식 사랑은...
결국 두 선수를 합쳐서 300을 만들어냈지요 -_-;;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는 선수가 배영수 선수입니다. 04년~05년에 배영수 선수를 너무나도 싫어했는데, 이유는 무려 손민한 선수와
비교대상이어서 입니다 -_-;;;;;;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서(박진만 빨로 이긴다라던가....) 싫어했는데... 어느 날 부터 못 까겠더군요.

아직도 그런진 모르겠는데 배영수 선수 모자 밑에는 할머니 생각이라고 쓰여있습니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서 모자를 벗어 땀을 닦고
스윽 쳐다보고 다시 쓰고 하는데 어찌나 짠하든지....
10/05/10 16:12
수정 아이콘
투수로 입단한 이대호..
삐쩍 까지는 아니라도 턱선이 날카로웠던 대호를 기억합니다..
준석이는 그냥 남아 있었으면 지명타자도 솔직히 힘들었겟죠..
준석이 보다 수비 잘보는 허일상도 3할 포수 최기문 때문에 1군에 들락거리기도 힘들었는데..
준석이는 남아있었으면 대호랑 겹쳐.. 최기문이랑 겹쳐.. 오늘날엔 홍성흔이랑 겹치죠..
지금의 최준석의 모습은 분명 대단하지만 두산의 최준석이기에 가능한 모습일듯..

이원석이야 말로 성공한 FA의 산물일듯..
Je ne sais quoi
10/05/10 16:15
수정 아이콘
대단한 성공 신화를 일군 선수들이군요. 기아랑 할 때 빼곤 ^^ 잘 하기 바랍니다. 안 그래도 너무 잘 해서 문제지만 -_-
닥터페퍼
10/05/10 17:06
수정 아이콘
두 선수가 그 설움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전설은.ㅠ

그 두 선수가 사직 앞에 원룸에서 같이 살때, 그 건물 무너지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습니다.크크크
잭윤빠~
10/05/10 17:22
수정 아이콘
저 대호 선수가 어릴때.. 대호 선수의 야구 장비를 지원해준게 박계원 코치라고 하더군요.. 초등학교때 어떤 인연이 닿아서 그랬다고 하던데..
Sucream T
10/05/10 18:29
수정 아이콘
할머니 손에서 자란 선수들이 많군요, 송은범 선수도 할머니께 극진했다던데
어머님 아버
10/05/10 21:49
수정 아이콘
추신수선수가 부산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을 때 그반에 이대호선수가 있었다죠
보는 순간 "내가 쟤를 이겨야 생활이 편하겠구나" 라고 느낄 정도의 강렬한 첫만남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어찌어찌 여차저차 친해져서 당시 야구를 하고 있던 추신수선수가 함께 야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당시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대호선수는 집안형편을 이유로 매번 거절했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현재 추신수선수는 메이져리그의 스타가 되었고 이대호선수는 한손에 꼽을만한 한국야구의 대스타가 되었죠
그래서 전 이 둘을 보면 참 운명이라는게 있긴 있구나 싶스빈다 롯데팬은 아니지만 이대호 선수 응원합니다 하하
또리민
10/05/10 23:13
수정 아이콘
이대호 선수 고등학교 사진을 보면 호리호리 하던데 언제부터 살이 쪘을까요? 혹 누구 아는 분 없나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1790 [일반] 제대로 보이기는 하는 걸까? [14] NecoAki4846 10/05/10 4846 0
21789 [일반] 어머니께서 급성뇌경색으로 쓰러지셨습니다. [43] Benaiah4210 10/05/10 4210 0
21788 [일반] [K리그] 수원팬사이에서 집단 폭행 사건. [48] 8211 10/05/10 8211 0
21787 [일반] 소녀시대의 지방선거 캠페인송, C.N.Blue와 Double K의 신곡이 공개되었습니다. [11] 세우실3866 10/05/10 3866 0
21786 [일반] [K리그] 포항 레모스 감독 경질. [20] 3355 10/05/10 3355 0
21785 [일반] "합참, 천안함 사고 순간 TOD 영상 보고도 숨겼다" [209] 하쿠오로7952 10/05/10 7952 0
21784 [일반] 이대호와 최준석 [31] 굿바이레이캬5869 10/05/10 5869 1
21783 [일반] 대학교 합격했습니다 (꾸벅) [23] 에브게니7101 10/05/10 7101 0
21782 [일반] 손을 펴라 [2] 늘푸른솔3175 10/05/10 3175 0
21781 [일반] [스마트폰] 갤럭시A 스펙다운? [26] 허저비4482 10/05/10 4482 0
21780 [일반] [프야매] 루키에서 고전 중인 한화팬을 위한 가이드 - 남자라면 뻥야구지! [14] 모모리3667 10/05/10 3667 0
21779 [일반] 유시민은 네티즌이 될 수 없다. [80] 네로울프6920 10/05/10 6920 4
21778 [일반] 2010 마구마구 프로야구 5/11(화) 프리뷰 [33] lotte_giants2810 10/05/10 2810 0
21776 [일반] 이번주 남자의 자격 '이경규옹님의 강의 ' 보셨나요? [15] 에버쉬러브6765 10/05/10 6765 0
21775 [일반] 기억 -고려대 노래얼 - [1] 늘푸른솔3571 10/05/10 3571 0
21774 [일반] 관영방송 KBS의 현모습(부제: MBC를 지켜야 하는 이유) [10] 카이레스5138 10/05/10 5138 1
21773 [일반] 마블 아세요? 그럼 DC는요? 아뇨. 디시 인사이드 말구요. [19] Cand7434 10/05/10 7434 0
21772 [일반] 포미닛의 Muzik 일본어버전 뮤비, 원더걸스의 티저, 슈퍼주니어의 신곡이 공개되었습니다. [30] 세우실5205 10/05/10 5205 0
21771 [일반] 제가 프야매 라인업을 올릴줄이야 ...; [31] ParasS4027 10/05/10 4027 0
21770 [일반] [EPL] 마지막 라운드 불판!!! [150] Charles5140 10/05/10 5140 0
21769 [일반] [퍼옴] 카라 일본 공식 팬클럽 창단식 후기 [6] KARA4975 10/05/10 4975 0
21768 [일반] 그 여행의 끝은 무언인가- 츠바사 [31] 부엉이4772 10/05/09 4772 0
21767 [일반] [자작가사] 그냥 한번 훑어만 봐주세요 ㅠㅠ [5] 冷봄14092 10/05/09 1409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