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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02 01:11:07
Name 기회비용
Subject [일반] 부모님 집에 다녀 왔습니다.
부모님 집이 창녕군 영산면입니다.

저도 제 집? 이라고 하긴 어색하네요 하여튼 살곳이 있고 이리저리 치이고 하니 사실 부모님 집에는 잘 안가게 되더군요. 가면.. 취직얘기    -_- 돈얘기 친척얘기 밖에 안해서 사실 부담감도 느끼고한데.. 이번에 3일간 쉬는날이라 그런지 아버지께서 전화가오더군요. 사실 저는 아직 아빠라고 부릅니다;;

나이를 반오십이나 먹은 청년임에도;; 잘 안바꿔지더라고요 이건 어릴때부터 습관이되서;; 여자들은 다 아빠아빠 하던데 남자들은 저희가족말고는 잘 안하는거같더라구요. 제동생도 아빠 아빠 이럽니다;; 군인병장이예요. 할머니께서는 제가 아빠 아빠 하는거보면 난리납니다.  하여튼 전화와서

"기회비용아 주말인데 집에 한번 안올래?"  
"어 아빠 나 바쁜데..왜? "
"아니 그냥 바쁘면 안와도되고 심심하면 한번 오라고."
"어 몰라"
"니는 맨날 모른다는 얘기만하더라..그래 알았다"

라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근데 한시간후에 다시 전화가왔는데 제가 못받아서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어 아빠 왜?"
"아 그냥 우리동네 오늘 삼일절 축제한다고( 영산은 3.1절 관련해서 항상 크게 축제를 하더군요 경남에서 최초로 삼일운동을 펼친곳이랍니다.) 불꽃놀이하는데 같이보면 좋을꺼같아서 바쁘면 안와도되고 오고싶으면 온나"
"어 알았어. 일단보고"
"니는 맨날 말을 얼버무리더라..알았다"

라면서 통화가 끝낫습니다.  사실 가기 싫었는데 이상황에서 안갈수가 없었습니다 -_-;;  그래서 부모님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도 연세가있고해서 집에 개를 큰개와 작은개 이렇게 두마리 키우는데..참신기한게 저를 어떻게 알아보고 안짖고 따라와서 꼬리를흔드는지 볼때마다 신기합니다. (모든사람을 다 좋아하는걸까요? 사람이 지나가면 짖기는 짖는데..)

하여튼 아빠는 갈때마다.. 오면 마당에 심은  소나무가 이쁘니 하면서 소나무자랑.. 참다래나무에 새가 집지었다,  돌맹이를 하나주워왔는데 이뻐서 대문앞에 화단에 올려놨다 이런얘기를 하십니다.  할아버지가 아버지 12살때 돌아가셔서 할머니손에서 가난하게 자라서 고3때부터 공무원생활을 시작해서 아직까지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큰아버지 대학도 아버지께서 돈벌어서 보내시면서도 불평한번 없으시고, 30년넘게 공직생활을 하셨는데 참 어린애 같다 라는생각을 많이합니다.  한번은 제가 백일휴가 나왔을때 저 데리고 할아버지 산소에가서
" 아빠, 아빠 손자가 이만큼 커서 자랑스럽게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라고 하시면서 아빠 보고있나?" 라면서 한참 우시더라구요...
또 영산을 일때문에 잠시 떠나게 됬을때 할머니를 주말마다 부곡에 있는 온천에 목욕하러 못데리고 간다고도.. 저앞에서 눈물흘렸습니다.  어린애도 아니고 맞죠? ^^;;

7시가 되니까  이제 영산 남산 봉화점화를 시작하면서 삼일절 기념행사가 시작하더라구요.  애국가 제창하고 묵념하고 불꽃놀이 하는걸 마당에서 아버지랑 둘이서 봤습니다.  그러고는 "기회비용아 야시장 구경가자" 라고 해서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어머니는 이런행사 싫어하셔서 잘 안가십니다) 둘이서 야시장 구경을 갔습니다.

이런행사뛸때 오시는분들..항상파는 그 돼지통구이같은거 구우시는분들 -_- 어디서 다 오시는지 궁금합니다. 모든행사를 다 꿰고있나요 어디서든 비슷한게 항상보이니;;  

야시장에 먹을거파는거 물건파는거 야구공던져서 깡통맞추는거, 공기총쏴서 인형떨구는거 다트 등등을 구경하면서 수많은인파를 헤치며 다니고있는데. 한 국화빵파는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부인한테  욕을하면서 뭘 집어던지더라구요..그많은 인파가있는앞에서요. 물론 그 던진건 제가맞았습니다 -_-;;  그래도 ;; 저 키도 크고 무섭게 생겼는데 저는 신경도 안쓰고 계속 부인분한테 욕을 하시더라구요.. 부인분은 말없이 빵을 굽고요.. 저도 그냥 옷좀 털고 아빠 그냥가자 이러면서 나왔습니다.

여유가 없어서일까요?  아버지께 들어보니 여기 지금 야시장 하는사람들 몇일전부터 여기서 장사할려고 텐트세우고 식탁준비하면서 장사할 준비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다들 치열하게 살고있었습니다. 바쁘게 요리하는 아저씨들 서빙하는 아주머니들.. 면소재지인데도 군내 학교에 학생이란학생은 다왔는지 넘쳐나는학생들..  

삶이 너무 치열해셔 여유를 잃어버린걸까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동기들과 같이 술한잔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버지랑 같이 구경나온 저같은 사람들, 그사람들은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웃고 놀고  떠들고 구경하고,    정말 이렇게 잠깐의 휴일에 먹고싶은 음식을 먹고 가족과 친구를 만날수 있고 가끔은 알코올도 -_- 좀 흡수할 수 있다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걸까요?   가까이만 해도 오늘같은날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강원도에 군인인 제동생은 그시간에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 근무를 나가있었겠죠..  

하여튼 구경하면서 뭐먹을까? 를 입에서 연발하며 다니다가. 아버지는 동기한테 걸려서 ^^;; 만원을 뺏기다싶이  복을 비는?(정월대보름이었거든요 28일 밤이니까요)  등을 사서 연못가에 붙이고.. 무엇을 먹을까 찾다가 결국  아버지께서 집에있는 어머니랑 멍멍이 2마리빼고 우리끼리 먹을수 있냐 라면서 작은 1톤트럭에서파는 훈제 돼지갈비 만원치를 사시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들고  보름달을 보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돼지갈비 만원인데 엄청많더라고요.. 아버지가 니같으면 이런거 국산으로 팔겠냐? 당연히 싼 수입산이지 라면서 만원치 사서 집에서 멍멍이도 주고 강원도에 떨고있는 불쌍한 군인인 제 동생만 빼고 가족이 만원짜리 돼지갈비를 다 나눠서 먹었습니다.

행복이란 일상에 소소한 부분에 있다 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도 사실 내 몸하나 추스리기에도 정신없는 세상에서 그 행복을 느끼기는 참 어려운거같습니다.   단돈 만원짜리 돼지갈비지만 우리끼리 먹을수 없다고 집까지 사오신 아버지랑 보름달을 보면서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나 하면서 그 돼지갈비를 바라보면서 그윽한 눈빛을 보내는 ^^;; 멍멍이도 놀려주면서 고기덩어리 한점씩 던져주면서 참 행복이란 이런거구나,  우리아빠가 매일 퇴근만하면 다른데 안가고 집에와서 화단가꾸고 주말마다 나무심고 하는게  이게 가장 행복하다는걸 예전에 알았기 때문이구나 라고 느꼇습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도 한나라당의 맹목적인 지지자이며 친기업 친정부 성향이십니다 그래서 저랑 정치적인 이야기로도 많이다투고 얼굴 붉히고 싸우는적도 많지만.. 사실 아버지가 항상 틀렸다 라고 저는 생각하면서 자랐지만..  지금생각해보면 단지 내 생각만 옳은 주장이라고 아버지와 대립했던게 한심했다고 느껴집니다.  
아버지에게 '내가 옳다 아버지는 틀렸다 그러므로 나의 말을 따라라'  라고 얼굴 붉히면서 주장하는건 가족끼리의 작은 행복에 전혀 필요가 없었더군요.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그냥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고 그런문제는 저 서랍한칸에 고이 밀어넣어둬도 상관없었는데 말이죠.

모두들 치열하게 살고있습니다.  치열하게 살아야 가끔씩 있는 여유도 즐거운 거겠죠?  전 제가 너무 치열해지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여유를 가지고 지내고싶네요. 가볍게 글쓰는걸 참 좋아합니다. 혼자 다이어리에 매일 쓰고하는데.  쓰면 생각도 하고 하던생각도 정리되고 뭐 기분도 좋아지고 그렇죠.  근데 역시 팍팍하게 보고 또보고 수정하는글보다는 가볍게 쓰는 글은 참 기분을 좋게 만드는거 같습니다.

하여튼.  이제 제집에 왔습니다.  갈때마다 아버지께서 꼭 돈을 주시면서 항상 하는말을 하시더군요 ^^; "돈아껴써라 가스잘 잠그고 불 잘끄고 다니고   열심히좀살고 집에도착하면 꼭 전화하고"  이틀마다 한번씩 전화하시면서 하는말을 가서도 들어야됩니다 ^^;; 참 힘든 부탁들입니다;;  피지알 여러분들은 집에 자주 가시나요?

p.s 다썻는데  write 버튼을 누르니 권한이 없다고 나와서 허~억!! 했는데.. 다행이 그대로 남아있군요 흐흐  
근데 다시보니 글이 뒤죽박죽이군요 역시 세상은 힘든겁니다? 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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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10/03/02 01:14
수정 아이콘
창녕! 저희 할머니댁도 창녕에 있답니다~ 고암면^^
그...창녕공고랑 창녕공고아파트가 있는 동네예요!
반가워서 뻘플 달아봅니다~
기회비용
10/03/02 01:17
수정 아이콘
전 ^^;; 초등학교 입학전이랑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만 창녕에 살아서 창녕근처 지리를 잘 모르겠네요 전 창녕초등학교에서 3학년까지 다녔거든요 그때는국민학교죠 흐흐
로즈마리
10/03/02 01:21
수정 아이콘
그러셨군요~
음. 그리고 창녕이라는 동네가 엄청...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많긴 하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할머니부터 ㅠ_ㅜ 친척분들도 완전 한나라당 맹신...
(그런데 mb는 싫어하는?!?!)

야시장이라니~ 다음에 한국가게되면 창녕에 가서 꼭 가고싶네요^^
기회비용
10/03/02 01:25
수정 아이콘
로즈마리님 전에 군인남자친구 있으셨다는거같던데;;외국에 계시나보군요 크크크 저희부모님은 MB도 좋아합니다.
창녕도 야시장 자주섰던거같은데 어릴때 가봐서 잘모르겠네요 영산은 삼일절 행사할때마다 섭니다
작년은 아마 화왕산 참사때문에 안했던걸로 알고있고요. 흐흐 창녕에서 행사할때 사람 그대로 와서 영산에 장사하던거같던데요.. 근데 창녕군사람 다오는지 엄청많아요 사람 ㅠㅠ 한번 삼일절에 할머니댁 방문하시면서 구경한번해보세요
10/03/02 02:10
수정 아이콘
아버님께서 참 부드러우신 분이시네요. 보고싶은 아들에게 한번 내려오라고 권유할수 있다니요.
무뚝뚝한 저희집안은 내려오란 소리 안합니다. 바쁜데 왜 오냐 툭툭 던지세요. 근데 그 말씀이 보고싶다는 은연중의 표현인지라 알아서 내려가야합니다. 다시 밥벌어 먹으러 사는 곳으로 올라와야 하는날에도 차비 드는데 오지말고 주말엔 집에서 쉬어라 하세요. 그럼 무뚝뚝한 딸래미는 알았다 그렇지않아도 올때마다 힘들다면서 징징거리다 올라가죠. 그러면서도 자주 고향엘 찾아, 한번 갈때 3~5일 길게 쉬며 스크랩북속 기차표만 가득 가득 쌓입니다.
지난 설에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딸만가득한 집이라 5인 가족이 오붓히 모이는게 쉽지 않네요.) 밥먹는데 여전히 틱틱 거리는 모습을 한발 물러나 보게되니 참 아련해지더군요. 항상 그럴것만 같았던 우리 가족이 한 밥상에서 함께 밥을 먹는게 이젠 연례행사가 되었으니 말이죠. 저도 이런데 우리 부모님은 더 심하시겠죠?
항상 고향엘 다녀오면 머릿속은 효도를 외치면서도 일상에 파묻혀 살때는 제 앞가림 할 이기적인 마음이 들다가도 매우 추운 겨울의 어느날이나 비가많이오느날 한번씩 집은 괜찮나 싶은 생각에 전화한번 넣으면 전화비 나간다고 후딱 끊으라며 제가 말하고 있는중에 전활르 끊어버리는 부모님 모습에 절로 웃음도 나고... 뭐 복잡한 마음 덩어립니다.
루이스 엔리케
10/03/02 02:21
수정 아이콘
다른 얘기일수는 있지만 얼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구에서 짐을 싣고 그 화물차 아저씨와 함께 옆좌석에 앉아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 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오는데 정말 모든 얘기를 돈과 관련되어서 얘기하시는데 물론 좋은 분이시긴 했지만 정말 나중에는 지긋지긋하더군요. 그러니까 부모님 얘기를 하면 뭐하시냐 얼마 버냐. 형 얘기를 하면 형은 뭐하냐 얼마 버냐. 자기가 아는 사람은 뭐하는데 얼마 번다. 아~~~~ 정말 모든 얘기를 돈과 결부해서 얘기하는데 처음에는 재밌게 듣다가 나중에는 질려버렸습니다. 물론 돈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돈이 정말 전부가 아닐텐데...
10/03/02 05:23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돈이 필요해서 평일에는 지방에 있는 공장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왔었는데, 마침 회사 윗어른 한분이 서울까지 차로 데려다 주신 적이 있습니다. 서울로 오는 내내 하시는 말씀이 가정사,수입,학벌 별별 것을 다 물어보시더군요. 차에 올라타고 출발하자마자 가장 처음 하신 말씀이 "아버지는 뭐하시냐"였습니다. 어른들은 항상 왜 이런 질문부터 꺼내죠.코흘리개 시절부터 아버지 없이 자란 저는 이 질문 받는 순간부터 맥이 빠집니다. 아버지 없다고 하면 "아버지는 왜 그렇게 되셨냐"부터 줄줄이 가정사를 파고 들어오죠. 그럼 생활비 벌이는 어쩌니, 어머니 수입은 어쩌니 하시며..결국 돈 이야기로 귀결되지요. 지금까지 겪었던 대부분의 어른들이요...(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분히 제 경험에 한정시켜 말씀드리는 겁니다.)
얼마나 돈에 치여사셨길래 돈 말씀만 하실까 생각도 들면서, 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변할까 하며 내심 씁쓸했습니다.
장군보살
10/03/02 11:40
수정 아이콘
저는 집에 자주 갑니다... 가 아니고 사실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살고있지요.. 여태컷 그래왔고.. 앞으로도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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